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자리

빈 자리

$13.00
Description
빈 시간과 맑은 하늘이 영혼에 제시하는 이 위대한 지성,
오직 그곳에서만 닿을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어떤 것들은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또렷해진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빈 자리』는 그러한 흔적들을 따라가는 책이다. 눈앞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 언어로 완전히 포착할 수 없는 것들, 그러나 오히려 그 부재 속에서 더욱 강하게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기록. 그는 떠난 사람들과 지나간 순간들을 애도하지 않는다. 대신, 그 빈 자리가 만들어내는 빛과 여운을 바라본다. 열한 편의 짧고도 강렬한 시적인 글 속에서, 크리스티앙 보뱅은 젊은 어머니, 아이와의 놀이, 독서, 산책, 작가 등을 주제로 한 열한 개의 인상적인 장면을 순수하고도 빛나는 필치로 그려낸다. 침묵의 가장자리에 선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거의 속삭이듯 하면서도, 빛나는 관조적 글쓰기가 지닌 시적 힘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부재를 통해 더욱 선명해지는 존재, 완결된 이야기가 아닌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 1989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어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인 『빈 자리』는 쓰기와 읽기에 관한 아름다운 사유이자, 우리 삶의 빈 자리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저자

크리스티앙보뱅

저자;크리스티앙보뱅(ChristianBobin)
프랑스의대표시인이자에세이스트.동시대에서는찾아볼수없는독특하고맑은문체로프랑스의문단,언론,독자모두에게찬사를받으며사랑받는작가.1951년프랑스부르고뉴지방의크뢰조에서태어나2022년11월24일,71세의일기로생을마감했다.평생그곳에서글쓰기를하며문단이나출판계등사교계와는동떨어진생활을해온고독한작가다.대학에서철학공부를마친후1977년첫작품인『주홍글씨(Lettrepourpre)』를출간했고아시시의성인프란체스코의삶을유려한문장으로풀어낸『지극히낮으신(LeTres-Bas)』이라는작품으로세간에자신의이름을알렸다.유서깊은프랑스문학상,되마고상및가톨릭문학대상,조제프델타이상을수상한바있다.

역자:이주현
이화여자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프랑스고등국립학교에서PSL석사과정을이수했다.현재프랑스에거주하며기업과정부및사회기관에서통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크리스티앙보뱅의『환희의인간』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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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보뱅이끊임없이어둠속에서길어올리던그빛은바로잉크의검은어둠속에서피어난것이다.”
-실비제르맹

존재와부재를함께응시하며엮어낸시적산문
“빈시간과맑은하늘이영혼에제시하는이위대한지성,오직그곳에서만닿을수있는아름다움이있다.”

어떤것들은사라진후에야비로소또렷해진다.크리스티앙보뱅의『빈자리』는그러한흔적들을따라가는책이다.눈앞에서손에잡히지않는것들,언어로완전히포착할수없는것들,그러나오히려그부재속에서더욱강하게살아있는것들에대한기록.그는떠난사람들과지나간순간들을애도하지않는다.대신,그빈자리가만들어내는빛과여운을바라본다.

“모든존재의중심에놓인동일한부재(不在),
고통속에서도,기쁨속에서도동일하게자리한바로그것”

책을펼치면우리는한사람의시선과함께걷는다.그는특정한역할을수행하지않는다.단순히존재하고,바라보고,생각한다.아이들과놀고,기차역에서사람들을바라보고,부엌에앉아이야기를나누고,눈밭을걷고,문장속에서길을잃기도한다.그는그렇게삶의틈사이에서소멸해가는것들을바라보고기록한다.“시간은일속에서,휴가속에서,어떤이야기속에서소모된다.시간은우리가할수있는모든활동속에서소모된다.그러나어쩌면글쓰기는다를지도모른다.글쓰기는시간을잃는것과매우가까운일이지만,또한시간을온전히들이는일이다.글을쓴다는것은남아서눅눅해진시간을조리하는것이다.그러면매순간은감미로워지고모든문장은축제의밤이된다.”보뱅의글쓰기란단순한언어의나열이아니라사라지는것들을붙잡고,그것들이남긴여운속에서다시살아보는행위이다.그는지나가는사람들의얼굴,기차역에서의정적,아이들과나누는대화속에서삶의결을읽어내고,그안에서언어를길어올린다.세상을측량기사처럼살아가는이들의눈에이러한행위들은사소하고쓸모없는것일테지만,보뱅은삶이란바로이사소한것들에달려있다고말한다.“삶속모든것들의덧없는실리에서벗어나자신의무용(無用)으로빛나는”것들이야말로“세상을대신하거나,영혼을또는결코닿을수없는아름다움을대신한다.”

그의문장은한없이단순해보이지만,읽는이에게깊은침묵과사유를요구한다.삶의가장작고사소한순간들속에서삶의본질을발견한다.그리고그것을단어위에올려놓는다.“쉽게다가오지않고,저항하는책.눈부시게빛나는명료한문장들이당신을사로잡고,한두페이지만에당신을서둘러멈춰세운다.”그는존재와부재의경계에서글을쓰고,그사이에자리한것들을끌어올린다.독자는그렇게보뱅과함께빈자리에머문다.그가바라보는것은눈앞의현실이아니라,현실과현실사이의틈,부재가남긴흔적,그리고그틈을통해들려오는가장깊은목소리다."삶의빈자리를어떻게마주할것인가?"보뱅의문장은그질문을던지면서도하나의해답을제시하지않는다.다만,읽는이가자신의방식대로그질문을곱씹고,자신만의여백을만들어가도록한다.

“당신은글을쓰기시작한다.작가가되기위해서가아니다.모든사랑에결여된그사랑을침묵속에서다시만나기위해서이다.”

부재를통해더욱선명해지는존재
완결된이야기가아닌끝없이이어지는대화
1989년에출간되어여전히사랑받고있는작품인『빈자리』는쓰기와읽기에관한아름다운사유이자,우리삶의빈자리를어떻게마주할것인가에대한질문을던지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