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먼저 평범한 사람이 되어 (1973년 여름, 건축가 정기용의 스페인 여행 일기)

무엇보다, 먼저 평범한 사람이 되어 (1973년 여름, 건축가 정기용의 스페인 여행 일기)

$33.00
Description
이 책에는 두 가지 기원이 있다.

첫 번째 기원은 1973년 여름으로 돌아간다, 건축과 미술을 공부하러 프랑스로 온 20대 젊은 국비 장학생 부부는 방학을 맞아 새로 사귄 친구들과 처음으로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스페인. 옷가지 몇 개와 카메라 한 대만 가지고 떠난 7주간의 무전 여행이었다. 그 여행의 기록은 당시 건축학도였던 스물일곱 살의 정기용이 직접 쓰고, 그리고, 사진을 인화하여 붙여 만든 한 권의 책으로 남았다.

『무엇보다, 먼저 평범한 사람이 되어』의 두 번째 기원은 그로부터 52년 후의 어느 날이다. 2025년, 정재은 감독은 정기용 건축가를 주인공으로 자신의 첫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를 만들었던 경험을 에세이집『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 출간한다. 그때 오랜만에 재회한 인연 중 정기용 선생의 생전 마지막 전시를 준비했던 당시 일민미술관의 젊은 큐레이터도 있었다. 그들은 당시를 회상하다가, 오래된 책 한 권을 떠올리게 된다. 바로 세상에 오직 단 한 권만 존재하는 책, Carnet de voyage en Espagne, Chung Guyon, été 1973 (스페인 여행 공책, 정기용, 1973년 여름)이었다. 젊은 정기용이 손수 쓰고 찍고 그려서 만든 여행 기록으로, 일민미술관 〈감응_정기용 건축전〉을 비롯,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을 통해 아주 잠깐씩 세상에 나와 짧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책이었다.

이렇게 출간이 결정된『무엇보다, 먼저 평범한 사람이 되어』에는 정기용 선생과 가족들이 소중히 보관해온 세월이 고스란히 담겼다. 종이 위 잉크 자국, 선생이 수정한 자국, 사진의 구김과 뜯어진 흔적까지 모두 고화질로 스캔하였다. 불어로 쓴 원문을 국문으로 번역하고, 내지 디자인 역시 젊은 정기용이 고심하여 설정한 페이지 레이아웃을 창조적으로 잇고 해석하였다. 이 책과 각자의 인연을 맺은 이들의 에세이도 풍성하다. 특히 정기용 선생의 아들이자 현재 프랑스에서 건축사로 일하고 있는 정구노가 쓴 아름다운 에세이 〈내 아버지의 여행 Le voyage de mon père〉로, 이 책은 아버지와 아들의 시간이 교차하는 종이로 지은 작은 정거장이 된다.

『무엇보다, 먼저 평범한 사람이 되어』에서 독자를 가장 사로잡는 것은 건축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과는 정보도, 자료도, 접근성도 비교할 수 없이 빈곤했던 시절, 미지의 세상과 다름 없었을 스페인을 누빈 자유롭고 도도한 젊음의 장면들이다. 그리고 다시 파리의 작은 책상 앞으로 돌아와, 여행에서 보고 듣고 익힌 것을 꼼꼼히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을 젊은 정기용의 뒷모습이다.

그때 그는 어떤 독자를 상상했을까? 그 마음을 더이상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책이 새로운 여행을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파리의 책상 앞, 그로부터 머나먼 미래인 오늘에 마침내 독자인 우리를 만나, 1973년 스페인의 어느 특별했던 여름을 들려주는 것이다.
저자

정기용

(1945~2011)

건축가.서울대학교미술대학및동대학원공예과를졸업하고1972년프랑스정부초청장학생으로파리장식미술학교실내건축과와파리제6건축학교(현라빌레트건축학교),파리제8대학도시계획과를졸업하였다.1983년프랑스정부공인건축사자격을취득하고1978년부터1985년까지파리에서건축및인테리어사무실을운영했으며,1985년한국으로돌아와서울에서기용건축을설립했다.1988년『이집트구르나마을이야기』를번역해국내에흙건축의가치와의미를알렸다.

성균관대건축과석좌교수,문화연대대표,문화재위원등을역임하였고도시건축집단ubac에서건축가조성룡과공동작업했다.2004년에는베니스비엔날레국제건축전한국관커미셔너로활동했다.2010년11월일민미술관에서«감응_정기용건축전»이개최되었다.2011년3월에작고후그의삶과건축세계를담은정재은감독의다큐멘터리영화〈말하는건축가〉가개봉했으며,2013년3월에는과천국립현대미술관에서«그림일기:정기용건축아카이브»전이개최되어정기용건축에대한본격적인조명작업이이루어졌다.

프랑스노동성주관노동환경개선현상설계입상,제3회교보환경문화상,한국건축가협회특별상,서귀포시건축상,제주시건축상,순천시건축상,한국건축가협회우수상등을수상했다.

