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것의 힘 (김숙희 시조집)

둥근 것의 힘 (김숙희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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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돌봄’의 마음 담은 시선으로
세상에 말을 걸다”

팬데믹으로 무너진 독자들의 일상을 ‘둥근’ 손길로 다독이는 따스한 언어들

김숙희 시인은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나 1998년 《시조 생활》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꽃, 네 곁에서』(책 만드는 집). 『엉겅퀴 독법』(시조시인 100인선, 고요아침)이 있으며, 정형시학 작품상. 시천문학상. (사)한국시조협회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은하수숲유치원을 운영하며, 유아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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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숙희

대표작으로『둥근것의힘』이/가있다.

목차

시인의말5

제1부그핏속에나,있으리
청탁원고13
오징어게임14
햄릿증후군15
장엄미사16
외등17
역류성이라는?18
시래기19
바람난무20
바람맛21
매미는떠나가고22
둥근것의힘23
달걀24
건너편풍경25
애년26

2부타작마당가장자리
활개똥29
찰리채플린처럼30
어허,벗님네들31
터널32
잡초도감33
유빙의시간34
어느한낮35
반그늘36
안면도일기37
새참일기38
4단계39
봄,미세먼지40
뭉크의날들41
못박는날42

3부못잊어딸려온것들
참매미45
혼밥46
칠석과입추사이47
치아파절48
이사49
우포연가50
어인일?51
세밑에52
석화石花53
밤골이야기54
토룡의소신공양55
어쭙잖은이야기56
가로등을켜며57
어떤날58

4부정지된화면속
수묵화61
화장터62
푸서리길63
포도알노을64
카트만두셰르파65
소록도,그흡연실66
빈집67
동백꽃68
관통69
마른장마70
일석이조71
폭염경보72
이바구와이바구사이73

5부내려다보고살아라
신파조77
어머니잠언78
나이를헤다79
꼬투리80
감초양반81
누구신가82
그렇지,그렇지!83
자가격리84
그남자85
갱년기냉장고86
수저論87
우리가스쳐갈때88
항아리89
고등어한손90

해설
둥긂을이루는반그늘의길_정수자92

출판사 서평

데뷔이래지금까지200여편이넘는시를발표하며‘아이들을돌보는마음으로’세상을시어로돌보는김숙희시인이시조집『둥근것의힘』을출간했다.시인은첫시집『꽃,네곁에서』에서주지적상상력을바탕으로참신한미학적결정체를창조해냈으며,특히2017년에는〈현대시조신인100인선〉에선정되어시선집『엉겅퀴독법』을펴내기도했다.“어린시절산과들을뛰놀던때의행복한시절의기억을힘든고비때마다떠올리며어려움을극복할수있었다”고한인터뷰에서언급하기도한시인은,자신의삶속에서싹을틔우고꽃을피워내는사람들하나하나에게정감있는시로용기를북돋는‘모성’의마음으로시를쓰고있다.이번에출간한『둥근것의힘』에서시인은특히팬데믹시기에움츠러들수밖에없었던평범한사람들의삶에주목하고그들의목소리에귀를기울인다.

팬데믹이후우리문학은위로와치유의언어들을작품안에주로담아왔다.힘들고지칠때,그런것들에대해말하는것만도고통을덜고나누는삶의일이기때문이다.김숙희의시집『둥근것의힘』에도이런다정함이자연스럽게배어나온다.『둥근것의힘』은시인의세번째시집이다.32년간초등교육에헌신하였고,현재도유치원을운영하며유아교육에전념하고있는시인이틈틈이쓴작품들을모아펴낸시집이다보니독자들과시인모두에게이번출간이뜻깊다.아이를돌보고가르치는일에는교육자의오랜기다림과인내가필요하다.세상을돌보는시인에게도그것은마찬가지여서,김숙희시인은이번시집출간을오랫동안준비해왔다.덕분에이번시집에서는한층원숙해진자연의관조나일상의성찰등에대한표현이돋보인다.시인은이를통해지금어느때보다‘돌봄’이필요한세상을친절하게도닥인다.이는주로자연의관조나일상의성찰을통해표현된다.

