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옷장 - 아니 에르노 컬렉션 (개정판)

빈 옷장 - 아니 에르노 컬렉션 (개정판)

$13.27
저자

아니에르노

1940년9월1일프랑스릴본에서태어나노르망디이브토에서성장했다.프랑스작가이자문학교수이다.루앙대학교에서문학을공부한뒤중등학교교사,대학교원등의자리를거쳐문학교수자격을획득했다.자전적요소가강한그녀의작품들은사회학과밀접한관계를이루고있다.유년시절과청소년기를노르망디의소읍이브토Yvetot에서보냈고,노동자에서소상인이된부모를둔소박한가정에서태어났다....

출판사 서평

"지긋지긋하다.그들에게,모두에게,문화,내가배웠던모든것에구역질이난다.나는사방에서농락당했다."

낯선여자의집,한소녀가테이블위에다리를벌리고누워있다.뜨거운냄비에서꺼낸금속기구가뱀처럼고개를든다.그기구의이름을정확히명명할수없는것은소녀와나의부족한의학적지식탓만은아닐것이다.병원이아닌,어느나이든여자의주방에서벌어지는불법낙태시술을설명해주는곳은,그곳에서사용하는도구의이름을알려주는곳은지금까지어디에도없었으니까.소녀의말을빌리자면,빅토르위고도,페기도,이런상황을위한글을쓰지않았다.정제된문학은,정제할수없는사건을만났을때무력해진다.아니에르노의『세월』의한구절이떠오른다.

“시몬드보부아르를읽은것은자궁을가졌다는불행을확인하는것외에어떤도움도되지않았다.”

아니에르노의‘빈옷장’은빅토르위고의문학에도,페기의소설에도없는‘자궁을가졌다는불행을확인하는사건’으로시작된다.어떤이는불법낙태수술이라는이충격적인장면에거부감을느꼈을것이고,또다른이는‘역시아니에르노’라며대수롭지않게받아들였을것이다.어쨌든중요한것은이강렬한첫장면이‘충격’장치가아닌,플래시백을여는일종의‘충동’장치라는사실이다.여기서부터소설은과거로내달린다.

교육과수치심을통해드니즈라는화자에게행사되는보이지않는폭력
"나는빈옷장의폭력성으로시작해야만했다."

모든글쓰기는자신의이야기라지만,'자전적소설'이란명칭은아니에르노에게부여된명사가된지오래다.개인의삶을공동의삶으로확장해나간소설『세월』은2019년맨부커상최종후보에오르며"지금껏당신이읽어본적없는회고록"이라는수식을받은바있다.‘기억에대한주관적인시선’은있을수있겠으나,거짓과허구는없는그녀의글쓰기.데뷔작『빈옷장』은그러한'아니에르노라는문학'의시초이다.첫작품부터날것그대로의문장으로스무살의자신이받은불법낙태수술에서출발하여,환경에적응하며사는어린시절을거쳐사춘기시절의상처,가족에게느끼는수치심,자신의뿌리를잊기위한노력과부르주아층남자아이에게버림받은일까지,자신이속한세상에서분리되는과정을그리며그러한분리를일으키는메커니즘,한인간을다른사람으로,자신의환경을적으로만드는,문화에대해,하나의문화형태가개인에게한일,이단절에대해이야기한다.

작가의칼같은글쓰기는작가자신을찌르고,여지없이우리를찌른다.『빈옷장』의드니즈르쉬르가자신이속한세상에서분리되는과정,모든것이‘나’로뭉뚱그려져있던세계에서주체와객체로나눠지는과정을지켜보며,우리는분리되고찢어지는고통을느낀다.그것은‘이해한다’와는다른의미다.칼에손가락을베인사람을보면내손가락이욱신거리듯이,우리는그녀의글을감각으로느낀다.살아낸글,살아서건너오는글,그것이바로아니에르노의문학이가진힘일것이다.

"나는지금이글을읽고있는당신의삶의결을짐작할수있다.당신이매끄럽고찰랑거리기만한길을지나왔다면,아니에르노의책을펼쳤을리없지않은가……"

『빈옷장』을번역한신유진작가는이책을펼쳤을당신의지나온삶의결을짐작했다.그렇다면이책의마지막장을넘기고덮은이들의이후의삶도짐작할수있지않을까.
당신은이전으로돌아가지못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