주요작품으로는계원조형예술대학,동숭동무애빌딩,의왕청계동주택,진주동명중고등학교,서울예전드라마센터리노베이션,무주공공프로젝트(공설운동장,무주시장,주민자치센터,추모의집,곤충박물관등다수),영월구인헌,춘천자두나무집,기적의도서관(순천,제주,서귀포,진해,정읍,김해),코리아나아트센터스페이스C,파주은하출판사등이있으며,노무현대통령봉하마을사저를설계하였다.

저서로는『서울이야기』,『사람건축도시』,『감응의건축』,『기적의도서관』,『기억의풍경』,『정기용건축작품집』등이있다.

목차

p.1
스페인여행노트,정기용,1973년여름
CarnetdevoyageenEspagne,ChungGuyon,été1973

p.184
다른정기용-정재은영화감독

p.186
문장사이에오래남은것들:역자노트-권현정프랑스국가공인건축사(D.P.L.G)

p.188
한권의연가-재영책수선

p.190
건축의뿌리,삶의뿌리-정다영건축큐레이팅
콜렉티브CAC대표

p.192
내아버지의여행Levoyagedemonpère-정구노

출판사 서평

이책에는두가지기원이있다

첫번째기원은1973년여름이다.20대젊은한국인부부는각각건축과미술을공부하기위해프랑스로국비유학을오게된다.첫번째방학을맞아그들은새로사귄친구들과처음으로긴여행을떠난다.목적지는스페인.옷가지몇개와카메라한대만가지고떠난7주간의여행이었다.가난했던그들은엄지손가락하나로히치하이크를하고,해변가나공장에서잠을청하기도하며여름을보냈다.그여행의기록은아직건축학도였던남편,스물일곱살의정기용이직접촬영하고인화한사진을붙이고,본것들을그리고,겪은일을육필로써서만든한권의책으로남았다.한국에해외여행자유화가되기훨씬전의일이었다.

이책의두번째기원은그로부터52년후의어느날이다.시간이흘러건축학도는건축가정기용이된다.‘감응의건축가’로도알려진그는한국사회에공공과건축의관계를질문한인문학자이기도했다.그의마지막나날은한영화감독의카메라에담겼고,끝내영화가되었다.2025년,정재은감독은정기용을주인공으로자신의첫다큐멘터리〈말하는건축가〉를만들었던경험을『같이그리는초상화처럼』이라는에세이집으로막출간한참이었다.한국여성성장영화의걸작〈고양이를부탁해〉를시작으로몇편의극영화를만든정재은감독이처음논픽션의세계로건너왔던당시의혼란과경험,생각과공부를오랜세월이지나서야한권의책으로엮기로결정한다.책을통해건축가정기용의시간들이다시재생되자,정기용선생과영화를기억하는이들이연결되기도했다.그중에는정기용선생의생전마지막전시〈감응_정기용건축전〉를준비했던당시일민미술관의젊은큐레이터도있었다.오랜만에재회한그들은당시를회상하다가,오래된책한권을떠올리게된다.바로세상에오직하나만존재하는책,젊은정기용이손수쓰고찍고그려서만든1973년스페인에서의여름기록이었다.


세상오직단한권

파리의건축학도정기용은크고넓은빈공책을한권펼쳐,정성들여표지를만들고,스페인지도를그리고,여행했던도시들을연결하고,목차를만들고,본문레이아웃을잡고,사진을붙이고,본것들을스케치하였다.오직수작업만으로온전한한권을탄생시킨것이다.이책은만들어진이후로정기용가족의파리자택,수많은자료들사이에잠들어있다가아주가끔세상에나오곤했다.2011년일민미술관의전시담당자로부터그가작고한후국립현대미술관에서대규모로열린회고전〈그림일기:정기용건축아카이브〉의담당자에이르기까지,아주잠깐이라도이책을열어본이들은비록전부불어로쓰인글을읽을수는없었지만,그안에담긴정기용의건축과세상을향한열정,몇십년전스페인의생생한풍경은알아볼수있었다.그짧지만강렬한인상들은이후정재은감독에게14년만에다시이책의존재를상기시키고,플레인아카이브에출간을제안하게한다.이것이이책의두번째기원이다.


CarnetdevoyageenEspagne,ChungGuyon,été1973
스페인여행공책,정기용,1973년여름

이책은한국에해외여행이자유화되기한참전,정확한여행정보도,편안한교통편이나잠자리도,SNS는물론간편한기록매체도없던시절,다시말해모든것이지금보다풍성하지않던1973년에오직세상에대한호기심과젊음이라는사명,그리고아직방향성을탐구하던열정이이끈52년전여름여행의기록이다.

