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아홉 소녀의 꿈

아흔아홉 소녀의 꿈

$15.00
Description
작고 단단한 것의 소중함과 아름다움
황시언 시인의 두 번째 디카시집 『아흔아홉 소녀의 꿈』이 도서출판 작가의 한국디카시 대표시선 17번으로 출간되었다.
황시언은 일찍이 평론가 조연현과 시인 문덕수 이수익 그리고 소설가 전경린을 배출한 아라가야와 아라홍련의 고장 경남 함안 태생이다. 그래서인지 모르나 황시언의 시와 디카시에는, 어떤 고전적 품격과 정돈된 시심이 담겨 있다. 그는 2007년 시 전문 문예지 《시선》 여름호로 등단했으며, 그동안 『난 봄이면 입덧을 한다』와 『예쁜 예감』 등 두 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디카시집으로는 『암각화를 읽다』가 있으며, 《더 함안신문》의 문예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

황시언

시인

경남함안출생
2007년시전문문예지《시선》여름호등단
시집으로『난봄이면입덧을한다』『예쁜예감』이있으며,디카시집『암각화를읽다』가있다.
더함안신문사문예부기자로활동하고있다.
2024년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창작지원금을받았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아흔아홉소녀의꿈
안부·14
포위병으로서다·16
쉼표·18
꼬까옷·20
엄마손은약손·22
도어가드·24
입춘무렵·26
모정·28
봄편지·30
늙은욕실도꽃핀다·32
민주항쟁일에·34
늙은꽃의독백을보다·36
아흔아홉소녀의꿈·38

제2부햇살어머니
오후두시·42
어부바·44
요양원전보·46
구속·48
서성이다·50
꽃비린내를듣다·52
암흑·54
수목원의세탁날·56
새겨읽다·58
상강무렵·60
빠지지못한것들에대하여·62
말이산고분군에서·64
고백·66


제3부모든꽃은눈물로핀다
관용·70
블랙박스·72
사랑은버려져선안된다·74
양보·76
세상의모든꽃은눈물로핀다·78
일광욕·80
반영·82
명명하다·84
세계에서하나뿐인꽃·86
꽃가루에피소드·88
부처님을만나다·90
감사·92
아마도·94

제4부세상에서제일좋은말
노틀담의꼽추·98
세월호를기억하다·100
세상에서제일좋은말·102
물론입구에서3D안경은필수착용이고요·104
아빠의퇴근시간·106
한김·108
전기문을읽다·110
욕심·112
위로·114
결혼기념일에·116
유언·118
공개구혼·120
말씀의꽃·122

해설|작고단단한것의소중함과아름다움_김종회·124

출판사 서평

노년의어머니와소망의언어,그리고연륜의숙성을인식하는감각
이번에펴내는디카시집『아흔아홉소녀의꿈』은모두4부로구성되어총52편의디카시를수록하고있으며,시종일관요양병원에있는일백이세어머니를시적인식과대상의중심에올려두고있다.
1부〈아흔아홉소녀의꿈〉에수록된시들은모두그와같은방향성을갖고있으며,하나의집중적인주제가좋은디카시로서술부의세항(細項)을이룬형편이다.너무연로하여치매기가있는어머니가새로운꿈을꾸고소망을표현하기는어려울터이지만,그어머니를바라보며시를써나가는딸에게있어서는얼마든지가능한세계의모습이다.기실내일을꿈꾸는일은젊은이들만의전유물이아니다.성경의요엘2장28절에서는‘너희노인은꿈을꾸며’라는구절이있다.이시에서의어머니는,문필이뛰어난그딸의감각기관을빌려꿈꾼다.눈동자와도같은모양의나무사이로‘내새끼들’을걱정하는「모정」,여리고푸른풀줄기하나를문틈에두고새로운날의걸음마를유추하는「아흔아홉소녀의꿈」이그예증이다.

이시집의2부〈햇살어머니〉의시들은,여전히1부의어머니상념을이어받고있다.다만그시각의범주를보다넓게개방하여,연륜의경과와숙성에대해깊이있게고찰하고또그감각을예리하게포착한경우가많다.누구에게나젊은날이있고늙는날이있다.언젠가는모두경험하게될이인생의여정에서,존장(尊丈)을귀히여기는것은그것이결국인식주체의내일을말하기때문이다.햇살이만들어준그림자에서오래전에잃어버렸던‘찻잔받침용쟁반’을소환하는「오후2시」,도로변하수구의철망사이로초록색풀잎들이빛나는「빠지지못한것들에대하여」등은,그어디에나시간의경과를관조하는시인의정제된눈길이뒤따르고있다.


지난밤

고열로잠못이루셨을어머니위해

하나님물수건올려주시네
─「요양원전보」전문


「요양원전보」라는시다.사진의중동을가로지르는공간에나무등걸하나가떠올라있고,그나무아래부분에물방울둘이나란히맺혀있다.동서고금의많은시인묵객들이나무를사람의생애에비유해왔으니,여기이나무또한그반열에서비켜설이유가없다.시인은나무에서또어머니를보았다.그것도지난밤에‘고열로잠못이루셨을어머니’다.하나님이그어머니에게물수건을올려주셨다는착상은,사람의의표를찌르듯예민하고명료하다.더중요한문제는어머니를위로하는손길의이름을절대자로상정했다는데있다.그만큼시인에게있어어머니는,물러서서양보할수없는절대적인존재라는뜻이다.

