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래보다 먼저 산을 넘은 그대 (이정환 산문집)

내 노래보다 먼저 산을 넘은 그대 (이정환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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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조의 산맥을 넘어 당도한
둘레길 같은 풍경을 문장에 담다”

시조 시단의 한복판을 걸어온 대가 이정환 시인의 내밀한 고백을 담은 산문집
40여 년 시조 시단을 지키며 작품 활동을 숙명으로 여겨온 이정환 시인이 새 산문집 『내 노래보다 먼저 산을 넘은 그대』를 펴냈다.
이정환 시인은 1954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1978년《시조문학》추천 완료,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시조)로 등단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조집으로 『아침 반감』 『불의 흔적』 『별안간』 『휘영청』 『오백년 입맞춤』 등과 동시조집 『길도 잠잔단다』 『일락일락 라일락』 등이 있다. 중앙시조대상, 이호우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금복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정음시조문학운영위원장, 사단법인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통을 지키는 가운데 다채로운 변용에도 꾸준히 노력을 기울인 시인은 시조를 현재의 독자와 마주하는 생생한 장르로 만들어왔다. 고시조와는 변별되는 ‘다른 목소리’의 주체가 되기 위해 시대정신에 충실한 그의 시풍은 시조시단의 후배들에게도 계승되며, 시조라는 공간을 ‘과거’와 ‘오늘’이 공존하는 곳으로 만들었다.
정음시조문학상을 제정해 꾸준히 운영하고, 또 지난해 한국시조시인협회의 이사장으로 선출되어 열정적으로 시조시단을 이끌어오고 있는 시인은 이번 산문집을 통해 시조의 산맥을 넘어 도착한 둘레길에서 만난 풍경들, 그리고 자신보다 먼저 도착한 이들과의 만남을 유연하면서도 견고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저자

이정환

1954년경북군위에서남.1981년'중앙일보'신춘문예로문단에나옴.시집'아침반감','서서천년을흐를지라도','불의흔적','물소리를꺾어그대에게바치다','금빛잉어','가구가운다,나무가운다','원에관하여'등을펴냄

목차

자서
제1부쓰는것사는것
눈물꽃나비13
오백년입맞춤24
코브라38
변심·변덕·변화45

제2부내란의짐승떼
당신55
자화상57
저꽃을어찌하랴59
타지마할61
불멸의연인63
그럴수없는사람65
불의흔적67
별사69
눈빛으로천년71
금빛화살72
자목련산비탈73
긴별리의나날74
첫눈75
애틋한것을76
그립다로집을지어77
서서천년을흐를지라도79
또다시천년80
못물82
황급히달려온꽃83
돌을던지면84
멧짐승그최후앞에85
때로내안에서거대하게86
첼로의숲89
세상을줄줄이꿰어91
삼강나루터95
물망102

제3부꿈에본사닥다리
첫지면이후113
묵묵부답에관하여124
흑애128
섬에사무치다,천년에사무치다132
연시에대하여135
물소리를꺾어그대에게137
벼루의밑바닥까지내려간시146
청령포152
한껏솟구쳐올랐기에긴비상이가능했던눈부신연대154
아버지의두꺼비가누이의두꺼비로다!159
시스루의시167
새벽여섯시와하오두시의애월바다171
무게를덜어낸밥상들의노래174
좋은그림177
인애의집180

제4부시조와더불어
외솔최현배185
구룡폭포조운188
살구꽃서정과깃발의힘이호우191
초정김상옥194
월하리태극198
간만의차백수정완영199
사봉장순하202
가락의높은궁전박재삼204
샘터김재순206
신운서벌209
설악조오현211
변조류제하213
영혼의자줏빛상처이우걸215
원용우교수218
의재최운식교수220
장경렬교수222
유성호교수225
태산준령최영효231
달북문인수235
천상박권숙238

