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1899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났으며, 20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잃어버린 세대’를 상징하는 작가다. 고교 졸업 후 수습기자로 일하다 제1차 세계대전에 구급차 운전병으로 참전해 큰 부상을 당했고, 종전 후 파리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당대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본격적인 창작을 시작했다. 1926년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로 명성을 얻었으며,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을 발표해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문체와 사실적인 묘사로 독자적 문학 세계를 구축한 그는 평생 낚시와 사냥, 여행을 즐기며 행동하는 삶을 추구했다. 1952년 『노인과 바다』를 출간해 퓰리처상을 받았고, 이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현대 문학의 거장으로 자리 잡았다. 말년에는 비행기 사고의 후유증과 건강 악화로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1961년 삶을 마감했다.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라는 그의 문학 정신은 오늘날에도 많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역자 : 최홍규
한국헤밍웨이학회장과 한국미국문학회장을 지내고 ‘헤밍웨이문학상’을 수상했다. 미국 하버드대와 예일대 풀브라이트 교환교수,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에든버러대·런던대(UCL) 객원교수, 프랑스 소르본대(파리 4대학) 연구교수를 비롯해 이화여대와 한국외대 외래교수, 중앙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를 역임하며 활발한 학술·연구 활동을 펼쳤다. 그밖에 국립국어원 전문위원, 한국번역문학회장 등을 거쳤으며,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번역가로서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는 『영미 문학의 탐구』 등이 있으며, 『올란도』, 『미덕의 책』, 『워즈워스의 명시』, 『톰 존스의 모험』 등 영미문학 작품 10여 권을 우리말로 옮겼다. 또한 「헤밍웨이의 인간관」, 「W. 워즈워스의 자연관」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며 깊이 있는 연구를 이어왔고, 이러한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미국 에피포도문학상을 수상했다.
승리하는 삶이 아닌, 끝까지 버티는 삶의 위대함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의 우리를 지탱하는 위로와 희망
왜 우리는 지금도 헤밍웨이를 읽어야 하는가. 그의 소설 속 주인공은 세상을 구원하는 화려한 영웅이 아니다. 늙고 가난한 어부처럼 세파에 시달리고 뼈아픈 상실을 경험하는 평범하고 고독한 개인이다. 우리 삶 역시 종종 평생 공들인 노력이 무너져 내리는 허망함을 경험한다. 수많은 고전 중에서도 헤밍웨이의 작품을 새로운 번역으로 독자들 앞에 내놓는 이유는 그가 불합리한 현실을 미화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그 냉혹함을 ‘견디는’ 방식에서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내기 때문이다.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는 84일의 끔찍한 불운 끝에 낚아 올린 청새치를 상어 떼에게 빼앗긴다. 작살을 잃으면 칼을 묶어 싸우고, 노마저 부러지면 몽둥이를 휘두른다. 무기가 사라질수록 그의 의지는 오히려 강화된다. 그가 마지막까지 지키려 했던 것은 거대한 물고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품위’였기 때문이다. 헤밍웨이는 무언가를 성공적으로 쟁취해서가 아니라 가혹한 삶 앞에서도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라고 중얼거리며 맞서는 태도 자체에 찬사를 보낸다. 아무도 빈손으로 돌아온 노인을 패배자라고 하지 않듯이 이 작품은 어떤 시련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의 숭고한 존엄을 증명하며 묵직한 위로를 건넨다.
헤밍웨이의 숨결을 원문 그대로 오리지널 영문 원전 특별 수록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헤밍웨이 문학의 정수를 독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노인과 바다』의 오리지널 영문 원전(The Old Man and the Sea)을 그대로 수록했다는 점이다. 헤밍웨이는 감정을 앞세워 억지로 독자를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그 대신 불필요한 수식을 극도로 절제하고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함으로써 독자가 텍스트 이면의 거대한 여백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이끈다. 수면 위로 드러난 문장 아래 묵직한 진실을 숨겨둔 그의 단단한 문체는 날것 그대로의 영문 텍스트를 마주할 때 가장 강렬한 빛을 발한다. 수식어를 덜어내고 간결한 리듬을 완벽하게 살려낸 우리말 번역으로 작품의 깊은 여운을 음미한 뒤 이어지는 영문 원전의 여백 사이를 거닐며 진짜 헤밍웨이를 만나보자. 젊은 시절에는 거대한 청새치와 싸우는 사투에 가슴이 뛰었다면, 시간이 흐른 뒤 원문과 함께 다시 펼친 책에서는 늙은 어부의 상처투성이 손과 꺾이지 않는 의지가 뜨거운 눈물로 남을 것이다. 독자가 삶의 굽이를 지날 때마다 새로운 위로와 의미로 다가오는 책, 이것이 바로 이 위대한 걸작을 서재에 영원히 꽂아두고 거듭 읽어야 할 이유다.
