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천융희 디카시집)

파노라마 (천융희 디카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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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저 낮은 곳과 높은 곳을 궁구해온 은유와 환유의 힘
- 천융희 디카시집 『파노라마』
2011년 《시사사》로 등단한 후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개성적인 디카시세계를 구축해 온 천융희 시인이 디카시집 『파노라마』를 도서출판 작가 한국디카시대표시선 06번으로 출간하였다.

‘2022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문화예술지원’ 사업 선정 도서인 이번 디카시집은 저 낮은 곳의 풍경에 대한 따뜻한 공감에서 시작해서 저 높은 곳의 존재를 향하여 끊임없이 움직이는 천융희 시인의 시적 사유가 담긴 총 54편의 가편이다. 문자로 사진을 은유하고 환유하면서 유사성과 인접성의 원리 사이를 왕복 운동하는 감각적 시선과 존재론적 성찰이 사진과 짧은 언어를 통해 빛을 발한다.
저자

천융희

천융희시인은경남진주에서태어나2011년《시사사》로등단하였다.창원대학교국어국문학과석사를수료하였으며,시집『스윙바이』를펴냈다.2019년유등작품상,2020년이병주국제문학경남문인상을수상하였으며,경남신문‘시가있는간이역’을연재하고있다.현재,《시와경계》및《디카시》부주간이다.

목차

시인의말

1부
알고싶어요12
기대14
필사16
두번째시집18
바닷가끝집20
거리두기22
서바이벌24
자화상26
세일즈맨28
막내30
아내의기도32
한끗차이34
세월호36
핑계38

2부
파노라마42
우주여행44
디카시46
익명48
디오라마50
큰언니52
수개리이장님54
꼭두새벽56
늦가을58
앨범을넘기며60
뜬구름62
산벚나무64
퇴임66
근황을묻다68

3부
응원72
하품에대한짧은보고74
봄의초입76
YouQuiz78
빈집80
천개의바람82
중년84
별86
노후대책88
새옹지마90
유언92
나비94
경고96

4부
해운대100
아침의위로102
떡볶이1인분에김밥한줄104
비대면106
그해여름108
기적110
마馬112
꼭,있다114
독거116
몇날며칠고요로출렁인다118
유년의5월120
노인A122
행위예술124

해설|저낮은곳과높은곳의비경_오민석126

출판사 서평

오민석평론가는“디카시에서사진과시를동시에읽을때독자의머릿속에순식간에벌어지는이정서적감응작용이디카시만의매력적인풍경을이룬다”며,“똑같은사진도서로다른시인들에의해다른은유와환유의길”을가므로“시인이사진을은유혹은환유하기위해동원하는문자들이야말로시인의고유한세계를보여준다”고말한다.이번에디카시집『파노라마』를상재한천융희시인은“환유적상상력”을가동하면서도애써설명을회피하며“신비로운‘비결정성(indeterminacy)’의상태”로남겨두는데“이비결정의상태야말로시적의미가머무는공간”이라고해석한다

천융희시인의디카시의세계로들어가보자.그녀의디카시들은우선사진부터눈길을끈다.디카시가카메라에순식간에포착된이미지에서시작한다면,그녀의사진들은출발부터이미그자체많은의미를내포하고있는,어찌보면디카시에최적화된상태의것들이다.사진자체가이미많은의미를방출하고있으므로,짐작건대그녀는이미사진을찍는순간해당시의절반이상을썼을것이다.그녀의사진들은대부분디카시를쓰려는다른시인들이나독자들에게도상상력과영감을강하게자극할만한것들이다.말하자면그녀는디카시창작의필수과정인시적이미지의순간포착에이미탁월한재능을보여주는시인이다.
천융희시인의디카시「알고싶어요」에서담쟁이가건물을기어올라만든초록십자가의모습은그자체누가봐도독특하지않은가.이사진에선십자가의이미지가너무강력하여그것을보는순간그것에‘인접’해있는어떤것을사유하지않을수없다.이런점에서이사진은매우강력하게환유적상상력을자극하는사진이다.이럴때도시인은‘십자가’라는‘설명’의단어를사용하지않는다.사진과의화학반응이없다면이시속의“가신발걸음”,“이길”이라는문자들의의미는미지의사막으로사라지고말것이다.시인은환유적상상력을가동하면서도애써설명을회피한다.“알고싶어요”라는제목을뒤집어읽으면그것은‘잘모르겠어요’라는고백이다.이겸손한고백은환유적상상력이뻔한의미로닫히는것을방지하는안전밸브이다.‘잘모르겠다’는진술은피사체의의미를신비로운‘비결정성(indeterminacy)’의상태로남겨둔다.이비결정의상태야말로시적의미가머무는공간이다.
또한천융희는신을살해한19세기의정신에동의하지않으며,문제의궁극적인열쇠가그들이죽인신에있음을다시확인한다.시인에게있어서삶의여러사건혹은국면들에대한해석의기본원리는인간이아니라“신의인도”(「새옹지마」)이다.그리하여“밖으로밀려났다”는인간의판단은언제든지“기회”로전복될수있다.저높은곳의문법은이렇게인간사의다양한굴곡들을“새옹지마”로만든다.시인이볼때신의새옹지마는피조물에대한사랑과용서를향해있다.그것에대한믿음이세계에대한시인의긍정적태도를만든다.니체의19세기가애써신을살해한상태에서의자기긍정혹은자기사랑을요구했다면,시인의긍정은신의존재상태에서의긍정,신이인도하고가르쳐준긍정이다.그리하여시인은20세기모더니스트들과달리절망이아니라희망을,부정이아니라긍정을노래한다.디카시「기대」를살펴보면사진의피사체들은그‘지하무덤’에서나와생명의“햇볕”을쬐며부활을꿈꾼다.식물들의그마음을누가알겠는가.시인은스스로식물이되어“우리,다시시작할수있겠지”라고말한다.식물화자가된시인의“기대”는모두무덤의반대쪽에있는생명의신,부활의신에게서오는것이다.천융희의시는이낮은곳에서그높은곳으로가는먼길위에서써진다.
이처럼천융희디카시들은크게두방향을향해있다.그것은그녀의옆과위이다.그녀의옆은저낮은곳이다.그녀는그곳에서결핍과고통에시달리는것들을따스한시선으로끌어안는다.그녀의위는저높은곳이다.그곳에서시인은낮은것들을향해있는사랑과희망의메시지들을읽는다.그녀그리고그녀의옆과위는따로놀지않는다.그것들은모두하나의끈으로연결되어있으며,하나의문법안에통합되어있다.천융희의디카시들은이문법과마주치는독자들에게넘치도록그윽한희망과평화를준다.그것은저낮은곳과저높은곳을오래도록궁구해온시인의따뜻한선물이다.
천융희시인의디카시집『파노라마』의이미저리속에숨어있는시인의은유와환유의철학이깊은심해(心海)처럼깊고도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