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 한국디카시 대표시선 15

열대야 - 한국디카시 대표시선 15

$13.38
저자

정채원

저자:정채원
1996년월간《문학사상》으로등단.작품집으로『슬픈갈릴레이의마을』『제눈으로제등을볼순없지만』『우기가끝나면주황물고기』등이있음.한유성문학상,편운문학상등수상

목차



시인의말

제1부비몽&사몽
시인12
비몽&사몽14
붉은파도16
어떤이별은이렇듯황홀하다18
안을엿보다20
또다른세계22
경계24
균열26
개와늑대의시간28
평전評傳30
중독32
어디에나울타리는있다34
내가볼수있는것36
꿈속의꿈38
겨울나무40

제2부너는없다
너는없다44
달아나는자화상46
도굴꾼48
뒷모습50
위독52
어둠이없다면54
얼음호수56
꽃의배경58
봄꿈60
벼랑62
버려진것들64
만추晩秋66
사랑할시간이많지않다68
어머니70
우화72
측은지심74
샤갈의마을에내리는눈76

제3부열대야
열대야72
장마74
염전에서76
피로사회78
호화주택80
청맹과니82
화염을뚫고84
유리의나날86
출구는입구다88
양파의꿈90
망향92
이열치열94
일상96
막간幕間98
우기雨期100
암중모색102
길104

제4부길없는길
세상을건너는법108
동행110
유년112
어떤소식114
길없는길116
고통의뒷모습118
네가더아프겠다120
따로또같이122
마음124
두마음126
산다는것은끝없는기다림이다128
먼짓길130
해빙解氷132
봄은부른다134
불안이온다136
매일매일아침이138

해설/렌즈너머의세상과번천?天의세계인식_김종회140



출판사 서평

렌즈너머의세상과번천의세계인식
-정채원디카시집『열대야』

정채원시인의첫디카시집
1996년월간《문학사상》으로등단한정채원시인의첫디카시집『열대야』가도서출판작가의한국디카시대표시선15번으로출간되었다.
저자는『슬픈갈릴레이의마을』『제눈으로제등을볼순없지만』『우기가끝나면주황물고기』등을출간하고한유성문학상,편운문학상등유수문학상을수상했다,그동안정채원의시는“언어의활력과사고의폭그리고시적저력이넘친다는논의를불러왔으며,그사유가치열하고전면적이어서시의독자를새롭게깨운다”는평가를받아온우리문단의중견시인이다.

그가이제까지의시적성취와역정을바탕으로디카시를쓰고첫디카시집을펴냈다.시인으로서의활동범주를새롭게확장한셈이다.정채원시인의첫디카시집『열대야』는4부로구성되어총61편의디카시를수록했다.시인은“매순간/나를스쳐가는것들/내게서도망치는것들”을그대로보내지않고“찰칵!/네가나에게잡힌순간/나도이미너에게잡혔”다고밝힌다.

시를통해자신의삶을반성적으로성찰
이시집의1부〈비몽&사몽〉에수록된15편은,시를통해자신의삶을반성적으로성찰하고있는작품이많다.「붉은파도」에서는모색(暮色)이짙은하늘의구름을보고‘저미친구름’이‘넘어야할경계’를넘어서왔다고한다.그런데누구나그경계가우리세상사의어떤금도襟度를말하고있음을짐작한다.「안을엿보다」에서는‘버려진집’을엿보다‘내안을들킨듯’흠칫놀란다.그와같은풍경이자신의내부에도잠복해있기때문이다.

어떤이별은이렇듯황홀하다

손을흔들며
하염없이멀어져가는시절,시절들
한때꼭잡았던손을
놓을수없을것만같던손을
말없이놓아보낸다
-「어떤이별은이렇듯황홀하다」전문

위시는늦가을의은행나무가황금색잎들을지상에뿌리는광경을시화했다.‘하염없이멀어져가는시절’들은은행나무의것이아니다.화자자신이살아온세상의온갖사연과굴곡이거기에개재해있다.화자는한때꼭잡았던,놓을수없을것만같던‘손’을말없이놓아보낸다.이놓아보냄은피동적인동시에능동적인행위다.떠나야하는운명앞에거역한들다른방도가없을것이며,사정이그러하다면아예기꺼이보냄으로써자기운명의경과과정에주체적역할을하는것이훨씬바람직한까닭에서다.그런데여기에다발설하지않은비밀이있다.그능동의행위에얼마나가슴미어지는아픔이수반되는가에대해서다.
「꿈속의꿈」에서는단풍나무의꿈속에자신이있고,자신의꿈속에단풍나무가있다고토로한다.얼핏장자의호접몽(胡蝶夢)을떠올릴수있는구절이다.기실장자의이고색창연한수사는자아와외물이본래하나라는이치를설명하는방식이다.그렇다면우리는시인이자신과단풍나무를어떤연유로동일시했는가를질문한다.절정에이른추색(秋色)의상징처럼단풍이찬연하게아름다우나,그것은곧덧없는소멸의전조이며종내그리움을남긴다는해명이다.즉살아있는것들은언젠가소멸하고,소멸하는것들은서로를그리워한다는말이다.이단풍의운명이곧우리의운명임을특정하는데또다른설명이요구되지않는다.