책 속에서
노인은 금세 잠들었고 자신이 소년 시절에 지냈던 아프리카 꿈을 꾸었다. 금빛으로 물든 해변을 따라 눈부시도록 하얀 해안선이 이어졌다. 그리고 높은 갑과 거대하게 치솟은 갈색 산봉우리들이 선명했다. 요즘 들어 노인은 밤마다 이 해안을 헤매고 다녔다. 기슭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들렸다. 파도를 헤치며 노를 저어 오는 원주민들의 배도 보였다. 갑판의 타르 냄새와 뱃밥 냄새를 맡았고, 아침이면 육지에서 불어오는 미풍에 아프리카 대륙의 냄새도 맡았다. ―25쪽
이 녀석이 무엇 때문에 갑자기 요동을 쳤을지 노인은 생각했다. 틀림없이 낚싯줄이 녀석의 커다란 등을 긁었을 테지. 그렇지만 내 등의 상처보다 심하지는 않을 텐데. 녀석이 제아무리 크고 힘이 넘치더라도 이 배를 영원히 끌고 가지는 못할 거야. 이제 성가신 것들은 모조리 다 치워 버렸으니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예비줄도 충분하고, 이만하면 안심이야. 더 바랄 게 없다고, 나는. ―52쪽
바로 그때 노인은 또다시 현기증을 느꼈다. 하지만 노인은 온 힘을 다해 녀석에게 매달리듯 낚싯줄을 잡고서 늘어졌다. 내가 녀석을 움직였어. 노인은 생각했다. 이번에야말로 녀석을 처치하고 말 테다. 손아, 당겨라. 발아, 너는 끝까지 버텨라. 그리고 머리야, 너는 마지막까지 잘 견뎌야 한다. 알겠니? 나를 위해서 견디란 말이다. 내가 정신을 잃은 적은 없었으니까. 이번에야말로 바싹 끌어당기고 말 테다. ―92쪽
“그러나 인간은 패배하도록 태어나지는 않았어” 하고 노인은 중얼거렸다.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지.” 그런데 내가 고기를 죽인 건 정말 안된 일이야. 노인은 생각했다. 이제부터 진짜 어려운 일이 닥쳐올 텐데 나는 작살마저 잃어버리고 말았으니. 그런데 덴투소란 놈은 무척 잔인한 데다 힘이 세고 영리하군. 하지만 내가 그놈보다야 영리하지. 아니 그렇지 않을지도 몰라. 노인은 생각했다. 내가 그놈보다는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었을 뿐인지도 모르지. ―103~104쪽
He was asleep in a short time and he dreamed of Africa when he was a boy and the long golden beaches and the white beaches, so white they hurt your eyes, and the high capes and the great brown mountains. He lived along that coast now every night and in his dreams he heard the surf roar and saw the native boats come riding through it. He smelled the tar and oakum of the deck as he slept and he smelled the smell of Africa that the land breeze brought at morning. ―145쪽
He was happy feeling the gentle pulling and then he felt something hard and unbelievably heavy. It was the weight of the fish and he let the line slip down, down, down, unrolling off the first of the two reserve coils. As it went down, slipping lightly through the old man’s fingers, he still could feel the great weight, though the pressure of his thumb and finger were almost imperceptible. ―161쪽
“But man is not made for defeat,” he said.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I am sorry that I killed the fish though, he thought. Now the bad time is coming and I do not even have the harpoon. The dentuso is cruel and able and strong and intelligent. But I was more intelligent that he was. Perhaps not, he thought. Perhaps I was only better armed. ―215쪽
노인과 바다: 국어 완역 + 영어 원서 통합본 - 시간과공간사 클래식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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