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시재라, 서남 전라도 서사시 (양장)

그라시재라, 서남 전라도 서사시 (양장)

$16.50
Description
이 시집은 여성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1960년대 전라남도 영암 지역에서 살던 여성들의 실화를 서사시로 옮겼다. 첫 번째 시편 〈달 같은 할머니〉에 등장하는 소녀는 할머니 집에 마실 온 아주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랜 세월 소녀의 마음속에 머물러 있던 전라도 여성들이 서남 방언으로 되살아난다.

모든 시편이 서남 전라도 방언으로 씌었다. 서남 여성들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 동란을 겪으며 자식을, 형제를, 부모를 잃은 여성들이 어떻게 삶을 움켜쥐고 서로 의지하면서 다음 세대를 함께 키워냈을까? 이 책은 그 감동적인 서사를 시로 보여준다. 누군가 한국 문화의 특성을 한(恨)의 문화라고 규정한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여성의 한’이다. 누군가 이 나라에서 페미니즘을 말한다면 시대를 살아간 한국 여성의 존재를 봐야 한다. 조정의 〈그라시재라〉는 한국 여성의 존재 방식을 지역언어로 보여준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의 시간을 통과해 낸 여성들이 이웃을 따뜻하게 굽어본다.

1부는 나무칼로 귀를 비어가도 모르는 언어와 함께 이 서사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2부는 마을을 휩쓸고 간 무참한 슬픔이 등장한다. 죽은 동생들의 창자를 몸 안으로 집어넣고 베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는 여성과, 총 맞고 죽은 딸을 차마 보지 못한 여성과, 방바닥에 갓난아기를 버려 두고 도망쳐야 했던 여성과, 식칼 하나 들고 밭으로 향하는 여성의 모습이 선명하게 펼쳐진다. 3부에서 여성들의 아픈 사연은 이웃 여성들의 이야기 속에서 정화된다. 4부는 동란을 겪은 서남 전라도 여성들이 서로 이웃하여 힘이 되고 힘을 주며 삶을 극복해 가는 낙관을 보여준다. 5부에서는 이미 죽음보다 더한 고통의 시간을 통과해 낸 사람들이 이웃을 굽어보며, 이 거대한 합창을 마친다.

‘오메 내가 야그 듣니라 넋 빠졌네’

전라도 방언이 낯선 독자를 위해 서남 방언 색인이 뒤에 붙었다. 시집에 수록된 서남 방언 중 주요 단어 500개를 뽑아 예문을 곁들이면서 표준말로 풀이하여 이 책의 사료적 가치를 높이면서 독자를 돕는다. 예문은 모두 이 시집에 수록된 문장을 사용했다. 전라도 방언 사전 색인을 참고하면서 방언 시편들을 읽으면 감춰진 의미가 도드라진다.
수상내역
제22회 노작문학상 수상

저자

조정

저자:조정
서남해안지역인전남영암이고향이며,2000년한국일보신춘문예(시부문)당선,2007년에시집〈이발소그림처럼〉,2017년에제주강정마을의아픔과생태를주제로장편동화〈너랑나랑평화랑〉을출간했다.2011년거창평화인권문학상수상.

목차

시인의말

1부|나무칼로귀를비어가도모르게
달같은할머니|분통같은방에새각시|자식은맘대로못해|진눈깨비부고|하늘이굽어볼것아닌가|오진꼴|누가더박복한고|형님아들은냅둬야좋을애기요

2부|식칼한나보재기한나쥐고
세상이딱끝나버리면좋겠네|엄니,탕소리나면뒤좀돌아봐주소|지하실이필요해|울애기누가데리고있을까|베수건한장
정월까마귀|무명실타래같은내청춘|산사람은살아야지|저것이무슨선생이야

3부|다팔자때암이재라
샘가에서웃던춘아|나쁜남자|철선에서내릴때손목잡고|붙들틈도없이|새야새야파랑새야|거지처녀가측실이되었다네|흰가마타고시집온배녕아씨

4부|항꾼에사세
참말로도깨비만났대요?|우리함께사세|장가르는날|물에비친찔레꽃|치술신모,그리움의신들|디딜방아추억|봄풀은약|물맞으러가세장구가락두드리고|혼불|샘에서개짐빨지마|딸이름을돈주고지어?|버들고리에혼수가가득

5부|유재굽어다보는맘
이엉잇고용고새틀고|옹기째떨이해서동네잔치|칠십리씨네마|홋집남자|갈퀴나무불로끓인라면|첩실사위|복순이큰오빠|소나무|개금바우난초하나씨|엄마,왜이렇게날이안밝아요

발문
당신의말이이렇게시가되었습니다-서효인

편집후기
서남방언색인

출판사 서평


1부는나무칼로귀를비어가도모르는언어와함께이서사시에등장하는인물들이나온다.2부는마을을휩쓸고간무참한슬픔이등장한다.죽은동생들의창자를몸안으로집어넣고베수건으로몸을닦아주는여성과,총맞고죽은딸을차마보지못한여성과,방바닥에갓난아기를버려두고도망쳐야했던여성과,식칼하나들고밭으로향하는여성의모습이선명하게펼쳐진다.3부에서여성들의아픈사연은이웃여성들의이야기속에서정화된다.4부는동란을겪은서남전라도여성들이서로이웃하여힘이되고힘을주며삶을극복해가는낙관을보여준다.5부에서는이미죽음보다더한고통의시간을통과해낸사람들이이웃을굽어보며,이거대한합창을마친다.

