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저자:정희경 대구에서출생하여경북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지금은부산에서살고있다.2008년전국시조백일장장원과2010년《서정과현실》신인작품상당선으로등단했다.현재《문학도시》편집장과《어린이시조나라》편집주간을맡고있으며‘영언’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서울문화재단창작지원금을받았고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사업과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에선정되었다.가람시조문학신인상,올해의시조집상,오늘의시조시인상,부산시조작품상을수상했다.시조집으로『지슬리』『빛들의저녁시간』『해바라기를두고내렸다』『미나리도꽃피네』,평론집으로『시조,소통과공존을위하여』가있으며이광시조시인과공저e-book영문시조집『K-PoemSiJo-theRootofKoreanWave』를펴냈다.
시인의말제1부일기예보215오경알부잣집16다랑쉬오름17제습제18크릴오일19둥근울음20밥통21바오밥나무22이런봄날23드라이버24바람을맞는남자25카세트테이프26닭발나무27해마28제2부하지31내부수리중32외이도골종(外耳道骨腫)33미나리도꽃이핀다34출렁다리35종이비행기36용천각37구갑죽(龜甲竹)38그림자만사는집39태화로터리40생선가게41참깨를심다42오마주(hommage)434월,풍경244제3부갑오징어47플라밍고혹은플라멩코48폐지내는날249창령사나한상50말51추분(秋分)52탄소발자국53신이네과일동산54가덕대구(加德大口)55화산곡지,바람꽃56커피자판기57복원1258흑꼬리도요한마리59복원1460제4부칠곡할매체63씨간장64별점65소막마을66도깨비장터67물탱크68굴광성소견269무인점포70도시표해록71애물단지72충렬사감나무73맹지,개발지구74화성성역의궤75불을먹이다76제5부갈매기주점79카톡언해80생생전복죽집81야자매트82운촌2구역재개발지구83바심하다84복원1685야차굼바86보물찾기87춤(chum)88시인의우편함89아부심벨90모란91겨울밤,호스피스병동92해설/흰꽃으로피어난미학적기억의울림_유성호94
흰꽃으로피어난미학적기억의울림-시조시단의장인(匠人),정희경시조집『미나리도꽃피네』부산에서활동하고있는정희경시인의네번째시조집『미나리도꽃피네』가작가기획시선으로출간되었다.정희경시인은서정시의한양식인현대시조를통해기억의과정을섬세하고아름답게보여주는우리시조시단의장인(匠人)이라고할수있다.2008년전국시조백일장장원과2010년《서정과현실》신인작품상당선으로등단했다.현재《문학도시》편집장과《어린이시조나라》편집주간을맡고있으며‘영언’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서울문화재단창작지원금을받았고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사업과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에도선정될정도로좋은시조를창작해왔다.가람시조문학신인상,올해의시조집상,오늘의시조시인상,부산시조작품상을수상했으며,시조집으로『지슬리』『빛들의저녁시간』『해바라기를두고내렸다』『미나리도꽃피네』,평론집으로『시조,소통과공존을위하여』등의저서가있다.이번에펴내는시조집『미나리도꽃피네』는5부로나뉘어져총70편의시조를수록하고있다.「시인의말」에서“잊고살았다/미나리도꽃핀다는것을//그냥/오래두고/기다리기로했다//미나리가/꽃필때까지”라고썼듯이,그동안망각했던것을오래도록기다리면서기억하려는시인의마음을담고있다.이때시인에게‘시조’라는정형양식은삶의구체성을담아내는단정한그릇이요,내밀한심정토로를가능하게해주는훌륭한음악이요,가감없이자신이살아온날들을성찰하게해주는섬세한기록으로거듭나게된다.정희경시인은“미나리로대변되는작고여린것들도오래두고기다리면언젠가는꽃이필것이다.스스로자생력을가지고일어설때까지그냥기다리기로했다.어떤물리적인힘도,권력도가하지않고그냥기다려주기로했다.