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

$18.00
Description
2016년 캐나다 최초로 조력 사망이 실행되던 해, 그 최전선에 있던 스테파니 그린 박사가 쓴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는 의료조력 사망MAiD의 근접 관찰 보고서로서, 특별한 죽음의 현장을 생생히 전한다. 환자들이 이러한 죽음의 방식을 원하는 이유에서 신청 기준, 시행 절차, 임종의 모습 등이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지는 것이다.

나아가 생경한 작별의 순간을 마주한 사람들의 반응, 그 속에서 차오른 복잡다단한 감정이 저자의 개인사와 함께 촘촘히 직조된 이 책은 논쟁적인 주제를 충실히 다룬 논픽션이자 잘 쓰인 에세이로도 손색이 없다. 그린 박사는 독자들을 자신이 자리한 방으로 데려가 환자, 의료인, 스스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죽음을 보는 시각뿐 아니라 실행에 관한 현실적 문제, 의료윤리 등의 맥락을 두루 살피게 한다. 그가 기록한 성공과 시행착오, 의의와 우려는 안락사 제도화 이전 우리가 살필 풍성한 체크리스트를 제공한다.

저자

스테파니그린

가정의학과에서10년,산부인과와신생아치료분야에서12년간일한뒤에조력사망전문의로분야를바꾸어새로운길을걷고있다.캐나다의료조력사망평가자및제공자협회CAMAP의공동창립자이자대표로이단체의전국온라인포럼을진행했으며,의료조력사망MAiD에관한전국컨퍼런스를주최하기도했다.캐나다브리티시컬럼비아주보건부MAiD감독위원회의료자문위원으로활동하며,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와빅토리아대학교의임상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들어가며

1부시작
1.첫번째환자,하비
2.최초의죽음
3.“나는갈준비가됐어요”
4.조력사망이합법화되던날
5.암스테르담‘안락사2016’컨퍼런스

2부여름
6.우리중누구도줄수없는것
7.로열주빌리병원436호
8.줄리아와더그의작별인사
9.나는무엇으로기억되고싶은가
10.헬렌의마지막분노

3부가을에서겨울로
11.‘누가적합한가’라는난제
12.워싱턴주의환자에게걸려온전화
13.“네가하는일이……자랑스럽다……”
14.호스피스의료진과의협업
15.안전장치의역설

4부봄
16.에드나가족의반대
17.작별뒤남겨진사람들
18.정신질환자와의상담
19.어머니의회복탄력성
20.친구의죽음을돕던날

5부다시여름
21.나자신을위한시간
22.“엄마를……정말로용서해요”
23.언론에공개된존의죽음
24.침대에서의포옹

나가며마지막말덧붙임
감사의말자료들미주

출판사 서평

누구를대상으로,어떻게실행되는가?
의료조력사망제도최전선의생생한이야기

MAiD가합법화되기까지캐나다또한조력사망을둘러싼소송과판결,논쟁의긴여정을피할수없었다.그린박사는자신의의대생시절부터전문의로서경력을쌓아온현재까지조력사망합법화의주요국면을마련한사건들을전하며이를보는자신의관점과여론의변화를중계한다.1992년루게릭병을앓던수로드리게스는조력사망을금지하는법에이의를제기하며발언을담은영상―“내가나의죽음에동의할수없다면이몸은누구의몸이란말입니까?누가내생명을소유하고있는거죠?”―을캐나다의회에보냈지만그의의견은수용되지않았다.2000년대로넘어온시점에는케이카터사건으로캐나다전역이떠들썩했는데,척추관협착증을앓던그는이병이참을수없는고통을유발한다며,삶에통제권을갖겠다고선언하고2010년스위스로건너가조력사망을맞이한다.이후에도글로리아테일러소송등여러사건을목도하며대중의감정은변화했고마침내대법원은2016년카터판결로써조력사망금지조항을폐지한다.그렇다면MAiD는원하는사람누구나제공받을수있는것인가?

