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본 이야기

들어본 이야기

$12.00
Description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세계
우리가 듣고 싶은 이야기
젊은 독자들이 사랑하는 작가 5인의 시선을 담은 앤솔러지 『들어본 이야기』가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촘촘한 문장으로 단단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구축하는 구병모부터 한국문학의 묵직한 무게중심 권여선, 독창적인 색깔을 지닌 탁월한 이야기꾼 듀나, 세대와 시대를 사유하며 독자들을 늘 새로운 곳으로 이끄는 박솔뫼, 독보적인 한국소설의 최전선 한유주에 이르기까지 지금, 가장 주목받는 다섯 작가의 신작 소설이 수록되었다.

[줄거리]

구병모 「소여」
“소여는 내가 생각했던 사람의 모양에 비로소 한 걸음 가까워진 듯하다.”
한때 화려한 기량을 뽐내던 곡예사 ‘나’는 줄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다리가 마비된다. 그럼에도 위태로운 곡예의 매력을 잊을 수 없어 서커스단을 떠나지 못하고 공연 외의 살림을 도맡아 하며 나이가 들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단장은 ‘소여’를 데려온다. 따로 연습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기량이 뛰어나고, 늙지도 않는 소여. ‘나’는 심경이 복잡해진다.

권여선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
“오익은 잠시 귀를 기울였다. 무슨 소리가 들려온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논문을 쓰는 대학원생 오익이 어머니의 연락을 받는다. 오익의 동생 오숙의 전화 때문에 통 잠을 잘 수 없다는 어머니. 오빠와 자신을 차별한 어머니를 비난하고, 오빠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며 오익을 책망하던 오숙은 급기야 의절을 선언한다. 그리고 오익은 환청에 시달리게 되는데……

듀나 「돼지 먹이」
사립 탐정 존 매키트릭은 샌프란시스코의 저명인사 디에고 발데스로부터 저주받은 라주모프스키 다이아몬드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보석과 함께 사라진 베라 라주모프스카야를 뒤쫓던 탐정은 뜻밖의 진상에 도달하는데……

박솔뫼 「펄럭이는 종이 스기마쓰 성서」
“언젠가 했던 결심 같은 것은 몸이라는 기계 어딘가에 입력이 돼서 어떤 식의 작용으로 머릿속에서 울리게 되어 있나 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꿈에서 부산의 어느 오래된 집에서 열리는 전시를 본다. 전시장에는 ‘스기마쓰 성서’라고 불리는 종이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얼마 후 부산으로 출장을 간 ‘나’는 거래처 직원들과 회식을 하고, 주인이 자리를 비운 카페를 지키며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서울에서 알고 지내던 마리아의 미용실을 방문하기도 한다. 부산에서 보내는 꿈처럼 나른한 사흘을 담았다.

한유주 「헤엄치는 밤」
“우리는, 우리는 죽었던 것 아닐까, 누군가가 속삭인다.”
어느 겨울밤에 ‘우리’는 차를 몰고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카지노를 방문하고, 이튿날 숙소에 딸린 수영장으로 생존 수영 강습을 받으러 가지만 이미 수업이 끝난 상태다. 다시 차를 몰고 돌아오는 길, 또 한번 밤의 드라이브는 우리를 뜻밖의 목적지로 이끄는데…… 이 어둠의 끝, 우리가 마침내 당도한 곳은 어디일까?
저자

구병모

2008년장편소설『위저드베이커리』로창비청소년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그것이나만은아니기를』『단하나의문장』,장편소설『파과』『한스푼의시간』『네이웃의식탁』이있다.오늘의작가상과황순원신진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소여┃구병모
어머니는잠못이루고┃권여선
돼지먹이┃듀나
펄럭이는종이스기마쓰성서┃박솔뫼
헤엄치는밤┃한유주

