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다는 것! - 봄볕 청소년 10

살아남는다는 것! - 봄볕 청소년 10

$15.00
Description
“모든 전쟁은 범죄야.
그 일을 겪은 뒤로 나는 전쟁이 다시는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빌고 또 빌어.
우리는 살아남았어. 중요한 건 오직 그거야.”

저자

구드룬파우제방

1928년체코보헤미아동부지역비히슈타틀에서태어났다.제2차세계대전뒤독일로이주하여사범대학을졸업했다.그후칠레,베네수엘라,콜롬비아등남아메리카에서오랫동안교사생활을했다.1970년아들이태어난후어린이와청소년을위한책을쓰기시작했으며,평화와환경,빈곤문제등깊이있는주제의식과높은작품성을지닌책을꾸준히펴내어독일청소년문학상,취리히어린이도서상,구스타프...

출판사 서평

■전쟁의잔혹함에관한소설
독일의작가이자언론인쿠르트투홀스키는“모든전쟁은패배다.생명을파괴하기때문이다.”라고말했다.한평생반전·반핵메시지를작품속에담아온파우제방은《살아남는다는것!》에서,승자가존재할수없고오로지파괴만이존재하는전쟁의잔혹함을어린주인공들을통해보여준다.전쟁사에서민간인사상자를가장많이낸비극적인사건들중하나로기록된‘드레스덴폭격’이이소설의배경이다.
열여섯살생일을며칠앞둔기젤은어느날주민소개명령이떨어지자고향니더슐레지엔을떠나외조부모가사는드레스덴으로가족과함께피난을떠난다.2월한겨울에늙은할머니와만삭인엄마와열다섯살부터한살반까지네아이가짐을이고지고나선피난길이얼마나고통스러울지는굳이말할필요도없을것이다.엄마는피난기차에오른뒤갑작스러운산통으로들것에실려가고,할머니마저아수라장속에서어디론가사라진다.공습경보가떨어지고,기젤과동생들은지하방공호로대피한다.그리고매몰된다.
아이들이무너진방공호에서살아남기위해사투를벌이는모습은처절하고눈물겹다.그러나기적적으로구조된아이들앞에펼쳐진세상은처절하다는말조차무색하게만든다.모든것이폐허가된,죽음만이가득한세상.목적지였던아름다운도시드레스덴은초토화되었고,외조부모는이미이세상사람이아니다.
청소년들에게전쟁은게임이나뉴스에나오는남의이야기에불과할지도모른다.그러나지금도지구곳곳에서는전쟁이한창진행중이고,수많은사람들이목숨과삶의터전을잃고있다.게다가한국전쟁은완전히끝난것이아니라불안하게멈춰서있을뿐이다.이책은끝나지않은전쟁의영향력속에서살아가면서도현실을체감하지못하는우리청소년들에게전쟁의잔혹함과평화의소중함에대해생각할기회를제공할것이다.

■삶의소중함과용기를일깨우는이야기
그럼에도불구하고파우제방이이책에서궁극적으로전하는메시지는‘삶의소중함’과‘용기’다.주인과기젤과똑같이1945년당시에열다섯살이었고어느덧일흔여섯살이된노작가는최악의상황에도목숨을포기하지말라고,끝까지살아남아서삶의기쁨을누리라고말한다.
전기도수도도모두고장나고,먹고마실것이라고는샌드위치몇조각과과자몇개와변기물통속의물뿐인상황속에서도,기젤은포기하지않는다.세살아래동생에르빈과교대로쪽잠을자면서구조대의신호에귀를기울이고,한정된음식을치밀하게계산해서동생들과나누고,지상으로끊임없이구조신호를보낸다.기젤과동생들은빛한줄기들지않는어둠속에서옛이야기를서로들려주고,노래하고춤추고,술래잡기를하면서희망을놓치지않는다.그리고마침내,《손도끼》의주인공브라이언이홀로조난당한깊은삼림지대에서기어코살아돌아오듯이환한햇빛속으로올라온다.
훗날기젤은구조순간을회고하며이렇게증언한다.“용감하다고?나는그말이맞지않다고생각한다.우린그저살아남고싶었을뿐이다.”(268쪽)

■나보다약한이를돌볼의무
이책은나자신을지키는데에서한걸음나아가,나보다약한존재를보살피고지킬의무에대해말한다.피난길에오르면서엄마와할머니는기젤에게동생들을잘돌보라고당부하며이렇게덧붙인다.“널믿어.”
아이들과벽하나를사이에둔채파이프를통해대화하는군인로켈도기젤에게말한다.“너희중에서가장어른은너야.혹시내가잘못되면…네가이방공호에서가장어른이될수도있어.그책임을분명히알아야해.”(184쪽)“아이들을자주웃게해줘,알았니?”(190쪽)
기젤은“내게는의무뿐이다.빌어먹을의무!나는의무라는말이너무싫다.”(202쪽)라고하소연하면서도,동생들을지키기위해끝까지최선을다한다.그리고끝내약속을지킨다.
이책에나오는많은어른들역시아이들을위해자신을희생하고양보하기를망설이지않는다.기젤의할머니와엄마와로켈아저씨는물론이거니와,피난길에우연히마주친기젤에게서슴없이과자한움큼을건네는노부인등의여러인물들은약한존재앞에서저절로솟아나는선한마음과연민을감동적으로보여준다.

■전쟁세대가다음세대에게전하는평화의메시지
파우제방이이책에서말하는의무는,나치가독일국민에게강요한의무와확연히대비된다.인간으로서,그리고어른으로서마땅히가져야하는이의무는파우제방이노년에이르러이책을쓴이유이기도하다.
이소설은할머니가된기젤이열여섯살생일을앞둔손녀슈테파니에게보내는편지형식을띠고있다.이야기의맨앞과끝을‘할머니기젤’의편지가감싸고있고,2차대전당시의이야기는‘소녀기젤’의시점으로전개된다.맨앞의편지에서저자의분신이라고해도좋을‘할머니기젤’은손녀에게이렇게말한다.
“이런말을하면어떨까싶지만,너는할미보다운이좋아.평화로운세상에살고있으니까.나는전쟁이어떤건지알아.신문이나TV뉴스를보고아는게아니라그폭력성을직접몸으로겪었거든.
너에게는그런일이일어나지않길이할미는정말이지온마음으로소망한다.당연히다시는그런일이없어야겠지.어쨌든이이야기로할미와네가조금더가까워졌으면좋겠구나.진심으로생일축하한다!”(6쪽)
이처럼이책에는,유년기에전쟁을겪은세대가다음세대만큼은똑같은비극을겪지않도록비는간절한마음이담겨있다.

■풍부한토론거리를갖춘책
파우제방은이야기전반에걸쳐서독일국민들이나치에열광하는모습과그로인해전쟁속으로거침없이휘말려드는모습을생생하게보여준다.전쟁이끝난뒤에도여전히총통과조국에대한충성을버리지못한채피폐한삶을살다가세상을떠나는기젤의아빠는독일국민들이무엇을오판했고무엇을잘못했는지정확히보여준다.독일인들의맹목적인믿음으로인해유대인을비롯한수많은사람들이희생되었고,독일인자신들도엄청난고난을겪었다.이책은가해국국민인독일인들의시점으로펼쳐지지만,전쟁의근본적인속성과2차대전의핵심을한치도놓치지않는다.그런면에서더욱풍부한토론거리를갖춘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