세상을관찰하는시인의맑고깊은눈
3부〈모든꽃은눈물로핀다〉의시들은,여름날맥고모자처럼흔하게마주치는일상의경물(景物)들가운데서새롭고도상찬(賞讚)할만한관점을거두어들인사례다.시인을시인이게하는힘은,그가범상한사람들과다른각도의눈을가진데서촉발한다.이는선험적으로타고나는것이기도하지만,시인자신의노력으로가꾸어갈수도있는것이다.짐작건대황시언시인은이양자를다갖추고있는듯하다.그렇지않고서는,여기의시들이이토록도전적이면서안정적일수없다.자동차지붕위에날렵하게올라앉은고양이를‘가시단생명’이라고한「블랙박스」,시인이가장잘활용하는빛의그림자로사소한폐품들을보석처럼빛나게하는「감사」등의시들이그렇다.

꽃이졌다고꽃이아닌것이아닙니다
물은최선을다해안아줍니다
누군가의마지막생을빛나게하는것은
늘소리없는기도의눈물이지요
─「세상의모든꽃은눈물로핀다」전문

밝고화사하기이를데없는시다.거기에다사진한장이마치한폭의수채화처럼훈훈한정감을불러일으킨다.「세상의모든꽃은눈물로핀다」라는시한편에서,우리는문득정체모를행복감을느끼기도한다.정확하게관찰해보면길위에물이고여있고,여러빛깔의낙화가그위에분분하여잘조성된연못을연상하게된다.여기에덧붙인4행의시가일품이다.시인은낙화(落花)도꽃이라고강변한다.물이‘최선을다해안아줄때’에는이렇게아름다워진다.여기서한걸음더나아가누군가의마지막생을빛나게하는것이‘소리없는기도의눈물’이라고부연한다.꽃이지는자리에서우리인생의철리(哲理)를발견한공로가이시에있다.

선물처럼얻은영상과그시어
디카시의한구성요소로서사진은,시인이애쓰고수고한만큼좋은영상을얻기마련이다.미상불프로사진작가들도좋은작품을얻기위해온갖노력을마다하지않는다.그러한각고의분투가지속적으로이어질때,어느순간선물처럼빼어난영상을얻게되는체험이여러사람에게있다.시또한그렇다.그즉순간성의사진에몇줄의시어를결합하고이를SNS로실시간소통하는디카시의정체성에대해,필자는‘영감과섬광’이란이해를갖고있다.시인의창작역량과노력에영감을더하고섬광의시간이동시에작동하는예술형식이란뜻이다.이시집의4부〈세상에서제일좋은말〉에실린시들은,앞서다른시들도그러했지만그축복의선물같은시편들이다.도로변한쪽으로바람에밀린낙엽들에의해새주차선이형성된「아빠의퇴근시간」이나,감나무잎위에놓인두송이감꽃을‘일백이년잘살아주신엄마’께드리는‘하늘나라아버지의선물’이라고보는「결혼기념일에」같은시가바로그렇다.

세상에서유일하게자신의죽음을알리는꽃
그러나,
부활도알리는꽃
─「말씀의꽃」전문


「말씀의꽃」이라는시다.사진은백년에한번핀다는대나무꽃이다.일찍이고산윤선도는‘나무도아닌것이풀도아닌것이’라고노래했으나,대나무는아열대식물로나무가아니라풀이다.그뿌리는단단하고깊이엉켜서성벽도무너뜨릴정도다.성장판에마디가있어서일정한높이마다매듭을짓기때문에,공중에뿌리를둔것처럼자라30미터까지클수있다.이대나무에사진과같은꽃이피는것은,대체로백년에한번이라고알려져있다.시인은대나무에얽힌속설을빌려,세상에서유일하게자신의‘죽음’과‘부활’을알리는꽃이라고썼다.이와같은모든전설적언사들을결집하여‘말씀의꽃’이라고했으니,이한장면과그에연대한시의중량이그야말로가볍지않다.

김종회문학평론가는“황시언의디카시들은,우선피사체를붙들어시의소재로편입하는감각이놀랍고특히그와중에서빛과그림자의영역과효용성을잘활용한다.그의렌즈에당착한사물이사진으로변모할때,거기에쉽게설명할수없는상징과축약그리고전혀방향이다른의미의분화가결부되는때가많다.어떤상황에있어서도그의시는무리한욕심을내지않으며,또한그저그런온화한언어의나열을수납하지도않는다.그에게있어서디카시는새로운경계(境界)를여는통과의례이며,미처다말하기어려운담화를사진의그림자에또는시의행간에묻어두는발화방식”이라고평한다.

이처럼요양병원에있는일백이세어머니를시적인식과대상의중심에둔황시언시인의새디카시집은우리가지금살아가고있는고령사회의동시대성과그이면을대면하게한다.그리고우리가결코물러설수도간과할수없는절대적인존재,‘어머니’의사랑과그이름을다시한번아로새기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