그럼이땅의작고힘없는것들,밟히고베이는것들도꽃피는번영의시간이꼭올것이다.내가시조로그들을응원하는이유”라고말한다.이처럼정희경의이번시조집은그가아프게통과해온시간에대한재현의순간을담으면서지금도소용돌이치는인상적인장면들에자신의열정을헌정하는속성을견지한다.시인은지나온시간을추스르는가운데삶의본질에대해속깊은질문을던지고있는데,이때그러한질문은자연스럽게삶의본질에대한존재론적탐구의지로이어지게된다.그만큼그의시조는삶의내력을회상해가는성격을띠면서자기성찰에오랜시간을바쳐가는언어적결과물로다가온다.생명현상에대한해석과기억의인화우리는이번시조집을통해정희경시인이일상의소소한결들을통해삶의본질을투시하는과정에흔연히동참하게된다.시인은자신의생각이나감정을직접드러내지않고사물의존재방식과삶의본질을유추하는간접화된방법을줄곧지향해간다.결국시인이포착한사물의존재방식은구체적인삶으로치환되면서존재의심층에가라앉은삶의이법(理法)에대한만만찮은사유를우리에게가져다준다.다양한사물의존재방식을통해삶의비의(秘義)에도달하려는이러한시인의설계가우뚝하기만하다.그순간정희경시조의지표는사물속에깃들인생명의원리에대한사유를수행해가는것이다.살아가면서자연스럽게느낄법한이법을담아내는데남다른적공을들이는시인의시선은,오랜시간쌓아온연륜이묻어나는미더운모습으로이어지면서생명에대한섬세한관찰과표현을구축해간다.밭에서따온지가한시간도안됐심더투박한1톤트럭흥정이한창이다노랗게물들어버린운촌시장길거리장마도올라카고보관도안되고예긴해에얼굴마저누렇게익어가는속까지타들어가서단내풀풀참외들―「하지」전문시인은해가가장길고무더운하지(夏至)에밭에서따온지한시간도안된참외들을트럭에싣고와팔고있는이들의모습을기록한다.참외로노랗게물들어버린“운촌시장길거리”는그렇게흥정이한창인생산과소비의장소로등장하기도하지만,“긴해에얼굴마저누렇게익어가는”참외들이“속까지타들어”가는과정을통해여름날의한순간을선명하게보여주는생명의현장을암시하기도한다.정점의과실이속까지타들어가는순간을통해,영남방언의살가운표현을통해,시인은생명의현장이가지는한장면을선명하게보여주고있는것이다.개망초흐드러져둔덕에피고피고베이고베인몸미나리도꽃이피네흰물결출렁이는팔월뭇별들이내렸나발목을물에담근베인자리싹이올라속비운투명의피초록의저몸부림기다림흰꽃으로피네미나리도꽃피네―「미나리도꽃이핀다」전문시조집의표제를품고있는이낭송지향의시편은,둔덕가득피어있는개망초와여름밤별들의흰물결처럼핀미나리꽃을바라본시인의황홀한감각을형상화하고있다.베인자리에서싹이나고“속비운투명의피초록의저몸부림”처럼피어난미나리꽃을두고시인은오랜‘기다림’의의미를부여한다.「시인의말」에서오래기다리겠노라고피력한부분과고스란히겹치는이고백앞에서우리는강인한생명의모습과그것을투명한삶의비의로전환시키는시인의필치를함께경험하게된다.그의작품을읽음으로써정서적위안을얻기도하고상황적충격을받기도하며감각의풍요로움을느끼기도하는데,이때그의시조에나타난정서는생명의가치에대한균형과조화를이루는방향으로설계되어있다.‘참외’나‘미나리꽃’같은자연사물을통해다양한미학적파문을그리면서자신의시조안에생명현상에대한해석과기억의인화(印?)를든든하고은은하게이루어간것이다.공동체적울림을새겨가는기록자로서의의지서정시의욕망은시인스스로꾸려온삶에대한회상과그것을토대로한순간적인상의점(點火)과정에있다.정희경시인의미학적성취역시이러한속성에서말미암는다.하지만그는인생론적성찰못지않게공공적시간의흐름을들여다보려는의지를강하게내비친다.이는커다란시간의흐름을따라우리의삶을기록하고바라보려는시선과궁극적으로연관되는것이다.이때시인은등량적으로분절된시간이아니라삶의구체성속에서이루어지는연속적시간을귀중하게가다듬는다.이처럼정희경의시조에서우리는공공적시간의흐름과함께,그것을가장단단하고풍부한언어로각인하려는‘기록자’로서의남다른의지를만나보게된다.잎떨군맨가지에고욤의이름으로제속을다꺼내어씻어놓은달의얼굴새벽을점점이밝힌횃불올려서있다―「충렬사감나무-무명용사의위패」부분부산안락동충렬사에꿋꿋한감나무하나가푸른감을무수히달고서는“저녁답촛대”로가을불을켜고있다.충렬사안에찾아온가을황혼의고요가수문장을깨우고,이어지는어둠을따라“제속을다꺼내어씻어놓은달의얼굴”이떠오른다.그렇게“새벽을점점이밝힌횃불올려”서있는충렬사감나무를통해시인은‘무명용사의위패’를기록하고자한다.‘무명(無名)’과‘용사(勇士)’가결속하면서역사의어둠을밝힌시간이야말로굳건한존재자들에의해가능했음을노래하는것이다.