제5부시절이야기
삼국유사면학암리243
칠성동249
봉덕동·중동252
지례면교리253
신암동·복현동255
지산동·범물동257

출판사 서평

1부‘쓰는것사는것’에서는시인이삶속에서시적인순간과만나는장면을담아낸다.그는일상속에서시조의한구절을기다린다.차를몰고청송쪽으로달려탑리오층석탑을만나고,엘가의〈사랑의인사〉를들으며사랑과예술혼에대해생각하고,대학강단에서신입생들과마주하며자신이가르쳐야할시조의가치에대해생각한다.“시로부터버림받았다가다시시가돌아오면서일어설수있었”(「오백년입맞춤」)던순간도있었고,“살아갈수록허무함을느끼며모든괴로움을또다시되풀이할수는없(「코브라」)”다고비탄에빠지던시기도있었다.하지만그가시를발견한건꾸준히느리게이어온‘순례’와같은시간들속에서였다.“이땅에발붙이고사는그누구든지모두순례자”라고하는시인은평범한일상의여러시간과장소들을순례하듯찾아다니며,오랜여운을안기는아름다운풍경들과자연스럽게만난다.그래서시인은“때로풍경만잘그려도드물게오랜여운을안기는아름다운시가되는때가있다”고,깊은성찰의밀도를지닌겸허한문장으로고백할수있게된다.

하루가금방지나가버린다.밥먹고책보고강의다녀오고글몇줄쓰다가보면날이저문다.물론틈틈이벗을만나고운동을한다.상대가있는탁구경기는특히흥미진진하다.작은공하나가네트를사이에두고벼락같이왔다갔다하는일이재미있다.공격에성공해도웃고,실패해도웃는다.탁구는웃음을안겨주는운동종목이다.비가오나눈이오나즐길수있다.무수한되풀이가이어지는경기즉반복훈련이라는점에서시쓰기와다를바없다.탁구경기를하다가잠시나는누구인가?나는무엇을바라고사는가?함께모여운동하는이들의내면에는어떤생각이들어있는가?그런생각을할때가있다.예순해넘게살아가고있는나자신의존재를남몰래들여다보는것이다.
-「변심·변덕·변화」중에서,본문50쪽

2부‘내란의짐승떼’는‘당신’에대한고백을담았다.“세상모든존재가내게는당신이다.당신이라는이름으로늘내안에있다”(「당신」)고시인은이야기한다.그래서‘당신’은시가가야할길을알려주는등불같은존재,그와함께시의풍경을바라보는독자,또시인의마지막순간을수신할초월적존재로표현된다.나눌수없는시와일상의경계에서‘당신’은시인을이끌어준다.그래서시인은현실과환상,시와산문사이를오가면서도내면의중심을잡고시간과공간을초월한언어들을모아섬세한문장들로완성해나간다.

있는듯없는듯나를감싸고있는,내안에깊숙이자리잡고있는,나와다른형상일수없는그.단순한말로서는아무래도수월히형용되어질수없는이가시의이미지와일체를이루어늘내눈빛안에꽉차있다.내온영혼을이루고있다.그는내상상의비롯됨이요마침이다.내시의원천이요,발원지다.그가없는이세상은부정된다.어느날해저물녘바닷가에서수평선을바라보며오직한생각에만붙들려있던내자신을문득발견하고소스라치던날,그자리그수평선끝으로한마리갈매기의비상처럼불현듯나타난,천년의그리움!
-「또다시천년」중에서,본문85쪽

제3부‘꿈에본사닥다리’에는시인이발표했던작품들에대한뒷이야기들이담겨있다.등단이후부터의작품이아니라,고등학교3학년졸업반시절영신문집에실린시세편과일기문한편에대한얘기부터시작된다.완성되지않았지만순수하고열정가득한작품들을다시살펴보며시인은당시의감정을아련하게회상하기도하고,풋풋한시심을간직하고있었던그때의자신에게감사의말을전하기도한다.또근래에발표한작품에얽힌비화를들려주기도하는데,오래전에메모해둔시작노트를잃어버렸다가우연히찾게되어새롭게작품을쓸수있었던일,예전에쓴작품들과관련된장소와사람들에대한얘기등여러가지에피소드는그의시를더욱흥미롭게읽을수있도록만들어준다.

