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성찰적사유(思惟)를통한관조(觀照)와
율격(律格)의미학(美學)이빚어내는
『이동훈/이명옥/최부열/김라영/모금자』
5人의詩世界
如草허광빈
(시인,한국문예협회장.도서출판『영혼의숲』발행인)
『들어가며』
“시간에대한깊은사유를통해인간의실존적고독과함께
삶의성찰적사유(思惟)를통한공감각적심상(共感覺的心象)
불교에“진공묘유(眞空妙有)”라는말이있다.(‘푸른바다
배간자취찾을길없고/청산에는학난흔적볼수가없
네.’)시란이와같은“진공묘유(眞空妙有)”의세계와맞닿아
있다.무언가꼬집어말하려하면사라져버리는느낌,분명
히있기는있는데잡을수없는그무엇은인간의욕망을만
족시키는가치로보면아무것도아니지만,무언가울려오는
떨림,그미묘함을소중히느낀다.명나라사진(謝榛)은그의
사명시화(四溟詩話)에서이렇게말했다.무릇,시를지음에
핍진(逼眞)한것은마땅치않다.“마치아침에가서산을보
면청산의아름다운빛이은은하여사랑스럽고,안개와노을
은변화가무상하여무어라이름하여설명하기어렵다.그
러나막상올라가보면별반기이한경치가아니고,오직바
위덩어리와몇그루의나무일뿐이다.멀고가까움에본바
가같지않기때문이니,묘(妙)는어렴풋함에있어,그러한
속에서비로소솜씨가드러나게된다.”시에서입상진의(立
像盡意)를귀하게여기는까닭이여기에있다.시인이말하
고자하는것은몇줄의교훈이거나,아니면무어라할수도
없는미묘하고추상적인느낌뿐이다.그러므로형상을세워
나타내려는뜻을전달해야한다.여기서형상을세운다는것
은,시에서는이미지(image)라는말로표현한다.
서정시는시인이스스로겪은절절한경험과기억,어떤
대상을향한강렬한매혹과동경(憧憬)의흔적을함축적으
로담아가는언어예술이다.그안에는성공적인해피엔딩의
완결성보다는미완의그리움이나비극적생의진실이핵심
적인본령으로농울치고있게마련이다.서정시를읽는이들
도시인의이러한특별한경험과기억,매혹과동경을통해
자신의삶을되살펴보기도하고시인과동행하면서전혀새
로운삶의의지를충일하게가지기도한다.그만큼서정시는
시인과독자사이의경험적소통을전제로한대화양식이
다.일상에서어렵지않게만날수있는소소한대상들일지
라도서정시의문맥으로흡수되는순간그것은미학적으로
변형되면서새로운의미망을띠어간다.이때시인은자신만
의경험과기억을거기에얹어감으로써스스로를미학적존
재로거듭나게끔하는것이다.
(『이동훈/이명옥/최부열/김라영/모금자』)5人의시는서
정시가갖는이러한소통지향성과새로운경험의제시라는
속성을가장격정적이고아름답게성취해낸〈“삶의성찰적
사유(思惟)를통한관조(觀照)와율격(律格)의미학(美學)이
빚어내는”〉詩라고규정할수있을것이다.이들의시는난
해하지않고부자연스럽지않고독자모두를어떤동일성의
세계로이끄는힘을강하게견지하고있는데,특별히5人공
저시집『사유(思惟)의바다에심상(心像)의배를띄워』를상
재한다.시인자신이겪어온남다른일상에대한경험의너
비와깊이를버무려온전하게함유함으로써‘다섯시인의
성향적시세계를넉넉하게만나게끔해주는장(場)이되고
있다.(첫번째이동훈시인의(『사랑』),두번째이명옥시인
의(『길위의시선』),세번째최부열시인의(『인연』),네번
째김라영시인의(『봄을기다리며』),다섯번째모금자시인
의(『마음이머무는자리』)따라서우리가그들의개성넘치
는시를읽는다는것은그러한시인의경험에흔연하게동
참하는일이되며,그경험의내질(內質)을통해그들이우
리에게선사하는각자의삶의경험을통한사물과소통하고
그것을선명한감각으로재현하는자신의내면에서발원하
는것임을보여주며,시인자신에대한구별가능한개성과
동경을만나보는일이될것이다.이번5인시집은그점에
서그들의요람과무덤이될인생의삶과처절함에대한성
찰,빛과그늘,자긍(自矜)과치욕의언어적현장이그리움으
로점철되기에모자람이없을것이다.이들다섯시인의詩
세계를천천히음미하며산책해보기로한다.
