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꽃, 몌별 (이토록 시조집)

흰 꽃, 몌별 (이토록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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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7년 백수문학상 신인상과 2018년 천강 문학상 시조대상을 수상한, 시조단의 무서운 신인, 이토록 시인의 첫 시조집『흰 꽃, 몌별』이 도서출판 작가에서 출간되었다. 4부로 나뉘어져 총 63편의 신작 시조를 수록한 이토록의 첫 시조집 『흰 꽃, 몌별』은 우리 시조단의 새로운 창신(創新)을 제안하는 적극적 참조항이자 매우 개성적 목소리를 담은, 주목할 만한 미학적 성과이다.
저자

이토록

경북선산에서태어나금오공고와제주대학교를졸업했다.2017년《열린시학》으로등단했으며,시조집으로『흰꽃,몌별』이있다.천강문학상시조대상,백수문학상신인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세상이캄캄해져야만우주의먼별이온다
깊이를더하다13
맹인안마사14
플라스틱트리15
양철지붕에내리는싸락눈16
황사17
겨울이일찍오는마을18
수화20
노란잠수함21
휴머노이드22
헛제삿밥23
노을속으로24
비의약전25
독수리를찾아서26
목간27
우박에관한몇개의비유28
물웅덩이29

2부당신이내안으로들어오려했던걸까
쭉정이33
지금은간신히34
언덕위의십자가35
어제의일36
사랑한다는말38
마지막눈송이가40
소리도없이울겠지만41
석류42
드라이플라워43
골목과미명이만나는시간44
향어45
넝쿨장미46
하구에이르다47
상강의이별48
한통속49
치유50

3부어디서흘러왔나저써늘한문장들
활53
다시쓰는헌화가55
누정의꽃56
읍성에서한시절58
면암을읽는밤59
흰꽃,몌별60
늙은뱀62
절필63
마당을쓸다64
시,제련65
월동,가전체로쓰다67
겨울,산가서68
독거에들다69
느티나무집71
싸리나무약사72

4부생각이한소끔끓어목울대가뜨끈하다
쇠뿔75
혼백처럼눈발이77
국수를기다리다78
심야버스를타는하루살이79
0시의편의점80
화분을갈며81
집에대하여82
다시쓰는도하가84
냉장고문짝에노란색포스트잇85
칸나86
포니를타고가다87
발굴88
로드킬90
휘발유91
물가에놓인신발92
낙화유수94

해설/존재론적심층의언어가그려간완미한정형미학_유성호97

출판사 서평

존재론적심층의언어가그려간완미한정형미학
은유의힘으로써내려가는시조단의무서운신인
이토록의첫시조집『흰꽃,몌별』!!

그의시조는견고한정형율격에다양한현대성을도입해야하는현대시조의형식적,내용적요청에최대한부응하는정서적모더니티의한정점을보여준다.정형미학의고갱이를첨예한형식적절제의지로표현해간그의시조집은그점에서우리시조가맞닥뜨리고있는과제들에대한정공법적답변이될수있을것이다.그만큼그의언어는그동안현대시조가의존해왔던부드럽고안정적인화해지향의에토스를넘어,일상의페이소스와현실적중압을포괄하는직핍(直逼)의사유를훤칠하게보여준다.나아가일견완미하고일견거침없는언어와형상을통해가장낮아진시선으로세계의심층을들여다본다.그가시조단의신인이라는것을잠시잊게할정도이다.

처연한결기에가까운깊이모를아득함
시조를포함한서정시는인간의존재론적근원에대한성찰을지속적으로수행해가는양식적본령을거느린다.이토록의시조는이러한‘기원’추구와‘시간’탐색의과정을일관된서정의원리에의해펼쳐간다.그렇게시인은자신의시조에사물의세목을재현하고그안에서삶의시간성을덧입혀가장근원적인삶의이법(理法)을노래해간다.그안에들어있는정서는처연한결기에가까운깊이모를아득함이다.

꽁꽁언저수지에새한마리박혀있다

세상을빠져나갈출구인줄알았을까
저새는
깨진부리로비명에쩡,금을냈다

둑방길억새들도머리채잡혀떨고
목숨을헹구어낼커다란대야하나

흰눈이회오리치며찬주검을덮는다

계절이막다른곳허공에빗장걸듯
한사코막아서는이악문표지아래

한줌인새의무게가그깊이를더했다
-「깊이를더하다」전문

이작품의문맥은결빙된겨울저수지에부리를박고죽은“새한마리”에대한관찰의결과이다.그곳이출구였을리는없었겠지만,새는부리를깨뜨리면서자신의비명에금을내는순간을맞았을것이다.둑방길억새들도떨고있고“커다란대야”처럼놓인저수지에흰눈이새의주검을덮는다.그“계절이막다른”허공에한줌새의무게가깊이를더하는장면이야말로가장정적(靜的)인계절한복판에가장깊고처연한시인의마음이투사(投射)된결과일것이다.그것은세상의바깥으로나가려다가그것이좌절되면서비롯된새의결기이기도할것이지만,깊이모를아득함으로더해오는시인자신의실존적전율의순간이기도할것이다.이러한감각의전율은“딱한줄말줄임표로숯이되어다문입”(「겨울이일찍오는마을」)이나“나무의맨살을뚫고떠오르는꽃한척”(「노란잠수함」)처럼견고한고요함으로일렁이는처연한존재자들을선명하게환기한다.

