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시 신데렐라 - 고래뱃속 창작동화 8

아홉 시 신데렐라 - 고래뱃속 창작동화 8

$12.00
Description
아홉 시 종이 치는 순간, 엄마가 돌아온다
엄마는 대체 어떤 마법에 걸린 걸까?

고단한 현실의 빈자리를 메꾸는 건
서로를 지키려는 반짝이는 마음들

엄마, 어디 갔어?
사라진 엄마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 다니는 명아. 그런데 엄마가 주인인 가게에도, 평소 엄마가 잘 다니던 골목골목에도, 터덜터덜 발을 끌며 돌아간 집에도, 그 어디에서도 엄마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가게에 손님이 없어도 머리를 콩콩 찧어 가며 자신의 자리를 지켰던 엄마인데, 엄마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그런데 밤 아홉 시 종이 땡, 하고 울리자 엄마는 보란 듯이 집으로 들어옵니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 슬며시 올라가 있는 입꼬리, 움찔움찔 현란한 손놀림이 뭔가 수상합니다. 그때, 따르릉! 전화가 걸려 옵니다. 아빠. 우리 가족을 위해 먼 데 가서 일하고 있는 아빠의 전화입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아빠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는 매일 밤 아홉 시는, 온 가족이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그런데 방금 집에 돌아온 엄마는, 전화선 너머 아빠에게도 오늘 가게 일이 잘되었다며 거짓말을 합니다. 명아는 그런 엄마의 모습이 너무 낯설고 불안합니다. 혹시··· 바깥에서 아무도 모를 왕자님을 만나 엄마가 바람이 난 건 아닐까? 늘 같은 자리에서 내 곁을 지켜 줄 것만 같았던 엄마의 부재. 엄마를 찾아 헤매다 눈물 찔끔 나는 엄마의 사랑을 알게 되는, 명아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실내화 주머니를 내던지고 문을 흔들었지만 앙다문 이빨처럼 가게 문은 열리지 않는다. ‘잠시 외출 중’이라는 팻말만 달랑달랑 춤을 출 뿐이다. 불만 훤히 켜져 있으면 뭐 하나? 텅 빈 가게는 처량하기 그지없었다.’_본문 6-7쪽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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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윤우

어린시절부터책이좋아가족처럼지내다보니이야기를만드는작가가되었어요.삶을바꿔놓는이야기의힘을여러번경험했고,앞으로도쭈욱그런글을쓰고싶습니다.전태일문학상에단편「어사용」이,조선일보에동화「명왕성에게」가,아르코문학상에청소년소설「경성의소년물장수」가당선되었어요.『어게인별똥별』,『편순이알바보고서』,『봄시내는경찰서를접수했어』,『1920알파걸』등을펴냈습니다.

출판사 서평

재투성이엄마도싫지만,
신데렐라엄마도싫어

명아는엄마의비밀을파헤치기위해친구미진이를동원해수사를시작합니다.미진이는뻥을너무잘쳐서‘뻥가시네’라는별명마저붙었을정도지만명아는왠지미진이가하는말을자꾸믿게됩니다.아침에유난히화장을곱게하고나간엄마가무도장입구로들어가더란이야기,그무도장엔이상한아저씨들이바글바글하단이야기···.순진한엄마가잘못된유혹에빠질까봐,그러다가게문도닫고아빠랑도영영멀어져버릴까봐명아는너무겁이납니다.명아는하루종일손님이찾아오지않는가게에서풀이죽은엄마의재투성이뒷모습을바라보는것도싫지만,신데렐라처럼멋지게변신하고내가모르는황홀한세상속으로사라져버릴것같은엄마도싫습니다.이제다커버린명아에게간섭하고자꾸신경쓰이게하는엄마도싫지만,하루하루흘러가는일상에엄마의빈자리가뻥,뚫려버리는것은더더싫지요.과연명아는,갈피를못잡고흔들리는마음을단단히부여잡고서잃어버린엄마를되찾을수있을까요?작가는사춘기아이의엄마에대한복잡다단한감정들을섬세하게포착해유쾌하게풀어냅니다.그리고명아가엄마를찾아가는한걸음두걸음의호흡에함께하며복숭아처럼여린속살을지닌마음들을들여다보고커다란손으로쓸어내려주지요.

