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것은 가짜다 (연암 박지원의 예술론과 인생론)

비슷한 것은 가짜다 (연암 박지원의 예술론과 인생론)

$18.00
Description
정민 교수가 전하는 우리 시대 최고의 연암 읽기, 첫 번째 이야기!
“우리 문학사에 가장 빛나는 성좌(星座)!” 조선 후기의 대문호 연암 박지원(1737~1805)의 대표 산문 40여 편을 함께 읽으며 그의 심오하고 천변만화한 사상 세계를 들여다본다. 수많은 한문학 자료를 발굴, 정리하는 한편 한문학을 대중화하는 일에 정열을 쏟아 온 한양대 국문과 정민 교수가 연암의 산문들을 25가지 주제로 나누어 번역문을 싣고 그에 대한 해설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이 책에는 연암의 문학 이야기를 비롯하여 “예술론과 인생론, 그 밖에 세상 살아가는 애환이나, 우정에 얽힌 담론, 시대를 향한 신랄한 풍자와 우언, 인간적 체취가 넘치는 편지글” 등 그의 다채로운 면모를 엿보게 해 주는 글들이 담겨 있다. 작품마다 고도의 비유와 상징, 함축이 흐르고 있기에 좀처럼 파악하기가 어렵지만 한번 이해하고 나면 그 깊이와 넓이에 경탄을 금할 수 없는 3백 년 전 연암의 지적 사유를 저자는 오늘의 문맥으로 충실히 읽어 낸다.
저자

정민

한양대국문과를졸업하고모교국문과교수로재직중이다.조선지성사의전방위적분야를탐사하며옛글에담긴깊은사유와성찰을우리사회에전하고있다.
18세기지식인에관한연구서로『18세기조선지식인의발견』,『18세기한중지식인의문예공화국』,『미쳐야미친다』,『잊혀진실학자이덕리와동다기』등을썼고,다산에관한책으로『다산의재발견』,『다산선생지식경영법』,『다산의제자교육법』,『다산증언첩』,『삶을바꾼만남』,『파란』,『다산어록청상』등을펴냈다.이밖에청언소품(淸言小品)을소개한여러책과옛글속선인들의내면을그린『책읽는소리』,『스승의옥편』외에『일침』,『조심』,『옛사람이건넨네글자』,『석복』,『습정』등의수필집을냈다.

목차

개정판서문
초판서문

1부_글과그림에깃든소리-사물의본질을읽어라
1.이미지는살아있다,코끼리의기호학
2.까마귀의날갯빛
3.중간은어디인가
4.눈뜬장님
5.물을잊은물고기
6.문심(文心)과문정(文情)
7.눈속의잣나무,사생(寫生)과사의(寫意)

2부_같지만달라야-옛것사용법
8.심사(心似)와형사(形似)
9.그때의지금인옛날
10.시인의입냄새
11.잃어버린예법은시골에있다
12.새롭고도예롭게
13.속빈강정
14.글쓰기와병법

3부_나는누군가?여기는어딘가?-집착을버려나를찾다
15.생각의집,나를어디서찾을까
16.스님!무엇을봅니까
17.지황탕(地黃湯)위의거품
18.돌에새긴이름
19.요동벌의한울음

4부_벗은제2의나다-사람의가치
20.제2의나를찾아서
21.갈림길의뒤표정
22.한여름밤이야기
23.뒷골목의등불
24.혼자하는쌍륙놀이
25.강물빛은거울같았네