이기록은건축가정기용의것이라는점에서더욱강렬한의의를갖는다.1945년에태어난정기용은서울대에서미술을공부했고,회사와대학원을병행하며불어를익히고국비장학생에선발되어프랑스로떠나게된다.프랑스에서정기용은실내건축과건축,도시계획을차례로공부했다.고국으로돌아와그는무주공설운동장,면사무소,추모의집등무주공공프로젝트,노무현대통령사저,기적의도서관프로젝트등건축가이자인문학자로서수많은업적과생각을남기고2011년3월,병으로작고했다.그의삶은많은이들에게추억과영감을남겼고,그를기억하는이들이여전히매년무주를찾는다.


오래된여행의기록,종이로지은정거장이되다

『무엇보다,먼저평범한사람이되어』는정기용선생과가족들이소중히보관해온세월을고스란히책으로옮겨독자들께소개한다.헌책을수리하는재영책수선의도움으로손상없이모든페이지를한장한장분리하고,종이위잉크자국,수정한자국,사진의구김과뜯어진흔적까지모두고화질로스캔하였다.도서디자인을맡은스튜디오홍박사는젊은정기용이고심하여설정한페이지레이아웃을창조적으로잇고해석하여책읽기의즐거움에디자인적매력을듬뿍더했다.국문번역은프랑스국가공인건축사(D.P.L.G)권현정이맡았다.스페인의역사적건축물부터동시대가장평범한건축물까지세심하게관찰한정기용의시선을건축의전문가이자여행자의마음으로번역하였다.이책의시작이된정재은영화감독의글에이어,국립현대미술관〈그림일기:정기용건축아카이브〉를만든정다영전국립현대미술관학예사도오래전이책과의짧고도강렬한마주침을회고하는글을보탰다.

무엇보다이책은가족의전폭적인지지를토대로완성되었다.전체기획은물론디자인방향,표지선정까지함께하며오직가족의것이었던책이독자라는새로운세상과만날수있도록힘썼다.정기용선생의아들이자현재프랑스에서건축사로일하고있는정구노가쓴아름다운에세이「내아버지의여행Levoyagedemonpère」로이책은종이로지은작은정거장이된다.이곳에서1973년의젊었던아버지의시선은이제그시절아버지보다나이든아들의기억과교차한다.


무엇보다,먼저평범한사람이되어

세상을떠나기얼마전,나는아버지에게그에게건축가라는직업이무엇을의미하는지물어볼기회가있었다.아버지는프랑스어로,이렇게말씀하셨다:

“(...)내가생각하는건축가의역할은무엇보다먼저평범한사람이되는것이다.다시말해,다른사람들가운데한사람이되는것이다.그리고나서세계와우주,사회와인간을전체속에서들으려하고이해하려해야한다.사물을전체속에서읽어낼줄알아야한다.그렇게하나의이해와지식을쌓아갔을때,비로소주어진질문들에응답할준비가되는것이다.”-「내아버지의여행」중에서

책의제목『무엇보다,먼저평범한사람이되어』는정기용선생이아들정구노에게남긴말에서따왔다.다른사람들가운데한사람으로서의건축가.그가평생지녀온건축가의초상을독자는젊은정기용의여행기에서도어렴풋이발견할수있다.

정기용의여정은산세바스티안에서출발하여빌바오,마드리드,톨레도,세비야등대도시와작은마을들을거쳐종착지바르셀로나로향한다.그길에는산티아고의대성당,그라나다의알람브라궁전등역사적이고기념비적건축물은물론보통사람들의주택과광장이있다.예술을향한인간의원시적본능과마주하게한알타미라동굴이있으며,건축가안토니가우디의까사밀라,구엘공원이있다.그로부터50여년후,2026년에드디어완공을선언할사그라다파밀리아에서가우디사후의혼란을짐작하기도한다.그길위에서그의시선은자꾸만보통의사람들,보통의건축이라는그저지금존재하는삶의풍경들에머무른다.


1973년스페인에서시작된여행,
마침내독자에게로닿다

그러나『무엇보다,먼저평범한사람이되어』에서독자를가장사로잡는것은건축이야기가아니다.지금과는정보도,자료도,접근성도비교할수없이빈곤했던시절,미지의세상과다름없었을스페인을누빈자유롭고도도한젊음의장면들이다.그리고다시파리의작은책상앞으로돌아와,여행에서보고듣고익힌것을꼼꼼히정리하여한권의책으로엮었을정기용의뒷모습이다.

그때그는어떤독자를상상했을까?표지사진속,그가다정한시선으로찍은아름다운여행자들이었는지도모른다.머지않아생길아들이었을수도,언젠가의자기자신이었을수도있겠다.아무도읽지않아도상관없다여겼을수도있다.그마음을더이상정확히가늠할수는없지만,한가지분명한건이책이새로운여행을시작했다는사실이다.파리의책상앞,그로부터머나먼미래인오늘에마침내독자인우리를만나,1973년스페인의어느특별했던여름을들려주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