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그림 산책(큰글자도서) (선비정신, 조선회화로 보다)

아름다운 우리 그림 산책(큰글자도서) (선비정신, 조선회화로 보다)

$39.00
Description
옛 그림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할까?
마음으로 그린 조선 회화를 통해 선비 정신을 이야기하다!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은일군자의 삶을 산 공재 윤두서, ‘나’를 그리고 쓴 표암 강세황, “남에게 보이지 마라, 범하는 자는 내 자손이 아니다”라고 당부한 《사제첩》의 장본인 관아재 조영석, 몰락한 사대부의 후손이지만 언제나 신선의 꿈을 간직한 심사정, 술과 더불어 자유분방한 삶을 영위하며 수작을 그려낸 천하 명인 최북과 한류의 원조 김명국…….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문화연구원 송희경 교수가 2년여 동안 유심히 관찰한 조선 회화를 통해 풍류와 멋을 간직한 선인들의 삶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름다운 우리 그림 산책』이 출간되었다. 옛 그림 감상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창작자와 만나고, 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만물을 만끽할 수 있는 타임머신의 여행이다. 치열하게 한평생을 살다간 옛사람들의 선비 정신을 읽다 보면 ‘오늘날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게 될 것이다.
저자

송희경

이화여자대학교인문과학대학미술사학과를졸업했고,문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연구원을거쳐현재이화여자대학교한국문화연구원연구교수로재직중이다.조선회화가운데특히고사인물화故事人物畵나아회도雅會圖의상징성과조형언어에주목해왔다.21세기현대한국화의창작경향과작품세계를주의깊게관찰하여이를역사적맥락에서재해석하고있다.《조선후기아회도》,《미술의이해와감상》등여러편의글을발표했다.

목차

먹과색을입은조선회화의향연

I인간과현장
춘정의붓끝으로옮긴정인情人
-신윤복,〈미인도〉
은밀히엿보는조선풍속
-신윤복,《혜원전신첩》
간담이서늘하게그늘진눈빛
-윤두서,〈자화상〉
참된사대부의이중적자의식
-강세황,〈자화상〉
남이간과하는것에주목하는탁월한감각
-강세황,《송도기행첩》
부지런한백성의소박한생활상
-조영석,〈어선도〉
문인이간직한아취의표상
-김홍도,〈포의풍류도〉
상상의벗과함께하는아회
-이인문,〈십우도〉

II성현과신선
향긋한차와솔향기를음미할수있는낙원
-전이경윤,〈고사탁족도〉
한류원조,수묵화의달인
-김명국,〈달마도〉
신비로운바람에흔들리는옷자락과물결
-윤덕희,〈군선경수도〉
몰락한사대부가간직한신선의꿈
-심사정,〈하마선인도〉
칼을찬신선의준엄한자태
-이인상,〈검선도〉
위풍당당한신선들의행진
-김홍도,《군선도》
범부의소망과꿈을재현하다
-이재관,〈오수도〉
굴곡진인생사에서업을이은환쟁이
장승업,〈쌍마인물도〉

III자연과누정
꿈속에서거닌아름다운이상향
-안견,〈몽유도원도〉
시와그림이어우러진정형산수화의정수
-《소상팔경도》
붓끝으로먹고산광인의표상
-최북,〈공산무인도〉
쉽게갈수없는성역,봉황이날아오르는형상의폭포
-김홍도,〈비봉폭포도〉
사랑하는강아지와만끽한평화로운한때
-이암,〈모견도〉
갖가지벌레와색색의화목이어우러진화사한정원
-전사임당신씨,《초충도》
사랑스러운동무를화폭에옮기다
-변상벽,〈고양이와참새〉
실경의재현,진경의실현
정선,〈금강전도〉

IV기념과축복
고동서화과책이가득한공간
-《책거리》
함경도에서의과거시험현장
-한시각,〈북새선은도〉
효와충이재현된궁중기록화
-《기사계첩》
꽃의왕,부귀영화의상징
-《궁모란도》
용이되고자물속에서뛰어오른잉어
-심사정,〈어약영일도〉
조선문사의공식적인모임현장
-〈호조낭관계회도〉

출판사 서평

리더스원의큰글자도서는글자가작아독서에어려움을겪는모든분들에게편안한독서환경을제공함으로써책읽기의즐거움을되찾아드리고자합니다.

