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사람들의 도시

고독한 사람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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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유럽의 골목길에서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 폭의 동양화 앞에 선 듯 우리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 작가 고희은이 『이런 나여도 괜찮아』 이후 4년여 만에 『고독한 사람들의 도시』를 들고 독자들 앞에 섰다. 전작 『이런 나여도 괜찮아』가 사유와 여백, 의식의 흐름을 공유하게 만들었다면, 신작 『고독한 사람들의 도시』는 여기에 ‘여행’이라는 양념을 얹어 유럽을 데려온다. 오랫동안 켜켜이 쌓아온 시간, 그저 묵묵히 걸음을 옮겼던 유럽의 골목길.

길을 걷는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같아서 궤도를 벗어나도 끝나는 법이 없다. 방황하는 이에게 어디부터가 그의 땅인지를 물을 필요가 없듯이, 길을 걷는 이에게 어디까지가 그의 여정인지를 물을 필요도 없다.
- 「네카어 강변의 철학자들」 중에서

느리고 느리게 여행을 하던 시절엔 길 위에서의 모든 과정이 바로 여행이었다. 창밖의 세상을 응시하며 온갖 공상에 빠져 있는 동안, 목적지에 쉬이 닿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았었다. 덜컹거리는 차창 밖으로 부서지던 햇살. 들판의 그 환한 빛과 낯선 풍경 속의 사람들. 어느 집 마당에서 곱게 마르고 있는 아이의 옷을 바라보던 그 모든 시간이 여행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어른이 되어 있었다.
- 「사랑으로 구원받다」 중에서

베네치아의 뒷골목을 헤매면서, 길을 잃는다는 것이 때로 이토록 인간의 감각을 깨어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했다. 어둠 속에서 민감하게 열리던 눈과 귀. 오래된 집에 매달린 주홍빛 전등의 포근함과 좁은 골목길을 떠도는 바람에 간지럼 타던 피부. 찰싹대는 물결의 속삭임. 그리고 깨달았다. 길을 찾기 위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럴 수만 있다면 말이다.
- 「베네치아의 뒷골목을 헤맨다는 것」 중에서
저자

고희은

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와동대학원예술경영학과를졸업했다.영화와공연,지역문화콘텐츠기획작업을한다.
어느해생일에여행을시작해10년넘게틈틈이세상구경을하고있다.피로와불면에괴로워하면서도오래된도시의이야기를따라종일걷는것을여행의낙으로여긴다.
거의모든장르의음악과스포츠경기를좋아한다.딥퍼플,메탈리카의사인LP와이종범,이대진선수의사인볼을소중히간직하고있다.
지은책으로『뮤지컬배우20인에게묻다』(공저),『이런나여도괜찮아』가있다.

목차

프롤로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의새들은‘피스,피스’하고운다
한인간이무엇을할수있는가?

마드리드

나를피곤하게하지않는것이있다면,그것은산다는것
세상의모든참혹을그리다

그라나다
안달루시아의태양을닮은남자

세비야
사랑과죽음이있는풍경

리스본
늙은친구같은도시에서

신트라
비밀의숲의은둔자

로마
불한당들의세상
달콤한삶은어디에있는가?

피렌체
어느실업자의죽음
사랑으로구원받다

베네치아
베네치아의뒷골목을헤맨다는것
물위의도시에서

토리노
토리노의말

오베르
까마귀나는언덕

파리
이방인,그대는무엇을사랑하는가?
르누아르의아름다움과쿠르베의고통
나는늙는게좋다고생각한다
샹젤리제거리에서죽다
센강변의고독한시인
너도결국행복을택하고말았구나
고통이그의숙명이었다

