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이야기 : 1932~1933, 기이한 시대를 산 여섯 여자들 - 요다 픽션 Yoda Fiction 5

마리 이야기 : 1932~1933, 기이한 시대를 산 여섯 여자들 - 요다 픽션 Yoda Fiction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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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07년 데뷔한 이래 SF와 논픽션, 추리, 스릴러, 웹툰 등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는 전혜진 작가의 신작 소설. 1932∼1933년, 마리라는 이름으로 동시대를 살아간 여섯 여성의 이야기를 한데 묶은 연작소설로, 작가가 그간 픽션과 논픽션을 망라하며 천착했던 여성 서사를 기담 형식으로 더욱 치열하고 처연하게 그려냈다.
1930년대 당시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생경했던 이름, 마리. 작가는 ‘마리’를 이전 시대의 여성들과는 다른 삶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소망이 담긴 이름으로 해석한다. 이 ‘마리’들은 나이도, 국적도, 가정환경도 다르지만, 저마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관철하고픈 의지를 품고 뜨겁게 살아간다. 누군가는 사랑을, 누군가는 조국을, 누군가는 임무를, 누군가는 사회 정의를 관철하려 분투한다. 하지만 때는 제국주의로 뒤덮인 핏빛 세계, 도무지 넘을 수 없을 듯 견고한 가부장제, ‘근대화’ 속에서도 살아남은 신분제 등으로 인해 이들의 노력은 난관에 부딪힌다. 세계가 거대한 폭력이었던 기이한 시대, 삶 그 자체로 ‘기담’이었던 여성들의 삶을 거쳐 에필로그 2033년 마리 이야기까지 읽고 나면 기담 특유의 서늘한 재미를 맛볼 뿐 아니라 현대 여성의 삶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짚어보게 된다.
저자

전혜진

《월하의동사무소》로데뷔한이래만화/웹툰,추리와스릴러,사극,SF등장르를넘나들며다양한작품을쓰고있다.여성의역사에주목하는논픽션인《순정만화에서SF의계보를찾다》,《여성,귀신이되다》,《우리가수학을사랑한이유》로많은호응을받았다.SF단편집인《아틀란티스소녀》를발표하였다.

목차

1.경성기담(1932년여름)
2.상해기담(1932년겨울)
3.동경기담(1933년여름)
4.만주기담(1932년봄)
5.포와기담(1933년여름)
6.호령기담(1932년여름)
에필로그.서울(2033년여름)
작가의말/기담별실존인물및배경

출판사 서평

“'마리’라는이름외에는공통점이거의없는이여성들은,
3.1운동에서10년남짓지난시대를관통하며살아간다.
누군가는사랑을,누군가는의무를,누군가는조국을,누군가는정의를,
그렇게자신의의지를관철하려노력하면서.”-작가의말

제국주의,가부장제,신분제로거대한폭력에뒤덮인1930년대,
자신의의지를관철하려던여섯여성의기이한삶이요동친다
역사와기담이만나탄생한전혜진표연작소설

1932∼1933년,조선은일제의식민통치가더욱교활해지고뒤늦은근대화로과도기를겪고있었으며,세계는제국주의와대공황의여파로극단으로치닫고있었다.투쟁과배척,야욕과수호,변화와혼돈사이에서터지기일보직전인,그야말로격동의시대였다.이렇듯암울한역사속에서도조선의여성에게는실낱같은희망이비추기도했다.

근대화의결과가뒤늦게나타나면서여성들은어렴풋하게나마이전시대와는다른삶의변화를체험했다.규방에서벗어난여인들은서구식교육을받고,직업을찾기위해농촌을떠나도시로향하기도했으며,자유연애를꿈꾸기도했다.‘여성’이라는정체성만가지고살았던여인들은비로소자신만의욕망과정체성을찾아간다.그리하여여섯명의‘마리’는이름은같지만저마다다른욕망을품게된다.경성의마리는사랑을,상해의마리는독립을,동경의마리는야망을,만주의마리는자유를,포와(하와이)의마리는평화를,호령의마리는계몽과평등을.하지만그들이생을걸고관철하고자했던의지는거대한벽에부딪힌다.

역사적사건을바탕으로한생생한픽션의재미와
‘여성의의지’라는주제가만나거대한서사를이루다

「경성기담」

마리.좋은가문과혼인을맺기위해고등여학교에진학하려공부하는남작가의막내딸이다.이왕비전하의웨딩드레스를입는것이소원이자결혼이인생의목표인소녀는,오라버니의소개로가정교사인홍우를만나게되면서연모의마음을품게된다.하지만,둘사이에는이루어질수없는큰벽이존재하는데….

「상해기담」

김마리.운양대감김윤식의손녀로,경술년에자작작위를받았을뿐만아니라조선에서는여전히큰영향력을가진가문의자제이다.마리는외세에대한할아버지의소극적인처세에부끄러움을느끼며,독립운동과좌익운동을뒤에서돕는다.이를못마땅해하는경성종로경찰서고등계순사부장과경부와날선대립을하다가,상해로떠나기로결심한다.따라붙은형사를따돌리기위해애를쓰는과정에서기이한사내가나타나마리를돕는다.

「동경기담」

코이케마리.이우공의혼인을돕기위해운현궁별저로파견된시나이.일본황실에서는이우공을천황의손녀인사와코여왕과결혼시키려하지만,이우는조선에서이미약혼을맺은이(박찬주)가있다며이를결사반대한다.불손한이우공의태도가마음에들지않는마리는어떻게든그혼사에흠을내고싶어한다.그과정에서운현궁에서이상한기운을느끼고,참을수없는살의를품게된다.

