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말 · 끝나지 않는 혁명의 스케치 : 브라네 모제티치 시집 - 움직씨 퀴어 시인선

시시한 말 · 끝나지 않는 혁명의 스케치 : 브라네 모제티치 시집 - 움직씨 퀴어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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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브라네모제티치

시인이며작가,번역가,편집자입니다.슬로베니아류블랴나에서태어났습니다.류블랴나대학에서비교문학과문학이론을공부했고,프랑스파리에서유학생활을하며번역작업에몰두했습니다.아르튀르랭보,장주네,미셸푸코를번역한바있습니다.지금까지시집16권과단편소설1권,소설3권,그림책6권을발표했으며,전세계에70여권의번역서로소개되었습니다.1990년이후,그는성소수자운동가이자커밍아웃한게이로널리알려졌습니다.2003년,게이시인의일상을다룬시집시시한말Banalije로슬로베니아최고시문학상인젠코상JenkoAward을받으며,13개언어로번역되었습니다.2013년에발표한시집끝나지않는혁명의스케치Nedokon?aneskicenekerevolucije는섹슈얼리티와혁명,반전메시지를다뤄2019년미국람다문학상게이시부문파이널리스트에올랐습니다.편집자로서4권의LGBT단편집과슬로베니아현대문학선을편집했으며,출판인으로서170여권에달하는LGBT문학콜렉션람다Lambda시리즈를펴냈습니다.한국어로번역출간된책으로그림책첫사랑,무기의땅아이들이있습니다.

목차

시시한말A―5

그는늦었다,평소처럼
개가초원이곳저곳을뛰어다닌다
왜내가군인을싫어하냐고?
너의집을지나치는게두렵다
무슨일이있었냐고?
사람들은요즈음전쟁과평화를결정한다
오늘오후그소녀가다시찾아온다
금요일은네가죽음을생각하는날이다
미사일들이하늘을밝히는것처럼보인다
노천카페에서첫햇살아래앉았을때
얼마나더오래그걸버틸수있을지모르겠다
그는자신이열여섯살이라고말했다
궁정시인들뒤에지혜로운시인들이나타났다
아침부터벌써지옥처럼더웠다
그후나는한시인과만난다
우리의무언가가잘못된게틀림없다
나는읽은기사
젊은중국남자가내게데리다를설명한다
나는계속휴대폰을확인하는스스로를깨닫는다
그들은그무엇도주지않았다
여기축소판상파울루
모르겠다,어쩌다이차에탔던것인지
오직너로부터수천킬로떨어져있을때만
나는고층건물에올라가는걸좋아하지않는다
진정우리의것이었던여행
그는구석의자위에수그린채
그는책방서가뒤에서내게미소를지었다
표범이된꿈을꾼다
바위에서펄쩍펄쩍뛰며옷을벗는남자들
너도들리니,데이브
내쓸모없음에대한
하루가점점끝에가까워지면
나는시낭독회에가는중이고
나는주변사람들의말에귀를기울이며응시한다
어둠속에서는두눈만빛나고
나는이모든날씬한소년들을지켜본다
너는모든걸놓치는거야,리틀지미
네가왜마음에떠올랐는지모르겠어
정말그런생각이든다
사랑하는안나,류블랴나는악몽이야
할아버지는첫번째사람이었다
난이해가안된다,왜뭐가그리도잘못되었는지
나는담당의사에게갔고당황하며인정했다
밤은길고잠은오지않는다
우리가구름위로날때,나는생각한다
나는그녀에게들켰다
베트남여자는내어휘들을넘어설것이다
넌안믿길거야,그가내게말한다
동네위로황혼이내릴무렵
잊는다는것

추천사64
날것의욕망속에서붉게번식하고
굶주린꿈속에서서식하다끈끈한침을뱉는(毛魚모지민)

옮긴이말66
내가만난브라네모제티치(김목인)