미주:원문및출처

출판사 서평

비슷해지려하지말아라!비슷한것은가짜다!
모방은옛것,남의것을본뜨는것이다.모방이라고다같은모방은아니다.모방에도훌륭한모방과저급한모방이있다.연암은제자인낙서(洛瑞)이서구(李書九)의문집『녹천관집(錄天館集)』에써준서문에서이렇게말한다.“어찌하여비슷함을구하는가?비슷함을추구한다는것은진짜는아닌것이다.천하에서이른바서로같은것을두고반드시‘꼭닮았다’고하고구분하기어려운것을또한‘진짜같다’고말한다.대저진짜같다고하고꼭닮았다고말할때에그말속에는가짜라는의미와다르다는뜻이담겨있다.…마음이비슷한것[심사(心似)]은뜻이고,겉모습이비슷한것[형사(形似)]은피모(皮毛)일뿐이다.”
연암이말하는심사(心似)란표현은달라도정신이같은것이고,형사(形似)란겉모습은같지만실질은다른것이다.사람으로비유한다면외모만꼭같을뿐됨됨이는전혀다른것이형사이고,반대로겉모습은다르지만진실된마음가짐을닮는다면바로심사인셈이다.그러니지극한‘진(眞)’에도달하려거든바로이‘심사’를취해야한다.
“중요한것은정신이다.인간을인간이게하는정신은결코변하지않는다.변할수가없다.그러나그것을담는그릇인형식은변화하지않으면안된다.새술을헌부대에담으려들지말아라.헌부대에새술을담으면부대가터지고만다.제목소리를찾아라.그안에시간이흘러도썩지않을정신의빛을깃들여라.”저자가연암의글에서길어올려독자들에게전하는속뜻이다.

열하에서코끼리를관찰하며얻은깨달음에서부터
요절한맏누이를추모하는애틋한마음까지
진짜와가짜,같은것과다른것을이야기하며참다운예술정신을논하는「녹천관집서문(錄天館集序)」을비롯하여이책에서는다양한스펙트럼에걸쳐있는연암의작품들을들여다본다.
‘코끼리’라는기호를통해사물을인식하는방법을성찰하는「코끼리이야기(象記)」를가지고움베르토에코의소설『장미의이름』속에서윌리엄수도사가주장하는기호의인식과정과비교하기도하고,연암문학론의정수를담았다고일컬어지는「종북소선자서(鍾北小選自序)」에서거론되는성색정경(聲色情境)이라는네가지요소를살핌으로써문학가가갖추어야할정신을다시금정립해보기도한다.
『열하일기』「산장잡기」에실려있는「하룻밤에강을아홉번건넌이야기(一夜九渡河記)」에는연암이황제를만나러길을재촉하느라큰비에물이불어난황하를아홉번이나건너는아찔한체험을하면서감각의허상을물리치고마음의귀를열어가는과정이담겨있다.역시『열하일기』에수록된「호곡장론(好哭場論)」은압록강을건넌연암이드넓은요동벌과상면한순간의감격을써내려간글로,눈앞의작은이익만을탐하는온갖인간들이복닥대던갑갑한조선땅을잠시벗어나끝간데없이탁트인벌판에서통쾌한울음을절로떠올리지않을수없었던그의심경이잘드러나있다.
그런가하면연암이죽은누님을그리며지은묘지명(墓誌銘)은“애잔하고가슴뭉클한한편의명문”으로,그내용이당시로서는대단히파격적이었다.좋은말만늘어놓고규격화된형식에맞춘묘지명을쓰던관행에서한참벗어나,엉뚱하게도자기가어릴적누님이시집가던날거울에침뱉으며장난치던추억을쓰면서애틋한마음을담아냈던것이다.

언제읽어도새로운글,읽을수록낯설어지는글
“연암의글은한군데못질한흔적이없는데도꽉짜여빈틈이없다.그의글은난공불락의성채다.방심하고돌진한장수는도처에서복병과만나고미로와만나손한번써보지못하고주저앉고만다.”
“서늘함은사마천을닮았고넉살좋음은장자에게서배운솜씨다.소동파의능청스러움,한유의깐깐함도있다.불가에빠진사람인가싶어보면어느새노장으로압도하고,다시금유자의근엄한모습으로돌아와있다.”
지난날정민교수가연암읽기를시도하던중책갈피에적어둔메모들이다.달콤하면서도사람을긴장시키는연암을저자는오랫동안곁에끼고살아왔지만그는여전히잡힐듯잡히지않는다고토로한다.그럼에도연암을쉽사리놓지못하는것은그에게서“중세가힘을잃고근대는제자리를잡지못해어수선하던그시대의풍경”,그리고“여태쩌렁쩌렁한울림이가시지않는맑은음성,오늘에도여전히살아숨쉬는생취(生趣),현상의저편을투시하는형형한눈빛”을보았기때문이다.
초판출간후20년만에선보이는이개정판에서저자는그사이새롭게밝혀진내용이나자료를보태면서글을손보았다.그러면서그간다른주제들에마음이끌려연암에게소홀했던나날을돌아보며,연암연구에다시금학문의정열을쏟아보리라는다짐도내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