포성없는포연속에
기침소리
천둥소리
천세千歲난마스크는
예나제나
동이나고
그절규,비명소리만
우두망찰
떠돈다
-「뭉크의날들」전문
파지같은겨울볕살,대신시장골목길에
반쯤눈을감은얼굴지쳐가는긴기다림
빛바랜현수막사이로하루해가눕는다
-「4단계」부분

마스크는최근우리삶의풍경을바꾼상징적인기제다.국가적통제부터억압이며금기등을환기하는마스크가자신을보호하는방역의척병이기도하니다의적기표로작동하는것이다.3년째접어든전지구적감염병시절이니마스크관련작품이하나도없이이시절을건너는시인은없을것이다.그런현실의고뇌를김숙희시인도차분히살피고작품에담아내고자한다.
「뭉크의날들」을읽으면‘뭉크’의상징같은어떤표정이떠오른다.뭉크의유명한〈절규〉,한번보면잊지못할절규의표정은어떤전언보다강렬하다.‘현대인의정신적고뇌상징’이라는요약이상을담보한표정은다양한활용과변용으로확장된다.뭔가내뱉지못하는속을다토할듯외치는표정인데,제목이크게거든다.그당시노르웨이기후의반영이라하더라도,우리에겐‘절규’의가장강렬한극대화로각인돼있는것이다.김숙희시인은그뭉크를제목에놓고우리삶에닥친마스크의시간을압축한다.“포성없는포연속”처럼지나는전쟁같은재난속에소리없는“비명소리만”떠돌고,그림속의인물처럼우리는입이막힌채살아내고있다.조금씩나아져간다지만제도적통제를당연히수용한절제로자신을지키려고“우두망찰”의시간을간신히넘고있는것이다.

어디에도길은없다,벽과벽사이에는
수천길크레바스갇혀버린열손가락
한뼘도나가지못하는허공속에뜬감옥
-「청탁원고」전문

지난것다내주고물기마른옥수숫대
오래된폐가처럼삭은관절무너지고
찬바람허리휘감는요양병원저불빛
-「외등」전문

나무궤짝귀퉁이에한몸으로포개져서
꽁꽁얼어버린,누구냐너희들은
한겨울동생을안고선잠이든꽃제비들
-「고등어한손」전문

위세편은단수중에도시인의관점이나새로운표현이돋보이는작품들이다.「청탁원고」가글쓰는자로서의자기고뇌를극명하게살린것이라면,「외등」이나「고등어한손」은타자를향한시선이잘집약된작품이다.우리는종종“어디에도길은없다”는막다른지점에서벽에이마를짓찧는고통에휩싸인다.무릇글쓰기가그러한데정형시는내용과형식의줄다리기에고통이가중된다.때로는자신도깜짝놀랄발견이며발상이라고도취해서정형에앉혀도더맛깔스러운효과를찾다좌절하기쉬운까닭이다.어느장르라고작품의완성이수월한것은아니지만정형시는형식안의시적발휘가더까다로운것이다.그래서“한뼘도나가지못하는허공속에뜬감옥”이라는압축과이미지앞에많은공감이나올것이다.그렇듯수많은“감옥”을거쳐도다시감옥에처할운명을택했으니어쩌랴,‘즐거운글감옥’으로들어갈밖에.
그와달리「외등」은“오래된폐가처럼삭은관절무너”진노인들의긴밤을환기한다.“찬바람허리휘감는요양병원저불빛”도내일이면떠나보낼사람이있을것이다.시인은안타깝게그들의시간을생각하며장수시대노인들이직면한현실을“외등”에담아그려볼뿐이다.약자를향한시선은「고등어한손」에도잘담겨서우리시대슬픈초상인“꽃제비”들을통해나타난다.“나무궤짝귀퉁이에한몸으로포개”지다니,생선을대하는방식으로사람도“궤짝”에담기는세상의축도다.세계적문제가된난민들처지나북한에서탈출한어린소년들은모두참혹한시간을견딘다.“한겨울동생을안고선잠이든꽃제비들”모습은“고등어한손”과다를바없다.유아교육현장에서일하는시인은이를특히더안타까운심정으로전하는느낌이다.