캐나다법은MAiD적합성을엄격하게규정한다.MAiD를받기위한요건중‘위중하고치료불가능한’질병을앓아야한다는것이있는데,‘위중하다grievous’라는말은극히심각하고기능에의미심장한쇠퇴가있는상태를뜻하고,‘치료불가능한irremediable’이라는말은말그대로치료가안된다는뜻이다.
이는환자가고통을견딜수없어하고자연사가합리적으로예측가능할것을포함한다.이런기준이법률에명시되었고,그것이마음에들든들지않든취약한사람을보호하기위한장치로시행되어왔다._「첫번째환자,하비」(29쪽)

조력사망에대한가장흔한오해는죽음을원하는사람이라면누구나이를선택할수있으리라는점이다.하지만캐나다를비롯해이를제도화한여러국가에서는엄격한기준을적용한다.캐나다의경우환자가18세이상이어야하며,의사결정을내릴능력이있고,‘위중하고치료불가능한’고통을겪고있어야한다는조항을두고있다(실제로그린박사가만난환자의65퍼센트이상이전이성말기암환자였다).환자가MAiD를신청하면조력사망전문의는적합성여부를심사하며,그가조건에부합한다하더라도10일간의숙려기간과절차직전최종동의과정을거친다.이러한조건에도불구하고시행초기의혼돈은불가피한것이어서조력사망전문의들가운데에서도‘무엇이위중하고치료불가능한고통인가?’에대해이견은존재해왔다.또한환자가명백히기준을충족한다해도실행과정에서난관도뒤따른다.가령MAiD에거부감을가진약사들이약물조제를거부하거나2차의료기관의의료인이소견서작성에비협조적인경우등이다.이러한어려움에부딪히면서도그린박사가점차MAiD일에확신을가질수있었던것은동료의사들과의협력뿐아니라환자들의마지막을함께한다는충만한경험덕분이었다.
남은생의의미를상실하지않도록
고통과두려움으로부터해방되다
“선생님은어머니께우리중누구도줄수없는것을주셨어요”

사람들이조력사망을원하는순간은언제일까?질병으로인한극한의통증을감당하기어려울때일까?더이상회복될가망이없을때일까?혹은알츠하이머등으로인지능력이저하될때일까?
그린박사의경험에따르면사람들이삶을끝내고싶어하는대부분의이유는육체적고통보다는자율성과자존감을잃은것과관련된다.누군가의돌봄에전적으로의존해야하는것,삶에의미나기쁨을주는활동을할수없게된것에서깊은회의를느낀다는것이다.말기환자들은삶이죽음보다고통스러울뿐이라면평온하게죽을권리가있다고,의식이있을때사랑하는사람들곁에서죽고싶다고말한다.폐암환자로화학요법을3차까지시도했지만온몸이혹으로뒤덮인채‘총체적통증위기’에시달리던레이는죽음을원했다.호스피스병동에서통증완화관리를받고있으면서도,병세가악화되어의식없는상태로시간을끌다죽는상황을그는극도로두려워했다.다행히레이는조력사망기준에부합했고호스피스병동루프탑으로침상을옮겨가까운친구3명곁에서죽음을맞이할수있었다.
간부전,다발성경화증,흑색종등그린박사가만난환자들이앓는질병은다양했지만이들이조력사망적합자임을알게된순간보인반응은공통적이었다.삶의끝에통제력을갖게되자그들의고통은줄어들었고,죽음을두려워하는대신남은삶을사는데집중하게된다는점이다.예정된죽음앞에떠나온삶을충만하게수용하는환자들의모습을보며저자는말한다.“MAiD는죽음에관한것이라기보다어떻게살기를원하는가에관한것이다.”

산부인과전문의에서조력사망전문의로
스테파니그린박사가함께한환자들의마지막
준비된애도는상실의고통을덜어준다

흥미롭게도저자스테파니그린은이일을하기전응급대기를하며아이를받아온산부인과전문의였다.삶을향한여정을돕던그가정반대로죽음을향한여정을돕게된것은운명이었을까.생명의탄생을지켜본그린박사였기에생의마지막을지켜보는경험은훨씬강렬하게다가왔을것이다.죽음의과정을돕는독특한위치의외부인으로서,내밀한임종현장을목격하며그가기록한환자들의마지막은저마다개인의삶을요약하는한편의드라마다.가족이나연인,친구들곁에서자신의삶을돌아보며마지막인사를건네는환자들,황망해하면서도죽음을마주한이에게사랑을표하고그를필사적으로기억하려는몸짓들……케이티의가족은그녀를기억할물건이나일화를돌아가며소리내어말하는의식을치렀고,리처드의아내메그는침대에나란히누워키스하며남편의몸을품은채그를떠나보냈다.

