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조각

소금 조각

$16.80
Description
루드빅은 공산 체제하의 프라하가 저속한 막시스트 물질주의의 지배 아래서 “정신과 취향의 쇠퇴, 마음의 빈혈증, 영혼의 실명”을 겪고 있을 때 프라하를 떠날 결심을 한다. “거짓과 기만을 포식하고 불구가 되어버린 자유와 그런 상태에 대한 만족”에 빠져버린 프라하에 등을 돌리고 서구로 떠나 11년을 보내지만, 그 사이 사랑의 배신을 경험하고 고국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돌아온 이 나라에 그를 위한 자리는 없다.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된 체코가 문호를 개방하면서 관광도시로 변한 프라하는 또 다른 물질주의에 종속되어 있다. 돌아온 프라하는 “자유를 포식하긴 했어도 이상은 불구가 되어”버린 곳이 되었고, 게다가 그의 젊은 시절의 우상이나 다름없었던 스승이자 정신적 아버지 브룸은 노쇠로 인한 긴 고통 속에서 자신이 선택한 날까지 죽음을 맞이하는 동안, 더는 이전의 빛을 띠지 못하고 황폐화되어 있다. 루드빅에게 남은 것은 권태와 공허, 환멸 뿐으로 내면의 파멸 상태로 깊이 추락해 있다. 그런데 그와 같은 상황에서 그는 잇달아 비현실적인 기이한 만남을 경험하며 부조리한 느낌 속으로 빠져든다. 기차 안이나 은행, 식당, 병원, 신문 가판점, 심지어 거리에서도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며, 그가 마주치는 인물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리고 그때마다 소금의 주제가 되풀이해 등장한다.

실비 제르맹의 『소금 조각』은 깊이 있는 서사와 상징적 요소들을 결합한 작품으로, 주인공 루드빅의 삶의 고통과 내면적 변화를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은 실비 제르맹이 1986년에서 1993년까지 실제로 머물렀던 프라하를 배경으로, 변화하는 역사 속에서 정신적 위기를 겪는 개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루드빅이 현실의 무게와 내면의 고통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시도처럼, 제르맹은 시적이며 철학적인 언어를 통해 소설 속에서 언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다. 신화와 전설, 환상과 서정미를 결합한 제르맹의 작품은 독자가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며, 이질적인 요소들을 결합해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 놀라운 글쓰기의 과정에서, 작가는 주인공 루드빅과 독자를 권태와 절망의 나락에서 끌어올려 현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제르맹의 문체는 삶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재조명하며,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선 감각적이고 철학적인 탐구로 독자를 이끈다.
수상내역
2024년, 박경리 문학상 수상

저자

실비재르맹

저자:실비재르맹(SylvieGermain)
실비제르맹은1954년프랑스중서부의도시샤토루에서태어났다.부지사를지내기도한공무원아버지를따라프랑스의여러소도시를옮겨다니며유년시절을보냈다.1970년대파리낭테르대학에서철학자에마뉘엘레비나스를만나깊은영향을받았고,그의지도아래석사및박사논문을썼다.논문의주제는기독교신비주의에서의고행,그리고인간의얼굴및악과고통에대한성찰이었다.『페르소나주』를비롯해『밤의책』등의대표작에서도고스란히느껴지는작가특유의번뜩이는신비주의적직관및영적언어는이런연구와무관하지않을것이다.그노시스풍의어떤무례한형상들,불꽃처럼번쩍거리는이미지들,고통스러운시각적환영들을소환하며전체를총괄하는,저깊은진실밑바닥에서터져나오는읍소같은것들이그녀의문학언어에는충만하다.1981년부터몇몇단편소설을써오다가,1985년『밤의책』을발표하며여섯개의문학상을수상하는등작가로서의입지를다졌다.이듬해1986년체코프라하로떠나정착하며『호박색밤』,『분노의날들』을발표했고,체류마지막시기에이르러체코를배경으로한작품을쓰기시작해『프라하거리에서울고다니는여자』,『이망시테』,『소금조각』을발표했다.

역자:이창실
이화여자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프랑스스트라스부르대학응용언어학과정을이수한뒤,이화여자대학교통번역대학원한불과를졸업했다.이스마일카다레와실비제르맹의소설들을비롯해,크리스티앙보뱅의『작은파티드레스』『흰옷을입은여인』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서장-10p
대면-36p
방향전환-178p

옮긴이의말(여행의시작과끝,그리고시작)-214p

출판사 서평

2024년,박경리문학상수상
우리시대의반고흐,
실비제르맹의글쓰기의정수가배어있는아름다운소설『소금조각』

“저마다권태를가지고어떻게든해보려했지만그럴수록권태는기승을부려아무도끝장을보지못했다.권태는집들의정면을갉아먹고사람들의마음을녹슬게했으며대기와빛을부식시켰다.”

