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베를린 페미니즘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베를린 페미니즘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15.50
Description
지금 독일 그리고 유럽의 젠더/다양성/이주/난민 이슈는 무엇일까. 그곳에선 어떤 여자들이 연대하며 함께 집을 짓고 공동체를 꾸려 살아가고 있을까. 베를린에서 활동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일한 채혜원 저자가 직접 취재한 여러 젠더 이슈를 모은 책이다. 임금 격차, 임신 중지, 여성공동주택, 퀴어 가족 등 우리의 지금/여기를 겹쳐보고 가까운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는 재료들이 가득하다.
저자

채혜원

저널리스트이자독일베를린의국제페미니스트그룹‘InternationalWomen*Space’(국제여성공간)활동가.
유럽젠더이슈를취재해《한겨레》《일다》등언론매체에기고하고한국여성정책연구원,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등여러정부기관과연구원의현지연구조사원으로보고서와논문을쓴다.
독일로가기전에는페미니스트저널《이프》인턴기자를시작으로《우먼타임스》《여성신문》취재기자,서울시여성가족정책실에서전문직공무원으로일했다.
어떤자리에서든여성의이야기를기록하는일만큼은손에서놓지않았다.기록은존재를대신한다고믿으며독일과한국,그리고또다른곳에서여성을위한,여성에의한기록을이어나가고자한다.지난5년간독일에서페미니스트들과보낸연대의시간을기록한이책이그첫번째결과물이다.

목차

#여성공동주택:여자들이모여삽니다,베기넨호프에서
#여성전용공간:여성들이무언가를보여주고찾을수있는곳
#파트너십:‘남편’‘아내’라는단어를쓰지않는도시
#퀴어가족:결혼하지않아도,혈연이아니어도가족
#트랜스젠더:“앞으로내가당신을여자로대하면될까요?”
#이주배경:우리는궁금하지않고그래서묻지않는다
#강제송환:카메룬에서온이웃,도리스의특별한집들이
#증오범죄:연대파티를열자,마리아를위해
#아카이브:페미니스트의말,글,목소리를모읍니다
#임신중지:여성의몸은여성의것!
#전쟁성폭력:93세여성과24세여성이맞잡은손을기억하다
#페미사이드:119명,더이상누구도죽어선안된다
#건물점거:우리가점령한이집은이제우리의것이다
#난민운동:난민운동의발자국을함께잇는방법
#고립깨기:자전거,난민여성의해방을위한준비
#직업교육:5톤트럭몰수있는사람?
#여성파업:여성이자리를비울때세상은멈출것이다
#동일임금:똑같이일하고임금적게받는여성에게는누가사과합니까?
#여성할당제:남녀평등이이루어졌다는착각에서깨어나기
#MeToo:문화계를바꾸는확실한시도들
#성매매:성매매가합법인나라,독일의두여성이야기
#극우반대:유쾌하게웃으며극우에맞서는할머니들
#한독연대:“타오르는불길로한국여성노동자에게연대인사를”
#사회주의:여성사회주의자들이남긴것
#식민주의:내가장미를사지않는이유
#코로나난민:모두알지만아무도답하지않으니그것을모두가말할때까지
#베를린:베를린에서만난특별한여자들

출판사 서평

이책은지난5년간페미니스트그룹‘국제여성공간’(InternationalWomen*Space)에서일하며저널리스트로활동해온저자가관찰한베를린의모습을담고있다.한사람의경험이베를린의전부처럼읽히지않도록자신의감상은살짝걷어내고당사자의목소리를더한다.‘베를린국제주의페미니스트연합’과‘국제여성공간’에서활동한이야기를서두로,책은27꼭지의젠더이슈의현재를전해준다.모두실제사건과현장을취재한소식이며,여성들이연대하며뜻을모았던순간들이다.각꼭지의키워드를해시태그로달고,각주로베를린페미니즘운동의촘촘한기둥을이루는단체들을짤막하게소개한것도이책자체가연대의고리가되길바라는마음에서였다.
‘혼자가아니라는감각’은저자가전세계곳곳에서베를린으로모여든수많은여성들에게받은가장큰선물이자,이주자로독일생활을이어갈수있는원동력이었다.이책에는그따스함과어떤여자도혼자가아니라고말하는연대의마음이담겨있다.

독일도성불평등문제심각하지만노력은계속된다
독일은아직임신중지가불법이다(123쪽).여성의임금은남성보다19퍼센트가량(한국은약37퍼센트)낮고(199쪽),아디다스,루프트한자등독일상장기업상위30개기업가운데여성이사가2명이상인곳은없다(207쪽).(한국의자산2조이상상장사가운데약80퍼센트가여성임원이없다.)은폐된성폭력과성차별문제가미투운동으로수면에드러나며베를린국제영화제와문화계전체가들썩거렸다(215쪽).“난민을환영합니다”라는문구가적힌플래카드가무색하게난민을향한증오범죄가심각하다(103쪽).
하지만정치권에서부터여성할당제논의에불을지피고(207쪽),2018년동성결혼이합법화되어동성커플이입양을할수있고(67쪽),남성군인이트랜스여성이된후로도군에서자기경력을이어갈수있는도시(75쪽),난민들이건물을점거하고자신들만의운동을시작한출발점이되어준도시(159쪽)또한베를린이다.
2017년에발행된‘베를린젠더데이터보고서’에따르면베를린의1인가구비율은전체의52퍼센트(독일전체로보면41퍼센트)에이른다.두집중한집이1인가구인셈이다.자녀가있는가구중부모가결혼관계에있는비율은절반정도,나머지는한부모(28퍼센트)이거나파트너십(18퍼센트)관계에있다.

