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욕망

마지막 욕망

$13.00
Description
『작은 파티 드레스』 『환희의 인간』 『가벼운 마음』 등 국내에 출간된 소설과 에세이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프랑스 작가 크리스티앙 보뱅의 소설 『마지막 욕망』이 출간되었다. 2022년부터 새롭게 기획된 프랑스 출판사 갈리마르 총서 QUARTO 〈동시대의 목소리〉 시리즈의 처음을 여는 작품이기도 하다.

『마지막 욕망』은 사랑과 욕망의 불분명한 경계에서 '피 흘리는 단어와 이미지'들로 쓰여진 한 권의 시 같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자살로 시작한다. 사랑하는 연인이 떠나고 남겨진 방에서, 그가 준 철필로 손목을 긋는 장면. 이후로 서서히 진행되는 죽음과 함께, 울려 퍼지는 침묵을 수몰시키는 듯한 내면의 고백을 쏟아내고,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과 그와 함께 보냈던 날들의 편린들을 아름다운 은유로 가득한 시적 문장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1980년에 완성되어 오랜 시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가 작가의 죽음이 가까워져서야 눈앞에 다시 나타난 텍스트. 『마지막 욕망』에서 우리들은 투명하게 빛나는 보뱅의 이전 작품들과는 결이 다른 잿빛 문장들을, 그러나 '어둡고 가혹한 납빛의 지대' 안에서 발화되기를 기다리며 오래 숨어 있던 '가벼움과 환희의 씨앗'을 엿볼 수 있다.

저자

크리스티앙보뱅

저자:크리스티앙보뱅
프랑스의대표시인이자에세이스트.동시대에서는찾아볼수없는독특하고맑은문체로프랑스의문단,언론,독자모두에게찬사를받으며사랑받는작가.1951년프랑스부르고뉴지방의크뢰조에서태어나2022년11월24일,71세의일기로생을마감했다.평생그곳에서글쓰기를하며문단이나출판계등사교계와는동떨어진생활을해온고독한작가다.대학에서철학공부를마친후1977년첫작품인『주홍글씨(Lettrepourpre)』를출간했고아시시의성인프란체스코의삶을유려한문장으로풀어낸『지극히낮으신(LeTres-Bas)』이라는작품으로세간에자신의이름을알렸다.유서깊은프랑스문학상,되마고상및가톨릭문학대상,조제프델타이상을수상한바있다.

역자:김도연
한국외대불어과와동대학원에서프랑스어를전공하고파리13대학에서언어학박사과정을수료했다.지금은독자들에게좋은책을소개하고싶은마음에책을기획하고만드는일을하고있다.옮긴책으로는『가벼운마음』『그리움의정원에서』『다른딸』『나의페르시아어수업』『라플란드의밤』『내손놓지마』『로맨틱블랑제리』『내욕망의리스트』등이있다.

출판사 서평

'사랑'과'욕망'의경계에서
피를흘리는단어와이미지들

"글쓰기라는말에어울리는글은이이야기를거치고나서야나올수있었다."

“보뱅과연결되기위해,아주치밀하고생생하게그의문장속으로들어가기위해내가택한것은지금이글을쓰는것이다.보뱅이아직살아있었을때,그의삶이넘치는생명으로가득했을때,그가문장속에숨겨두었었던비밀들을힘껏벌려읽는것이다.”-김연덕시인추천

『마지막욕망』은화자가사랑하는연인에게선물받은철필로손목을긋는장면으로부터시작한다.'당신'과함께머물렀던방.창밖으로마로니에나무가보이고태양의첫말과비의첫슬픔이전해지던그곳,‘고통없이천천히썩어가는인생으로들어가지않고피할수있게해줄감춰진문이나비밀계단이어딘가에있다는증거’가되어준공간에서.'당신'은떠났고'나'는홀로남겨졌다.이곳에남은것은당신이준‘철필과그것으로베는죽음’만있을뿐.이후로서서히진행되는죽음의시간동안'나'는사랑하는연인의모습과그와함께했던시간들을떠올리고,홀로남겨진방의온전한적막속에서'당신'에게말을건넨다.그러나죽음의시간과적막의공간속에서때로는고백처럼때로는독백처럼들려오는이야기에는오히려개개의생명력으로가득한이미지들이등장한다.그들이사랑을나눌때,'당신'은'블랙베리처럼내입술을짓눌'렀으며,그들은뺨과심장과입에서오렌지,체리,산딸기내음을맞는다.화자는'목구멍에서피어난눈부시게창백한장미'와함께,'당신손가락의잎사귀와당신팔과다리의나뭇가지'속에서'연한잎맥'으로자라난다.꽃과과일은화자와당신사이를순환하며삶과죽음의이미지를느리게반복해나간다.계절과기후에의해그것들이죽을때도있지만,결국그일시적인죽음마저삶과연결되어있다는점에서'끝없이계속되는현재','타원형의영혼'을화자는이해하게된다.‘죽음을통해서만죽음을넘어설수있다’.당신에게닿기위한죽음.다시살아나기위한죽음.이제'나'에게남은욕망은하나뿐이다.

