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낮으신 (개정판)

지극히 낮으신 (개정판)

$15.00
Description
『지극히 낮으신』은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를 다룬 책이지만, 전기라기보다는 하나의 깊은 명상에 가깝다. 크리스티앙 보뱅은 성인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재현하지 않는다. 대신 가장 낮은 곳, 가장 작은 것, 가장 조용한 순간들에 시선을 머물게 하며, 그 안에서 사랑과 믿음, 그리고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다.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세속적 삶을 살던 한 젊은이가 모든 것을 버리고 절대적 가난의 길로 들어서는 이야기, 아버지와의 단절, 거리 위에서의 설교와 동물들과의 대화, 공동체의 탄생 같은 일화들은 이 책에서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기 위한 재현이 아니라 사유를 시작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보뱅에게 중요한 것은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그 사건들이 드러내는 낮아짐의 의미다.
보뱅은 제도와 권위의 ‘지극히 높은 자리에 머무는 신’이 아니라, 단순함과 겸손, 친밀함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지극히 낮은 곳에 머무는 신’을 말한다. 그 신은 웅변하지 않고 속삭이며, 군중 앞에 서지 않고 바람과 침묵 속에서 말을 건다. 이 책에서 13세기는 마음에 말을 걸던 시대로, 20세기는 팔기 위해 말하는 시대로 대비되며, 그 간극은 오늘 우리의 삶과 언어, 그리고 믿음의 자리를 되묻게 한다.
종교적 신념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믿음과 사랑을 가장 깊은 자리에서 사유하게 만드는 이 책은 신자와 비신자의 경계를 넘어 읽힌다. 작가이자 신학자인 가브리엘 링글레가 보뱅을 “위대한 시인”이라 부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와 소음,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독자에게 『지극히 낮으신』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 들려오는, 가장 조용하고도 단단한 목소리다.
저자

크리스티앙보뱅

크리스티앙보뱅은프랑스의대표시인이자에세이스트이다.동시대에서는찾아볼수없는독특하고맑은문체로프랑스의문단,언론,독자모두에게찬사를받으며사랑받는작가다.1951년프랑스부르고뉴지방의르크뢰조에서태어나2022년11월24일,71세의일기로생을마감했다.평생그곳에서글쓰기를하며문단이나출판계등사교계와는동떨어진생활을해온고독한작가다.대학에서철학공부를마친후1977년첫작품인『주홍글씨(Lettrepourpre)』를출간했고아시시의성인프란체스코의삶을유려한문장으로풀어낸『지극히낮으신(LeTrès-Bas)』이라는작품으로세간에자신의이름을알렸다.유서깊은프랑스문학상,되마고상및가톨릭문학대상,조제프델타이상을수상한바있다.

목차

답변이불가능한질문하나-9p
사실성인은존재하지않는다-21p
달콤한무無-33p
일각수,불도마뱀,귀뚜라미-45p
그림자로가득한몇마디말-55p
보세요,전떠납니다-67p
사천살,그리고먼지-81p
]내형제당나귀-93p
여자들의진영,하느님의웃음-105p
노쇠한하느님-115p
당신들은저를사랑한다말하면서제마음을슬프게합니다-125p
추한이미지,거룩한이미지-139p
성프란체스코,가난한자의얼굴(역자후기)-146p

출판사 서평

■진정한믿음과사랑이란무엇인가?진리란무엇인가?
■1993년되마고상,프랑스가톨릭문학대상수상

21세기를살아가는이들에게믿음과사랑은무엇인가?진리란무엇인가?독자들을사색으로이끄는시적인언어와간결하고독특한문체로자신만의음악을탄생시켰다고평가받는크리스티앙보뱅이13세기의성인아시시의프란체스코의삶을그려냈다.
“신앙을가지고있든아니든상관없다.종교가아니라신성한것들로가득한글이다.”
“그의문장과단어들은모두시와같아서순수한행복을느낀다.”
“이책의가치는단지정교하게세공된,시적이고의미가깊은언어사용에만있지않다.보뱅이우리에게전하는삶의본질에대한사색이야말로이책의가치다.”
지금도여전히프랑스독자들의사랑을받고있는『지극히낮으신』은1992년에프랑스갈리마르출판사에서출간되어1993년되마고상,프랑스가톨릭문학대상을수상한작품이다.교황프란체스코의즉위식방송중에가브리엘랑레는이책을인용하며크리스티앙보뱅을‘위대한시인’이라말한바있다.