삶의은유,사랑과이별의제의를통한항존의상관물
이처럼우리가이토록의시조에서발견하는아름다운언어적권역은2인칭을향한사랑의마음에있다.자신의존재론적기원안에웅크리고있는애틋한기억을찾아나서면서시인은지금의자신을가능하게했던지점을인생론적성찰의현장으로옮겨간다.
시「마지막눈송이가」를읽어보면‘당신’은눈송이처럼이마를부딪치며‘나’의안으로들어오려고한다.‘창(窓)’이라는차폐물이그열망을가로막고있지만,“오래전닫아둔마음”이금가는순간,사랑의열망은“눈썹끝에떨고있는보풀같은기억”을선명하게되살려준다.떨어져흔적도없는‘마지막눈송이’는그렇게“소리만소복소복유리창”에남긴채허공을떠돌뿐이다.이때시인이불러보는‘당신’은“눈감으니몸안에향이”(「향어」)나거나“발등에/향유를쏟았던/네안의검은언덕”(「언덕위의십자가」)처럼온몸으로맞아들이려는절실한대상으로몸을바꾼다.그러나시인은사랑의불가능성만확인하게되고,온기처럼남은기억을통해사랑의흔적을환하게밟아갈뿐이다.따뜻하고흔적없는기억들이그사랑을한없이돋을새김하고있는것이다.

당신은누구라서
색없이몸을섞나
솔기터진소매끝에보풀처럼소복한꽃
꿈인가
이마를짚자
미열이또일었다

놓칠수가없는생
한울음끊어질듯
훗승이여괜찮다타고난몸붉다해도
그심장가슴에묻고
흰손저리흔들거니

꽃다비끝난계절
행여다시놓칠세라
동살에흰불이는상고대가지꺾어
이승은
당신붙드느라
색을다,놓친다
-「흰꽃,몌별(袂別)」전문

이제시인은소중한2인칭과몌별을한다.‘몌별(袂別)’이란소매를잡고헤어진다는뜻으로지극한서운함을담고있는말이다.이번시조집의표제작이기도한이작품은“솔기터진소매끝에보풀처럼소복한”흰꽃으로상정된‘당신’을향해‘꿈’과‘미열’과‘울음’을부여해간다.물론“한울음끊어질듯”심장을가슴에묻고손흔드는모습을통해시인은이승과훗승을넘나들며‘당신’을붙드느라색을다놓쳐버린상실감을토로한다.그러한몌별제의(祭儀)는“한세월/꽃만더듬다/발자국을/다놓친발”(「다시쓰는헌화가」)처럼안타까움과아름다움을동시에포괄하는순간일것이다.“어쩌다빛깔을얻어사라지게되었을”(「사랑한다는말」)순간들에대한지극한애착과그럼에도심장을가슴에묻고손을흔드는‘애착너머의사랑’이읽는이들의가슴을울린다.이처럼시인은사랑과이별의대상에대한아름다운기억을보여주면서그기억의과정이곧삶의은유임을설파해간다.다시말해우리는시인의목소리를통해2인칭에대한섬세하고아름다운기억과이별의심미성을경험하게되고,시인은사랑과이별을삶에대한해석의상관물로원용하면서2인칭으로하여금관조의대상이아니라시인의삶에항구적으로연루되는항존(恒存)의상관물로존재하게끔하고있는것이다.
그런가하면이토록의시선은동시대의타자(他者)를향한다.원래서정적발화는개별발화로서근본적으로독백적성격의것이다.그래서많은경우서정시는시인자신이살아온시간들을되새기고나아가그시간에절대치에가까운의미를부여하는특성을배타적으로지닌다.시간이남긴흔적이야말로시인자신의삶을암시하는형식일것이고서정시를이루어가는중요한내질(內質)이되는것이다.
“가난은쓸고닦아도”(「월동,가천체로쓰다」)지워지지않지만숱한“시절의통점”(「맹인안마사」)을사랑의힘으로건너는그들만의도하(渡河)가눈물겹게그려진아름다운작품이다.
이렇듯시인이공들여구상화하고있는음역(音域)은세상에서살아가는구체적존재자들의삶의양상에대한섬세한인식과표현에서발원한다.그는시조를통해한시대의심부(深部)를되돌아보는성찰의어법을꾀하면서,오랜흔들림끝에가닿는정신적공감과정서적연대의가능성을스스럼없이보여준다.이처럼동시대의타자들을관찰하고그들을연민하는이토록시인의시선과목소리는우리시조의외관을넓히는중요한성취라고할수있을것이다.

