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슴물에 잠기다

따슴물에 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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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하인혜의 수필은 사라지는 것들의 곁에 오래 머문다. 배냇저고리와 실솔, 따슴물의 온기, 토분이 남긴 빈자리, 몽당연필의 검은 심을 따라가며 삶의 처음과 끝, 사랑과 이별이 남긴 흔적을 가만히 비춘다. 그에게 글쓰기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일이 아니라, 이미 잊힌 줄 알았던 것들이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행위다.

“일상의 속도에 밀려 미처 챙기지 못하는 것들 앞에서 나는 자주 걸음을 멈춘다. 허름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 속에는 한 사람의 생이 지나간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눌림과 빛바램, 손때와 무늬 사이로 말보다 먼저 다가온 생의 기척이 스민다. 그런 것들 앞에 서면 글이 되기 전의 떨림이 일어난다.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 틈틈이 문장으로 받아 적었다. 내게 수필은 삶이 건네는 편지에 대한 답장이다.

아궁이 앞에서 구구단을 외던 어린 날부터 손주의 첫 신발을 마주한 오늘까지, 오랜 시간 주고받은 마음의 풍경을 그렸다. 또한 독서는 타인의 고독 곁에 앉아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책 속 인물의 침묵과 여정은 내 삶에서 길어 올린 기억과 따로 있지 않았다. 이제껏 아물지 않는 것들이 있지만, 그 아물지 않음이 오히려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는지도 모른다. 낡은 것들의 품격을 믿으며 이 글들을 내어놓는다.”
-〈저자의 말〉 중에서

수필집 《따슴물에 잠기다》는 작고 낮은 사물들이 한 사람의 생애와 기억을 어떻게 품어내는지를 보여주는 살뜰한 기록이다. 작가의 문장 속에서 오래된 사물들은 다시 한번 따뜻한 이름을 얻는다. 이 책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만한 다정함으로 남기를 바란다.
저자

하인혜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에세이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으며, 《아동문예》와 《대전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다. 이후 월간 《심상》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동시와 시로 작품 세계를 넓혀 왔다.

대산창작기금 수혜 작가로 선정되었고, 대전일보문학상과 대전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분꽃과 어머니》, 동시집 《엄마의 엽서》, 《지금이 젤 좋아》, 《눈 깜짝할 사이에》와 수필집 《따슴물에 잠기다》 등을 펴냈다.

현재 (사)한국수필문학진흥회,한국동시문학회,대전문인협회 이사와 (사)한국문인협회, 에세이문학작가회, 대일문인협회 회원이며 《에세이문학》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목차

저자의 말 4

1.
따슴물에 잠기다 11
시詩와 나무 16
봉숭아꽃물 19
한 벌의 옷 22
첫 발자국 27
밥꽃 피우다 30
오래된 비디오 35
휘파람새가 울고 난 뒤 38
사랑체 47
마음의 빛으로 짓다 50
정원 아래 묻힌 이름들 59

2.
흰 기억記憶의 숲을 걷다 69
감자 먹는 사람들 76
돌멩이 79
가지런히 85
옥이玉伊와 우표 88
시간을 배웅하다 93
성에꽃 96
낡은 것들의 품격品格 99
일월日月 104
금잔화 연가戀歌 107
죽음에의 변주變奏 112

3.
나에게 보낸 엽서葉書 123
글말의 색깔 128
읽기의 문門을 열다 131
나의 린드그렌 136
닳아가는 것들의 문장 139
시詩의 지느러미 144
에로스에게 바치다 147
활자活字의 숲에서 나를 읽다 154
정생正生을 새기다 157
호롱불 아래 앉은 사람 160
아물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일 167

4.
몽당연필 177
토분土盆 182
손끝에 남은 문장 189
나무 상자의 힘 192
장미가 피었던 자리에서 197
정한의 별사別辭 200
내 안의 아몬드나무를 위하여 205
여름은 묻지 않는다 208
초고草稿를 읽는 시간 216
문장 밖에서 추는 춤 222
텍스트라는 밀실에 들어갈 때 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