■13세기의성인아시시의프란체스코의삶을통한깊은사색과깨달음

하느님을노래한음유시인이며가난한이들의친구,동물들의수호성인이기도한프란체스코.13세기초청빈을신조로‘작은형제회’를조직하고세속화된로마가톨릭교회내부의개혁운동을이끈탁발수도승이다.우리에겐무엇보다〈평화의기도〉와〈태양의노래〉로기억되는성인.리스트는그의삶에감복해〈새들에게설교하는아시시의성프란체스코〉를작곡했고,그의삶을연작벽화로그린조토의그림을통해서도우리에게몹시친근한성인이다.(옮긴이의말)

"우리는그에대해거의아무것도모르며,이것이오히려좋습니다.누군가에대해알고있는것은그를진정으로알게하는것을방해합니다."

프란체스코는12세기말,이탈리아의아시시라는도시에서태어나부유한상인의가정에서자랐다.젊은시절술과여자와노름을즐기던청년은기사도와영광을꿈꾸며전쟁에나가지만포로가되고감옥에갇히고병으로쇠약해져그곳을벗어난다.하지만그어두운감방에서도그는쾌활함을잃지않는다.아름다운목소리로노래하며포로가된동료들을위로한다.이는세상이아닌다른곳에서부터온기쁨의발견이다.“우리가정말로살고있는곳은하루하루를보내는그곳이아니라,무얼희망하는지도모르면서우리가희망하는그곳이며,무엇이노래하게만드는지도모르면서우리가노래하는그곳”이기에.고향으로돌아온프란체스코는삶이변해야한다는것을느낀다.이삶을버리고다른삶을살아야함을깨닫는다.그러나어떻게해야할지알지못한다.또다시전쟁일일어나고,길을떠난그는스폴레토라는도시에서잠속에찾아든하느님을만난다.천둥같은목소리로호령하는‘지극히높으신’하느님이아닌,잠든이의귓속에대고속삭이는‘지극히낮으신’분을.페루자의감옥,아시시에서앓은병,스폴레토에서꾼꿈.-이세가지은밀한상처로인해야망의나쁜피는사라져버린다.친구,여자,노름에서얻는즐거움은시들해지고,이땅에서젊고사랑받는존재가되는것보다더큰기쁨을소망하게된다.

■진리는분명높은곳에있기보다낮은곳에있음을,충족속에있기보다결핍속에있음을.

“우리는이제진리가어디에있는지안다.진리는섹스에있고,경제에있고,문화에있다.우리는이진리의궁극적인진실이어디에있는지도잘안다.다름아닌죽음이다.우리는섹스를믿고,경제를믿고,문화를믿고,죽음을믿는다.그모두를아우르는결정적인한마디는결국죽음이라믿는다.죽음이이를갈며먹이를단단히물고있다고.”

보뱅은13세기성인의삶을통해21세기우리에게질문을던진다.진리란무엇인가,믿음과사랑은무엇인가.그렇지만보뱅은그답이결코책안에있지않음을알고있다.답변은책안에있기보다책을“읽는사람의마음속에존재”하는것임을.“답변은읽는것이아니라느끼는것”“몸과정신과영혼으로느끼는것”이기에.
보뱅은성프란체스코의생애를객관적으로나열하거나교훈을전달하려고하는대신성인의삶에끼어드는사건과장면들을포착해윤곽을그리며가볍고정확한터치의언어로그안에담긴은총을전달한다.짧은숨결의문장이동심원을그리며물결처럼다가와우리안에스며든다.
그아름다운문장들이우리가배워온모든것들의위계를불현듯뒤집어놓는다.지극히높으신하느님은지극히낮으신하느님으로우리곁에머문다,진리는높은곳이아닌낮은곳에있음을.충족속에있기보다결핍속에있음을느끼게된다.영혼의성장은몸의성장과는반대로이루어짐으로어른이꽃이라면어린이가열매임을우리는깨닫는다.그리하여만나게되는것은기쁨.어린아이의순전한기쁨,기쁨에넘치는사랑이다.

■'낮음'을통해도달하는'높음'의역설

제목인‘LeTrès-Bas(지극히낮으신)’은하나님을지칭하는‘LeTrès-Haut(지극히높으신)’을비튼표현이다.보뱅은프란체스코가스스로를낮추고,가난해지고,맨발로땅을딛는행위를통해역설적으로신성(神性)의가장높은지점에도달했음을보여준다.화려한성당의금빛장식이아니라,길가의돌멩이,지저귀는새들,그리고죽음조차'자매'라부를수있는비움의철학이이얇은책속에담겨있다.그러나이얇은책은빠르게읽히지않는다.시간을요구하고,머무름을요구한다.그느린독서의끝에서독자는비움과기쁨,그리고사랑에대해이전과는다른감각으로생각하게된다.소비와소음,과잉의시대를살아가는오늘의독자에게『지극히낮으신』은,가장낮은자리에서들려오는가장조용하고단단한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