조선회화,한편의드라마가되다
향유할수있는문화콘텐츠가많지않았던조선시대,그림은최고의즐길거리였다.옛사람들은사랑에빠져만물이아름다울때도,당쟁에휩쓸려삶이신산할때도붓을잡았다.지금의드라마에현대인의희로애락이담겨있듯,과거의화폭에는선조들의희로애락이담겨있는것이다.화폭에재현된옛사람들의삶가운데단연눈에띄는것은‘사랑’이다.

“그린사람의가슴에춘정이서려있어붓끝으로실물따라참모습을옮겨낼수있었다(盤?胸中萬花春筆端能與物傳神).”-p.18

신윤복의〈미인도〉에쓰인문장이다.화가의가슴에춘정을서리게한그녀덕분이었을까?신윤복은여인의풍속(女俗)에관심이많았다.발이고운비단에노련하고완숙된필치로다양한여인의일상을재현했다.그중가장눈에띄는것은새침하지만당당하게걷고있는〈전모氈帽를쓴여인〉이다.우리옛그림에는한명의기녀만을화폭에담은작품이거의없기때문이다.(p.16)그러나신윤복이여인의풍속에만관심을가진것은아니다.그는당시왈짜패들의행태도그림으로옮겼다.만취한사내들의몸싸움도그의작품소재였다.〈유곽쟁웅도〉는가운데서싸움을말리는별감,두동강난갓을챙기며난감해하는동행인,장죽을물고팔짱을낀채한심하다는표정으로유곽앞에서있는기녀를한화면에담았다(p.22).사대부화가중에도여속(女俗)에관심을가진사람이있다.바로고산윤선도의방계종손공재윤두서이다.윤두서는조선시대처음으로시골아낙네의생업을소재로삼은‘선비화가’일것이다.그는따스한봄날,머릿수건을두르고치마를무릎까지걷어올린채들일에한창인두아낙네의뒤태를〈나물캐기〉에담았다.이를감상한이하곤은“남쪽지방에는유독머리에수건두르기를좋아한다”고호남의풍속을지적했는데,윤두서가특정지역의세세한습속까지모두파악했음을알려주는증언이다.(p.36)

남존여비와남녀유별이극에달했던양반중심사회의지식인이어떻게이러한소재를선택했을까?숙종대남인계열인해남윤씨는당쟁에휩쓸려정치적입지를펼칠수없었고,(p.28)이에윤두서는벼슬길에나아가지않고낙향해집안을돌보며학문연마와서화제작에만힘썼다.(p.32)고대의법전,백가,병서등을두루섭렵했고,지리,기술,천문,점술의도구를직접개발했다.〈선거도旋車圖〉는목기를깎아내는기구의설계도로,공구와기물에대한윤두서의관심과고증학적학문태도를알려주는대표적인작품이다.(p.34)개념과이론만논하는풍조에서벗어나실제로보고들어몸소체득하려했던진취적노력과직업화가이상의눈썰미가여인을소재로한파격적인풍속화〈나물캐기〉와실증적기구도인〈선거도〉를탄생시킨셈이다.

사랑하는벗을그림으로영원히간직하다
1710년8월절친심득경이38세의젊은나이로별세하자윤두서는초상화로그를애도했다.현재보물제1488호로국립중앙박물관에소장된〈심득경초상〉은조선후기평복차림의사대부초상이라는참신한형식을마련한걸작이다.(p.33)〈심득경초상〉에는윤두서가대필한이서의찬문讚文이있다.