자아와타자의상거에대한각성
자아와타자는서로상대적인개념이어서하나의중심주제를두고맞서있는형국이지만,동시에그양자가하나로교통할수있는상호보족적기능을함께공유한다.그래서여러이론가가이양자사이의균형성을주목한다.시인또한그렇다.타자를단순히국외적대상이아니라‘자기자신과같은형체의또다른자기’로생각할때비로소그모호한복잡성에서벗어날수있을것이다.
이시집의2부〈너는없다〉에실린13편의시는,바로그상거(相距)에주력하여쓴작품이대다수다.「뒷모습」에서는꽃과사람의뒷모습을겨누어보며거기서존재자아의아름다움을찾아낸다.「어둠이없다면」에서는‘어둠’이라는타자를전제하고별과꽃의형용을동원하여자아의반대급부적상황을환기한다.

나는당신을도굴해서
내무덤에넣어야겠다
-「도굴꾼」전문

위시는석축과돌계단으로이루어진지하의내부에서,멀리밝은바깥을향해찍은사진을담았다.시의문면(文面)으로볼때어쩌면왕릉과같은무덤의석실인지도모른다.시인은여기서‘나’와‘당신’이라는선명한두실체를전제하고,이자아와타자사이의긴장감을극대화한다.사진의구도로유추하자면‘나’는당신의공간을침범하는자리에있고,그무례한처사는도굴꾼의그것과다를바없다.항차한걸음더나아가‘당신’을도굴해서‘나’의무덤에넣겠다고한다.아직그무덤에대한정보는없지만,시의정조로보면사생결단의각오가실린어휘다.짧은시행을통해진중한의미의덫을매설한경우다.그리고「위독」에서는한껏숙성한촬영기법을선보인다.꽃이지는때를미루어인지하고있기에,시인은‘내심장은이제멸종에근접’했다고썼다.이를막는것이불가능하다는것도알고있다.화자의심장이자아의주요한핵심이라면,한꺼번에여러언사를발설하는동백꽃은타자의객관화된모형이다.

창작의새로운방향성추구
시집3부〈열대야〉의시17편에서시인은이시대적특성을그가피사체로선택한사물에서발견하고,거기에합당한시를덧붙였다.소략하지만강렬한,시대의형상을읽는시인의면모와기량이드러난다.시집의표제가되기도한시「열대야」에서는‘잠못드는밤’을식혀줄‘시원한한줄기’소식을스프링클러를통해암시한다.「청맹과니」에서는탁상에놓인오미자열매와돋보기인듯한안경을한데묶어,‘맛에가려져보이지않던것들’을잘보려한다.이와같은시적언사들은불확실성속에서확고한무엇인가를찾아내려는시도에해당한다.

무엇으로식힐까
잠못드는밤

열에들뜬내이마를짚어줄
시원한한줄기소식,
어디쯤달려오고있을까
-「열대야」전문

김종회(문학평론가,한국디카시인협회회장)교수는해설에서“불확실성의시대(TheAgeofUncertainty)’란말은1977년TV에방영된시리즈이자.하버드대학의경제학자존케네스갤브레이스가발간한책의제목이기도하다.그때나지금이나불확실성은현대사회의삶이보여주는변함없는특성이다.이시집3부〈열대야〉의시17편에서시인은이시대적특성을그가피사체로선택한사물에서발견하고,거기에합당한시를덧붙였다.소략하지만강렬한,시대의형상을읽는시인의면모와기량이드러난다.시집의표제가되기도한시「열대야」에서는‘잠못드는밤’을식혀줄‘시원한한줄기’소식을스프링클러를통해암시한다.「청맹과니」에서는탁상에놓인오미자열매와돋보기인듯한안경을한데묶어,‘맛에가려져보이지않던것들’을잘보려한다.이와같은시적언사들은불확실성속에서확고한무엇인가를찾아내려는시도에해당한다”고밝혔다.

시집4부〈길없는길〉의시16편에서,시인은그창작의고통을넘어새로운방향성을추구한다.「세상을건너는법」에서는사막길의‘타는목마름’속에‘너를사랑하는법’을배운다.「동행」에서는계단을함께오르는소년소녀를통해더멀리,더높이내다본다.이처럼모두4부61편으로구성된정채원의디카시집『열대야』는주제론적성격에따라나누어져있으며,각기의부별특성이사진과시의조화로운만남으로잘드러나고있다.스마트폰디지털카메라의렌즈저편에서만나는세상은우리일상의모양과전혀다르게다가왔고,이를묘사하는시적표현또한일상적인수사법의발화방식과는전혀다르게제기되었다.거기에평보(平步)에서뒤꿈치를들고발끝으로걷기시작하는것같은,이른바언어의시적전화가이루어지고,그것이사진과한몸이되어수발한디카시의세계를축조한다.

이미확고한자신의시세계를가진정채원시인의이심기일전의수준높은시작이디카시의세계화에기여하는아름다운성취가되기를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