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삶의 음악

어느 삶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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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눈보라에 휩싸인 우랄 지방의 어느 기차역, 한없는 연착으로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기차를 기다리는 화자인 ‘나’는 자신을 둘러싼 무리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안락한 생활에 대한 타고난 무관심과 체념, 부조리한 상황에 발휘하는 끈질긴 인내심’을 가진 ‘칙칙한 삶의 집적체’를 경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뮌헨의 한 철학자가 발명한 용어인 ‘호모 소비에티쿠스’를 떠올리는 나는 자신 ‘역시 분명 그들과 다를 바 없지만’ ‘처한 인간으로서의 조건을 명명할 수 있기에’ 그 무리로부터 떨어져 나왔다고 믿는다.
그렇게 기차를 기다리던 ‘나’는 문득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이끌려 한 어두운 공간에 다다르고 피아노 앞에 앉은 노인을 보게 된다. 익명의 동질성에서 한 개인이 고개를 드는 예기치 못한 순간이다. 모스크바행 기차가 도착한 후, 두 사람은 허름한 객실에서 다시 마주한다. 그곳에서 노인은 자신의 지나온 삶을 화자에게 들려준다. 모스크바로 향하는 기차는 이제 오래된 과거로 돌아가 ‘알렉세이 베르그’라는 한 젊은 피아니스트의 삶을 통과한다.
안드레이 마킨은 부서지고 깨진 삶의 파편들과 그에 맞물리는 위대한 한 인간의 운명을 이성과 감성이 균형을 이루는 완벽한 스타일로 연주하며 소비에트 연방 역사에 묻힌 한 사람에게 잊을 수 없는 형상을 부여한다. 부조리를 넘어서서 삶이 음악으로 화한 피아니스트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가의 치밀하고도 시적인 문장들 또한 한 편의 음악으로 읽힐 만한다.

저자

안드레이마킨

저자:안드레이마킨
1957년러시아시베리아출신으로볼가지역에서청소년기를보내고모스크바대학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이어노브고로드언어연구소에서교수로일하면서프랑스유수의문예지인「마가진리테레르」의소련특파원으로도일했다.그가서른살이던1987년,프랑스를여행하던중정치적망명을한이후1990년에『어느소련영웅의딸』이라는제목의데뷔작을출간하면서작가로서의이력을시작한다.1995년에는『프랑스유언』으로공쿠르상과고등학생들이선정하는공쿠르상,그리고메디치상까지받는3관왕의주인공이되면서문학성과대중성을동시에갖춘작품이라는평가를받았다.
『프랑스유언』은작가의자전적요소를많이가지고있는소설이다.화자는작가와많은공통점을갖고있다.화자의삶을이중분열적으로몰고갔던매혹의대상인동시에배척의대상인프랑스라는유산은러시아에서태어났지만프랑스어로글을쓰는작가자신에게서도드러난다.
마킨은문학상수상작9편을포함해20여편의작품을발표하면서섬세하고독특한스타일의작가로자리를잡았는데,그의문체는시적이고세련되었다고평가를받는한편고전적이라는평가를받기도한다.작품으로는『소련영웅의딸』『올가아르벨리나의범죄』『동구를위한레퀴엠』『어떤삶의음악』『작크도름므의하늘과땅』『기다리는여인』『영원히기억될짧은사랑』『사랑받는여자』『슈라이버중위의나라』『또다른삶의열도』등이있다.

역자:이창실
이화여자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프랑스스트라스부르대학응용언어학과정을이수한뒤,이화여자대학교통번역대학원한불과를졸업했다.이스마일카다레와실비제르맹의소설들을비롯해,크리스티앙보뱅의『작은파티드레스』『흰옷을입은여인』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어느삶의음악-5
옮긴이의말(낮고고귀한영혼에부치는시(詩)-108

출판사 서평

2001년,수상

낮고고귀한영혼에부치는시(詩)

“마킨은문학의언어를마치음악처럼연주한다.그의문체는톨스토이와파스테르나크의전통을계승하며,독자를감동의심연으로이끈다.”
TheSpectator

“그의글은눈송이처럼섬세하지만동시에얼음처럼날카롭다.한줄한줄이시(詩)처럼읽힌다.”
TheGuardian

“안드레이마킨의소설은문학의숭고함을재확인하게만든다.”
FigaroLitteraire

“잠에서깨어난다.무슨음악이들리는꿈을꾸었다.”

눈보라에휩싸인우랄지방의어느기차역,한없는연착으로언제올지알수없는기차를기다리는화자인‘나’는자신을둘러싼무리를바라보며시간을보낸다.‘안락한생활에대한타고난무관심과체념,부조리한상황에발휘하는끈질긴인내심’을가진‘칙칙한삶의집적체’를경멸적인시선으로바라보며뮌헨의한철학자가발명한용어인‘호모소비에티쿠스’를떠올리는‘나’는자신‘역시분명그들과다를바없지만’‘처한인간으로서의조건을명명할수있기에’그무리로부터떨어져나왔다고믿는다.
그렇게기차를기다리던‘나’는문득들려오는음악소리에이끌려한어두운공간에다다르고피아노앞에앉은노인을보게된다.익명의동질성에서한개인이고개를드는예기치못한순간이다.모스크바행기차가도착한후,두사람은허름한객실에서다시마주한다.그곳에서노인은자신의지나온삶을화자에게들려준다.모스크바로향하는기차는이제오래된과거로돌아가‘알렉세이베르그’라는한젊은피아니스트의삶을통과한다.

“삶과죽음,아름다움과추함의이무질서한흐름엔무언가숨겨진의미가있을거라는느낌이들었다.빛을발하는어떤비극적화음에그것들을담아리듬을부여했을하나의열쇠가있을거라는.”

때는스탈린치하의소련.밀고와잔인한숙청이마구잡이로이루어지던,공산체제가절정에달한시기이다.1941년5월24일자신의연주회가예정되어있던스물한살의재능있는피아니스트알렉세이베르그는연주회가열리기이틀전부모가체포되는광경을외부에서목격한다.그길로수용소를피해달아난그는제2차세계대전의전장으로,전쟁의부조리한상황속으로휩쓸려들며,죽은군인에게서훔친가짜신분으로적과싸우면서지속적으로죽음의위험에노출된다.종내장군의운전기사가되지만그후에도끊임없이자신의신분을속이면서익명의인간으로살아야한다.그러다이익명을벗어던지는순간이제까지의도주는끝이나고,그는수년의세월을거슬러원점으로돌아가수용소로보내진다.

“…이모두가이미음악이되어오로지그아름다움으로존재했다.”

안드레이마킨은부서지고깨진삶의파편들과그에맞물리는위대한한인간의역사를이성과감성이균형을이루는완벽한스타일로연주하며소비에트연방역사에묻힌한사람에게잊을수없는형상을부여한다.부조리를넘어서서삶이음악으로화한피아니스트의이야기,그리고그이야기를담고있는작가의치밀하고도시적인문장들또한한편의음악으로읽힐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