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시대, 콘텐츠를 읽다

뉴미디어 시대, 콘텐츠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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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세연은 2010년 《불교문예》를 통해 소설가로, 2019년 《쿨투라》를 통해 미디어비평가로 데뷔했다. 두 장르를 오가며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해 온 저자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특히 신자유주의의 척박한 현실을 견뎌내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가장 마음이 쓰이는 그는 장르와 장르 사이에서 그들의 삶을 적극적으로 발견해내려고 한다.
저자

김세연

동국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국어국문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2010년《불교문예》에소설〈탑〉을발표했고,2019년《쿨툴라》문화평론신인상에당선되었다.소설집으로《홀리데이컬렉션》이있으며,현재동국대학교강사이다.

목차

프롤로그ㆍ6


1부

장래희망싸이코패스ㆍ13

주작의사회학ㆍ21

언택트시대의시선권력ㆍ26

서울엔우리집이없을만하다고?:〈서울엔우리집이없다〉ㆍ31

힐링먹방의새로운패러다임:〈더먹고가〉,〈강호동의밥심〉ㆍ36

K-드라마,코리안선비스웩이먹혔다ㆍ41

인도어쇼핑,모두의쇼핑ㆍ46

윤여정이라는캐릭터ㆍ51

랜선학교,코로나그이후……ㆍ56

뉴미디어시대와탈중심성ㆍ61

추락하는일진에게는날개가없다ㆍ67

멋있거나귀엽거나,허니제이의두가지매력:2021ICON방송부문ㆍ72

고령사회의섹슈얼리티와비대칭성ㆍ77

뉴미디어시대속‘참교육’콘텐츠와현대인의의식구조ㆍ92


2부

중층적현실,주변성의리얼리즘
-장강명의『산자들』과윤이형의『작은마음동호회』를중심으로ㆍ117

영혼의도약을위한불안의노래
-정도상『꽃잎처럼』을중심으로ㆍ134

존재를향한두가지시선
-정세랑의『보건교사안은영』과백온유의『유원』을중심으로ㆍ146

출판사 서평

소설보다더재밌는미디어비평!
K-콘텐츠의현재를스토리텔링하다!

미디어비평가·소설가김세연이읽어주는‘생활밀착형’콘텐츠비평

김세연은2010년《불교문예》를통해소설가로,2019년《쿨투라》를통해미디어비평가로데뷔했다.두장르를오가며왕성한집필활동을해온저자는현재를살아가는사람들의솔직한이야기에관심이많다.특히신자유주의의척박한현실을견뎌내고있는젊은세대에게가장마음이쓰이는그는장르와장르사이에서그들의삶을적극적으로발견해내려고한다.

전세계가선망하는K-콘텐츠는한국사회의문제들을있는그대로드러낸다.약탈적자본주의와사회관계망의붕괴같은것들을우회적으로표현할수없기때문이다.김세연은그런‘문제’라는키워드로K-콘텐츠를분석한다.그리고한국의창작자들이이문제를정면으로다루기때문에세계인들의공감을받는다고이야기한다.자본의네트워크로연결된이세계에서우리의문제는곧세계공통의문제이기때문이다.저자는특히이러한K-콘텐츠의안(서사)과밖(사회)에서가장치열하게싸우고있는청년세대에게주목한다.이야기의주인공인동시에독자이고,또이야기의창조적활력의원천인그들은지금신자유주의의사막을걷는세계인들의‘히어로’가되어주고있기때문이다.K-콘텐츠에서젊은이들의‘오늘’을읽어내는방식을통해한국적서사가가진매력을독자들에게전하는『뉴미디어시대,콘텐츠를읽다』는그래서‘생활밀착형콘텐츠비평서’로부를만하다.
이책의1부에는2019년부터2021년사이에대중들로부터주목받았던한국의미디어콘텐츠들에대한비평이담겨있다.TV예능프로그램과드라마,유튜브,OTT플랫폼콘텐츠등에대한글들을‘한국사회’라는키워드를중심으로한자리에모았다.저자는글을쓰는동안자신이고려했던관점들이현재에도유효한지,혹은그중요도가바뀌었다면이유가무엇인지에대해고민하며글의순서를정리했다.언뜻관련없는것처럼여겨지는개별주체들의‘문제’들을하나로연결시켜특정한맥락으로완성해나가는것이이책의핵심적인구성원리이기때문이다.이미논의가끝난문제들에대한비평은덜어내고,지금가장격렬한논쟁의지점에있는문제들은더보강했다.이를통해저자는지금우리가겪고있는가장절실한문제에대한성찰들이책에고스란히담길수있게했다.특히저자의이러한방식은‘드라마’장르를분석할때예리함을드러낸다.소설가로도활동하며한국적서사의구조와특징에대해익숙한그는어느미디어비평가보다더섬세하게드라마서사의결을읽어낼수있기때문이다.