예외가아닌,평범한행복-생활파트너십과퀴어가족
스무살때부터독일연방군으로일해온막스는군경력21년차가되던해에남성으로서의삶을끝내기로했다.여성비율이12퍼센트밖에안되는연방군에서그는커밍아웃했다.그의상사는“앞으로내가당신을여자로대하면되는것이죠?”라고물은게전부였다.동료는막스에게어떤이름으로불리고싶은지물었고막스는“아나스타지아”라고답했다.달라진것은없었다(75쪽).
샤를로트와캐롤은레즈비언커플이다.정자은행이아니라게이친구에게정자를기증받아아이를가졌다.두사람이파트너십을이룬건베를린에서동성결혼이합법화되기전이었지만,‘생활파트너십법’에따라부부에게보장되는모든법적권리를누리며살고있다(67쪽).
아나스타지아는공적관계에서자신의젠더정체성을지지받았고,샤를로트와캐롤은가족을꾸리고자하는욕구를제도적으로지원받았다.차별금지법이국회에서1년넘게논의조차되지않고계류중인한국에서이들의소식은비현실적으로들리지만,다르게생각하면‘가능한현실’의아주구체적인모습이다.

같이살고같이일하는베를린의여성공간
유럽에서여성주거공동체의역사는중세로거슬러올라간다.‘베기넨’(Begginen)이라불린이공동체는파리에선1264년즈음설립돼400여명의여성이모여살았고,암스테르담에는15세기에지어진베기넨건물이여전히보존되어있다.이전통을잇고자결심한독일의도시계획가유타켐퍼가건축가바르바라브라켄호프와함께베를린에‘베기넨호프’를지었다.단53가구규모밖에안됐지만독일전역에서무려2000여명의여성이입주를원할만큼호응이컸다.베기넨호프에서는입주자들이스스로실무그룹을조직해정원을가꾸고강연을열며즐거운노년을만들어가고있다(39쪽).
카페베기네는1980년대비어있는건물을점거하고재건축해새로운용도로탈바꿈시키는스?운동의결과물이다.잘알려지지않은여성예술가들의작품을소개하며이야기나누는행사를비롯해다채로운모임을열고있다(49쪽).베를린엔여성전용공간이많다.1977년육아시설을갖춘공간으로출발한‘카페크랄레’는베를린에서가장역사가긴여성공동사업체이다(52쪽).
지금베를린에서페미니즘이슈를활발하게생산하고있는여성들에게역사적이고실무적인자원을제공해주는특별한곳도있다.바로페미니즘아카이브FFBIZ다(113쪽).1960년대부터최근까지여성운동자료가빼곡한이곳에서많은창작자가영감과활동의동력을얻는다.개인이소장한어떤자료도역사로서수집하는FFBIZ를사랑하는저자는자신의기록또한이곳에서의미있는증거가된다는것을느낀다고말한다.

격차를내버려두지않기-공정임금법과여성할당제
독일에서최근가장뜨겁게논의되는페미니즘이슈는동일임금동일노동이다.2019년기준독일의젠더임금격차는19퍼센트로유럽내에서큰편이다.하지만2014년22퍼센트였던것을줄이기위해‘임금공개법’으로불리는‘공정임금법’을제정하는등정부의노력이꾸준히이어지고있고,얼마간성과를보였다.같은직군과직급,노동시간을기준으로볼때남녀임금격차가6퍼센트까지줄어든것이다(199쪽).
문화계도변하고있다.미투운동이후남성위원장1인체제로운영되던베를린국제영화제에여성공동위원장이등장했다.연출,카메라,사운드,제작,대본,디자인등영화제작분야에50퍼센트여성할당을요구하는‘프로쿠오트필름’의행보도눈여겨볼부분이다(215쪽).이런변화는독일이수학,정보통신,자연과학,공학영역에여학생들의관심을제고하고여학생들이성고정관념에얽매이지않고직업의방향을설정할수있도록교육방향을바꿔나가는흐름과맞닿아있다(179쪽).
한국이독일처럼해야한단소리는아니지만,젠더문제에대한독일정부의적극적인태도가작지만확실한변화를뒷받침해주고있다는점을책곳곳에서발견할수있다.

난민과이웃으로살아가기
한국에서난민문제는거의드러나지않지만,독일에서는첨예한이슈다.베를린에도8만여명의난민이살고있다.그들은불시에닥치는강제송환위협에시달리며언제체류허가가날지모르는하루하루를견디며산다.독일정부가내건‘난민환영’기치와는달리난민과이주자를배척하는분위기가조금씩도드라지고있다.그때마다난민여성에게손을내밀고연대를제안하는여성들이있다.생계비가부족해서,난민수용공간까지너무멀어서제한적인이동만할수있는여성들에게자전거를가르쳐주겠다고나선이들이있고(169쪽),언제나정보가절실한난민들에게눈과귀가되어주는방송을만드는이들도있다(159쪽).
베를린에선어떤여성도혼자두지않겠다는마음의파동이늘크고힘찬동심원을그리며퍼지고있다.그동심원안에서동양에서온이주여성인저자또한안전할수있었다.

연결되어있다는감각을확장하다
베를린은멀지만베를린에사는여성들의소식이무척가깝게느껴진다.젠더를기반으로한폭력과차별은베를린이나한국이나똑같아서일까.그렇다하기엔이책으로부터푼푼히퍼지는온기를설명하기가어렵다.베를린페미니즘소식이반갑고더알고싶어지는건,우리가이미알고있기때문이다.여성들이자기문제를선명하게내보이고,분노를나누고,슬픔을껴안고,결국함께웃을수있게되는의미가무엇인지말이다.이책이서로다른여성들의교차점에서단단한연결의매개체가되길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