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사람을 빛나게 도와주는 할아버지들

생각하는 사람을 빛나게 도와주는 할아버지들

$10.43
Description
‘생각’과 ‘종교’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시대와 색채가 다른 세 명의 철학자의 단편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1편 키르케고르의 〈집단은 거짓이다〉는 키르케고르 사상의 핵심과 그가 이해하는 신앙의 본질을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귀한 텍스트이다. 우리 인간은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기 때문에 당연히 집단의 일원이 되고, 무엇인가를 ‘집단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자연스럽게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이념뿐 아니라 종교에 대해서도 집단적으로 생각한다. 집단으로서의 삶이 인간의 실존인가? 키르케고르는 이 글을 통해 개인, 단독자로서의 존재가 진정한 실존임을 밝힌다. 그러면서 집단으로 퇴락해 버리는 신앙을 단독자의 개념으로 회복해 낸다.

2편 임마누엘 칸트의 단편 저작인 2편의 본래의 제목은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이지만, 관용적으로 간단하게 줄여서 〈계몽이란 무엇인가〉로 약칭해서 사용한다. 〈계몽이란 무엇인가〉는 1784년 9월 30일에 씌어졌고 〈월간 베를린〉의 1784년 12월호에 게재되었다. 계몽주의가 무엇이며, 계몽주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 시대를 살았으며 계몽주의 사상을 대표하는 철학자가 직접 쓴 텍스트이기 때문에 이백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읽히고 연구되는 글이다. 이 글이 쓰이기 1년 전, 프로이센 정부에서 공직을 맡기도 한 목사 요한 프리드리히 쬘너가 〈월간 베를린〉에 〈결혼식에서 더이상 성직자를 참여시키지 말자는 제안〉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면서, ‘계몽’이라는 이름으로 종교의식을 생략한 세속 결혼식의 폐습을 비판했다. 이 기고문에 “계몽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진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만큼이나 중요함에도 나는 이 질문이 답변된 것을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이 기고문을 계기로 프로이센에서 계몽논쟁이 벌어졌고, 그 성과가 바로 칸트의 이 글이다. 칸트는 여기에서 “사페레 아우데, 과감하게 생각하라”는 계몽의 모토를 밝힌다.

2500년 전의 시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매혹적인 우주론이 펼쳐지는 파르메니데스의 단편 서사시가 이 책의 3편을 구성한다. 학자들은 본래 이 서사시가 800개의 행으로 이뤄졌을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현재 150개 정도의 시구만 단편으로 남아있다. 파르메니데스 서사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진다. 서시, 진리편, 의견편이다. 서시에 해당하는 단편 1은 거의 온전히 전승됐다. 시인이 여신을 만나러 가는 여정이며 여신은 시인에게 진리의 길과 의견의 길로 구별되는 두 개의 길을 설파한다. 단편 2에서 단편 8 의 ‘내 신실한 말과 생각을 멈추노라’까지가 진리편이다. 여신은 시인에게 있음과 없음의 초월적이며 충만한 존재의 비경을 펼쳐놓으면서, “생각되는 것은 있으며/ 있는 것이 생각되나니/ 그것은 모두 같은 것이니”라고 선언한다. 그다음은 ‘진리와 비슷한 거짓’에 관한 필멸자의 의견이 조각조각 펼쳐진다. 2500년 전 형이상학의 창안자는 우주를 누구보다 섬세하게 바라본 탁월한 관찰력의 소유자였다.
저자

키르케고르

덴마크철학자.크리스천사상가.길지않은생애동안수많은글을남기며신앙으로서의기독교를옹호하고실존주의의이정표를세운사람.독실하고부유한개신교집안의아들로태어났다.코펜하겐대학교신학부에입학한후한동안방탕한생활을하며기독교에서멀어졌지만곧원래자기가있어야할곳으로되돌아왔다.신앙을옹호하되교회를비판하는방향으로자신의사상을발전시켰다.“기독교는개인이고,여기에있는단독자다.”키르케고르는〈이것이냐저것이냐1843〉,〈두려움과떨림1843〉,〈철학단편들1844〉,〈불안의개념1844〉,〈죽음에이르는병1849〉등의저작과7000쪽이넘는일기를남겼다.“지금내가죽는다면사람들은나와화해하고,나를인정할수있고또내가올바르다는것을알것이다.”(1849년12월의일기중에서)실제로키르케고르사후그가인류에남긴지혜는덴마크를뛰어넘어여전히중요하게여겨지고있다.