시에무슨군말의덧붙임이필요하랴만한시인의정신적인궤적을추적하는길에때로그의산문은필요한법이다.흔히들시집을받고어렵다는반응을적잖이보인다.일선학교에서문학교육을담당하는이들조차도이해하기힘들다는이야기를자주한다.물론시는이해이전의세계이긴하지만.그럴때그들에게나는말한다.시인의의식수준을좇는공부를하라고.하지만곰곰이생각해본다.일반독자들이접근하기힘든,읽히지않는시를쓰고있지나않는지?여러해전어떤잡지에제목을따로붙인비교적긴시작노트를실은적이있다.그런데몇몇사람들이좋은시를잘읽었노라고말했다.시가아니고시작노트인데,라며말끝을흐리니까그래요시나다름없던데요,선생님의시조보다더잘읽히던걸요,했다.물론어떤시를두고정감을담은줄글로자세히풀어썼으니그럴수밖에없었으리라.
그런까닭에시인의산문은사족이라기보다시를깊이있게감상하는데이따금도움이되는것이다.
-「벼루의밑바닥까지내려간시」중에서,본문155쪽

제4부‘시조와더불어’에는시인이40여년동안시조의산맥을넘으며만난든든한봉우리같은사람들에대한이야기를담고있다.‘외솔’최현배,‘구룡폭포’조운,‘설악’조오현,‘태산준령’최영효등,그는험준한시조문학의여정에서빼어난전경으로그를매혹시켰던이들을장엄한명칭들로호명한다.직접만난이들도,작품으로만만난이들도있지만모두그에게문학의길을소중하게안내해주었다.동인이었고,스승이었고,훌륭한독자였던그들에게시인은마음깊은감사의인사를건넨다.그리고그소중한만남에대한기쁨이자신의작품속에고스란히녹아있음을이야기한다.

문인수시인의유일한시조집『달북』의단시조들은단순한시의한형태가아니다.영적인생명체다.살아움직이는서정적생명체로서의시조는현대인들의능동적인생존에보탬이될수있는정신적양식樣式과양식糧食이다.날마다복잡다단하게살아가는이들에게시조감상과시조쓰기의기회가폭넓게주어져야할것이다.부대끼고때로쓰러져가는이들의마음을보듬고일으켜세울수있는간명한양식을가지고있기때문이다.(중략)그의생애에유일한시조집『달북』을마음깊이기억하면서그를아프게기리는이글을맺는다.
-「달북문인수」중에서,본문247쪽

제5부‘시절이야기’에서는시의기원이되어준자신의옛시절이야기들을들려준다.시인은오랜시절들을장소의이름들로기억한다.시의금싸라기땅이자원시의고향인삼국유사면학암리,친구와은사님들과예이츠와소월의기억을품은칠성동,대학시절토마토만먹고버티며《샘터》에투고할시조를썼던봉덕동·중동등,시인의장소들은시적에너지와미래에대한상상력으로가득하다.그의이야기들을따라가다보면그의작품에서만났던익숙한대상들과재회하게되고,또시심의근원에대해다시한번생각해보게되기도한다.아버지의임종을지키며“죽음은퇴장이자등장이다.새로운삶의시작이다”(「신암동·복현동」)라고했던장소들은지금시인이가진통찰의깊이가어디에서기원했는지를짐작하게해주기도한다.

고향가는길,인각사못미쳐서화수에각시봉이있다.앞의시「산」은각시봉을보고쓴것이다.아직확인해본일은없지만각시봉꼭대기에사시사철마르지않는작은샘물이있다고한다.묘한것은길건너서쪽편에일정한거리를두고총각봉이마주하고있다는사실이다.둘은먼발치에서서로바라보며누거만년동안을그렇게지내고있다.
상거의아름다움,애태움을어찌말로다이르랴!
-「삼국유사면학암리」중에서,본문254쪽

시조시단의중진으로,강단에서새로운시인들을키워내는스승으로,그리고지금도자신을미지의풍경으로안내하는산길을따라발걸음을옮기는순례자로살아가는시조시인이정환.이번에출간한『내노래보다먼저산을넘은그대』는그의모든풍경이시조가된것처럼,우리가마주하는작은순간들역시장대한삶이라는산맥의일부를이루는하나의산이될수있음을이야기한다.“나무가우는소리를듣고상한부위를도려내는시간,부단히무언가를쓰는삶.그래서남겨둘수있는느낌표하나”(소설가하성란)를문장에담아독자들에게전하는이정환시인의산문집을통해,멈춤의시간이조금길어지는지금우리삶의의미를다시한번생각해보는기회를마련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