「만주기담」

본명리후이,선교사가붙여준이름마리.가난한한족으로태어난후이는,어머니를일찍여의고아버지의병시중을하느라한족여자들의전통인전족도하지못한채자라손가락질을받는다.이시기중국은청의몰락이후한족과만주족의첨예한갈등이일었고,이사이에끼어든일본으로인해걷잡을수없는혼란에빠진다.기근까지들어모두가굶어죽어가던때,이웃들이쳐들어와온갖살림을약탈하고마리를납치해간다.그때청나라의공주이자친일파가와시마요시코에의해구출된다.정치적으로위험인물이된요시코곁에살면서사랑과증오의감정에시달리는가운데여자와여자,한족과청의공주,지키려는자와빼앗으려는자들의사랑이야기가치열하게펼쳐진다.

「포와기담」

본명윤옥이,세례명윤마리.무당이었던마리의어머니는제죽을날을예견하곤선교사부부에게딸을맡긴다.선교사의양녀가된마리는,덕분에학교에다니며깨어있는여성으로자라게된다.마리가이화학당2학년이된그해,만세운동이터지며마리는감당할수없는일들을맞닥뜨리고마는데.그렇게14년의세월이흘러,어찌된일인지마리는하와이에서청춘과부가된채세탁소일을하고있다.마리에게는그간어떤일이있었던것일까.그리고마리는왜이승만의앞에녹이잔뜩슨끌을들고서있는것일까.

「호령기담」

신마리.조선여자의학강습소2학년생인마리는민중계몽운동인브나로드에뜻을두고동지인김중도와함께청석골로떠날계획을세우는데.이를들은청석골출신이자마리의룸메이트인목화가날을세우고반대하며마리의열정에찬물을붓는다.마리는목화의반대를무릅쓰고청석골로떠나지만,그곳김중도의집에머물며왠지모를꺼림칙한느낌을받는다.옥죄는듯한마을의분위기에압도된마리는도망을결심하는데.아무리달아나도다시중도가있는그곳으로되돌아오고만다.청석골의비밀은무엇이며,목화는왜그토록반대했을까.

폭력의시대,그자체로기담이된여성들의삶이
영상을보듯생생하게그려지다

“당시로서는신식이었을그이름은,
아마도어린딸이이전시대의여자들과는다르게살기를바라는마음으로붙여졌을것이다.
훌륭한여성을닮기를,신앙을갖기를,세상을바꿀만한일을해내기를,
혹은이좁은나라에발이묶이지않고,더넓은세계로나아가기를.”_에필로그

작중마리들의민족주의자,친일파,근왕주의자,독립투사,스파이등다양한정체성을지니고있다.조선여성은물론,일본여성과중국여성도있다.10대소녀부터제법나이가든여성까지연령대도다양하다.작가는정치적으로누가옳다그르다말하지않는다.그저“비슷한시기,비슷하게부유한명문가의딸이라해도,누군가는「경성기담」처럼‘이왕비전하의웨딩드레스’와자유연애를동경했을것이고,누군가는「상해기담」처럼안락한삶을버리고독립운동을위해타지로떠났을것”이라며,당대여성들이품었을법한욕망을그려냈다.

결혼이삶의유일한목표인소녀,대를잇지못하면줄줄이목숨을끊어버리는여인들,사진하나만보고얼굴도나이도모르는남자와혼인하러태평양을건너간사진신부들,여성을사랑했던여성,전족을하지않았다는이유로천대받았던소녀등의이야기를통해과거여성의삶은어쩌면그자체로기담이었다고말하고싶은지도모른다.더욱이이소설들이3.1운동,만주사변,대한제국황실의혼사,브나로드운동등실제역사적사건을배경으로두면서독자에게더욱생생한이야기로전해지고,그런만큼여섯명의마리가겪는기이한인생사가현실적으로다가온다.앞선서사들이마지막에필로그에등장하는2033년의마리와이어질때독자는현대여성의삶이어디에서기인했는지짚어보면여섯이야기를하나의거대한서사로받아들이게된다.

작가의말

1930년대초반의경성에는,조선의독립을꿈꾸는여성들,여성으로서교육을받고더넓은세계를꿈꾸던이들은물론,막연히일본의화려함이나자유연애를동경하는이들도있었을것이다.이이야기의시작점에놓여있는「경성기담」과「상해기담」도그렇다.비슷한시기,비슷하게부유한명문가의딸이라해도,누군가는「경성기담」처럼‘이왕비전하의웨딩드레스’와자유연애를동경했을것이고,누군가는「상해기담」처럼안락한삶을버리고독립운동을위해타지로떠났을것이다.그렇게시작한글이,두이야기의시대인1932∼1933년을배경으로,‘마리’라는이름의여성을주인공으로하는여섯편의이야기들로느슨하게이어졌다.

이들중에는민족주의자도,친일파도,근왕주의자도있다.조선여성은물론,일본여성과중국여성도있다.10대소녀부터제법나이가든여성까지연령대도다양하다.이들,‘마리’라는이름외에는공통점이거의없는여성들은,3·1운동에서십년남짓지난시대,도쿄에서는이봉창의사의의거가일어났고,일본은만주사변을일으켰으며,조선의왕족이우가일본화족과의결혼을결사반대하고,경성으로유학온학생들이방학이되면고향에돌아가『농민독본』을펼치고계몽운동을전개하던,바로그시대를관통하며살아간다.누군가는사랑을,누군가는의무를,누군가는조국을,누군가는정의를,그렇게자신의의지를관철하려노력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