부다페스트
소년들에게필요한것을줄것


아름다웠던,어제의세계
빈에서는카페로가자
그를안다면사랑할수밖에없다

프라하
카프카의성에오르다
삶은언제나영원일뿐
체코소설의슬픈왕

하이델베르크
네카어강변의철학자들

뮌헨
축제가끝나도삶은계속된다

출판사 서평

삶과삶사이를걷다

고희은작가가떠난여행의중심은유럽이라는공간이아니다.프롤로그에서“책으로,그림으로,일생벗했던이들의발자취를따라조용히걷는것이여행지에서나의주된일”이라고밝힌것처럼,유럽이라는공간속을살았던지극히외롭고쓸쓸했던사람들과그고독함으로창조된세계를만나고자함이다.
절필한뒤문단으로다시돌아오기까지20여년을오로지사유하는존재로서고독하게살았던폴발레리.손가락관절이완전히마비된후에도붓을팔에묶고활기넘치는그림을그렸던르누아르.일생자유롭기를꿈꾸었지만“문제는자유가아니라출구”라고한카프카.나치망명객으로세계각처를전전하며글을쓰다폭풍에쓰러진나무에맞아사망한호르바트.사랑으로인해자신의동화『행복한왕자』에서처럼모든것을잃고생을마감한오스카와일드.부패하는것,타락하는것,죽어가는것들을인간과이세상의본질이자예술의존재이유라고생각했던에곤실레….
예술가의삶이,작품속의인물이이리도선명하게다가오는것은,유럽이라는공간때문이아니라예술가의고독에오롯이귀를기울이는작가의태도때문이리라.유럽의골목에서마주한그들은여전히슬프도록아름다웠다.

피렌체라는이도시는,단테와마키아벨리에게그랬던것처럼첫사랑과도같은곳이다.잊고살기엔너무아름답다는뜻이다.버리기엔너무다정하다는뜻이다.그러니까결국,운명적이고시적이라는뜻이다.
-「어느실업자의죽음」중에서

라부여관의3층다락.조그만침대와의자하나가전부인그의마지막방.스스로가슴에총을쏘고도바로죽지못했던그방.가쁜숨소리와비릿한피냄새로가득했을그곳의귀퉁이에앉아초라한철제침대를하염없이바라보았다.
-「까마귀나는언덕」중에서

파리의거리를걷는다는건,이곳을거쳐간수많은이들의숨결을느낀다는것이다.다리밑과뒷골목을산책하며영감을떠올렸던보들레르.때로는손수레하나로충분한짐을끌고더싼방을찾아이사다녔을그의모습.
-「이방인,그대는무엇을사랑하는가?」중에서

지나고나서야더사랑하게되는것은쓸쓸하면서도벅찬일이다

유럽의8개국17개도시가배경이라고해서,도시곳곳을직접찍은사진이등장한다고해서고희은작가의흐름이달라지는것은아니다.그녀는독자들에게따라오라고손짓하지않는다.그저여전히,묵묵히앞서걸어가다잠시쉬며사방을둘러본다.패키지여행의가이드가아니라자유여행의동반자라고나할까?그저먼저와본동반자의여유를지닌채두리번거리는동행인에게미소짓는것이다.마치“여기까지는내가저번에와본곳이야,우리이번에는저골목으로한번가보지않을래?”라고말하는것처럼.그골목으로더나아갈지말지는오롯이독자의몫이지만말이다.

달콤한삶은어디에도없다.그러나이모든수수께끼와매혹과어둠속에살아있다는사실,그것이나의힘이자긍지이며당신을사랑할수있는자격이다.
-「달콤한삶은어디에있는가?」중에서

외롭고절망적으로서서저멀리솟은성을바라보던소설속K.“K가이지방을찾아온것은애당초명예롭고자유로운생활을얻기위한것은아니었다.”는책속의구절처럼,어쩌면나의인생도그럴지모르겠다는생각이들었다.되풀이되는괴로움과욕망,그끝에닥쳐올지모를거대한허무를감내하면서무언가를향해나아가는것.혹은무언가로부터출구를찾는것.
-「카프카의성에오르다」중에서

어느날문득완벽하게짜인일상에서벗어나낯선세계속에서있는경험.어쩌면모든여행이그러할것이고,더넓게는일생을뒤바꿀단한번의변곡점이되기도할것이다.그러나떠났다고해서모두가머무를수있는것은아니다.같은속도로계속되고있는원래의삶이있기때문이다.내가잠시없는나의삶.그것을끝내려면그누구도사랑하지않았어야만하고,그누구도나를기억하지않아야한다.그래서결국돌아가는것이다.또다시조금은외롭고담담한정물화같은삶이펼쳐질지모르지만,내가떠난뒤에도나를기억하는이들로인해존재할그공간을응시하고지키는것역시의미있는일일수있다는것.가슴에지핀불씨하나가언제고다시그의영혼을깨울테지만.
-「늙은친구같은도시에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