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쟁론기 - 봄볕 청소년 11

금수저 쟁론기 - 봄볕 청소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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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흙수저 이지온,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 기울어진 운동장을 달리는 소년의 투쟁기
기울어진 운동장을 달리는 소년의 투쟁기

《금수저 쟁론기》는 한국 사회를 뒤덮은 ‘금수저-흙수저 논쟁’을 비판적으로 조명하는 청소년소설이다. 자동차 공장 해고 노동자의 아들 ‘이지온’이 단체 대화방에서 조리돌림을 당한 뒤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온의 결심은 이내 장애물에 부딪힌다. 오랫동안 복직을 위해 싸워 온 엄마, 아빠가 할아버지가 홀로 계신 시골로 귀촌을 결정한 것이다. 하루아침에 학원조차 없는 외딴곳에 떨어진 지온이 명문 자사고로 유명한 ‘라일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면서, 이야기는 모험담의 면모를 띠기 시작한다.
그러나 저자는 지온의 모험이 성공하는가 실패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지온이 왜 그런 결심을 하고, 세상이 어떻게 그 결심을 부추기고 좌절시키는지 보여 주는 데 집중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불평등을 폭로하고, ‘공정한 경쟁’으로 포장된 ‘능력주의’가 ‘차별주의’의 다른 이름일 뿐임을 넌지시 일깨운다.
뜻밖에도 저자는 베일 뒤에 가려 있던 지온네 집안의 파란만장한 과거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일제 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사연 속에는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려 온 어느 금수저 집안이 등장하는데, ‘장동 이씨’ 종친회를 이끌고 있기도 한 ‘장원물산’ 일가가 바로 그것이다.
동성동본인 장원물산 집안과 지온네 집안에는 공교롭게도 ‘이헌석’이라는 동명이인이 존재한다. 한평생 기업가로 성공을 누렸을뿐더러 독립운동가로서 건국 훈장까지 받은 ‘장원물산’ 창업자 이헌석 회장. 반면에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만 어렴풋이 전해 오는, 지온의 증조할아버지 이헌석. 같은 이름으로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출생부터 죽음까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던 두 사람 중 진짜 독립운동가는 단 한 명이다. 과연 누가 독립운동가 이헌석이고, 누가 친일파 ‘미야모토 겐’일까?

저자

조정현

1973년에태어나중앙대문예창작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문예창작학과문학이론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2006년에장편소설『평균대비행』으로‘문학수첩작가상’을받았다.어릴적에포목점을운영하는엄마가이불두채와세계동화전집을맞바꾸어주었는데,그때이야기의매력에빠져지금까지글을쓰고있다.소설『로빈의붉은실내』,『화려한경계』,『바다의리라』,인문에세이『동화넘어인문학』,어린이책『마에스트로정명훈과마법사의사계절』,『특별한날,평생의례이야기』,『바닷길은누가안내하나요?』등을썼다.

목차

이사7/사인볼과라일고등학교18/깊은산속모지리37/시제44/옛날옛적에55/자기소개서66/결격사유76/공인가족87/집안내력98/사라진탄환108/그의이름은?121/돈138/다섯개의도장153/양지바른헛묘167/참186/작가의말195

출판사 서평

■흙수저소년의금수저되기프로젝트?

《금수저쟁론기》는작은축구공하나에서출발해,묵직한사회문제로시선을넓혀나가는소설이다.어느날,자동차공장으로유명한‘평주시’에서프리미어리거‘석진태’선수의사인회가열린다.석진태선수가올림픽예선전에서결승골을넣은덕분에많은이들이사인회를탐내지만,오로지외국자동차‘호루스’를가진사람만입장권을구입할수있다.지온의반친구‘상준’은호루스차를모는의사아빠덕에사인볼을손에넣지만,지온은그럴수없다.아빠가‘산호자동차’에서생산한‘타키온’을모는데다,산호자동차에서해고당한흙수저노동자이기때문이다.

지온은호루스차가없어서사인볼을가질수없는상황을도무지이해할수없다.노력여부와상관없이어떤부모를두었는가로결과가결정되다니,이렇게불공평한일이어디있는가?지온은사인볼을구경이라도해보려고상준을조르다가,단체대화방에서‘사인거지’라는막말을듣는봉변을겪는다.“자격미달로사인을못받았으면사인볼못보는게공정한거아냐?”“노력도안한사인거지들은사인을볼자격이없어.”

