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복원을위한실마리
1983년,저자는이화여대도서관에서고소설『설인귀전』을열람한다.이는20세기초세책집(도서대여점)에서유통되던책인데,세월이흘러종이가터지면서책안쪽에숨어있던배접지가70여년만에세상에드러났다.『설인귀전』에쓰인배접지는바로대한제국의군대문서였다.군호는어떻게전달되었는가,궁성까지행진하는데동원된인원과경비는얼마인가,겨울에내복을어떻게지급했는가등등군대내소소한일들이적혀있는이문서는어쩌다소설책배접지로재활용되었을까?아직은궁금증을해소할만큼연구가이루어지지않았는데,저자는“과거의자료를제대로읽어낼수있는능력을갖춘다면,이문서를실마리로삼아대한제국군대를좀더깊이있게이해하게될것”이라고말한다.『조선사스무고개』에서다루고있는스무가지이야기는곧역사복원을위한실마리이기도하다.
―조선을찾아가는스무고개
『조선사스무고개』에는유명한인물이나사건,주류의이념은별로등장하지않는다.대신당대에는흔했지만지금은쉽게알수없거나사라진것에관한내용이주로담겨있다.참고자료로삼은것도서울과지방에서주고받은문서나죄인들을문초한내용을적어놓은살인사건조사서와같이덜중요하다고여겨지는것들이많다.
이책에서다루는스무가지주제는‘암호,봉수대,과거,한양구경,뗏목,얼음,유리,청어,주막,호랑이’등이다.이를통해통해조선사람들이먹었던음식,서울의구경거리,집을짓기위해목재를나르는방법,당대의사치품,이동할때묵었던숙소등잊혀진조선의모습을더듬어본다.고준담론에가려있던조선시대사람들의소소한일상이조금씩드러난다.
―바로잡아야할조선의역사
저자는오랫동안허균이지었다고잘못알려져온내용을바로잡아『‘홍길동전’의작자는허균이아니다』(2018)를쓴바있다.기존연구의오류를답습하지않고바로잡으려는노력은『조선사스무고개』에서도이어진다.‘판소리’를한가지예로들수있다.학교에서는판소리가먼저생겨났고,『춘향전』이나『심청전』같은소설은판소리가사를옮겨놓은것이라고가르친다.그러나저자는“판소리「춘향가」나「심청가」가소설의한대목을노래로부르는것”이라고주장하며기존의상식을뒤엎는다.그리고판소리관련한수많은학교와기관,전문가가있지만,판소리의정의와역사조차제대로정리하지못하고있는우리의현실을지적한다.이러한현실은비단판소리에만해당되지않을터이다.거대담론에가려서희미해지고잘못알려진조선시대사람들의일상을정확하게알아내는것,그것이우리학계와사회의역량이다.『조선사스무고개』는그역량을다지는한걸음이기도하다.
[‘서문’중에서]
조선시대서민의삶에대한문헌자료를구하기는매우어렵다.글을써서기록을남길수있는상층지식인들은자신들의명예나이해가걸린정치적이념의문제는아무리작은것이라도장황하게써두었지만,그런것이외에는별로관심을두지않았으므로서민의일상생활을기록해두는일은별로없었다.이책에들어있는내용은유명한것이아니다.저명한인물이나역사적인사건,또는중요한유물이나주류의이념등이아니라,당대에는흔했지만지금은쉽게알수없거나사라진것에관한내용을주로담았다.그러므로이책이참고자료로삼은것은조선시대저명한인물이쓴뛰어난저술보다는,서울과지방에서주고받은문서나죄인들을문초한내용을적어놓은살인사건조사서와같이덜중요하다고여겨지는것들이많다.
책제목을『조선사스무고개』라고한것은,이책에담은스무가지이야기를하나하나읽다보면조선이라는나라를조금더잘이해할수있게되리라고생각해서붙여본것이다.이책이조선시대사람들의지워진일상을복원하는데작은도움이되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