1.『이동훈詩人』
신앙적삶의관조(觀照)를통한믿음생활의신실한자의식
(自意識)을통해가닿는소멸(消滅)의잔상(殘像)
이동훈시인의(『사랑』)첫시집을상재한다.특히시인이
얼마나사람좋고현실생활을신앙과믿음의뿌리로지탱
하고긍정적사고로즐기며시로서대상을즉상적(卽象的)
인시점으로탐닉하고성찰하여그의미를도출하는李시인
만의진실한생활인으로서세상을바로살아가는아름다운
시인에게서참된습관을토대로태어나는작품이라는것을
반추하게된다.본시집1부에〈나를사랑하는하나님〉외4
편,2부〈초가을창문을열면〉외4편,3부〈성화聖化-주님
을닮아가는길〉외4편,4부〈베데스터연못〉외4편,20
편이수록되었다.그시세계를여기저기소요하면서그시의
향취를음미해본다.
당신의뜻을음성으로만알았습니다
고음이면당신의피곤함을
저음이면당신의화남을알았습니다
당신의뜻을얼굴표정으로알았습니다
환한얼굴은기쁨인것을알았고
화난얼굴은성남을알았습니다
그러나당신의감춘얼굴표정,음성만이
진실이아닌것을알았습니다.
속을쓸어내리는아픔을웃음으로대신하고
기쁨은성남으로답하는것을알았고
강인한것이여자이고
한없이약한것이여자라는것을알았을때
돌이킬수없는후회는
나의목젓을흔들릴때라는것을알았습니다
이제는눈으로말합니다
당신의기쁨슬픔아픔고통까지도눈을보면알수있습니다
눈으로나타내는것을들을수있어야
진정한사랑이라는것을뒤늦게알았습니다
-이동훈「사랑은눈으로하는것」전문
이국의모랫바람이민낯을스치면
추억의그리움이노을빛에머물고
머언하늘흰구름에고향의안부를묻는다
젊은날은모래알위에반짝이는보석
사막의이글거리는태양아래
머나먼타국낯선존재의눈가에
마음속고된땀방울이눈물되어흠씬맺힌다
해거름녘바지선위에붉게물든
홍해의짭조름한잔물결에얼비친
선홍빛산호초부끄러운듯볼붉히면
바다의외로움이파도에밀려온다
덤프트럭이모래바람에날린다
그레이더의광음과포크레인의마찰음이
하루의시작을재촉하며아침을열면
어머니생각에문득
그리운문장들이황혼빛에물든다
-이동훈「나의고향어머니」전문
이동훈시인의시는사랑을이해하는방식의변화를섬세
하게그린성찰의기록이다.처음화자는상대의마음을음
성의높낮이와얼굴의표정이라는외형적신호로읽어내
려한다.그러나삶의경험속에서그신호들이진실의전부
가아니라는사실을깨닫는다.웃음속의아픔,성남속의기
쁨처럼인간의감정은종종겉과속이어긋난채존재하기때문이다.
詩의후반부에서화자는비로소눈이라는더깊은
언어에도달한다.눈은말과표정을넘어서는영혼의징후이
며,사랑이란결국그보이지않는마음의결을읽어내는일
이라는깨달음으로이어진다.따라서이시는단순한연정의
고백이아니라,사랑이란상대의말이아니라침묵까지도들
을수있을때비로소완성된다는늦은깨달음의서정을담
은작품이라할수있다.한마디로요약하면“사랑은말과
표정을넘어,눈에스며든침묵을읽어내는일이라는깨달음
의시.”인것이다.
