사진의 용도 - 아니 에르노 컬렉션 (개정판)

사진의 용도 - 아니 에르노 컬렉션 (개정판)

$12.20
저자

아니에르노,마크마리

1940년9월1일프랑스릴본에서태어나노르망디이브토에서성장했다.프랑스작가이자문학교수이다.루앙대학교에서문학을공부한뒤중등학교교사,대학교원등의자리를거쳐문학교수자격을획득했다.자전적요소가강한그녀의작품들은사회학과밀접한관계를이루고있다.유년시절과청소년기를노르망디의소읍이브토Yvetot에서보냈고,노동자에서소상인이된부모를둔소박한가정에서태어났다....

출판사 서평

“처음으로그모든것을사진으로찍어야만한다고생각했다.
욕망과우연이낳은,
결국사라져버릴이배열을.”

‘글쓰기는과거가아니다.현재이고미래다.’

아니에르노의말을곱씹으며그들의지나간사랑의흔적들을본다.쓰러진하이힐,뒤집어진니트,바닥에버려진바지,브래지어를밟고있는남성용부츠.어쩌면거기에는사랑의행위에대한기억이아닌,육체가빠져나간부재의자리가쓰여있는지도모르겠다.그들은지난밤을빌려오늘을이야기했고,욕망이끝나고남은,사라질수밖에없는흔적들사이에서상실의전조를예감하고있었다.

이사진들이찍힌시기에아니에르노는유방암을앓았다.자신의경험을이용하여‘삶’을쓴다는이작가는몇개월동안폭력적인작업들이벌어졌던자신의몸을(그녀의말처럼지어내거나,미화하는것없이)있는그대로옮겼다.종양이자란한쪽가슴,한움큼씩빠져나간머리카락,항암제를부착하고있는체모가없는몸까지.그곳에는편재하는죽음과그것을안고살아가는인간의‘삶’이있고,작가는그것을육체의‘부재’를바라보는방식으로서술한다.거기놓여있는지극히물질적인(옷,가구,주방,문등등)요소들은형체가없어손에쥐기힘든모든것들(사랑,죽음,욕망,부재까지도)의유일한증거들이다.
이곳에서사라진것은육체인가,사랑인가,욕망인가.여기에남은것은부재인가죽음인가.무엇을증명하고,무엇을찾아야하는가.

생(生)을위해싸워나가는사람(아니에르노),연인이치러내는전투를통해죽음을배우는사람(마크마리),우리는그들이무음으로주고받은대화를,비밀스러운몸짓들을,어느날아침,행위가지나가고폐허처럼남겨진것들을담은사진속에서알아차린다.이곳에서지난밤의사랑과욕망은중요치않다.결국에는사라지고말모든것들을최선을다해붙잡는그들의‘시도’만이의미를갖게될뿐이다.그리고우리역시지극히사적이고은밀한그들의계획에동참하고만다.육체가빠져나간이에로틱한공연의관객으로서,글로쓰인사진을눈과손으로더듬으면서,살과뼈가없이이뤄지는에로스를받아들이면서.단한번도이겨본적없는시간을,우리는그들과함께사진으로,글로뛰어넘기를어느덧소망하게된다.

‘그러나삶은아무것도말해주지않는다.스스로자신을적지않는다.그것은소리가없으며,형태도없다.’
―‘삶을쓰다’(아니에르노)서문中에서

글을쓰는일을,소리도없고형태도없는삶에게자신의인생을빌려주는일이라고말하는작가가건네는이가능성이한국의독자들에게유용한무언가가되기를,
우리의언어로옮겨진이책의용도가그것이되기를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