단단하고빼어난골격,반듯하고긴얼굴,밝고향기로운얼굴빛(……)눈은해맑고코는곧으며입술은붉고치아는가지런하다.귀는시원하고귀밑머리는성글며,눈썹은단아하고수염은청결하다.-p.36

이서의찬문에묘사된심득경은윤두서의그림에드러난자태그대로이다.윤두서가완성된초상화를심득경의집으로보내자,후손들은‘터럭하나틀리지않음’에깜짝놀라면서공이다시살아오신것같다고펑펑울었다한다.(p.34)이암과변상벽도사랑하는벗을그림으로옮겼다.이암의벗은강아지이다.그의그림속강아지는귀엽고앙증스럽다.그의그림을보다보면,이암이강아지를매우좋아하여무한한애정으로실재강아지를항상곁에두고관찰했을것이라는생각이든다.(p.194)한편,고양이와닭을잘그려‘변묘卞猫·변괴양卞怪樣(변고양이)’,‘변계卞鷄(변닭)이라고별명(p.206)붙은변상벽은그들의털한올까지정성들여화폭에옮겼다.가을뜰에서따사롭게볕쬐는고양이의한가로움이담긴〈국정추묘도〉는고양이에대한변상벽의애정이느껴지는그의대표작이다.

아름다운산수에서신선의꿈을꾸다
반복되는일상에서벗어나고싶은현대인들은공통된소망을지녔다.친한벗과그윽한숲속을찾아일과공부를잊고청정한계곡물에‘탁족’을한다면……솜씨좋은다동茶童의차를마시면서서늘한솔향기를음미한다면그곳이낙원아닐까?(p.84)종실화가이경윤은이같은낙원을그림으로옮겼다.그의〈고사탁족도〉,〈산수인물도〉,〈오수도〉는모두자연에파묻힌은일처사의한가로운한때를그린작품이다.아예자신의꿈속무릉도원을그림으로옮기게한이도있다.세종대왕의셋째아들인안평대군은어느날꿈에서본아름다운풍광을안견에게그리도록했다.(p.150)도연명의〈도화원기〉속‘무릉도원’을연상시키는안견의〈몽유도원도〉에는친한벗과함께낙원을누리고싶은안평대군의소망이담겨있는셈이다.무릉도원에반영된이상향은실경산수로도창출되었다.금강산1만2천봉이내금강부터동해까지모두담겨있는정선의화첩을보다보면,그림감상만으로금강산의아름다운명승지를직접방문한듯한기분을즐길수있다.

은일처사가의지만으로이룰수있는현실이었다면,신선은상상만으로실현가능한꿈이었다.경종대왕세제인연잉군(훗날영조)을시해하려한조부때문에반역자의후손으로몰락한심사정은평생을가난에시달리며기구한삶을살아야했다.애달픈삶과억울한인생을보상받고싶은심리였을까?아니면다음생에는생활고에시달리지않고인간사를훌훌벗어던진채신선처럼살고싶은욕망의표출이었을까?그는유난히엉뚱한행동을일삼고기괴한행색을지닌도사와신선을많이그렸다.(p.110)그가그린신선중특히철괴鐵拐는팔선중한명으로,육신에서영혼을이탈시켜하늘을돌아다니는능력을지녔다.이신선은어느날화산에들어가면서제자에게육신은남겨두고영혼만떠나니,혹시나의영혼이7일을놀고도되돌아오지않으면,내육신을처리해달라고부탁했다.그러나제자는어머니의병구완때문에6일만에스승의육신을없애버렸다.일주일만에돌아온철괴는어쩔수없이굶어죽은거지의몸으로들어가겨우살아났다.그때부터그는누더기를걸친채절뚝거리는추악한몰골로변신했다.(p.107~108)심사정은뛰어난조형력으로지팡이를디딘채바다를건너는철괴를형상화했다.그의그림속철괴는가슴과배를그대로드러내고,다떨어진짧은바지를입은영락없는거지이다.거뭇거뭇한턱수염과납작한들창코때문에그의모습은더욱우스꽝스럽다.심사정은붓을화선지에거칠게문지른것같은선을구사하면서인물의누더기를강조했다.그러나허공을바라보는눈빛은도를깨우쳐만물에초연한듯,그윽하고깊다.그는선종의시조인달마가갈대를타고강을건너는‘절로도강折蘆渡江’의달마도많이그렸다.특이한점은바다를건너는인물이달마가아닌,떠꺼머리소년이라는점이다.가느다란갈댓잎에의지해파도치는물위를건너는소년은태평스럽게낮잠을자고있다.(p.109)