〈싸이코패스다어리〉에서싸이코패스는단순한강자의지위를넘어‘자본주의적폭력’으로비약한다.중심인물들의피튀는접전이이루어지는공간이‘증권회사’라는점은이를상징적으로드러낸다.이드라마는사고로기억상실증에걸린‘육동식’(윤시윤분)이우연히살인과정이기록된다이어리를주운뒤자신을싸이코패스연쇄살인마라고착각하며벌어지는이야기를담고있다.육동식은공연히상사의화풀이대상이되고동료의귀찮은부탁을거절하지못하며남의과실을떠안고회사에서쫓겨날위기에처하기까지하는,그야말로‘호구’다.그런그가싸이코패스가된다는것은‘신분상승’에가까운일이다.(중략)손에피를묻히지않은싸이코패스들은얼마든지많다.외국인노동자의시체를유기하는공장사장,자신의안위를위해후배를모함하는팀장,동급생을괴롭히는고등학생일진….드라마는어쩌면우리모두한구석에싸이코패스를품은채로살아가고있는지도모른다고말한다.육동식을몰카범으로몰아가려는흉계에가담한‘미주’(이민지분)의복잡한얼굴을보라.지금흔들리고있는가.현대사회에서싸이코패스는더이상불가해한변종이아니다.욕망의민낯을바라보자.공포의심연에동경의속살이자리하고있지않은가.
-「장래희망싸이코패스」중에서,본문19~20쪽

K-드라마에서는정신적인가치의소중함,가족과이웃에대한의리가부각된다.도덕(道德)그리고효(孝)와충(忠).나는이것을코리안선비스웩이라고부르고싶다.뜨겁지만절제된사랑.남을위해기꺼이나를내어주는용기.부와명예보다정직을택하는단호함.우리몸속에녹아들어있던고매한선비정신은K-드라마를통해재전유된다.한국드라마가보수적이라는평가는결코욕이아닐것이다.
-「K-드라마,코리안선비스웩이먹혔다」중에서,본문45쪽

