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센을본격적으로소개하는한글로된최초의단행본
프로이센은비스마르크와히틀러를연결하고,독일제국에서(바이마르공화국을거쳐)나치의제3제국으로나아가는것으로독일의근대사를정리하곤하는문헌들에서언급되곤하지만,프로이센을본격적으로다룬책은국내에그동안한권도없었다.모든언어를막론하고프로이센에관한최고의역사서로평가받는『강철왕국프로이센』은그간의공백을아쉬움없이메워줄것이다.
대선제후에서빌헬름2세까지,공국에서제국까지
『강철왕국프로이센』은프로이센의통사로주요사건과인물을빠짐없이다룬다.호엔촐레른왕가가브렌덴부르크선제후국을취득하게된이래,프로이센왕국으로성장하고,독일을통일한뒤제국으로발돋움했으며,두차례의세계대전을일으킨주범으로몰려역사에서사라지게되는파란만장한일련의사건을빈틈없이엮어낸다.여전히변두리왕국에불과했던1700년대중반,합스부르크제국,프랑스,러시아연합군과맞선7년전쟁의영웅프리드리히대왕,나폴레옹과프로이센의굴욕,1848년혁명의추이와여파,독일통일의주역비스마르크,최초의미디어군주라불리는빌헬름2세황제등주요통치자들과사건들을다룬챕터들은압축적으로정리된별개의글로도손색이없다.
정치와세밀하게얽어짠문화와사회
『강철왕국프로이센』이주요한정치적·외교적사건을도식적으로나열한책과는가장거리가먼역사서다.“역사책이가져야할모든장점을가지고있다”는외신의평가대로,저자는역사의분수령이되는정치적사건과이사건의원인이자결과가되는사회문화적변화를대단히긴밀하고유려하게엮어낸다.특히프로이센이점차세력을불려독일을통일해나가는데작용한에너지를중심으로프로이센사회의변화를짚어나간다.프로이센이자리한지금의독일땅에는뚜렷한지리적경계도,단일하고고유한문화나언어도없었기때문에,프로이센의어떤점들이문화적이고정치적아교가되었는지는대단히중요한문제다.정치를다룬다음구색맞추기식으로등장하는문화나사회,예술이아닌것이다.
프로이센을만든것들
저자는프로이센을설명할때언제나등장하는단어들,경건주의,고루하며근대화의훼방꾼융커계급,군국주의와권위주의,엄격하고효율적인행정등을피상적으로정의하거나반박하지않는다.대신이단어들에얼마나복잡한역사적의미와다양한형태들이있었는지를독자들에게펼쳐제시한다.예를들어,경건주의프로테스탄트는사회복지의한양태이기도했고,권력을강화하기도약화하기도했으며,국제질서내에서어떤작용을했는지짚어나간다.독일의근대사가어긋나게한주범으로꼽히는융커계급을서술하는방법도마찬가지다.저자는통념에반대해융커를구원하려하거나상투적인설명에기대지않는다.당대의문헌을통해지주와소작인,젠더,도시와시골사이에서융커라불린사람들이어떤이들이었고,어떤역할을했는지보여준다.프랑스발혁명에맞서행정을강화해나간추이를추적하는대목도다르지않다.저자는프로이센국가가의기양양하게특정한종류의근대화모델이되었다고선언하게되는과정을좇아가지만,동시에당대식자층이품은국가의권위와숭고함이대다수백성의삶과는거의아무런관계도없었다는점을잊지않고지적한다.
히틀러라는함정과프로이센의종말
프로이센은독일통일을견인했지만,역설적이게도통일과함께소멸의길을걷는다.독립국가가아니라통일독일의주로격하된것이다.그리고제2차세계대전종전후1947년연합군점령당국은프로이센이전쟁을일으킨독일내주범으로지목당해프로이센주와그중앙정부,그리고그정부기관은프로이센이라는이름과함께모두폐지된다.『강철왕국프로이센』의후반부는이장대한몰락의서사를그린다.저자는바이마르공화국과나치의집권,독일의패전으로이어지는이혼란스러운역사속에서프로이센과프로이센사람들의역할은무엇인지냉철하게추적한다.프로이센행정부와군사조직이왜바이마르공화국에서도살아남을수밖에없었는지,(오스트리아출신으로뮌헨에서기반을닦은)히틀러와나치가프로이센의유산을어떻게이용했는지,제2차세계대전중프로이센출신장교들이어떻게저항했는지를서술함으로써,저자는비스마르크를히틀러와,프로이센을나치와곧장연결하는것이얼마나역사를납작하게만드는것인지를설득력있게제시한다.
애도와찬양을넘어
저자는자신이호주출신으로케임브리지대학교교수로재직중이기에,프로이센의기록을다루면서선악을나누거나그경중을가리지않고,교훈이나정치적조언을전할부담없이프로이센의기록을애도또는찬양해야할의무와유혹에서벗어날수있었다고말한다.대신에저자는프로이센을만들고없인힘들을이해하고자했다고이야기한다.그래야그토록위풍당당해보였던국가가어쩌다그렇게급작스럽고감쪽같이,그어떤애도도없이사라지게되었는지이해할수있다는설명이다.1000쪽에달하는이책을읽은독자라면저자의이말을온전히납득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