그날이후지온은부자가되기로결심한다.그러기위해서는우선라일고등학교에들어가야한다.그다음엔서울대에들어가고,그다음엔의사가될것이다.특히성형외과의사가되면돈을엄청많이벌고,아빠처럼회사에서쫓겨나땡볕에서싸울일도없다.이렇게흙수저소년이지온의‘금수저되기프로젝트’로시작된이야기는장애물을연거푸만나면서예상못한방향으로흘러간다.

■존엄을지키기위한투쟁기

제힘으로흙수저에서벗어나겠다는지온의결심은언뜻지나치게야심적이지만,그래서오히려현실적이고아이답다.그러나결심은시작부터장애물에부딪힌다.엄마,아빠가지온의자사고입학을반대하고나선것이다.지온이공부에만매달리지말고이것저것두루경험하면서건강하게성장해주면좋겠다는것이두사람의바람이다.급기야엄마,아빠는할아버지가홀로젖소를먹이며사는산골마을로귀촌을단행한다.복직을위해오랫동안벌여온싸움을접고아빠의고향에서새로운삶을시작하기로결정한것이다.

학원버스가아이들을부지런히실어나르는도시에서소똥냄새가풀풀풍기는황량한산골로갑작스레떨어진기막힌현실앞에서도,지온은결심을굽히지않는다.마치한핏줄이라는것을웅변하기라도하듯,지온네가족은쌍둥이남매인지온과지혜부터,엄마와아빠,할아버지까지하나같이싸움닭기질이있고,한번결심하면좀처럼포기하지않는다.

라일고에입학할방법을궁리하던어느날,지온은수재로소문난동네형에게서‘문중장학금’이란게있다는정보를듣는다.지온은할아버지의도움을받아문중장학금을신청하지만,‘장동이씨가아니라서신청자격이없다’는통보를받는다.지온의할아버지가고이간직해온족보에는똑똑히올라있는이름이왜종친회족보에는빠져있는걸까?지온뿐만아니라아빠와할아버지와증조할아버지조차족보에올라있지않다니더욱이상하다.이제이야기는족보에서감쪽같이사라진가족의뿌리를찾아가는모험담으로,한편으로는나와내가족의존엄을지키기위한투쟁기로발전한다.

■독립운동가이탄환을찾아서

장동이씨종친회를이끌고있기도한장원물산은일제강점기에실업가이자독립운동가로활약한이헌석회장이세운기업이다.이미세상을떠난이헌석회장은과거의업적을인정받아건국훈장까지받았지만,해방후독립운동가들사이에서는그가친일파미야모토겐과동일인이라는소문이떠돌았다고전해진다.

지온의증조할아버지이름도이헌석이다.이이헌석도독립운동을했지만,훈장을받기는커녕젊은나이에만주에서세상을떠났다.이후증조할아버지의형님이월북하면서집안이풍비박산났고,그탓에지온의할아버지는증조할아버지얘기라면웬만해선내놓고하는법이없다.

족보문제가단순한착오일거라믿고종친회를찾아간지온은할아버지조차제대로알지못했던집안의파란만장한역사와맞닥트린다.그리고이사연은일제강점기부터부를대물림하며위세를누려온장원물산집안의추악한비밀과연결된다.

지온과지혜가함께조사한데따르면,만주에서활약한독립운동가이헌석은한명이다.이헌석은발이총알처럼빠르고사격솜씨도대단해서‘이탄환’이라불렸으며,혈혈단신으로폭탄을안고주재소로뛰어들어서적들과함께산화했다.그렇다면독립운동가이헌석,일명이탄환은누구일까?젊은나이에만주에서세상을떠난지온의증조할아버지이헌석일까,한평생부귀영화를누린장원물산이헌석회장일까?지온과지혜가서로툭탁거리며비밀을풀어가는과정은추리소설에맞먹을만큼흥미진진하고박진감넘친다.

■진정한금수저가되는방법

이렇듯이이야기는현재우리사회를지배하고있는‘수저계급론’을비판적으로사유하는데에서한걸음더나아가,지금우리가올바른토대위에제대로서있는지과거로거슬러올라가며질문을던진다.어쩌면우리는처음부터잘못된토대위에서첫삽을뜬것은아닐까?꼭대기만열심히올려다보느라탑이한쪽으로위태롭게기울어진모습을애써외면하고있는것은아닐까?

그러나모든이야기의진정한주인은이야기를시작한사람이아니라,지금새롭게이야기를이어가는사람이다.저자는청소년들에게조언한다.출발선이잘못그어져있고운동장이기울어져있을지라도,자기속도로끝까지달리라고,절대중간에포기하지말라고.

결국이책은현실을탓하지않고자기만의이야기를묵묵히만들어가는사람이야말로진정한금수저이자‘멋진조상님’이될수있다고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