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 (3 판)

가벼운 마음 (3 판)

$15.00
Description
짙은 어두움 속에서도 삶의 환희를 찬양하는 시인이 쓰는 소설은 어떤 모습일까. 독특한 시적 감성과 철학적 통찰이 빛나는 『가벼운 마음』은 자유를 향한 갈망과 삶의 모순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크리스티앙 보뱅의 문학 세계를 대표하는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보뱅은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이미지 풍부한 문장으로 독자를 매혹하고, 주인공 뤼시의 자유로운 영혼을 통해 사랑, 독립, 그리고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삶의 양면성과 인간 존재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시적 여정 속에서 보뱅의 문장은 때로는 부드러운 미풍처럼, 때로는 늑대의 날카로운 이빨처럼 다가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음악과도 같은 이 소설은 자유와 진정성을 갈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이며, 보뱅의 문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도 그의 독창적인 세계로 들어가는 완벽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
저자

크리스티앙보뱅

저자:크리스티앙보뱅(ChristianBobin)
프랑스의대표시인이자에세이스트.동시대에서는찾아볼수없는독특하고맑은문체로프랑스의문단,언론,독자모두에게찬사를받으며사랑받는작가.1951년프랑스부르고뉴지방의크뢰조에서태어나2022년11월24일,71세의일기로생을마감했다.평생그곳에서글쓰기를하며문단이나출판계등사교계와는동떨어진생활을해온고독한작가다.대학에서철학공부를마친후1977년첫작품인『주홍글씨(Lettrepourpre)』를출간했고아시시의성인프란체스코의삶을유려한문장으로풀어낸『지극히낮으신(LeTres-Bas)』이라는작품으로세간에자신의이름을알렸다.유서깊은프랑스문학상,되마고상및가톨릭문학대상,조제프델타이상을수상한바있다.

역자:김도연
한국외대불어과와동대학원에서프랑스어를전공하고파리13대학에서언어학박사과정을수료했다.지금은독자들에게좋은책을소개하고싶은마음에책을기획하고만드는일을하고있다.옮긴책으로는『마지막욕망』『가벼운마음』『그리움의정원에서』『다른딸』『나의페르시아어수업』『라플란드의밤』『내손놓지마』『내욕망의리스트』등이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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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가장중요한건즐거움이야.누구도너한테서즐거움을빼앗아가지못하게해라.”

자유와사랑,가벼운마음을향한여정
프랑스가사랑하는작가,크리스티앙보뱅의소설

소설은서커스단의한가운데서자란한여자아이의이야기로부터시작된다.서커스단의철창속에머무는,산처럼풍성한검은털에노란별빛의눈을가진진짜늑대와사랑에빠진아이는제안에늑대의순수한영혼을간직하며곡예사,광대,곡마사,조련사등에둘러싸여자란다.서커스단의떠돌이삶조차도자유에대한그녀의욕구를채우지는못한다.그녀의이름은‘빛’이라는단어에서유래한‘뤼시’,빛을따라쉬지않고움직이는것이야말로자신의임무라여기며가출을일삼고그때마다새로운이름과새로운이야기를지어낸다.그리고방탕한아이는아버지의말없는체념과어머니의태양같은웃음과함께매번돌아온다.
기숙생활을하며새로운사람들과의만남을통해자신의삶을이어가는뤼시는로망을만나결혼해파리에서의생활을시작하고,그곳에서만난알방(괴물)과사랑에빠지고,두사람을모두떠난후우연히시작한영화배우생활마저뒤로한채,자신이가진질문들에바람을쐬어주고그질문들을응시하기위해쥐라의호텔방에머무르며글을쓰기시작한다.그리고마침내자신의그늘에안녕을고하고,요양원에서우연히만난할머니와함께마지막여정을떠난다.