이시인의(「나의고향어머니」)는타국의노동과고향의
기억이교차하는지점에서피어나는그리움의정서를담담
하게그려낸작품이다.시의배경은사막과홍해라는이국적
공간이지만,그풍경속에서떠오르는것은결국고향과어
머니의얼굴이다.
시인은모래바람,사막의태양,홍해의잔물결같은자연
적이미지와텀프트럭·그레이더·포그레인같은노동의기계
적풍경을병치하며,타향에서살아가는노동자의현실을사
실적으로드러낸다.이두세계의대비는시의정서를더욱
선명하게만든다.거친노동의현장속에서도마음은늘고
향을향해흐르는내면의강처럼움직인다.특히“해거름과
황혼”의이미지가반복되면서,하루의노동이끝나는시간
에밀려오는어머니에대한그리움이자연스럽게부각된다.
〈“사막의고된땀방울이눈물이되고,”/“붉은노을과산호
초의색채가감정의깊이를더하며,”〉결국시의중심은타
향의외로움속에서더욱또렷해지는모성의기억으로귀결
된다.이시는화려한수사보다경험에서우러난진정성이
돋보이는작품이다.낯선풍경과고된노동의현실속에서도
인간을지탱하는힘이무엇인지묻는다.그리고그답을조
용히말한다.“타향에서가장선명하게떠오르는풍경은결
국고향의어머니라는사실을....”
(1)삶과자연에대한관조와회화적이미지
시인이빚은시적상상의공간은삶의현실을넘어중력도
때로는우주의질서마저넘어선다.인간존재의내면에서시
작해자연의순환과신앙의차원으로확장되는영적서정을
담은작품이다.시는어둠과나락,무의식과의식이라는내
면의깊은층위에서출발하여,여명의빛을통해존재의각
성을경험하는과정으로전개된다.이는인간이절망과혼돈
을통과하면서도결국빛을향해나아가는존재임을암시한
다.이어지는사계절의비유는행복을시간의흐름속에서
해석한다.〈봄의손길,여름의불씨,가을의붉은숨결,겨울
의체온〉은각각삶의다양한감정과관계의온기를상징하
며,행복이단순한감정이아니라삶의순환속에서형성되
는깊은체험임을보여준다.시의후반부에서는자연적이미
지가점차신앙적상징으로옮겨간다.〈“십자가와말씀,성
심의빛”〉이라는종교적언어는개인의감정적행복을넘어
공동체와신앙안에서완성되는영적행복을드러낸다.결
국이시는인간의행복이단순한기쁨의상태가아니라,
통과시간,사랑과믿음을통과하여신성한빛으로귀결되는
존재의여정임을말한다.
어둠이육신을감싸고
몽롱한정신은나락으로떨어지면
무의식은의식을깨우고
의식은우리의존재를각인하며
여명의빛이우리를감싼다
봄은살며시놓인한송이손길
여름은가슴속에타오르는불씨
가을은익어떨어지는붉은숨결
겨울은서로의체온으로여미는한벌의믿음
초겨울빗줄기사랑열정낭만과믿음이
가늘게겹쳐울리는한줄기숨결
하늘높은곳에서향기처럼내려와
높푸른구름의숨결이마음을적신다
십자가위에걸린깊은네줄기음성
주님의숨결이되어교회를감싸고
말씀의울림은한몸의화음으로엮여
성심(聖心)의빛은행복한사랑이되어흐른다
-이동훈「행복」전문
가슴에사무친애달픈임이여!
그대는아는가!
이마음을
흐르는빗물의마음에상처씻으려
지워지지않는것은당신의환상
그리움이조각되어흘러간세월이
흘러흘러강물되어내곁에떠나도
내가볼수있는것은
두손모아받아든빗물
당신의고운얼굴이투영되어
내얼굴비추고추억의발자취를더듬어
마음속에품으며
나,간직하리라
아름다운세월을
즐거웠던순간을
행복했던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