TV예능프로그램이나유튜브콘텐츠등여러플랫폼의다양한콘텐츠들에대한비평들도드라마분석못지않게흥미롭다.저자는서울에서벗어나다른지역에보금자리를마련한사람들의모습을보여주는예능프로그램〈서울엔우리집이없다〉를통해현재서울로부터자유로워질수없는젊은세대들의현실을읽어내고,게스트의성향,현재의고민과앞으로의계획등한사람에대한총체적인고려를통해‘칭찬밥상’을차려내는것이주요포인트였던예능〈더먹고가〉를통해한국인들의‘시간’에대한관념이어떻게변했는가를분석한다.또비대면시대에크게유행했던‘소셜커머스’에서저자는지금유행에민감한한국의소비자들이상품의정보가아닌‘스토리’에반응한다는사실을읽어내고,장소와시간에구애받지않는교육기관인‘랜선학교’의유행을통해현재한국인들이자기가속한사회의‘소통’과‘개별화’에대해예전과는전혀다른생각을갖고있음을분석해낸다.저자의미디어비평은앞서언급한소셜커머스이용자들과도비슷하게,콘텐츠의정보못지않게그콘텐츠가가진‘이야기’를읽어내는것에집중한다.숫자나문자로고스란히표현될수없는우리의삶의조각들을그이야기의맥락속에서찾아내고,그것들을통해K-콘텐츠의본질을정의하는것이저자의목표이기때문이다.
〈더먹고가〉는요즘시류에꽤나어울리는프로그램이다.‘밥을요리하고,사람을요리하고,인생을요리한다’는기획의도를갖고있는이프로그램은게스트의성향,현재의고민과앞으로의계획등한사람에대한총체적인고려를통해‘칭찬밥상’을차려내는것이주요포인트다.자연요리연구가임지호셰프는육아에지친박정아를위해‘한우업진살토마토밥’을짓고,도시생활에익숙하면서도토속적인어머니의맛을그리워하는허재를위해‘토종닭완자밥구이’를만든다.세상에단하나뿐이라생경한이름의요리들은그러나다른누가아닌자신을위한것이기에어렵지않게감동을자아낸다.“생각지못한맛”이면서도“그리움의맛”이고“마음이따뜻해지는훈훈한맛”(2회박중훈편)인것은그때문이다.
-「힐링먹방의새로운패러다임:〈더먹고가〉,〈강호동의밥심〉」중에서,본문38쪽~39쪽

노가영(SK브로드밴드미디어성장그룹)에따르면,요즘사람들은최저가비교사이트에서상품을검색하기보다는내가팔로우하는인플루언서의콘텐츠에의존한다.소셜피드를통해보여준라이프스타일과스토리가합리적소비를넘어서는신뢰감을준다는것이다.우리는톱여배우가자신이광고하는로드샵화장품을사용할거라생각하지않는다.우리가관심을갖는것은캠핑고수의인스타그램에등장하는바스켓이며,딸쌍둥이유튜브에나오는육아템이다.과거에는제품의가격과스펙,디스플레이,인기연예인을동원한CF가제품의성공을좌우했으나,요즘에는이러한기업의일방적인홍보가미치는영향력이줄어들고있다.소비자들은연출된이미지와정보보다,실제로그제품을사용할만한사람들의‘스토리’를듣고싶어한다.
-「인도어쇼핑,모두의쇼핑」중에서,본문47~48쪽
유튜브에서‘라면먹방’을검색해보자.라면20봉지먹기,캠핑장에서라면먹기,엄마몰래라면먹기,물구나무서서라면먹기…….값싸고대중적인음식인라면은먹방BJ들의인기아이템이었다.그러나이제‘라면먹방’에누가관심을가질까.이곳은이미레드오션이다.그렇다면다시한번〈라끼남〉을보자.구독자수151만의위용이새삼스럽지않은가.이들의라면이특별한이유는어디에있는가.‘파채삼겹살’을끼얹어서?아니,강호동나영석을끼얹어서.뉴미디어시대에도이들은계속활약할것이다.매체가바뀌어도자본은영원하다.
-「뉴미디어시대와탈중심성」중에서,본문65~66쪽

