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그들은취업을준비하던평범한대학생이었다
1년전인2019년7월,‘불’과‘단’은취업을준비하던대학생이었다.기자지망생이었던불과단은대한민국의여느대학생들과다름없이취업스펙쌓기를위해공모전준비를하고있었다.뉴스통신진흥회의‘탐사심층르포취재물’공모전에응모하기로하고,그동안관심있게지켜보던‘불법촬영’을주제로취재를시작한다.취재팀이름은‘불꽃.’
‘불법촬영’이주제가된이상,불꽃의취재현장은인터넷이었다.불꽃은구글에서검색10분만에‘와치맨’이운영하는AV-SNOOP이라는구글블로그를발견한다.이블로그에서N번방의존재를처음알게된다.
AV-SNOOP의링크를따라텔레그램의한대화방인‘고담방’에잠입한불꽃은이방에서파생방수십개가존재한다는사실을접하고,파생방에잠입한다.불꽃은파생방한군데에서만2,500개의불법촬영물이오가는현장을목격한다.아직끝이아니었다.파생방참여자들이불법촬영물을주고받는이유에는N번방입장조건을충족하기위한목적도있었다.비교적쉬운인증조건을내건참여자가나올때까지기다린불꽃은마침내N번방중1번방에잠입하게된다.
불꽃은그때의심정을이렇게기록한다.
“이게정말현실에서일어나는일인가,지금우리나라에서우리와같은시대에살고있는이들이벌이는짓인가.”(23쪽)
텔레그램대화방에서끔찍한범죄가벌어지고있음을목격한불꽃은‘기사하나쓰자고그냥보고만있을수는없어’경찰에신고한다.그게기사보다먼저였다고.
평범했던두대학생은취재와경찰협조를동시에진행하며을시작한다.그리고그들의삶은결코평범할수없는방향으로흐른다.
●이시대의위대한평범성
추적단불꽃앞에는‘N번방최초보도자이며최초신고자’라는수식어가따라붙는다.하지만불꽃은‘최초’라는말이갖는상징성에의미를부여하지않는다.오히려그말이붙을수밖에없는현실에분노한다.
불꽃은취재중에N번방의존재와그안에서일어나고있는범죄행위관련글이이미남성중심온라인커뮤니티에퍼져있었다는사실을알게되었다.하지만그동안신고한움직임은보이지않았다고한다.또한N번방사건과같은성착취피해는2016년부터트위터등에서꾸준히발생했던것으로불꽃은파악하고있다.
오랜시간자행되어온범죄가2020년3월에야공론화되어불꽃에게‘최초’라는수식어를부여한것이다.
추적단불꽃이‘최초신고자’라는점은우리에게시사하는바가크다.우리는이사건에서불꽃이본능적으로‘피해자’에게집중했음을알수있다.N번방사건은모든피해자가여성인사건이다.
“신념하나로버티느라가해자들에게받는정신적충격이가랑비에옷젖듯우리에게스며드는줄도몰랐다.”(34쪽)
“우리는피해를목격한게아니라경험했으니까.”(301쪽)
언론이가해자보도에집중할때,추적단불꽃은피해자편에섰다.추적단불꽃에붙는‘최초’라는수식어는‘피해자편에선최초보도자이자최초신고자’라고도할수있을것이다.
기자지망생이었던두명의대학생은그누구보다보도준칙에충실했기에자신들의보도로피해자에게2차가해가발생하지않을까염려했고,피해사실을보고만있을수없었기에경찰에신고했고,피해자들에게피해사실을알리며함께피의자검거에나서기도했다.우리가잊고있던평범함은이런모습이아니었을까.불의에분노하고약자에공감하는모습말이다.
N번방사건으로우리는한나아렌트가나치전범을두고말한‘악의평범성’을이야기하기바쁘다.하지만불꽃은우리에게‘위대한평범성’을보여줬다.우리가주목해야할것은범죄자들의평범성이아니라,평범한이들의위대함일것이다.
불꽃의취재와경찰협력방식은성착취가일어나는수십개의대화방을지켜보며증거가될만한내용을캡처해신고하는것이었다.이를두고어떤이들은‘추적단불꽃이어린애들탐정놀이하듯증거를수집했다’며비웃었다고한다.불꽃은말한다.대화방의대화내용을전부캡처하면서그렇게라도전진해야했다고.2019년7월N번방을처음발견한이후2020년3월공론화되기까지약9개월의시간동안누구도알아주지않아홀로싸우고있다는외로움과과연세상이나아질까하는무력감을느끼던추적단불꽃이다.너무나평범한시작,너무나평범한방식,너무나평범한두대학생의분노와좌절,그리고공감.
추적단불꽃은이렇듯우리시대에‘가장위대한평범성’을선사한이들이다.그렇기에불꽃은그누구도아닌평범한당신을부르는것이다.‘우리’가되자고.평범한‘우리불꽃’도평범한방식으로여기까지왔다고말이다.
●당신을우리라고부르고싶은마음으로이책이시작되었습니다
“추적단불꽃영상만보면화가나요.”
얼마전추적단불꽃유튜브영상에달린댓글이다.추적단불꽃은지금도디지털성범죄취재를계속이어가며SNS에성범죄관련내용을알리고있다.범죄사실을알리는일이누군가에게좌절로다가갈수있다는사실에미안한마음이든다고한다.불꽃스스로도가해사실을반복적으로증언할때마다얼마나고통스러웠는지잘알기때문이다.
하지만불꽃은,우리가관심을갖지않는다면디지털성범죄는더욱잔인한범죄로악화될것을잘알기에책을통해,당신에게한번더용기내손을내밀기로했다고말한다.
불과단,두사람은이책에언론에보도된적없는N번방추적기와자신들의평범한이야기를담았다.N번방추적기는1부에,불과단의일상이지만평범할수없었던이야기는2부에,피해자들과의연대와대한민국이나아가야할미래는3부에담았다.
처음N번방사건을취재하며공론화하기까지불꽃은꽤오랜시간둘이서만싸워야했다.취재하면서생긴트라우마는온전히둘이서감당해야하는상처였다.불꽃은그래도둘이어서다행이었다고말한다.
“추적단불꽃으로활동하면서우리가두명이라서다행이라는생각을많이합니다.혼자였다면진작에포기했을일들이참많다는것을깨닫는중입니다.더많은사람들이우리와함께한다면어떤기운이솟아날지궁금합니다.
책을통해독자들에게가까이다가갈수있다면얼마나좋을까요.”(시작하며중에서)
이책을먼저읽은25명의여성연대자들은한결같이이렇게말한다.
“추적단불꽃에게우리모두큰빚을졌다.”
이책은당신을우리라고부르고싶은마음으로시작되었다.불꽃이‘우리라서다행이다’라고말할수있도록,이제우리가추적단불꽃의손을잡을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