은유의힘으로써내려가는아름답고깊은잠언과자의식
또한우리는이토록의첫시조집에서‘시조’에대한아름답고깊은잠언(箴言)과자의식을내밀하게만나게된다.시인은이러한장르적메타의식을통해자연스럽게압축과긴장의미학을옹호하는쪽으로나아간다.물론압축과긴장의미학은서사나정서가들어차있던곳을일정하게비워냄으로써가능한것이다.따라서그의시조를읽는이들은그비워진터에자신의경험과기억을이입하여행간에숨은것을재구성해야한다.그점에서그의시조는의미를설명하지않고의미를함축하는쪽에서있다.

어디서흘러왔나저써늘한문장들
얼음장밑물소리이를무는치운섣달
계절은잠든붓깨워눈보라로일어선다

울음조차굳어버린내시의행간에는
발목빠진침묵들만흰뼈를두드릴까
써늘히뒷목을잡고뜬눈으로지새운밤

몸을떨며장을넘긴선생의지부상소
곡기끊은조선선비옷고름고쳐맬땐
날이선도끼한자루옆구리를스쳤다
-「면암을읽는밤」전문

‘면암(勉庵)’은최익현의호다.시인은국권회복에힘쓴그분의“써늘한문장”을읽으면서“얼음장밑물소리”와함께섣달눈보라가“잠든붓”을깨우는순간을상상해본다.정작자신의작품은울음도굳어버리고“발목빠진침묵들”만이흰뼈를두드리고있을뿐인데,그분이올린‘지부상소’는지금도날선도끼처럼자신의옆구리를스치며서늘한충격과깨달음을준것이다.이때‘지부상소(持斧上疏)’는‘시인이토록’의궁극적자기실현을가능케해주는궁극적지남(指南)으로각인된다.그렇게면암을읽는밤은시인에게“천개의물음들이한신음에터질듯”(「독거에들다」)한순간을선사하고있고,나아가“불타는얼음의말몸을깨서전하는날”(「우박에관한몇개의비유」)을가져다주고있는것이다.
시조를향한그의자의식은저변을한없이넓혀나간다.한라산구상나무를대상으로하여서늘한‘절필’의순간을노래한위의작품도그러한자의식에바쳐진다.그렇게고사목에비추어스스로를사유한시인은“뼈를깎는뉘우침”으로골각체를만들어간다.“산세가험할수록더쩡쩡한산울림”을통해“필화가되어눈퍼붓는한라산”에선것이다.이때간결하고흰뼈만내리꽂는“뻣센반골의획”이야말로,면암의‘지부상소’처럼,‘시인이토록’을예리하고단호하게만들어가는은유적힘일것이다.붉은동백꽃이낙관처럼가슴에찍히는과정을통해시인은“내안이어두웠다눈을못뜬별빛같은”(「석류」)미학적순간을탐색하면서“묵음의긴긴편지맨몸으로”(「목간(木簡)」)받아들이는자기성숙의순간을발견해가는것이다.
결국이토록시인은시조에대한철저한자의식아래그에상응하는‘쓰기’의은유를빌려가는궤적을보여준다.다시말하면삶의보편성을환기하는장치를상정한후거기에시인으로서의자의식을투영하는과정을붙이는것이다.물론이러한과정이존재론적자기도취로흘러가는것은결코아니다.오히려시인은구체적상황을질료로삼으면서도그안에갇히지않고‘쓰기’의정신을통해삶에대한시인으로서의존재론적충동을토로해가는것이다.그과정이단연묵중하고또진정성으로넘친다.
이처럼이토록시인은자신의사유와감각을응축하고비본질적인맥락을가능한한배제하는시조미학을완성해가고있다.최근변격이나일탈형식이채택되곤하는경향에비추어이러한그의시조미학은우리시조단에중요한감계(鑑戒)로작용하게될것이다.초월과암시를주음(主音)으로삼으면서응축의미학을구현해가는그만의완결성은앞으로도귀중한미적권역으로그중요성을지켜갈것이다.일상의페이소스와현실적중압을포괄하는직핍의사유를담아낸그의시조는이처럼존재론적심층의언어를통해정형미학의한축도(縮圖)를빼어나게그려냈다.이는그의첫시조집에많은이들의관심이뒤따르기를바라는까닭이기도할것이다.
은유의힘으로써내려간시조단의무서운신인,이토록시인의첫시조집『흰꽃,몌별』의행간을읽으며,그의낯설고서늘한메타포와한번대면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