루드빅은공산체제하의프라하가저속한막시스트물질주의의지배아래서“정신과취향의쇠퇴,마음의빈혈증,영혼의실명”을겪고있을때프라하를떠날결심을한다.“거짓과기만을포식하고불구가되어버린자유와그런상태에대한만족”에빠져버린프라하에등을돌리고서구로떠나11년을보내지만,그사이사랑의배신을경험하고고국으로돌아온다.그러나돌아온이나라에그를위한자리는없다.자본주의체제로전환된체코가문호를개방하면서관광도시로변한프라하는또다른물질주의에종속되어있다.돌아온프라하는“자유를포식하긴했어도이상은불구가되어”버린곳이되었고,게다가그의젊은시절의우상이나다름없었던스승이자정신적아버지브룸은노쇠로인한긴고통속에서자신이선택한날까지죽음을맞이하는동안,더는이전의빛을띠지못하고황폐화되어있다.루드빅에게남은것은권태와공허,환멸뿐으로내면의파멸상태로깊이추락해있다.그런데그와같은상황에서그는잇달아비현실적인기이한만남을경험하며부조리한느낌속으로빠져든다.기차안이나은행,식당,병원,신문가판점,심지어거리에서도이상한광경을목격하며,그가마주치는인물들은이해할수없는이야기를늘어놓는다.그리고그때마다소금의주제가되풀이해등장한다.

“난사랑하는모든것에소금을뿌려요.내기억속에받아들이고내마음속으로초대한다는의미예요.”

반복적으로등장하는소금은정화와순수함,삶의활력과종교적상징이지만,동시에부식과침식의상징이기도하다.루드빅의삶과영혼의상태를복합적으로반영하는중심적요소인소금은그의순수한이상과현실의부패사이에서,영혼의정화와침식사이에서,그리고삶의활력과파괴사이에서끊임없이변화하는상징으로,이소설의철학적깊이와서사적복잡성을한층더돋보이게한다.그자체로역설적인이중성을지닌바로이영혼의양념이,이첨가물이인간이삶의맛을찾아내거나되찾을수있도록도와주는것이다.낯설고비현실적인이일련의이상한만남들은오히려부조리를받아들이고항복하기보다세상을새롭게바라보며나아갈수있도록돕는다.한층색채감있는현실속으로루드빅을데려다놓으며,일상이라불리는무기력한현실보다더큰생명력을가지고그의호기심을부추기게된다.

“야힘브룸,이땅에서이미사라지고없는사람,무덤이라고는질녀의사랑속에새겨진것이전부인그가루드빅에게다시길을떠나도록재촉했다.아무리쓰고떫다해도삶의맛을다시찾으라고.입에쓰긴해도뜨겁게타오르는끈질긴맛이었다.”

실비제르맹의『소금조각』은깊이있는서사와상징적요소들을결합한작품으로,주인공루드빅의삶의고통과내면적변화를탁월하게묘사하고있다.이소설은실비제르맹이1986년에서1993년까지실제로머물렀던프라하를배경으로,변화하는역사속에서정신적위기를겪는개인의이야기를그린다.루드빅이현실의무게와내면의고통속에서의미를찾고자하는시도처럼,제르맹은시적이며철학적인언어를통해소설속에서언어의새로운가능성을탐구한다.신화와전설,환상과서정미를결합한제르맹의작품은독자가이야기에몰입할수있는공간을창조하며,이질적인요소들을결합해새로운이미지를형성한다.이놀라운글쓰기의과정에서,작가는주인공루드빅과독자를권태와절망의나락에서끌어올려현실에대한새로운시각을열어준다.제르맹의문체는삶의복잡성과아름다움을재조명하며,단순한이야기를넘어선감각적이고철학적인탐구로독자를이끈다.

“『소금조각』에서주인공이다시맞게되는삶의신비는작가가자신의언어를통해열어보이는신비이기도하다.맛을잃은현실이의미를부여받기위해선세상에대한새로운인식이있어야할텐데,제르맹의작품속에서우리는작가의언어가창조해낸시적인공간을통해그인식에한발다가간다.즉그언어에힘입어현실에서가려져있던신비가어렴풋이실체를드러내는것이다.
제르맹의다른소설들과비교할때『소금조각』은내용의분량이나스케일로보아덜눈에띄는작품일지도모른다.그러나은유의언어를통해형성된다양한이미지들이퍼즐처럼이어지면서의미를형성해내는,그녀의글쓰기의정수가배어있는굉장히아름다운책이다.”(이창실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