“봄바람이너무심하게난거아냐?요새왜그래?”_본문8쪽

오늘의무게를날려주는
바람,바람,바람

비밀무도회의신데렐라가되어버린것만같은엄마.사실엄마의진짜직업은알로에가게사장님입니다.하지만그좋다는알로에가클레오파트라한테는효과가있었을지몰라도명아네가정형편에는티끌만큼도도움이안되는것같습니다.가게창문바깥으로세상은바쁘게돌아가는데모든게멈추어버린것만같은가게안에서한없이작아보이는엄마,그로부터피어나는집에대한불안감과가정의평화에대한불안감은명아의마음속의심과위기감을꽃피웁니다.그렇게걷잡을수없이커져버린불안속에서명아는용기를내어엄마를찾아무도회장을찾아갑니다.현란한조명속에서춤을추고있는사람들.낯선얼굴들.그런데무도장은엄마를유혹하는나쁜사람들로가득할거란걱정과는다르게,느긋한음악에맞춰춤을추고있는사람들은평상시와같은작업복을입은할머니할아버지와촌스러운반짝이옷을입은평범한사람들입니다.미진이는자신이명아와함께엄마를찾고있는중이라는사실도잠시잊고,무대위로올라가친구들과함께추던춤을멋지게선보입니다.그런미진이의모습을지켜보는명아의마음속불안감은여전히가시지않았지만,느긋하게삶의더께가얹힌얼굴을하고훌렁훌렁가벼운몸짓으로춤을추는사람들사이에서딱딱하게굳어만있던명아의마음은왠지한결풀리는것만같습니다.흔히들‘춤바람이났다’고하는데,춤은정말바람인지도모르겠습니다.명아의마음속에켜켜이엉켜있던의심과슬픔,불안함이바람결에하나둘날려가는중이거든요.

‘스무계단쯤밑에문이조금열려있었다.값싼향수냄새와캐캐한습기가희미하게몰려왔다.그사이로반짝이옷을입은할머니들과할아버지들이있었다.’_본문48쪽

서로의곁을지키기위해필연적으로생겨난빈자리,
그빈자리를쓰다듬으며피어나는눈물겨운사랑

그바람이불어와다행입니다.사실엄마는춤바람이난게아니었습니다.파리만날리던알로에가게도,외롭고쓸쓸한집도모두뒷전으로밀어낸줄만알았던엄마가,사실은또다른일을하고있었던거라는걸명아는알게됩니다.팔리지않던알로에제품으로이웃사람들을마사지해주는일을요.꽃처럼바알갛게물든얼굴,그위로번지는미소,까딱까딱한손놀림은바로그일을너무도열심히하고난엄마에게남아있던여운이었던거죠.찌르르,마음이아려옵니다.엄마가남겨진것들엔아랑곳않고훌렁떠난줄로만알았는데,사실은명아조차생각지못했던방식으로엄마는커져가는빈자리를채우려애를쓰고있었던거예요.사업의실패로돈을벌기위해집을떠나이곳저곳을멀리떠돌아다니며돈을벌고있는아빠의빈자리,장사가잘안되는가게를어떻게든이어나가려새로운방법을찾아낸엄마의빈자리.그빈자리들이사실은의연히도꾸준히제몫의자리를,나아가함께이기위한자리를지키기위해온힘을다하느라남겨진자리였다는것을명아는알게됩니다.

‘엄마는신이나서얼굴이발갛게익어있었다.나는그런엄마를멍하니바라보았다.아홉시가되기전에엄마가했던일이마사지였다고?손까딱거린게마사지패턴이었다고?’_본문62쪽

오늘우리여기함께,
멀고도가까이에,울며웃으며

창밖에서벌어지는바깥의일들은나와는상관없이너무도먼곳에서흘러가고있는것만같습니다.아무렇지않아보이는사람들의웃는얼굴은사춘기명아의불안한마음속에서벌어지고있는일들,그리고텅빈엄마의가게안에서흔들리는정적과는너무도대비되지요.하지만사실,웃으며스쳐지나가는거리의얼굴들도,환하게번쩍이는조명속의얼굴들도모두각자몫의무게를지니고있었을것입니다.작가는콕콕찌르는듯하면서도다시부드럽게감싸안는담백한서사를통해,번쩍이는조명아래에서도무언가쓸쓸하고,그쓸쓸함너머로다시살아가는오늘하루의눈부심과고마움을함께전해줍니다.평범한아이들의마음속을마치내마음처럼들여다보는작가의예민한눈길과그눈길닿는곳마다먹물처럼번지는색감으로아이들의여리고도단단한마음을투영한붓질은우리에게잔잔한여운을남깁니다.이야기의마지막장,명아를돌아보는엄마의얼굴을바라보면우리도그와함께웃으며울고울며웃게될것만같습니다.열심히,무엇보다즐거운마음으로오늘몫의일을하고돌아오는그얼굴이꼭응원을해주고있는것만같거든요.오늘도먼곳에서,가까운곳에서서로의곁을지키고있는사람들에게,그리고그곁을위해매일몫의과제를해나가는사람들에게말이에요.

‘엄마눈에한가득눈물이고여있었다.이렇게고생한엄마를춤바람났다고의심하다니,미안엄마!’_본문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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