이제“아래아(·)도반치음(△)도사라진21세기”(「카톡언해」)에우리는이러한기록을좇아‘지금-여기’에서우리가존재할수있음을거듭실감하게된다.서있는소들처럼막사는버티었다팔려가지않으려고힘을준다리기둥벽면에소들의울음펄럭이고있었다―「소막마을」부분부산우암동‘소막마을’은일제강점기때일본으로수탈되어가는소를위해지은소막사를한국전쟁때피난민주거지로사용하면서형성된이름이다.막사는팔려가지않으려고완강하게다리에힘을준소들처럼오랜세월을버텼고,그벽면에는“소들의울음”이아스라하게펄럭이고있다.기울어진지붕위에열려있는환기창,전봇대의체온처럼이어진“실핏줄언덕배기”에는아직도“저뱃길따라가면고향에닿아질까”하는황소걸음과아기울음이동시에“무적(霧笛)소리”처럼여울지고있다.그렇게“어두운밤끌어주고사라졌다다시오는”(「씨간장」)시간은‘지금-여기’에서살아가는우리를어느새역사적존재로만들어주고있는것이다.결국정희경시인은우리삶곳곳에배인폐허와불모의상황을기록하면서새로운역동성을희원하는역설의시편들을써간다.삶의빛과그늘을동시에투시하는공공적기억을통해언어생성을통해존재생성이이루어지는과정을남김없이보여준다.그래서인간의동일성에지속적영향을끼치는원초적인힘이되어주면서,시인으로하여금공동체적울림을새겨가는기록자로서의의지를가지게끔해준것이다.우리시대삶의축도(縮圖)로서의시조정희경의시조는인간내면의파동과그것을감싸는언어에의해비로소형태를얻어가는세계라고할수있다.서정시의존재이유가삶에대한끝없는질문과그것의궁극적긍정이라는점에서,정희경시인의이러한긍정의마음은그의시조가가지는예술적차원을필연적으로높여주는역할을한다.또한우리시대가문학조차퇴영의그림자를길게끌고있다는점을염두에둘때,이러한긍정의힘은서정시의역설적정체성과존재이유를알려주는더없는지표가되어주기도한다.그렇게정희경의시조는우리로하여금상처와사랑의힘을동시에알아가게끔해주면서,삶의매우구체적인풍경과장면을수습하는구체성또한경험하게끔해준다.암시적서사성과함께단정한언어적매무새가우리시대삶의축도(縮圖)로서의시조를경험하게끔해주는세계로서우뚝하기만하다.또한‘굴광성(屈光性)’에대한관찰과소견을표현한「굴광성소견2」라는시편은굴광성을띤꽃의속성을보여주면서도그이면에그늘에서저물어가는하루를배치함으로써우리시대의‘빛’과‘그늘’을선명하게보여준다.특별히‘인력시장’이라는기표가‘굴광성’과대조되면서삶의아픈심부(深部)를환기하는역할도하고있다는점에서중층적의미를담고있는시편이라고할수있을것이다.그렇게“바람이내린곳에쌓여있을별똥별”(「종이비행기」)을바라보면서살아온우리주위의삶을한편‘빛’으로한편‘그늘’로품어낸가편이라할것이다.정희경시조가부여하는이러한삶의실감들은변방의존재자를통해인간의궁극적관심을암시하는시선을건네준다.그래서우리는따스하고낮은시선을보여주는그의시편을통해우리를치유하고위안해가는마음이추상적전언에있는것이아니라변방의존재자를통한구체적실감안에있음을깨닫게된다.느리고낮은존재자들을향한시선의실감과역동성이거기에있을것이기때문이다.조금더적극적으로해석한다면,우리가발견한‘동네시장’이나‘인력시장’이바로그현장의한복판일것이고,정희경의시조는이러한공간을통해우리시대의삶을충실하고풍부하게담아낸매끈한축도로다가오는것이다.축축한호주머니한줌의울음까지세상을끌고다닌눅눅한밑단까지내옷장구석구석에웅크리던울엄마몇날의눈물마저한꺼번에담아가서홀쭉한무덤가에노란꽃가득피네뽀송한햇살한줄기이승으로보낸꽃―「제습제」전문‘제습제’는공기중의습기를빨아들여습도를낮추기위해쓰이는물질이다.시인이호출한‘울엄마’는마치축축한호주머니에들어있던한줌울음과눅눅한밑단까지품으시면서“내옷장구석구석”의습기를없애주셨다.그렇게물기를다거두시고몇날의눈물마저담아가신어머니는무덤가에가득피어난노란색꽃처럼“뽀송한햇살한줄기이승으로”보내고계시다.어느새‘축축함/눅눅함’은‘뽀송함’으로존재전환을치르면서,오랜시간참여와성찰의기회를꾸려가는시인의모습을선명하게보여준다.그렇게“두고온룽다위로흩날리는신의언어”(「야차굼바」)혹은“정수리에꽂히는하늘의죽비소리”(「바심하다」)처럼오랜시간이던져주는신성하고단단한소리가‘시인정희경’의성숙을가져다준셈이다.몸이쓴글자들이팔십평생함께왔다작대기가꼬꼬장해콩이나쪼매심고할매들집으로가는길이름석자빛난다―「칠곡할매체」부분시인의시선이가닿은형상에‘칠곡할매’들이있다.이분들은칠곡에서늦게교육을받아한글을깨친할머니들이다.할머니들이서투르게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