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달(豁達)한상상력과서정이밀어올린꽃대의자존
-유선철시인의새시조집『슬픔은별보다더많지』
첫시조집『찔레꽃만다라』를상재한지4년만에유선철시인의두번째시조집『슬픔은별보다더많지』가도서출판작가기획시집으로출간되었다.
저자유선철시인은경북김천에서태어나2012년《경남신문》신춘문예로등단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10여년동안왕성한활동으로좋은시조작품을생산해온시인은제5회천강문학상시조부문대상,제11회오늘의시조시인상,제4회정음시조문학상을수상했다.
유선철시인의새시조집『슬픔은별보다더많지』에는5부로나뉘어총65편의시조들을수록하였다.활달한상상력과깊은서정이밀어올린시편들이다.이번시집의많은작품속에투사된사유가‘시’또는‘시인’이라는근본에대해도저한반성과성찰이깊게자리하고있다.
유선철시인은한반도에서진취적삶을꾸려내고불화에서정의와민주주의를일궈낸인간의지난至難한걸음처럼시의근본에열정을투사하며개성이강하고분방한상상력을꽃피운다.
2012년에등단한유선철시인은8년이지난후에야『찔레꽃만다라』를출간하며「심안의지혜를얻기위한묵중한질문」(이달균시인해설)을시조단에던지게된다.지천명의나이에등단하여이순에출간했던첫시집이었는데“별들의안부를묻고/꽃술에한뼘더가까이가면/검은등뻐꾸기처럼울수있을까”라는유난하게심미(審美)적발상이담긴자서를읽으며독자들은그가걸어온실천적삶의궤적과시적감수성에매료되었다.
향기도온기도없는
강퍅한삶의궤적
좌우를살피다가
때를놓친고백까지
빗물이스미는행간
울음꾹꾹눌러둔
-「시집」전문
생은재미있고신나는일보다는외롭고힘겨운일상들이훨씬많다.“향기도온기도없는”그저목숨을부지하려고신산한언덕을숨찬걸음으로올라간다.겨우어려운문제하나를해결하고나면다시새롭고더어려운문제가달려든다.이언덕을넘으면환한평화가기다리겠지하며나아가도평화는커녕고된절벽이기다리는경우가허다하다.그래서시인은아마도“강퍅한삶의궤적”이라고하였나보다.막다른골목에다다라“좌우를살피다가”기회를놓치고세상의핀잔을듣는경우도많다.늘‘좌우’로갈려있는사회의잣대는가늠하기쉽지않아서기회주의자로누명을쓰기쉽고자칫지조가부족한인간으로낙인찍히기가다반사이다.손가락질을받거나엄지척을들었어도“때를놓친고백”은잊지못하게마련이다.이렇게울퉁불퉁한길을걷고넘어진기록이‘시’가아니겠는가.그래서시집은“빗물이스미는행간”이마땅하다.햇볕이잘들지않고바람도드나들지못하는구석에는누구에게도고백하기어려운“울음꾹꾹눌러둔”곰팡내나고비릿한눈물범벅이된“시집”한권남아있는것이리라.
유선철은자신이처한사회적문제에예민하게반응하고정당한행동에나서기를주저하지않는사람이다.여기서‘정당한행동’에다시이의를제기하는사람도있을것이다.그러나시인이어떤가치나판단에믿는바를표현하고행동에나서는근저에는자신의지식과신조가강하게작용하였을것이니세상의비판도달게받을각오쯤은하였을것이다.그러나유선철의시는그의행위나주장에비해상당히유연하고광폭의시각을견지하고있으며서정의포근함도늘잊지않고있다.
하늘을쪼고있는가늘고연한부리
솜털같은어린새의심장을보았어요
차가운별빛을물고
움켜쥐던그다짐도
부름켜쓸어안고울먹이던지난겨울
늘어진그림자를헤집던산바람이
돌아와숨결입니다
가는목을감싸는
실핏줄더워져서문득생生이궁금할때
촉촉한고요속을맨발로걸어나와
봄한철울다가세요
내뜨락의주인처럼
-「목련에게」전문
서정의정수를보여주듯시의외양은‘목련’의자태와시인의속내가서로어우러져교감하는유려하고살가움이흘러넘치는작품이다.우선아주자상하고다정한화자의시각이도드라진다.“하늘을쪼고있는가늘고연한부리/솜털같은어린새의심장”은목련이피기전에솜털에쌓여있는꽃눈의모습을이리도애절하게그려놓다니.“부름켜쓸어안고울먹이던지난겨울”과더불어‘목련’의깊고우련한내면의묘사까지완벽하다.결국“차가운별빛을물고/움켜쥐던그다짐”으로지사(志士)의면모를갖춘이미지로격승格昇시키며확장된모습을보여주고있다.
이렇게서정성이짙고유려한느낌을주는작품이지만조금더깊이있게작자가내세운상징과저변의상황을구체화해보면“움켜쥐던그다짐”“돌아와숨결”“실핏줄더워져서”등에서전해지는감성은목련이자기에게닥친고난과시련을이겨내고꽃을피우는우뚝한열정과지조가성큼다가오는것이다.그리하여끝내는겨울을견디고“촉촉한고요속을맨발로걸어나”온목련에게자신의‘뜨락’을내어주며“울다가세요”라고곡진한초대장을내미는마무리는독자들의가슴을뛰게한다.울다가라는시어는얼마나따듯하고솔직한초대의말인가.그속에는‘내가너의모든슬픔과걱정을다받아주고이해해줄게’라는포용과배려가한가득들어있는말씀이기때문이리라.「목련에게」는서정의산을넘고포옹같은따듯함을지닌채지성의꼭대기까지치달아오른역정(歷程)의표현이라고할수있겠다.
넓고예민한접시안테나를장착한유선철의귀에는지금도“길놓친연변노래가”(「겨울바다노래방」부분)서성이고“꼭한번함께나눈/휘파람,/휘파람노래”(「금강산휘파람」부분)가떠들썩하게들려올것이다.‘목숨이아깝다고꿇을수없는무릎/자유에목마르고평화엔피가말라/어둠의터널속에서별빛은익어간다”(「미얀마,봄」부분)고들어주는이아무도없어도광장에나가마이크굳게잡고큰소리로외쳐보는것이다.광장에나가몸을맡길때도있지만정신은늘바쁘게시조로돌아온다.유선철시인의두번째시조집『슬픔은별보다더많지』를펼치면시인이얼마나작품에몰입하며사는지알수있다.
정용국시인은해설에서“세상의모든사물을하늘처럼받든수운선생의시천주(侍天主)를다시만나는느낌”이었으며,“극진하게모시는시조에대한열정과사랑이작품곳곳에스며”있어,“꽃대는튼실하고도아름다웠다”다고평한다.또한“개인의심도있는자각”이“더욱새롭고진지하게시조에투사되었기에유미(唯美)하고싶은매혹이강하게다가”왔다고말한다.
새해,청룡해에는유선철시인이초대하는“홍매화매운울음가지끝에매어놓고/꽃잎의속사정을하나둘듣다보면/어느새눈꽃이피어/사계절이꽃밭”인「향천3리」,“떠돌이별시든꽃도/허벅진달빛아래된장국끓여놓고/여리고시린노래도/쓱쓱비벼나눠먹”는아름다운「향천3리」로여행을떠나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