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내가인간을사랑하기위해탐구한글들이다.”
인간내면에깃든선한마음을향한스물다섯번의노크
그럼에도기꺼이희망으로편향되는이야기들의발길
◇“사람이제일무섭다뇨?”
-‘공포’에서‘희망’으로시선을돌린김동식의첫해피엔딩단편집
널리알려져있듯,작가가처음소설을공개한곳은한온라인커뮤니티‘공포게시판’이었다.게시판명에걸맞은이야기를쓰기위해주목한점은‘사람이제일무섭다’는사실이었다.자연히1천여편의소설에서가장많은비중을차지하는소재는살인,치정,배신,납치,사기,질투,탐욕등인간의그늘진본성이었고,결말역시그에부합하는이야기가많았다.
그런면에서『인생박물관』은이례적이다.책에담긴스물다섯편의이야기결말이모두그반대편에서있기때문이다.이소설집은“내가인간을사랑하기위해탐구하여쓴글들”이라는작가의고백처럼,인간의내면에깃든선한마음에귀기울이고자한노력의결실로출간되었다.작가가소설가로서첫발을내디디는계기가돼준‘공포’라는키워드에서벗어나‘희망’으로시선을돌린첫해피엔딩소설모음집이라고해도과언이아니다.말하자면,이책은“사람이제일무섭다뇨?”라고스물다섯번반문하는소설집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난인간을좋아한다”
-공포스러운현실에서희망은어떻게피어나는가
그렇다고마냥미소만지어지는서사로가득한가하면,아니다.세상사의천태만상을깊이들여다보면서복잡한인간본성을그려내는소설가인만큼여전히주인공들은탐욕스럽고,불행하고,절망스러우며,슬픈상황에직면해있다.
주인공은삶의동기를잃고자살하러간다(자살하러가는길에,천사의변장),아이분윳값도없어서동창회에10만원을빌리러가고(벌금만원),복수심에사로잡혀괴로워하는한편(복수심의크기,인간은언제신을믿는가).온라인에글을써위로를구하는이도있다(위로가힘든사람에게).
그뿐아니다.오랫동안은둔형외톨이로살아온청년(커튼너머의세상),저혼자물고기를낚고싶어서혈안이된낚시꾼(태어나첫낚시),병든엄마를홀로간병하는소녀가장(내향적인홍이).부모의존재가치를몰라방황하는이들(인생최고의업적,가족과꿈의경계에서,결정된편지)도있다.또한결혼식전날연락을두절했던친구에게죄책감을느끼며괴로워하는신부(친구),자살한딸을만나기위해지옥으로보내달라고간청하는노인(할머니를어디로보내야하는가),중범죄를저질러중형위기처한노인(우주의법정),당장이번달월세도없는중년(누가내머리에돈쌌어)등평화로운일상을영위하는이가단하나도없다.
이처럼현실보다더현실적인상황을그린이야기에서어떻게인류애를느낄만한결말이나올수있을까?그것이바로이책을읽으며재미와공감을얻는지점이다.막연한긍정론이아닌‘현실은이렇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를거친희망이기에독자에게더욱설득력있는서사로다가가고,작가의바람처럼독자도“난인간을좋아한다”고말해볼수있는지점이되기도한다.
◇어떤상황에서도“사람이죽으란법은없다”
-평범한사람이만들어가는따뜻한이야기모음집
삶이힘들어지면대중은영웅을원하게마련이다.능력있는누군가가나타나문제를해결해주고,악당을물리쳐주길원한다.애석하게도이소설집엔그러한영웅이전혀없다.대신평범한사람들이있다.친구가부끄러워하지않을방식으로금전적도움을주는동창,어딘가불안해보이는청년에게초코파이와우산을건네는아주머니들,한아버지의아들에게들려줄명언을만들기위해머리를맞대는선술집의남자들,초과근무를해서라도곤경에처한노인을구하는이들,자신의커리어를포기하고출산을선택한아내의존재가치를자녀에게분명히하는남편,친절한손님에게상품권당첨기회를주는편의점아르바이트생모두하나같이우리주변에서흔히볼수있는평범한이들이다.
어느시대나살기어려운시절이라고했으나팬데믹과전쟁으로전세계의평범한사람이더욱크고다양한어려움과곤경에처했다.그어려움과곤경은이소설집에등장하는주인공들의상황과놀랍도록닮아있다.이러한때에도결국사람이희망을품을수있다면,그건평범한인간의내면에깃든선한마음덕분이라고말한다.그선한마음이있기에“사람이죽으란법은없다”고말하는이해피엔딩소설집을통해많은독자가위로를얻고,삶에대한안도감을얻기를바란다.
작가의말
과거,내가인간을탐구한이유는공포게시판에어울리는글을쓰기위해서였다.사람이가장무섭다는그말만을철썩같이믿고,인간의어두운부분을어떻게드러낼지를궁리하며애썼다.이번에는정반대다.이책은내가인간을사랑하기위해탐구하여쓴글들이다.실제로난인간을좋아한다.그래서이책도좋다.좋아하는책을낼수있어기쁘다.조금욕심을내보자면,독자분들도이책을좋아했으면좋겠다.읽는동안독자들의마음이조금이라도움직이기를,내가글을쓰면서느낀감정과같기를조심스럽게바라본다.
책속에서
즐거워하는동창들의모습은남자에게지옥이다.불과몇초가그에게는몇년이다.남자의얼굴은반장을향한증오와배신감을숨기지못한다.이윽고,벌금그릇을든누군가의손이남자의앞으로내밀어졌을때,남자는주머니속의만원짜리를꽉움켜쥔다.짧은순간그는갈등한다.만원안내고도망칠까가?장이라면그래야한다.그깟창피함,그깟자존심보다우유한팩,쌀한줌이중요하다.동창들이수군거리든말든,내이미지가어떻게되든말든.
---「벌금만원」중에서
집에돌아와엄마를보고나서는생각이많아졌다.평소엄마의꿈같은건생각해본적도없었다.엄마의꿈은그냥엄마인줄알았다.한데,17년전에는엄마도나처럼꿈이있었다.그꿈을펼칠기회도있었다.어떤마음으로꿈을포기했을까?엄마는정말로,한번도후회한적이없을까?만약엄마가,엄마를위한인생을살았다면어땠을까?지금보다훨씬행복하지않았을까?
---「가족과꿈의경계에서」중에서
아침에눈을뜬청년은오늘자살하기로결심했다.전혀갚을수없을것같은수천만원의빚은절망적이었고,벌써며칠째집에만처박혀있는한심한처지가너무싫었다.그래서어떻게죽을까?결정은쉬웠다.꾀죄죄한그의몰골을물에던져버리면그만이니까.바다?저수지?역시,바다.청년은바다로가기위한돈을긁어모으려방안을뒤졌다.은행행사에서받았던돼지저금통을가른다면몇푼은나오겠지.
---「천사의변장」중에서
‘너기억나냐?나수학여행못가게생겼을때네가3만원내줬던거.그시절너한테그3만원이어떤돈이었는지몰라도,그당시나한테3만원은우리온가족이매달려도못만들던돈이었다.내가진짜고마웠는데,자존심때문에고맙단말을못했던게수십년이지나도잊히지않더라.아,이럴게아니다.내가그돈갚아야지.여기서잠깐만기다려라!’
---「누가내머리에돈쌌어」중에서
힘내란말은여러모로최악입니다.‘안녕하세요’란말이정말안녕한지궁금해서하는말이아니라원래인사말이라서하는말인것처럼,힘내란말도원래힘든사람에게하는말이라서하는거니까말입니다.
---「위로가힘든사람에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