‘오메내가야그듣니라넋빠졌네’

전라도방언이낯선독자를위해서남방언색인이뒤에붙었다.시집에수록된서남방언중주요단어500개를뽑아예문을곁들이면서표준말로풀이하여이책의사료적가치를높이면서독자를돕는다.예문은모두이시집에수록된문장을사용했다.전라도방언사전색인을참고하면서방언시편들을읽으면감춰진의미가도드라진다.

이시집의발문<당신의말이이렇게시가되었습니다>에서서효인시인은‘죽은줄알았던말들이지금껏다살아서는모조리시’가되었으며,‘폭발하는말들이만들어내는여러폭의그림’이라고이시집을평한다.이책에나오는여성들은‘서로가긴밀하게알아듣는말투의공동체로엮이었고,그이유로그들은현대사의굴곡을함께겪고내이웃의사연과사정에귀기울’인다.

서효인시인은다음과같이말한다.

“모두다른목소리가한데모여거대한합창이됩니다.이합창은가슴을찢으며부르는장송곡입니다.낮은소리로길게읊조리는곡소리이기도합니다.요즘유행하는힙합이라해도이상하지않을겁니다.당신의사연을당신이직접부르는노래는목소리에힘이있기마련입니다.이를당사자성이란말로대체하기도합니다.전라도서남쪽의비극은서남쪽의말로비로소당사자성을획득합니다.죽음보다더한고통의시간을통과해낸사람들이여기에있습니다.그들은목구멍에밥을넣는게요사스럽게느껴지고,집에는꼭숨을공간이있어야한다여깁니다.<그라시재라>는그렇게살아남은자들의노래이자울음이됩니다.울지말라서로를다독이는묵직한응원이기도합니다.”

“조정시인은<그라시재라>의언어를속에서들리는대로썼다고합니다.몸속의언어를끄집어낸작업은때로는토악질처럼고약하고때로는사자후처럼시원했을듯합니다.시인은그괴로움과후련함에줄하나를달고실로팽팽하게당겼습니다.그것을언어의힘이라고해도될것입니다.힘이있는언어는곧시가됩니다.그래서<그라시재라>의사투리는사투리가아닙니다.시입니다.”

여성들이겪어야했던잔혹한고통이마을사람들의속삭임으로전해진다.전라남도영암군어느말에살던한여성의사연이다.당시사람들은다들뭔가에홀려있었다.여성은무리를따라산으로급히도망쳐야했다.토벌대에게잡히면죽을것이다.여성에게는갓난아기가있었다.엄마가아이를안았다.무리가핀잔을줬다.아이를데리고가면위치가발각될것이고그러면다죽는다는것이다.여성은낮은목소리로하소연했으나남자들이아기를빼앗아버렸다.엄마는아기를빈집에두고산으로도망쳐야했다.음력정월,추위가아직밤을지배할때였다.아기는울었다.동네사람들이밤새그울음소리를들으며마음을동동거렸다.그러나밤중에함부로집밖으로나가서는안되는시절이었다.날이밝자마자동네어름이빈집에가서백일도안된아기를안아올렸다.급히집에돌아와아랫목에눕혔건만아기는이내죽고말았다.그후한두달이지났을무렵한밤중에아기엄마가몰래산에서내려왔다.여성은동네여성에게낮은목소리로물었다.혹시누가우리아기데리고있나요?<그라시재라>2부에실린시편에등장하는여성이야기다.

<울애기누가데리고있을까>

인공펜든사람들도망칠때우리뒷집떼보네도식구대로산으로갔어야음력으로정월잉께말도모다게추왔것냐안

그날밤에빈집서애기우는소리가징했니라그때는해지먼문밖걸음을못항께으짤방법도없재징상시럽게애기가울어서식구대로잠을못자는디새복되서사잠잠해지등만

아침일찌거니우리아바님이시푸라니얼어서숨만붙은애기를보듬아다따순아랜묵에뉘페농께금방얼룩덜룩하니살이부커올르드니깩소리도못내고그냥죽어불드라야

백일도안된애기거름배미에띵게놓고간거시여어매가들쳐업은것을사나그들이뺏어내부렀을테재

그란디진달래피기전에언제언제밤중에떼보네각시가가만히왔드락해야고짱네로와서혹간누가즈그애기데꼬있능가묻드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