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박정화 시인의 시편들은 간절하지만, 그 간절함을 슬쩍, 보여주고 이내 침묵한다. 얼핏 스쳐간 것들이 한동안 가슴에 선명하게 남는다. 침묵의 행간을 헤아려보면 어둑한 병실에서 휴가 가듯 아내의 손을 놓아버린 사람이 있고, 마음에 들어와 서성이는 쓸쓸한 저녁과 집으로 가는 길을 잊고 싶은 막막함과 아직도 오지 않는 기다림과 눈빛조차 둘 데 없는 무력한 고독이 그만 죽어도 좋겠다고 선로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죽음이라는 명시적 기억(explicity memory) 앞에서 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오래 묵은 기억들과 타인은 알지 못하는 적막함이 시인의 몸에 살고 있다. 그러나 박정화 시인은 자신의 감정에 침잠(沈潛)하지 않고 몰아치는 감정의 완급을 차근히 조절하며 일련의 서사를 재현하고 있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갈 거야 (박정화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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