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 흰옷을 입은 여인』은 프랑스 작가 크리스티앙 보뱅(19541-2022)이 19세기를 살았던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1830-1886)에게 바치는 애정과 경의요, 한 편의 시적 전기물이다. 세상의 소음과 영예를 병적으로 회피하며 글쓰기 안에 은둔했던 여인, 무수한 상喪을 겪으며 죽음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비밀스러운 영감에 차 있었던 여인, 자신의 집 울타리를 삶의 경계로 삼아, 정원을 가꾸고 가족의 빵을 굽고 심신이 쇠약해 가는 어머니를 돌보고 수많은 편지를 쓰면서 하루하루의 삶 자체가 시가 되게 했던 여인, 발표할 생각도 없는 글들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썼고, 그것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존재인 ‘영원’을 우리에게 가리켜 보인 여인, 에밀리 디킨슨. 일반적인 전기 문학과는 전혀 닮지 않은 이 글에선 보뱅과 디킨슨, 두 사람의 말과 생각이 뒤섞여 전해진다. 독자는 보뱅의 글을 통해 에밀리 디킨슨의 우주 속으로 초대됨과 동시에, 같은 세계를 향해 조율된 두 영혼의 만남에 참여하게 된다. 보뱅은 그녀와 관련된 철저한 자료 수집과 연구를 통해 글을 완성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보뱅이라는 시인의 정신세계 속에서 직관적으로 파악된 디킨슨의 세계라 할 수 있다. 즉 실제 사건과 그녀의 글에서 수집되고 재현된 에밀리는 또한 보뱅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 에밀리이기도 하다. 독립적인 짧은 단락들을 통해 그녀의 삶의 일화 하나하나가 보뱅의 손끝에서 의미를 부여받고 더없이 아름다운 장면들로 재탄생한다.
흰옷을 입은 여인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