2부에는장강명,윤이형,정도상,정세랑,백온유등한국문학의‘현재’를이끌어가는작가들의작품에대한비평이담겨있다.창작자이자독자의관점에서,또연구자의관점에서저자는한국문학의단단한토대가되어주는작가들의작품을세심하게분석한다.그래서2부의글들은우리문학에대한응원이기도하고,자신이써나갈이야기들을비춰보는거울이기도하다.그런데여기에더해,저자는2부에서소개하는작가들의작품들을1부에서다뤘던‘콘텐츠’들과같은맥락에서분석하고있기도하다.그것은소설이라는장르가다른대중장르나미디어콘텐츠에비해현실을반영하는속도가느리지않다는것을증명하는과정이라고도할수있다.첫소설집『홀리데이컬렉션』을출간할때그는한매체와의인터뷰에서“요즘같은영상의시대에도소설만이할수있는일이있다고생각한다.오직글로만표현가능한섬세한감정이나사유,문제의식같은것이있지않을까싶다”고밝힌바있다.소설의속도나호흡은분명영화나TV드라마등에비해느리게느껴질수있다.그러나서사의진행속도가현실을읽어내는속도와비례하다고볼수는없다.저자가언급한것처럼,한국소설에는오직한국어로만표현가능한감정들과생각들이명징하게수놓아져있다.그것을미디어콘텐츠의스펙터클같은것으로재현하기어렵다는점에서,어쩌면현재한국사회를살아가는개인들의삶을가장정확하게표현할수있는매체가바로소설이라고이야기해볼수있겠다.저자가2부에담아낸비평들은그래서한국문학그자체에대한분석임과동시에지금우리의모습을어떤매체형식보다더잘담아내고있는K-콘텐츠로서의소설에대한분석이기도하다.

광장에모인사람들은다음날아침이면자신의일터로복귀할일상인이며때로는정치에무관심한소시민이다.그들은거대한이데올로기가아니라작은상식을이야기하기위해그곳에나왔다.광장은그들을녹여하나로만드는용광로가아니라각자다른사연을품고있는개인들이어우러진옴니버스적공간이다.그런점에서광장은총체성에대한하나의알레고리가된다.“정말로대통령을퇴진시키러이자리에나온것”이아닐지라도경희의작은발걸음은나름의의미를지닌다.그것이윤이형이보여주고자한주변성의리얼리즘일것이다.
-「중층적현실,주변성의리얼리즘-장강명의『산자들』과윤이형의『작은마음동호회』를중심으로」중에서,본문132쪽.

불안이라는정서는양면적이다.현실에서불안은벗어날수없는고통이지만,한편으로그것은인간의깊은곳을성찰하게만드는매개가된다.따라서불안을직시하는것은삶의유한성에서벗어나실존의상황을무한히확장하려는시도이며,그것을외면하는것은무의미하고비본래적인삶의태도라고볼수있다.스스로행복하다고생각하는사람도사실은불안에서벗어날수없으며,그사실을망각하는것은일시적인도피에지나지않는다.“불안은무정신속에도존재하고있으나그것은숨겨져있고또가면을쓰고있는것이다.한번이라도그정체를보면,보기만해도기분이나빠진다.불안의모습이라는것을공상으로그려보면끔찍한것이만들어진다.그러나사실이그렇다할지라도있는그대로를보이지않으려고변장을필요로할경우,그모습은더끔찍한것이된다”는것이다.
정도상의『꽃잎처럼』은인간의근원적인불안과절망의심리를파고드는소설이다.80년5월광주를기록한이작품에서는극한의상황에내몰린인물들이겪는실존적방황의모습을볼수있다.불안한내면을극복하기위해오히려더절망속을파고드는인간의모습은우리로하여금삶의본질에대해고민해보게만든다
-「영혼의도약을위한불안의노래-정도상『꽃잎처럼』을중심으로」중에서,본문136쪽

‘가로등아래김강선’에피소드도마찬가지맥락에서살펴볼수있다.안은영의중학교동창김강선은고층주상복합건물을짓는건설현장에서크레인사고로사망했다.강선의말에의하면크레인사고가흔한이유는‘사람보다크레인이비싸서’다.예산을줄이기위해낡은크레인을계속사용한다는뜻이다.그는자신의영혼이‘부스러지지’(소멸되지)않는다고말한다.이는한(恨)때문에이승을떠나지못하는전통서사속원귀의모습과도같다.강선은안은영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