“딸기잼.”
내뒤오른쪽에있는케이티의막내딸이한말같았다.
“모두를위한울니트양말.”
작게키득거리는소리.
“토마토통조림만들기.”
사람들은몇초마다한번씩다른기억을떠올렸고,절차가진행되는내내몇초마다한번씩,그를말해주는것에대한헌사가나왔다.
뜻밖에도너무나멋졌다.그자발적분출,이상하게힘이넘치는그소박함.창밖에있는커다란떡갈나무가방안으로드리운빛이어룽거리며케이티의퀼트이불을가로질렀다.나는그아름다운순간이펼쳐지는모습을지켜보았다._「나는무엇으로기억되고싶은가」(175~176쪽)

물론마지막순간이모두화해와추억이오가는아름다운자리만은아니다.헬렌은자신이키워온손자의막돼먹은행실에분노하며임종의순간에도입바른말을하고“건실하게살라!”고훈계한다.앤이약물주입후약간의의식이남았을때그의딸질은또렷하게말한다.“용서할게요,엄마,그모든것을.”분명한것은이러한갈등을드러내는것조차준비된죽음이기에허락될수있으며,고유한마지막순간들은그린박사에게잊지못할소회를남긴다는점이다.

이일을할때제기분이어떠냐고요?제가만나는분들이비범하다고느낍니다.사랑과지지를표현하는모습을보고무척놀라요.그리고제자신의죽음은어떻게보이기를바라는지궁금해지죠.그런다음집으로돌아가가족을좀더힘주어끌어안는답니다.”_「워싱턴주의환자에게걸려온전화」(232쪽)

삶을완성할인간다운죽음을향하여
더나은죽음을제도화하기위하여

2018년연명의료결정법이결정된이후2023년현재까지160만여명이연명의료중단의향서를등록했지만,우리사회내,더나은죽음을향한논의는아직더디다.말기질환으로삶이산산이조각나버린환자에게삶의마지막통제권을줄수는없는것일까?조력사망이완벽한대안이될수없을지라도우리는존엄한마지막을위한윤리적,제도적논의를이어가야한다.그과정에서,삶을헛되이보내지않기위한아주특별한선택들이담긴이책은인간다운죽음에대한질문을이어가게할디딤돌이될것이다.

나는그들에게선택안을제공한다.환자들에게그들이조력사망에적합하다는걸알려줌으로써자율권을준다.그렇다고해서그들이조력사망을받아들여야한다는의미는아니다.조력사망을제공받는걸의미하지도않는다.그게필요하다면진행할수있다는걸의미할뿐이다.그리고그결과는고통의축소다._「침대에서의포옹」(409쪽)

추천사

처음에는호기심과궁금증으로읽기시작했다가의사스테파니그린의개인적인고뇌에공감하면서끝까지책을놓을수가없었다.조력사망을가능하게하는과정은법적인절차와숱한의학적인연구를거쳐치밀하게짜여있었다.죽는그순간까지명료한정신이어야죽음을선택할자유가주어진다는것.마지막장‘침대에서의포옹’장면은슬프도록아름다워눈물을흘리고야말았다.나는읽는내내죽음보다는삶을더사랑하며살아야겠다는다짐을하고있는자신을발견했다._호원숙(작가)

그의기록은그자체로울림이있는에세이이자의료조력사망에대한근접관찰보고서다.죽음의현장을가까이에서보아온사람의글이기에구체적일뿐아니라여러대목에서감동적이기도한데이를테면나는책후반부의떠나는어머니와딸의이야기에서울컥했다.마지막까지다투던두사람의인사가“용서할게요,엄마,그모든것을”으로마무리될때,부모님과자신을떠올리지않을사람은별로없을것이다.무엇보다,2016년캐나다에서의료조력사망이합법화된이후이업무에바로뛰어든인물로서,아직이‘치료’또는제도를고민하고있는우리로선그의경험에목마를수밖에없다._김준혁(연세대학교치과대학치의학교육학교실,의료윤리학자)

놀랍다.스테파니그린은조력사망이라는논쟁적인주제에대해목소리를내며,죽음은“인간다움의흔적”이라는잊지못할사례를제시한다.사려깊고도우아하며솔직하게쓰인,놓치지말아야할책._퍼블리셔스위클리

삶의마지막에어떻게다가가는지,그리고조력사망이어떻게사람들에게도움이될수있는지에관한매우흥미로운책._아마존독자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