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정원에서 (La plus que vive) (개정판)

그리움의 정원에서 (La plus que vive) (개정판)

$12.00
Description
프랑스가 사랑하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크리스티앙 보뱅이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꾼 작은 글의 정원, 『그리움의 정원에서』가 개정판으로 재출간되었다. 1979년 가을에 처음 만나, 그로부터 줄곧 가장 바쁘고도 고요한 방식으로 사랑한 여인, 마리옹 지슬렌. 1995년 여름 파열성 뇌동맥류로 그녀는 세상을 떠나고, 같은 해 가을과 겨울, 크리스티앙 보뱅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감을 넘어서 그만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전히 생생한 그녀의 모습을 이 책 속에 담았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그리움의 정원에서』는 그의 문학적 여정에서 가장 내밀하고도 보편적인 작품으로, 상실의 고통을 시적 언어로 초월하며 사랑의 영속성을 찬미하는 텍스트다. 사랑하는 이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쓰인 글은 애도의 기록인 동시에 사랑이 시간과 죽음의 제약을 넘어서는 영원한 현재임을 선언하는 철학적 제스처다.

현대 프랑스 문학에서 드문, 시와 산문, 애도와 찬양이 조화를 이루는 보뱅의 이 섬세한 걸작은 문학이 어떻게 인간의 고통을 품고, 동시에 그 너머의 빛을 비추는지를 보여준다.
저자

크리스티앙보뱅


저자:크리스티앙보뱅(ChristianBobin)
프랑스의대표시인이자에세이스트.동시대에서는찾아볼수없는독특하고맑은문체로프랑스의문단,언론,독자모두에게찬사를받으며사랑받는작가.1951년프랑스부르고뉴지방의크뢰조에서태어나2022년11월24일,71세의일기로생을마감했다.평생그곳에서글쓰기를하며문단이나출판계등사교계와는동떨어진생활을해온고독한작가다.대학에서철학공부를마친후1977년첫작품인『주홍글씨(Lettrepourpre)』를출간했고아시시의성인프란체스코의삶을유려한문장으로풀어낸『지극히낮으신(LeTres-Bas)』이라는작품으로세간에자신의이름을알렸다.유서깊은프랑스문학상,되마고상및가톨릭문학대상,조제프델타이상을수상한바있다.

역자:김도연
한국외대불어과와동대학원에서프랑스어를전공하고파리13대학에서언어학박사과정을수료했다.지금은독자들에게좋은책을소개하고싶은마음에책을기획하고만드는일을하고있다.옮긴책으로는『마지막욕망』『가벼운마음』『그리움의정원에서』『다른딸』『나의페르시아어수업』『라플란드의밤』『내손놓지마』『내욕망의리스트』등이있다.

목차


서문_6p
그리움의정원에서_11p
이중의사랑기록_김연덕시인(추천사)-100p

출판사 서평

상실의자리에서다시피어나는사랑과삶
“우리는그리움속에서시들어가고,그안에서켜켜이쌓이는삶을깨닫기도한다.”

1979년가을,스물여덟살이던보뱅은지슬렌마리옹을처음만난다.그들의만남은짧지만강렬했고,보뱅은그날이바로“하늘꼭대기까지닿도록영원을힘껏던지는두번째탄생”이이루어진날이라고고백한다.그후로보뱅은“가장바쁘고도고요한방식”으로지슬렌을사랑했으며,그녀는보뱅의삶에생생한빛으로자리잡는다.그러나1995년여름,지슬렌은파열성뇌동맥류로갑작스럽게세상을떠난다.그해가을과겨울,보뱅은그녀의부재로인한형언할수없는고통속에서이책을써내려간다.『그리움의정원에서』는지슬렌의죽음이라는비극을마주하며,그녀의생생한모습과그들이함께했던순간들을섬세하게되살려낸결과물이다.

보뱅은이책에서지슬렌의미소,그녀의따뜻한행동,그리고그녀가남긴삶의흔적들을세심하게그려낸다.그는그녀의죽음을“수수께끼”로묘사하며,그안에담긴온화함과냉혹함을동시에받아들이는과정을걷는다.“네죽음은수수께끼같아서그안에온화함이있는지냉혹함이있는지알수없다.나는선택의여지가없다고,온화함을받아들이려면냉혹한죽음의실체마저받아들여야한다고생각한다.”이문장은보뱅이상실의아픔속에서도삶의아름다움을찾아가는여정을상징적으로보여준다.

“너로인한그리움과공허와고통마저도내안으로들어와나의가장큰기쁨이된다.그리움,공허,고통그리고기쁨은네가내게남긴보물이다.이런보물은결코고갈되지않는다.이제내가해야할일은죽음의시간이올때까지,‘지금’에서‘지금’으로가는것뿐이다.”

