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케이리디온,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남고 싶을 때

엥케이리디온,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남고 싶을 때

$12.00
Description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전성기 로마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였다. 그는 한때 비천한 삶을 살았다. 지금의 터키 영토인 프리기아 지방에서 출생했지만 곧 네로 황제의 행정 비서관인 에파프로디투스의 노예로 보내졌다. 게다가 그는 절름발이 불구의 몸이었다. 하지만 영특했다. 주인은 어린 노예를 당대 스토아 철학자 가이우스 무소니우스 루푸스에게 보내 가르침을 받도록 했다. 에픽테토스가 어쩌다 노예가 됐으며 언제 노예 신분에서 해방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주인 에파프로디투스가 후일 도미티아누스 황제에 의해 처형을 당한 후 어떻게든 자유를 얻어 로마에서 철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에픽테토스의 〈엥케이리디온〉을 우리말로 번역한 책이다. ‘엥케이리디온’은 고대 그리스어로 ‘손 안에 든 것’을 의미한다. 에픽테토스는 소크라테스나 공자처럼 직접 저술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나 공자의 제자들이 스승의 말씀을 기록으로 남긴 것처럼, 그의 제자이자 역사가인 아리아노스가 스승의 말씀을 한 자 한 자 정성껏 기록했다고 한다. 그 기록의 일부가 〈담화록The Discourses〉으로 오늘날까지 전승됐다. 아리아노스는 자신이 엮은 담화록에서 중요한 부분만을 요약해서 손 안에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도록 핸드북으로 편찬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 〈엥케이리디온〉이다. 영어로는 핸드북Handbook 또는 매뉴얼Manual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널리 읽혔다.

실로 〈엥케이리디온〉은 로마 시대를 대표하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 철학의 정수가 담긴 책이다. 그리고 이 번역은 엘리자베스 카터의 1750년 영어 번역본을 저본으로 삼고 여러 세대를 거쳐 출간된 다양한 번역본을 비교하면서도 학자들의 연구를 반영한 성과로, 특히 21세기 현대 한국인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번역됐다는 큰 장점이 있다. 전성기 로마 시대의 정신이 오늘날 한국 독자들에게 살아있는 언어로 전승됐다는 점에서 반가운 책이다. 흥미롭게도 그 정신은 이상국가를 논하고 진리의 본성을 설파하는 사회적 관심이 아니라, 개인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관해 곰곰이 생각토록 해주는 평온함이다. 그런 점에서 20세기 한 시대를 풍미한 사상이 사라지고 거대담론도 흩어진 오늘날,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에게 더할 나위 없는 위로를 준다. 2천 년 후의 한국인에게 로마의 스승이 보내는 위로의 편지다.

세상사,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저마다 삭막한 경쟁 구조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불안에 빠진다. 이런 우리들에게 로마의 위대한 선생이 말씀하신다. 세상에는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있고, 통제할 수 없는 것에서 괴로워하지 말라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또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으로 53개의 장의 짧은 에세이가 이 책에서 펼쳐진다.
저자

에픽테토스

로마시대를살았던고대그리스의위대한철학자.후기스토아철학을대표한다.89년경황제가모든철학자에게로마를떠나라는추방령을내리자,에픽테토스는그리스의니코폴리스로이주하여노년까지철학을가르쳤다.평생독신으로무소유의삶을살았다.저술을남기지도않았다.그러나그의제자이자역사가인아리아노스가스승의말씀을한자한자정성껏기록했다.그기록의일부가〈담화록TheDiscourses〉으로오늘날까지전승됐다.그리고〈담화록〉의요약본이〈엥케이리디온〉이라는명칭의소책자로묶였다.‘핸드북’이라는뜻의요약본이었다.