목차

쇠렌키르케고르(11)
1편집단은거짓이다(15)

임마누엘칸트(41)
2편계몽이란무엇인가(45)

파르메니데스(69)
3편자연에관한서사시(73)
단편1(74)|단편2(80)|단편3(82)|단편4(84)|단편5(86)|단편6(88)|단편7(92)|단편8(94)|단편9(104)|단편10(106)|단편11(108)|단편12(110)|단편13(112)|단편14(114)|단편15(116)|단편15a(118)|단편16(120)|단편17(122)|단편18(124)|단편19(126)

편집후기(131)

출판사 서평

읽고싶어도구하기어려운텍스트들이있다.분량이방대해서미처우리말로번역되지못한경우도있지만,그반대로인류의지성사에지대한영향을끼친저작임에도분량이너무적어서한권의책으로편찬되지못하기도한다.이책은‘종교’와‘생각’이라는두단어를열쇳말로세편의철학단편을하나로엮었다.키르케고르의〈집단은거짓이다〉,임마누엘칸트의〈계몽이란무엇인가〉,파르메니데스의〈자연에관한서사시〉가자연스러운우리말의옷을입고세상에나왔다.각단편은분량이매우적다.그러나그의미는유별나게중요한의미를지닌다.

〈집단은거짓이다〉는실존주의철학의개척자이자기독교사상가인키르케고르의사상과문장과신앙심이담겨있다.사상은독특하고,문장은탁월하며,신앙심은독실하다.이책의빛나는장점은‘단독자’개념을독자에게선물한다는점이다.키르케고르자신도‘세속적인목적’에관해서는집단이타당성이있고결정적이라는점을인정한다.그것이민주주의원리이기도하다.하지만무엇이진리인지에관해서는집단은거짓이며거짓일수밖에없음을반복해서강조한다.집단은회개하지않는다.집단은비겁하다.집단은생명을차별한다.집단은허위다.키르케고르는이단편을통해진리의전달자는집단이아니라오직단독자임을밝힌다.단독자가진리이다.그리고살아있는모든인간은단독자가될수있다.또한단독자여야만신과관계를맺을수있다.그러나진리는거짓만큼발이빠르지않으며거짓은진리보다맛있게준비되어있으니,단독자가되는길은쉽지않다.지식,교육,규율,절제,자기부정,자신을향한정직한염려가필요하다.결국집단에자기를맡기지말고진리를위해생각해야한다.

과감하게생각하라.다시말하면용기를내서스스로알려고하라,이것이계몽의모토이다.우리인간은과감하게생각해야만미성숙에서벗어날수있다.임마누엘칸트의〈계몽이란무엇인가〉에쓰인표현이다.이만큼계몽주의의핵심을설명하는저작이있을까?스스로과감하게생각하지않으면우리는집단에종속되고거짓에현혹되며나쁜선동에휩쓸리고만다.18세기,19세기의계몽주의시대에만국한되는이야기가아니다.바로지금시대를살아가는인류를향한여전한충고다.그렇기때문에칸트의이단편이지금도읽힌다.칸트에게생각은곧표현의자유와연결되기때문에,“계몽에필요한것은자유말고는없습니다”라는명제가제시된다.하지만무제한적인자유는아니다.스스로생각하는지식인으로서자기이성을공적으로사용하는자유는무제한허용되어야하지만,자기이성을사적으로사용한다면자유가제한될수있음을논증한다.인간의미성숙은타인의도움없이는스스로생각하지못하는무능력이며,이런상태에서벗어나는것이바로계몽이다.과감하게생각하라.

지금으로부터2500년전,고대그리스에는어느고매한철학자가있었다.그는“생각되는것은있으며있는것이생각되나니그것은모두같은것이니”라는시구를읊었다.있음은있고,없음은없다는동어반복을통해창조도없고변화도없으며소멸도없는진리의비경을제시했다.플라톤의〈이데아론〉에지대한영향을끼쳤으며형이상학과논리학의탄생을열어젖혔고매혹적이고황홀한우주론을펼친고대의거인파르메니데스다.파르메니데스의〈자연에관한서사시〉가이책의3편에위치해있다.파르메니데스는진리의길과진리를닮은거짓의길(의견의길)을여신의목소리로전한다.소크라테스이전그리스철학에관심을가져도파르메니데스를만나면절망한다.본디난해할뿐더러흔히사용하는우리말로는도저히접근할수없기때문이었다.그러나이저명한서사시가시의형식으로우리말로알맞게번역되었다.평범한독자들에게선물과같은번역이다.여신이말씀하신다.있음에도|부재한것을지켜보아라|머릿속에흔들림없이존재하노라|있음으로한몸이된것에서|있음을잘라낼수없을테니|우주모든곳으로흩어지겠느냐|흩어진것이다시모이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