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정글교실 - 고래뱃속 창작동화 9

우당탕탕 정글교실 - 고래뱃속 창작동화 9

$15.00
Description
우당탕탕 정글 한복판에서
은밀하게 들려오는 속삭임!

‘바보’가 되길 두려워하지 않는 자리에
비로소 피어나는 꽃
새침한 장미에게, 다정한 봄바람이 불어 오면

공부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치는데 예쁘기까지! 누가 봐도 모범생인데다 쉽게 범접할 수는 없는 아우라까지 지니고 있는 나샘이는 툭하면 친구들의 시샘을 받기 십상입니다. 게다가 남모를 아픔을 지니고 있는 나샘이는 늘 연약한 속마음과는 다르게 뾰족뾰족 가시 돋친 새침함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주변 사람들을 물리쳐 내는 고약한 버릇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랬던 고슴도치 나샘이에게, 자기도 모르게 다정한 얼굴이 피어나도록 살살 마음을 간지럽히는 봄바람이 불어옵니다. 나샘이의 차가웠던 가슴속에 봄이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건, 바로 전학 온 학교에서 바울이라는 아이를 만나면서부터입니다. 교실에서 대놓고 따돌림을 당하는 ‘혼혈아’ 바울이에게 자꾸만 나샘이의 시선과 마음이 기우는 게, 처음엔 아마도 연약한 존재를 지켜 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샘이는 자신을 둘러싼 교실 친구들과 늘 어렵기만 한 부모님과의 관계 속에서 점차 더 넓고 깊은 시선을 가지게 되고, 바울이에 대한 감정이 비단 연민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 아이의 얼굴은 추석날에나 먹을 수 있는 커다란 배 빛깔이었다. 머리카락은 황갈색으로 반짝였는데 이리저리 엉켜 있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눈이 훨씬 크고, 입술도 두툼했다. (...) 꼭 나처럼 다른 곳에서 살다가 온 것 같았다.’_본문 32-33쪽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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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다솔

진한초록이깊고높고넓어진나무이고싶어요.글열매,그림열매주렁주렁맺고싶어요.
지금까지펴낸책으로는『외할머니의분홍원피스』와『마귀할멈쫓아내기』,『닉부이치치의점프JUMP』가있어요.

출판사 서평

무해한너의무해한마음

필리핀어머니와한국인아버지사이에서태어나짙은피부색에선명하게까만두눈을가진바울이는한국말을잘못해말하는것도조금어눌합니다.그렇게남들과조금다르다는이유로친구들에게따돌림을당하지요.하지만교실에있는다른친구들과확연하게구분되는겉모습을가지고있는바울이는겉모습못지않게남다른속마음을가지고있습니다.‘한쪽뺨을맞으면다른쪽뺨도내어주라’는성경구절이있던가요.바울이는꼭그문장을그대로체화하고있는것처럼보입니다.교실의말썽꾸러기골목대장욱진이에게아무리이유없는괴롭힘을당해도,미워하기보단오히려앞장서서욱진이가가지고있는남모를아픔을들여다보고감싸안아줍니다.따돌림을당하는바울이와어울리면괜히자신도같이따돌림을당할까봐선뜻바울이에대한솔직한마음을표현하지도못하고끝내바울이에게상처가되는거짓말을쏟아내는나샘이에게도,싫은소리한번하는법이없습니다.바울이는겉으로자꾸비뚤게나오는행동과는달리속에숨겨져있는친구들의‘상처받은마음’과‘고운마음’을알아보고,서두르거나재촉하는법없이아이들이스스로자신만의꽃을피울수있도록기다려주고믿어줍니다.

‘그덩치큰욱진이가갑자기어깨를들썩거리며울기시작했다.맹수같던아이가갓난아이처럼흐느껴운다.(...)
“욱찐아,마음아러.욱진이마니아파.”
바울이는그런욱진이를안고서는함께울어줬다.’_본문102쪽

우리가함께빛을볼수있을까

바울이는말합니다.‘깜깜한어둠속에도빛이있다’고.하지만그럼에도우리는자주,타인과의관계속에서길을잃고어둠속에갇혀버리고맙니다.그어둠은나와너사이의단절,그리고나와나사이의단절을의미합니다.타인과도,자기자신과도제대로된소통을이루지못한채부유하는상태이지요.이이야기속의인물들에게도그와같은어둠은찾아옵니다.아버지의빈자리앞에서내내버림받은기분을삼켜내며지내야했던나샘이,나샘이못지않게커다란외로움을안고도엄마라는역할을제대로해내기위해아이같은속내를꽁꽁감춰두고전사가되어야했던엄마,어머니의등뒤에숨어지내며‘어른’으로자라날기회를잃어버리고있는영훈이,술에취한아빠에게맞고나면돌이킬수없이뻥뚫려버린가슴을채우기위해스스로와타인에게가학적인행동을하는욱진이,핸드폰하나가지기어려운형편이라는걸숨기기위해치킨집전단지를돌리던미란이.이렇게나샘이의가족과친구들처럼,우당탕탕좌충우돌삶이라는교실속을살아가는우리모두가한번씩은그와같은어둠을마주합니다.그런데이감감함속당장오늘내가메고있는짐가방하나도버거울때가많은우리가,바울이의말처럼언젠가는‘어둠속의빛’을발견할수있는걸까요?