모든면에서뤼시는스스로에게‘수호천사’라부르는직감을따른다.그녀를크레테유에있는도시의지하실,파리이웃의품,영화세트장또는쥐라의호텔방그리고요양원의할머니를태우고떠나는마지막여정으로이끄는힘이바로그것이다.‘침묵하게하고도망가게하며비사교적인사람’으로만듦으로서,그러한방식으로자신을보살피는수호천사의목소리를따라간다.“가끔은일단저질러야한다.이해하는것은그다음이다.시간이지난후에야비로소그일을왜했는지깨닫게된다’는믿음으로어떤제약으로부터도해방된그녀는"그후엔,그때생각하자”라는주문을외우며가벼운마음을향해나아간다.

"내가원했던삶은요약할수없는삶이었고,대리석이나종이가아닌,음악같은삶이었다."

섬세하며날카로운펜아래에서자유롭게빛나는주인공뤼시를통해크리스티앙보뱅은독자들에게삶의교훈을가르치려들지않고,가볍고즐거운음악을우리에게들려줌으로써삶의풍요로운리듬을되찾게한다.짙은어두움속에서도삶의환희를찬양하는시인이쓴소설은어떤모습일까?그소설에는음악이흐른다.아니,내가틀렸다.그건음악이다.

“여기있어도그들이하는말이들린다.무책임하고미성숙하고변덕스러운더러운년.그러나그들이진짜단어를찾을수있을까?자신들의인생에서갖지못했기에단어목록에없는유일한언어.자유라는단어를.”

책속에서

꼬마야,과자를만드는것과사랑하는건비슷하단다.얼마나신선한지가문제거든.그리고모든재료는제아무리씁쓸한재료라해도달콤한걸로바뀌지.-15

먹고자하는욕구가육체에있듯이창작의욕구는영혼안에있다.영혼은배고픔이다.세월이흐르면서나는두부류,오직두부류뿐인창작자들을구분할수있게되었다.그들은마른자들과뚱뚱한자들로나뉜다.줄이고버리고최소한의손길로창작하는사람들,이들은자코메티,파스칼,세잔이다.축적하고확장하고병적인허기를가지고창작하는사람들은몽테뉴,피카소다.그리고음표로가득채워진바흐또한이부류에속한다.내가다른작곡가들보다바흐의음악을유독좋아하는까닭은그의음악이감정을해방시켜주기때문이다.슬픔도후회도우울함도없이,단지똑딱거리는벽시계추같은음표의수학만있을뿐이다.-24

뚱보의음악을들으며깨달은게있다.행복은분리된음이아니라,두음이서로퉁겨튀어오를때생기는기쁨이라는것이다.불행은당신과상대방의음이서로조화를이루지못하고이탈할때찾아온다.우리가겪는가장심각한분열은다른어디도아닌리듬에서나온다.-33

모든아이가모차르트는아니다.하지만모차르트는어린시절의모든것이다.물위에서춤을추는기법과움쑥한구렁에서도잠을자는방식으로.모든아이가랭보는아니다.하지만랭보는어린시절의모든것이다.속임수를대하는순수한취향과반복하는말이나반짝이는돌들에즐거워하는마음으로.’-44

때로는가장깊은감정이라할지라도,우리의모든감정에는지울수없는희극적요소가존재하는것처럼보인다.감정의깊이는사랑과아무런관련이없을때가많고,모두이기심과연관되어있는게틀림없다.우리가우는것은자기자신때문이고,우리가사랑하는것은오로지자신뿐이다.이생각자체는그리어리석지않지만,그런생각뒤에슬픔이따라온다면어리석은일이될것이다.나는진실이란게무엇인지모른다.그러나슬픔에관해서는알고있다.슬픔은다른무엇도아닌허구라는걸.-93

지혜는흔히말하는것과달리나이가들면서저절로오는것이아니다.지혜는시간의문제가아니라마음의문제이며,마음은시간안에있지않다.-103

침묵하면서살기를원한다.내마음을사로잡는것은침묵이다.내아버지의묵직한침묵이나요양원의침묵이아니라쥐라산맥숲속의침묵,백지같은침묵이다.-116p

탁자위에놓인원고를본다.내게결정내릴시간을주고,그결정이내안에스며들수있도록이원고를썼다는생각이든다.어쩌면우리가무언가를하는것은결코그자체를위한것이아니라,단지우리와닮았을다른무언가에다다를시간을스스로에게주려고하는건지도모른다.-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