그림으로온일본열도를휘어잡은한류의원조김명국의대표작도달마도이다.반신상으로완성된이작품은김명국이통신사여정에서그린도석인물화이다.먹그림의함축된조형미를천부적인감성과탁월한솜씨로시각화한김명국은단번에시선을사로잡는도석인물화의걸작을완성했다.통신사수행화원으로일본에2번이나다녀왔으나통신사행으로다시방문해달라는요청을받을만큼일본인들의사랑을받았던김명국은신분이보잘것없을뿐더러화원집안출신도아니었다.그럼에도불구하고도화서화원으로발탁되었고,종6품교수를거쳐정6품사과까지올랐다.(p.86)‘취옹’이란호를사용할만큼주광(酒狂)이었던김명국은술에관련된일화도많이남겼다.술없으면그림을외면한그의기벽은〈지옥도〉이야기에서도알수있다.어느날영남의스님한분이지옥도를부탁한후그림값으로삼베수십필을예물로내놓았다.김명국은이예물을전부술로바꾸어매일진탕마셔댔다.술에취해비단을펼쳐놓고순식간에그림을완성했는데,지옥도에서참혹한벌을받고있는자들이전부승려였다.그림을주문한스님이깜짝놀라애원하자,김명국은그림을고치고싶으면술을더사오라오히려큰소리를쳤다.김명국은술을가득부어마시고나서취기에의지하여붓을잡은후‘삭발한머리에머리카락을그려넣고’,‘수염없는자에게수염을그려넣고’,‘승복에채색을입혀’완전히다른그림으로완성했다.스님은기이함에감탄하며김명국에게신필神筆이라찬사를보내며머리를조아렸다.(p.88)

김명국만큼이나술을좋아했던화가로최북을들수있다.성품이칼끝이나불꽃같이매우올차고매서웠으며,조금이라도자기뜻에거슬리면꼭욕을보였던그는사람됨이팔팔하고남의비위를맞추지않았으며,남들이탓해도아랑곳하지않았다.(p.171)괴팍하고독선적인최북의성격에는술을지나치게좋아한주광의기질도한몫했다.하루에언제나5,6되의술을마셨고,술석잔이들어가면두려울것도거칠것도없었다.며칠씩밥을굶은상황에서도술장사아이가술독을들고오면,집안의책과종이,그림그릴천조각을전부털어주고술을샀다.(p.173)남공철은〈최칠칠전崔七七傳〉에서만취한그의행적을구체적으로기술했다.남공철의집안을마음대로드나들던최북은술취한상태로남공철의책을흩트리고미친듯이소리치며갑자기토하려하여머슴아이가겨우진정시켰다.어느날은금강산구룡연에갔다가절경이마음에들어술을마시고잔뜩취해서울고웃다하더니큰소리로“천하명인최북은마땅히천하명산에서죽어야한다”고외치면서몸을날려못으로뛰어내렸다.마침곁에구해주는사람이있어죽음은면했다.사람들이그를산아래넓은바위위에내려놓자숨이가빠헐떡거리며누워있다가갑자기일어나서휘파람을불기시작했다.(p.173~174)

화폭에물든선비정신
《아름다운우리그림산책》은이밖에도주목해야하는조선시대화가들의작품과궁중행사및장엄물이담긴왕실의그림을독자앞에펼쳐놓는다.그린사람과용도,내포한의미는모두달라도한가지는분명하다.조선회화에는선비정신이깃들어있다는것이다.조선화가들은손재주만뛰어난‘쟁이’가아니었다.인문학적소양을지닌최고의지식인이었던것이다.이것이오늘날우리가조선회화를감상해야하는까닭이다.아름다운그림을보며어떻게살아야할지,인생에대한답을찾기위해서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