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제자들아 껍질을 깨고 나오라(큰글자책) (조정 시집)

마법사의 제자들아 껍질을 깨고 나오라(큰글자책) (조정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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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생명보다는 돈을 먼저 생각하는 인간의 사적 욕망들에 맞서 싸울 때 붙들었던 숲의 소리와, 참나무 충영들마저 함께 저항할 때 새어 나온 아름다운 언어가 한 권의 시집이 되었다.

머리띠를 두르며 깃발 아래 모였던 사람들이 무리 지어 나이를 먹자 한 무리는 골프장에 갔고 다른 무리는 정치하러 갔다. 누군가 산은 돈이라고 소리쳤다. 시인은 나무를 교살하지 말라고 나무라고, 도시로 흐르는 물을 위해 저항한다. 민주주의를 농약 치듯 악용하는 인간들에 맞서 숲을 지켜낸 시민들의 이야기를, 옥수수와 솔부엉이와 맹꽁이와 상수리나무와 힘없고 연약한 마을 사람들이 연대하는 이야기를, 그러면서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디에선가 잃어버린 우리말의 춤을 꺼내놓는다. 그 이야기가 산신령이 되고 무당이 되고 마법사가 되고 무당벌레가 되고 갈참나무가 되어 불복종한다. 낮의 스텝은 낮에 불복종하고, 밤의 스텝은 밤에 불복종한다.

1부에는 이 시간에서 저 시간으로 앉은 마음이 들어 있다. 독자들은 시인이 챙긴 씨앗 주머니를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해도 신이라는 하이네의 시구처럼 2부에 수록된 시편들은 뺨 맞고 무릎 꿇리고 죽임을 당한 신성한 불행이 담겼다. 3부에는 고통으로 충만한 시민불복종의 시편들이 수록되었다. 권력과 자본에 평화와 목숨을 빼앗긴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빚어낸 해원의 언어가 4부의 기념비를 만든다.
저자

조정

사노라면굳이살아지니라.삶은구슬과같다.금간구슬도고요히아름다운법이다.꿰어두어라.2000년한국일보신춘문예(시부문)당선,시집〈이발소그림처럼〉,〈그라시재라〉,장편동화〈너랑나랑평화랑〉출간.2011년거창평화인권문학상,2022년노작문학상수상.

목차

1부나는씨앗주머니를챙겨

환경영향평가서|36
춘분의갈채|38
산황산|40
허물|42
정화휴게소|44
여우와당골|46
초록여우|50
장항습지가보낸여름편지|52
접속어와손잡은숲의살리다클럽|56
울게하소서|58
밥|60
손을찾습니다|62
아무렴좀염치있게망하기|64

2부맨발이면어때

쓸쓸하게바삭거리는미농지처럼|70
경칩|72
마차길|74
감나무숟가락|76
산황마을민마루|78
측간을위하여|80
여보세요,왜아카시나무를죽여요|82
우는자들과함께울라|84
너븐숭이펜션|86
때죽꽃|88
서진주식당|90
배웅|92
명자나무의기억|94
법정보호종|96
나무이름표|100
숲의부활을기다리며|104

3부시민불복종

망종|112
2021년5월21일|114
시민7인|116
단식하는겨울밤|120
8월의탱고|122
시의회앞에서|124
불법벌목|126
야만|128
리치랑땅보기|130
농원의아침|132
단추|134
옥수수연대|136
함구령|138
야간탐조|140
설혜|142
입에은제나이프물고경의선산책로를걸어요|144

4부조수림

서망항|152
소만|154
구의역그아이|158
우러라우러라새여|162
붉은자궁|166
이덕구산전|168
동거차도|170
돌을위한부탁|172
성산포공항|174
강정리포트|176
안드로메다로가는메텔에게|180
병수네감자밭|182
구절초가슬픔의저고리를입고지켰다|184
목시물굴수림씨에게띄우는편지|186

출판사 서평

시인조정의이번시집은십년넘는시간동안시인이가담했던종횡무진에대한기록이다.반토막난국토최남단강정에서부터더올라갈수없는경의선끝자락까지온몸으로밀고나간서사다.이것은개인적이익을앞세운단순한물리력충돌이아니다.절망적현대와궤멸적미래사이이타적으로살기위한끊임없는실천과투쟁이다.이싸움은문명대반문명,자본대반자본,기득대기층이라는극단적대립에서도벗어나있다.혹은자연을우위에놓고인간의반성만을요구하는맥락없는선언적생태시들과비교할바도아니다.그모든것들을넘어인간이지켜야할‘근본에대한촉구’이다.-김명기시인

사람의생이짧지않다고는하나십년은긴세월이다.십년을하루처럼지순하게,십년을천년처럼모질게,시인은늘그산에머물렀다.산은사람이무슨짓을저질러도그저자연의흐름대로꽃피우고벌레와새들을먹이며무던했다.스스로를지키지못하는산을대신해산에깃든생명을염려하고산그늘에사는사람들을살피느라한겨울텐트한장으로바람을막고땅바닥에누워지샜고,생면부지의사람들에게손을내밀고도와달라청했다.그러느라시도잊은줄알았는데웬걸.시인에게시란뼈와내장의움직임을읊는성대와같은것이라이미시인의몸이되어버린산그늘,목이따인아카시나무,불길에먹힌꽃들,손을타넘는뱀이술술흘러넘친다.시의그릇이이토록깊고그윽한것은분노도실망도슬픔과아픔도삼키고기어이포기할수없었던사랑때문이리라.순하고작고어리고말못하는생명들에기어이기우는천성때문이리라.그래서시인의시는그저분노도아니고그저슬픔도아니며아득히먼데까지닿는성찰이다.-이용임시인

〈활과리라〉에서옥타비오파스는이렇게비평했다.아무도현대시를제대로인식하지못하는까닭은우리의지체가절단되었기때문이며,이러한외과수술이전에우리가어떤모습이었는지를기억하지못하기때문이다.절름발이의나라에서두발로걷는존재가있음을말할수있는사람은몽상가이며현실을도피한사람이다.세계를의식의자료로환원시키고모든것을노동-상품가치로환원시킬때,시인과시인의작업은현실로부터자동적으로쫓겨날수밖에없었다.시인의사회적실존이상실되어가고,시인의작품이공적으로유통되는일이점점희박해지면서,시인에게는오히려잃어버린인간의절반과접촉하는일이증가한다.현대예술의모든과업은그잃어버린절반과의대화를회복하는것이다.

〈마법사의제자들아껍질을깨고나오라〉에수록된시편들을읽으면서독자들은스스로상실해버린마법사의기억을체험한다.한때서로에게놀라운꿈을말하면서손을내밀던마법사의제자들은지금어디에서무슨주장을하고있는가?환상적인것의가장놀라운점은그것이환상적이아니라실제적이라는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