‘사람들의진짜마음을알수있다면얼마나좋을까?다른사람들에게숨기기위해가짜말만하다가는,정말그대로되어버리기도한다.’_본문90쪽

섬이섬에게,귀를기울이면

나샘이는일곱살어린나이였을때아빠가다른여자와눈이맞아엄마와나샘이를버리고떠났다는사실에내내괴로워합니다.그리고바울이는,어머니의고향인필리핀과아버지의고향인한국,그사이어디에서도완전히소속되지못한채부유하는것처럼보입니다.아빠의빈자리를어루만지며나샘이가감당해내야만했던외로움은,그렇게경계사이에서있는바울이의존재감과연결됩니다.그리고나와는다른세계,낯선타인과의연결감과그연결감이불러일으키는당황스럽도록부드러운떨림속에서나샘이는전에듣지못했던속삭임을들을수있는귀를가지게됩니다.그건바로겉으로드러난것너머,안에숨겨진‘진짜마음’을들을수있는능력입니다.우리도바울이와나샘이처럼‘꽃들이말하는소리,나무가숨쉬는소리’를들을수있고토끼와강아지와같은동물들과도이야기를나눌수있는특별한능력을가지게된다면,아니,귀기울일수있는특별한마음을가지게된다면,그만큼지금이순간바로옆에앉아있는친구의속이야기에도더잘귀기울일수있게되지않을까요?더잘들을수있게되면,더잘이야기할수있게되지않을까요?더잘이야기할수있게되면,더잘연결될수있지않을까요?

‘“나무의숨소리는어떤데?”
“수-아수-아거려.꼭파도쏘리같아.쌀씻을때나는쏘리같기도하고.”
바울이는눈을감고말했다.
“정말듣기가좋아.너무아름다워!”’_본문38쪽

바보가바보에게

그제야,깜깜한터널끝의빛이천천히드러나기시작합니다.어둠속에서길을잃어버린우리는모두사실,속에지니고있는어떤상처와연약함을남들에게들키면바스러져버릴까봐애써강한척껍질을두르고가시를키우며숨어있던밤톨이고장미봉오리들이었습니다.하지만드러난각자의속은걱정했던것과는달리조금사랑스럽고,눈물겹고,어리숙합니다.어리숙하고눈물겹기에우리는서로에게손을내밉니다.그손끝에서,꽁꽁꼬여만있던관계들이마침내가시를거두고기꺼이향을내어주는한떨기아름다운꽃으로피어납니다.이제도시한복판의어지러운너와나의정글은,한뼘두뼘자라나는아름다운화원을품게되었습니다.

이이야기속의바울이는어쩌면현실속에서는존재하기어려운캐릭터입니다.비현실적일정도로겸손하고다정하며,바보같을정도로착하고,한없이낮은곳에서도마치저높은곳에서모든것을아우르는듯친구들을감싸주지요.어쩌면그야말로‘신의현현’입니다.하지만그어떤신조차도이야기하기를,‘지극히작은자에게한일이곧나에게한일’이라고하였습니다.우리는모두작은존재들입니다.작은존재가이룰수있는이상적인선은사실그렇게먼곳에있지않습니다.너무많지도적지도않은물을주어야토마토가가장잘자라듯,살아있는모든것들엔그저지속적이고진심어린관심과보살핌이필요하듯,우리가주변을돌보는다정한마음만잊지않는다면우리는언제라도서로의이야기에귀를기울이고서로의손을맞잡을수있습니다.나만의아픔과두려움이라는껍질속에서벗어나와서로가‘바보’이길자처하며기울이는귀야말로우리를가장우리답게연결해주는끈이고,맞잡은손이야말로우리가‘작은존재’로서‘커다란마음’에이룰수있는길일겁니다.

‘“우리반은아름다운행운목꼬시피는꾜씰이에요.”
또저구겨진발음을하는바울이.하지만이제더이상아이들이바울이를바보로여기지않을것같은,아주기분좋은예감이들었다.’_본문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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