쉼없이밀려가고밀려오는구름일가
사이사이내비치는햇살줄기조붓하다
추억은푸른연락선머리위로길을내고
언약으로남아있는겹겹접힌편지갈피
눈감고떠올리는그날의이야기가
내안의감각을깨워촉수마다등불켠다
깊을만큼깊어져서가을은말이없고
들녘을헤엄치는잔바람지느러미
빌딩숲멀어질수록너는더욱환하다
-「안면도일기」전문

팬데믹에마음껏나다니지못하는사람들은자기만의장소를찾아휴식을얻곤했다.여럿이아닌혼자나가족끼리호젓이다니는여행으로지친삶을치유하는것이다.시인도안면도라는모두가그리워하는아름답고편안한곳을찾은것인지유독참하게그곳의“일기”를전한다.그일기는‘日記’일가능성이높지만,‘日氣’나‘一氣’를겹쳐봐도무방하니다의성에따라함의가넓어지는즐거움이다.“쉼없이밀려가고밀려오는구름일가”에서비롯된기상변화는“사이사이내비치는햇살줄기조붓하”게만들고,추억도“푸른연락선머리위로길을내”게한다.하늘의“구름”가족움직임에따라변하는지상의풍경과마음의무늬까지섬세하게담아낸솜씨가돋보이는수채화다.

울퉁불퉁바윗돌이몽돌이될때까지
바다는뜬눈으로제몸을부렸겠지
밤이면달빛도내려와살뜰히핥아주고
파도가밀려오고나가기를수만번씩
엎어지던불협화음쓸리고쓸어가며
부딪쳐으깨어진채서로를품어내고
새아침햇귀아래어깨를기대느라
자갈자갈모여앉은얼굴들을보아라
모난곳하나없구나,둥글게뭉쳤구나
-「둥근것의힘」전문

“내려다보고살아라”는흔히쓰이는말이다.하지만시인에게는어머니의말씀이라귀하게되새기는삶의지침이다.재력이든권력이든,높고낮음에대한뿌리깊은차별과대우가작동하는세상이기에더욱그렇다.겸허의가치와실천의소중함을알지만살다보면마음대로되지않는게세상사다.그래서시인도“굽은산절반을넘어”서고나서“그말씀다시”들으며자신을다잡는것이리라.그런깨달음에이르는것도반생은좋이넘어야깊이들리고다시보이니말이다.「둥근것의힘」을몸으로증언하는“몽돌”들이많은시간을파도에시달려서이루어내는둥긂의세계처럼.모난돌이둥글어지기까지모서리가깎여나가는시간이자기수양의기나긴과정이듯,우리네삶또한그렇게자신을다듬으며원숙해지는것이겠다.

김숙희시인은많은시간을교육과관련된일에바쳐왔다.그런교육현장의일이든글쓰기의일이든,때때로길을묻고찾고새기며왔을것이다.“지상은비릿한통증길이길을묻는다”(「푸서리길」부분)고자주돌아봤듯.그렇게지상의길을되묻는지점이많아서문학의길에들어섰을지도모른다.문학도넓게보면길을묻는일이자길을찾으며삶과꿈의미학을세우는여정이니말이다.그런어느길에서든시인이보고듣고겪고채집한세상의모습은정형안에담기면서더조신하고아담하게빛난다.이런김숙희시인의작품들이더많은독자와함께하며둥글고깊은울림으로메아리치길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