목차

옮긴이의말(11)

엥케이리디온(17)
1장통제할수있는일과통제할수없는일(18)|2장욕망과혐오(22)|3장사물의본성(26)|4장행위의본성(28)|5장괴로움(30)|6장자랑(32)|7장선장이부를때(34)|8장평온(36)|9장마음의장애(38)|10장스스로에게물음(40)|11장돌아가다(42)|12장평정심(44)|13장자연과조화를이루는삶(46)|14장자기삶의주인(48)|15장기다림(50)|16장공감의방법(54)|17장배역(56)|18장흉조(58)|19장진짜좋은것(60)|20장모욕(62)|21장죽음(64)|22장각오(66)|23장철학자라는믿음(68)|24장우리가할일(70)|25장대접받음(76)|26장한결같이(80)|27장선과악(82)|28장어쩌다만난사람에게(84)|29장철학자의삶(86)|30장의무(92)|31장신앙심(94)|32장신탁(98)|33장권면하는행동(102)|34장쾌락(110)|35장올바른일(112)|36장만찬자리(114)|37장능력을뛰어넘는역할(116)|38장조심조심(118)|39장적당한수준(120)|40장존중받는여성(122)|41장몸이냐정신이냐(124)|42장그냥그사람의생각(126)|43장부당하게구는형제(128)|44장올바른추론(130)|45장말하는방법(132)|46장말보다행동(134)|47장단련하는사람(138)|48장지혜로운사람(140)|49장삶에적용하는철학(142)|50장내가선택한도덕법(146)|51장노력하는삶(148)|52장거짓말(152)|53장격언(156)

편집후기(161)

출판사 서평

지중해를호수로삼았던고대로마제국시대,당시사람들은무엇을고민했으며어떤책을읽었을까?그리고그때의책이과연이시대의독자들을자극할수있을까?이런의문에대한해답을찾아가면서이책이기획됐다.

전성기로마제국은정치적으로안정돼있었다.변방에서는여전히여러정복전쟁이이어졌고최고권력을놓고쟁탈전이벌어지긴했어도이영화로운제국을당장위협하는세력은없었다.냉전이끝난세계질서속에서지긋한독재를무너뜨린후민주주의사회에진입한대한민국의정치적안정과비슷하다는생각이들었다.로마제국의당시사회상을소개하면서물질적인풍요로움에서비롯된쾌락과향락문화가결국로마를망하게만들었다는비판이있다.성공한자본주의가펼쳐내는오늘날의풍요로움은로마시대에못지않을것이다.그런데고대로마는서쪽만놓고봐도500년이넘는세월동안제국을유지했다.향락문화만으로로마제국을평가한다면진즉에망했을터이지만,그러지않았다는사실은제국을보전한다른정신적인무기가있었음을능히짐작케한다.

향락이아닌금욕을강조하며,쾌락이아닌평정심을설파했던스토아철학이그런무기가아니었을까?그래서이책이기획됐다.‘황제의명상록’과‘재상의편지’로도스토아철학자들의가르침을알수있다.하지만만인지상의자리에있었던사람의훈계보다는노예이자불구였던에픽테토스의조언이시대를뛰어넘는진심이묻어나리라생각했다.성공한자본가들이보기에우리들대부분은노예이자불구이기때문이다.이런생각끝에에픽테토스의〈엥케이리디온〉이세상에나오게됐다.

지금껏여러번역본이출간됐다.저마다특색이있을것이며,번역마다역사를남긴다.그러나이소노미아만의번역본을더하고싶었다.이곳에서,이시대를살아가는,평범한한국인에게,로마의지혜가전해지기를희망했다.〈엥케이리디온〉은에픽테토스가르침의요약본이다.그것도손에쥐고다니면서어디에서든읽을수있도록편찬된핸드북이었다.그런사물의본성에맞는번역본을펴내고싶었다.학자를위한번역을넘어,연구를위한사료가아닌,‘내맘대로되지않는세상에서살아남고싶을때’,사람들의정신을진정으로격려하고위로할수있는번역이라면알맞을것이다.이책은그런희망과노력의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