“당신의색을걸칠게요.당신입안에서녹을게요.곧알게되겠죠.구름과바다,죽음과오렌지가어떤모습일지,당신눈속에있을때어떤모습이될지.내가도와줄게요.당신이하늘의유리창에단어들을던지도록,길을잃은단어들을던져별똥별을일으키도록.당신이보잘것없는나무탁자에기대고생생한꿈에기대어글을쓸때,내가당신손끝에있을게요.내가당신이될게요."_본문중에서

보뱅은서문을통해서이소설이당시의절대적수준에도달하기에는너무가득차서무거웠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분명필요했다고,글쓰기라는말에어울리는글은이이야기를거치고나서야나올수있었다고고백한다.1980년에완성되어오랜시간손이닿지않는곳에숨어있다가작가의죽음이가까워져서야눈앞에다시나타난텍스트.『마지막욕망』에서우리들은투명하게빛나는보뱅의이전작품들과는결이다른잿빛문장들을,그러나'어둡고가혹한납빛의지대'안에서발화되기를기다리며오래숨어있던'가벼움과환희의씨앗'을엿볼수있다.

갈리마르에서총서를위해선택한첫번째작가,크리스티앙보뱅
크리스티앙보뱅이선택한,총서의문을여는작품『마지막욕망』

본질적으로고전과근대문학을기반으로하는갈리마르의quarto총서는2022년〈동시대의목소리〉라는시리즈를기획해,한해에네명의작가를선정,작가가직접선택한작품을한권에담아출판하고있다.이시리즈는이미유명하거나출판되지않은주목할만한작품을중심으로현대작품에자부심을부여하고,오늘날문학적경향의광범위한분야를탐구하며,우리시대에열려있는실제창을탐색하고세계의울림을포착할수있는독특한기회를제공한다.

기존총서의보완적이고필수적인확장인〈동시대의목소리〉시리즈는작가를위한새로운표현공간이자창작을하는과정에서중요한단계로자리잡은작품들이제시된다.총서를위해작가가다시쓴서문과선택한작품들은작가에게자신의작업으로돌아가'기억의장소'를탐색할수있는기회가된다.무엇보다도,한작가와독자사이에중간매개체없이이루어지는대화라할수있다.

갈리마르는이새로운기획의시작으로프랑스가사랑하는시인이자에세이스트인'크리스티앙보뱅'을선택했다.문학적자부심강한프랑스에서,프랑스의대표출판사라할수있는갈리마르에서'크리스티앙보뱅'을이시리즈의시작을알리는작가로선정한것은그리놀라운일만은아니다.1951년에태어난크리스티앙보뱅은거의반세기동안,시간이지남에따라형태를재창조하는,분류할수없는시적작품을만들어왔다.때로는화가의수첩처럼현장에서짧은메모로,때로는밀도높은시적비전으로이루어진집중적글쓰기를선호하며,인간의정신을깊숙이파고드는그는사랑,우울,부재와같은보편적인주제를다루어왔고,모두에게감동을주는그의빛나는글은환멸을막는보루일뿐만아니라우리시대를잠식하고있는이념의거부할수없는확산을막는보루이기도하다.

이총서에는국내에서도출간되어큰사랑을받은『작은파티드레스』『그리움의정원에서』『지극히낮으신』등의작품들이보뱅의선택에의해포함되었다.
1980년,보뱅은출판사에보내기를망설이고있던서사를완성한후작가가당시사서로일하던도서관의친구동료에게복사본을건넨다.그녀는이원고를잃어버렸다가몇해전이사를하면서텍스트를다시발견해작가에게보내고,죽음에가까이이른시기에보뱅은이를다시읽고서총서를구성하는다른작품들과마찬가지로아무것도바꾸지않고발표하게된다.QUARTO총서〈동시대의목소리〉시리즈의처음을장식하는작품,미발표작『마지막욕망』이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