출판사 서평

몸이라불리는기계
한번도들어본적없는세계

‘나’는하나의정체성에고정되어있는존재인가.나의‘몸’은온전히나의것인가.구병모,권여선,듀나,박솔뫼,한유주다섯명의작가는『들어본이야기』를통해묻는다.‘몸’을구성하는물리적·신체적조건이과연‘나’의위치를결정하고대표할수있을지작가들은작품속여러인물로견고하게그려낸다.
「소여」에는나무와태엽을잘엮어서만든‘가라쿠리’라는기계가등장한다.어느날서커스단장이가라쿠리‘소여’를데려와무대위에올린다.외줄위에서위험한곡예를가뿐히해내는이인조인간은“한번만시범을보여주어입력을가하면허공에서균형을유지하기위한최적의값을스스로찾고정확한출력을내놓는몸”을가진반면‘나’는한때화려한기량을뽐냈으나사고로다리가마비된후서커스단을떠나지못하고공연외의살림을도맡아하는사람이다.무한한몸이보여주는오차없는움직임과결함있는몸이가진불안전한욕망사이에서기묘한긴장감이흐른다.
「펄럭이는종이스기마쓰성서」의‘나’는“언젠가했던결심같은것이몸이라는기계어딘가에입력이돼서어떤식의작용으로머릿속에울리게되어”있다고생각하며몸의경고에예민하게반응하는사람이다.‘나’는“밥을드세요,수영을하세요”나“저사람을피해얼른뛰어가,너는울면안돼”와같이위험을알리는신체적시그널을직시하며일상을보존해왔다.「어머니는잠못이루고」의대학원생‘오익’또한입·출력이가능한몸에작동오류라도발생한듯어느날갑자기환청에시달리게된다.오빠와자신을차별한어머니를비난하고,오빠를위해자신을희생했다며오익을책망하던동생오숙에게급기야의절을당한그는“자신이가까운이에게그런분노를심어줄수있는사람이었다는것을몰랐다”며“차라리자신이딸이었다면,모든걸희생하고차별받고살아온그런존재였다면”하고억울해한다.어떤환청은걱정과연민,환대로느슨하게연결되는가하면(「펄럭이는종이스기마쓰성서」)어떤환청은분열과갈등을불러일으키며다음페이지로숨죽여이동하게한다(「어머니는잠못이루고」).
일정코드만입력하면연습없이인간을능가하는최첨단노동력을출력하는로봇에대한모순된시선도불안과강박이라는옷을입고도끝없이타인과의연대를시도하는것도,과거와현재를잇는거대한세계를들여다보겠다는익숙하고도낯선도전이자변주다.그건어디선가들어본적있는이야기같기도하고,단한번도들어본적없는멋진신세계같기도하다.


여성,로봇……
다양한존재방식에접속하고,‘나’를확장하기까지

우리는살면서수많은타인을접하고여러사회적맥락을통과한다.그과정에서‘나’를나타내주는기표들을맞닥뜨리기도하는데,그때우리는여성과남성,정규직과비정규직,비장애인과장애인,이성애와동성애등어느하나로정의될수없다.각기다른삶의모습과가치에대한존중과이해를요구하는동시에다양하게존재하는방식을그려볼수있는상상력이필요하다.
「어머니는잠못이루고」에서주인공의어머니를통해전해지는동생오숙의목소리는강요된노동착취와규제로내적분열을일으키는여성의모습을떠올리게한다.가부장적권력과이성애중심의사회구조에서여성문제는환청과같은신체이상증세로드러나면서불안감과불쾌감을느끼게된다.
「헤엄치는밤」의‘우리’는한밤중에어둠을뚫고차를운전해카지노에가고생존수영강습을받으려하는사람들이지만언제고몸의제한속도를벗어나자유로워지고싶어하는사람들이기도하다.“우리에게서멀어져있던신체”를되찾기도하지만끝끝내“각자의신체와멀어지”는그들은“삶을필사적으로유의미한것으로만들어야”하는피로감에서탈출한다.‘우리’는“신체의속박에서풀려났는지도”모르고지독한삶의“논리와슬픔”으로부터해방된것일지도모른다.작품속에서구체적인이름이아닌,‘우리’라는호칭으로개개인을대신하는사람들이쉴새없이대화하며자신을쓰고지운다.

「돼지먹이」는존매키트릭이사건의뢰를받고사라진다이아몬드를찾기위해종횡무진하는이야기를담은사립탐정물이다.그는전직콘티넨털뚱보탐정의도움을받아사건을해결해나가는듯싶었으나호텔에서의문의살인사건을맞닥뜨린다.숨쉴틈없이연속적으로발생하는사건사고들을사립탐정존매키트릭은어떻게헤쳐나갈것인가.

인간의다양한존재방식이‘몸’에어떻게접속하고확장하는지를그려낸『들어본이야기』를읽다보면문득깨닫게된다.고유하고보편적인몸은없다는사실을.우리의몸은현실에서타인과의상호작용을통해끊임없이분해되고조립되고해체되었다가재구성되면서지금의‘나’를만들어낸다는것을.
우리주변의낯선존재들,내안의낯선나.그들이온몸으로발산하는이야기들은언제까지고낯선이야기여서는안된다.관계의접점을기다리고있는이야기,그리하여이제는‘들어본이야기’여야한다.듣고읽는하이브리드소설『들어본이야기』는우리가‘상식’이라고믿었던것들의반대편에있는또하나의세계로우리를이끌어줄것이다.새로운세계에첫발을내디딘우리에게끝내‘들어본이야기’로남을것이다.오디오콘텐츠플랫폼팟빵에서소설가의목소리를담은작품으로도만날수있으니책을‘읽고’‘듣는’기쁨을함께맛보도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