끝나지않는혁명의스케치B―5

내가어릴적,그들은우리에게작은깃발들을흔들게했다
나는길고텅빈복도를힘겹게지나간다
그날우린우리집에서회의를
우리는계속해서로슈카거리로나아갔다
니카라과의뜨거운태양
1973년11월28일,유니온시네마에서영화를보았다
74년봄,우리는편지한통을받았다
1941년8월말,슬라브코삼촌이콘그레스니광장을산책한다
수킬로미터를이어지고또이어지는
뜨거운7월의밤,네대의적기가추락했다
매세기마다혁명을위한숱한투쟁들이있었다
쿠바에서온연인들
85년3월나는그날밤도생오노레가에있는클럽HT주변을맴돌며
우리는버스를탔다.끔찍하고덥고
2001년6월,나는한카페에입장하는것이허용되지않았다
내가어릴적,사람들은일주일에한번씩불위에다물을데웠다
며칠째나는말들을찾았다
88년여름은길고지쳤다
대부분나는남자들이그저나와섹스하려고
고르바초프의도착을위한모든것이준비되었다
다소어색한일이다,이처럼과거를뒤적이는것
어릴적,나는타일을바른난로안으로기어들었다
나의아빠는엽서들에만존재한다
하나씩하나씩나는세편의이야기를손에쥔다
67년여름.사람들은아이였던우리를해변으로보냈다
내가태어난지두달뒤
몽셰리,몽두두
어느축제에시의저녁이있었다
1996년5월,교황의류블랴나방문
나는전통적인가족을일부라도느껴본적이없다
맨처음어느테크노파티에갔을때
마라톤낭독이있었다
어느저녁학교에서집으로돌아오던날을기억한다
열여섯살에나는이미학교에서가장열성적인시인이었다
고작열다섯살도안되었을때다
첫키스이후20년이넘은지금
76년봄.모든것이굉장한에너지로펼쳐졌다
수년간나는손에성자를쥔채잠을잤다
85년2월,나는벌써쿨이란단어를쓴다
b.와나는문학낭독회를열고싶지않았다
나는내자신을30년전의어느시점에가져다놓았다
스무살도안되었을때
내가태어나자마자이모는곧장세례식에데려갔다
2013년8월23일.나는힘겹게병원건물로오른다

해제58
‘밤은길고잠은오지않는’시간의시(남웅)

행동주의에세이63
늪의꿈,진흙의걸음,영원의몸(김대현)

출판사 서평

“모든책들,대화와글쓰기는내마음에서길을잃었다.
우스워져나를좋은분위기로돌려놓는시시한것들에대해얘기한다.”
슬로베니아최고시문학상젠코상수상,『시시한말』

사랑이없다면,인생,글쓰기,모두부질없다.그저시시할뿐.『시시한말』은태어나면서부터‘남자들의세계’에서폭력의냄새를맡았던시인이어린시절경험한사랑의흔적을찾아헤맨퇴폐와방랑의여정이자금기시된성적실천이솔직대담하게기록된퀴어당사자의생생한역사다.“개인적인것이정치적인것”이라는페미니즘제2물결의슬로건처럼,시인은퀴어개인의삶이사회전반의성억압과권력아래있고,그렇기에결코시시하지않은당사자의시간은사회역사적으로조명되어야한다는것을역설적으로말한다.해제를쓴문화평론가남웅은“경찰의조롱과감시,에이즈히스테리아가지나간자리에는섹스와약물이저변에놓인다.세상의끝류블랴나에서의무기력한삶과고통,모든부정적인힘들이농축된가운데시인은여전히,그모든건섹스라고쓴다.”라며“사방에서쏟아져들어오는혼돈의세상에있으면서도견디고관찰하기를자임한다.”라고평한다.시집추천사를쓴영화배우겸작가,드랙아티스트인모어모지민은“너무쉽게피고지고너무짧게오고가고.왜아름다운것들은금세사라질까.”라며안타까워하지만,시인은이를구름에빗대며“천사들이창조되었던방식”이라쓰고있다.성적해방의비애,허무,매혹,파격을그린『시시한말』로슬로베니아최고시문학상인젠코상을수상한브라네모제티치는슬로베니아현대시를대표하는독보적인시인이다.

“나는한카페에입장하는것이허용되지않았다.
호모라는이유로.개가된느낌이었다.”
미국람다문학상게이시부문파이널리스트,『끝나지않는혁명의스케치』

2001년6월,시인은한카페에입장하는것이허용되지않았다.동성애자라는이유로.‘유럽한복판에서하나의국가라는환상은마침내산산조각이났다(혁명22페이지)’.그후모든사랑은똑같이아름답다는등의슬로건을내건프로젝트들은시인을끔찍이도역겹게했다.멋지고,품위있고,선한사회를찬양하는허상속에서환멸을품는다.『끝나지않는혁명의스케치』는동유럽반파시스트인권활동가인시인의정치역사적인면모가담긴산문시다.1980년티토가죽고유고슬라비아사회주의연방이붕괴되면서전쟁이일어난가운데슬로베니아는독립하지만,유고내전은2001년까지지속된다.시집에발문을쓴역사연구자김대현은“혁명과반혁명,민족주의를등에업은전쟁과인종청소가구유고연방지역을휩쓸동안,신생국슬로베니아또한이전유고연방시기에비해군사화보수화되며민족주의가대두되는흐름을보인다.”라며,“탈식민과냉전과인권침해의불구덩이를살아온한국독자들에게그리낯설지않은역사.”라고쓴다.옮긴이김목인은“혼란스러웠던현대사의격변을경험했고,냉소적인데다섬세했으며,위트있고다정다감했다.분노하다가체념했고,소심하게시작해도발적인선언을드러내기도했다”라며,“동시대를살아가는위대한시인의시를소개할수있어너무나영광이다.”라고덧붙였다.이보안드리치,다닐로키슈등동유럽문학특유의지성과감각을잇는작가브라네모제티치의『끝나지않는혁명의스케치』는미국람다문학상게이시부분파이널리스트에오르기도했다.그의시적혁명은미완이아니라충분히평가받지못했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