크리스티앙보뱅의문체는이책에서특히빛을발한다.그는일상적인언어를초월하는시적인문장으로,지슬렌의존재와그녀의부재를동시에포착한다.그의글은마치정원에심어진꽃처럼,섬세하면서도생명력으로가득차있다.보뱅은사랑하는이를잃은슬픔을단순히애도의언어로표현하지않는다.대신,그는지슬렌의삶이여전히그의곁에서살아숨쉬고있음을,그녀의웃음과눈빛이그의기억속에서영원히빛난다는사실을강조한다.상실의비극을다루면서도,동시에삶의경이로움을찬미하는텍스트.보뱅은죽음이삶의끝이아니라,오히려삶의깊이를드러내는통로라고말하는듯하다.그는지슬렌의죽음을통해삶의소중함과사랑의영속성을깨닫고,이를독자와공유한다.그리하여그의문학적여정에서가장내밀하고도보편적인이작품은독자로하여금사랑했던이들을떠올리게하고,‘어떻게사랑했던이의부재를견딜수있을까?그리고어떻게그부재속에서여전히사랑할수있을까?’와같은질문을건네며,상실의아픔속에서도삶의아름다움을발견하도록돕는다.

책속에서

삶과마찬가지로죽음또한자신만의간주곡과계절을지니고성장해간다.오늘,우리는봄의문턱에있다.내일이면라일락과벚꽃이축제를벌일것이다.지슬렌,너를보기위해네가죽기전으로돌아간다면,―하지만너는언제나그이전,그앞에있었다.그러니돌아간다는건적당한단어가아니다.―소나기를맞으며눈부시게웃음짓던생기가득한너를볼수있으리라.그리운너의미소.우리는그리움속에서시들어가고,그안에서켜켜이쌓이는삶을깨닫기도한다.-6

네죽음은내안의모든걸산산이부서뜨렸다.
마음만남기고.
네가만들었던나의마음.사라진네두손으로여전히빚고있고,사라진네목소리로잠잠해지고,사라진네웃음으로환히켜지는마음을.-11

나는아주잘알고있다.이땅에서너를다시는볼수없다는것과지상에울려퍼지던네웃음과네발자국소리를더는들을수없다는것을.지금으로선이사실을아는것으로족하다.너로부터오던부드러움이내게다시왔고,부드러움은오늘최고조에이르렀다.부드러움은네열린무덤에서나왔다.무덤속의네밝은색목관과바로위,아픈입속의시커먼이처럼썩어버린두개의다른관.나는관들을오래도록응시했다.내게소중한장면이다.나는이이미지를내곁에간직하고,내옆에잡아둘수있는빛을찾는다.너에대해씀으로써그빛을찾는다.네가남겨놓은숙제를해야한다는듯이.이숙제는여전히선물과같다.-16

네죽음은수수께끼같아서그안에온화함이있는지냉혹함이있는지알수없다.나는선택의여지가없다고,온화함을받아들이려면냉혹한죽음의실체마저받아들여야한다고생각한다.네가내게준것들은모두고귀하고순수한것들이었다.그러므로나는이제네죽음안에감춰진고귀하고순수한것을찾는다.어디서든,심지어최악의곳에서도찬탄할만한소재를찾는일,나는네가가르쳐준대로글을쓴다.-18

처음에나는목소리를잃었다고생각했다.말과죽음은동시에한공간으로들어가려다가서로문턱에서걸리는두사람과같았다.죽음은점점더커졌고,말은점점더더듬게되었다.그러다나는알게되었다.사람들이죽음에관해안다고여기는모든것들과고통에대해되풀이되는상투적인말들,그리고다시산만한삶으로돌아가야한다는필연의논리들,그모든것을전염병처럼피해가야한다는것을.또한나는깨달았다.삶과마찬가지로죽음에있어서도다른이의말에귀기울이지말아야하며,죽음을말할때는사랑을이야기하듯부드러운목소리로,열정어린목소리로말해야한다는것을.죽음의고유한특성과사랑의감미로움에어울리는세밀한언어를선택해야한다는사실을.
침묵하면서살기를원한다.내마음을사로잡는것은침묵이다.내아버지의묵직한침묵이나요양원의침묵이아니라쥐라산맥숲속의침묵,백지같은침묵이다.-28

자유와지혜와사랑은세단어이나결국같은말이다.각단어가다른두단어와유리되면알맹이도의미도없는텅빈언어가되어버리므로.-37

사랑에절망하는일조차,너에게는여전히사랑하는한방식이었다.너는사랑그자체였다.네눈이그렇게말했고,네목소리가그렇게말했고,네삶전체가그렇게말하고있었다.죽음은‘사랑’을빼앗을수없다.그렇다면도대체죽음이네게서낚아챌수있었던건무엇이었을까?-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