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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단어를선택할지부터가성교육의시작
피임,낙태,성적수치심이라는단어를쓰지않고성교육을할수있을까?물론이다.‘안전한성관계(준비된성관계)’,‘임신중단’또는‘인공임신중절’,‘성적불쾌감’이라는표현을쓸수있다.성교육전문가로현재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사무국장으로재직중인『성교육은‘다음’을가르칩니다』의저자이유정은단어하나부터고민하는것이성교육의시작이라고말한다.(34쪽)생활에녹아있는성별고정관념과경직된성인식을바꿔나가는게성교육의진정한목표이기때문이다.
하지만작은실천들만으로성교육의큰변화를이끌어내긴어렵다.공교육을총괄하는교육부,폭력예방정책을담당하는여성가족부,각시·도교육청의역할을논해야하는이유다.이책은성교육이국가차원의교육제도라는점을상기시키면서정책적빈틈을살피는동시에(1장),성교육현장에서만난청소년(2,3장)과양육자(6장)의고민에도세세하게답해나간다.또한성교육종사자및양육자와정책결정자가고민해야할성교육의가치와방향을‘포괄적성교육’이라는최신패러다임안에서고민한다(5장).성소수자교육이모두를위해왜필요한지밝히고그방법을모색하는챕터(4장)는‘포괄적성교육’을고민한다면반드시살펴야할부분이다.참고로,교육부는성교육표준안의목표로‘포괄적성교육’을명시한바있다.
진짜학교에서15시간성교육을가르칠까?
성교육전문강사는누가공인할까?
저자는공공기관이지원하는성교육매뉴얼제작사업에참여하고학교성교육출강을나가고전문강사양성과정의강사로일하는올라운드활동가다.그래서누구보다제도로서의성교육과현장을잘알고있다.그는“성교육의교육과정및전문강사양성과정을설계하는시스템의부재”(13쪽)가성교육전문강사의역량이나양육자의역할을논하기에앞서진단되어야한다고말한다.지금까지성교육책에서는다뤄지지않은주제다.“시스템의부재”는실성교육현장의질에어떤영향을미칠까?
현행성교육정책상학교에서는15시간의성교육을해야한다.실제로각급학교는15시간성교육을매년실시한다고교육부에보고한다.하지만청소년들의응답은다르다.한설문조사에따르면,단한번도성교육을받지않았다고답한청소년이전체의11퍼센트에달했고,15시간성교육을받았다는응답은3퍼센트가채되지않았다.왜이런차이가날까?(20-21쪽)
한편,청소년성교육을위해전문적으로양성된다고믿고있는성교육강사는정부공인이아니다.전국57개소의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여성가족부의사업을위탁받아성교육전문강사양성과정을진행하는데,예산부족과수도권-지방의자원차이가커양성과정의질적평균을유지하기가쉽지않다.(28-37쪽)
이처럼이책(1장)에서는교육부,여성가족부,청소년성문화센터라는지금껏거의들어보지못한성교육관련자들이주요하게등장한다.이들의역할과책임을정확히알때성교육의틀을누구와어디서부터바꿀지가보일것이다.
“섹스뿐만아니라
비혼,성정체성,생리컵도궁금해요“
이책의강점은성교육시간에만난청소년들에게질문을던지고더많은질문을받는저자의수업방식에서나온다.‘익명쪽지질문’은저자가자주이용하는강의법이다.성에관해궁금했던사항을쪽지에적어내면저자는성심껏답해준다.성별에관계없이익명질문의태반은성관계와관련이있다.하지만청소년들은비혼,성정체성,생리컵,관계맺기등성에관해더다양한질문을품고있다고저자는말한다.그리고거기에변화를위한답이있다.“성교육시간에듣고보는청소년들의발언과태도는교육하는사람(교육부,교육청,학교,교사,청소년성문화센터,성교육강사,양육자)이성교육을어떻게구성하고내용과방법에변화를줘야할지알려주는지향점”이기때문이다.(110쪽)
이런성소수자청소년은현재의성교육에어떤기대도품기힘들다.학교는동성애와관련한어떤언급도피해달라고요청하고,성소수자에게적합한성교육매뉴얼이나실질적교육안도미비한상황이다.하지만‘성소수자의다름은틀림이아니다’(124쪽)라고말하는청소년과‘임신을전제로하는피임교육은이성애중심적이다’(172쪽)라고지적하는청소년이바로앞에있기에저자는‘성정체성과성적지향에대한이해’라는수업을시도했고,그교육안을책에실었다.(128-135쪽)
할수있는것을말해주는성교육
구체적이고생생한교육안을나누다
‘다음’의성교육은‘건전’대신‘건강’을말하고,금기대신‘성적권리’를,두려움대신‘성적즐거움’을말하는성교육이어야한다고저자는이책전반에걸쳐말하고있다.청소년이엄연한성적주체로서할수있는것을알려주겠다는생각이성과관련한기술,태도,지식을모두아우르는‘포괄적성교육’의전제다.이책은최신의성교육담론이라고할수있는‘포괄적성교육’의탄생한배경과주요개념을차근차근정리하면서,그에따른교육활동사례를아낌없이나눈다.
유네스코국제성교육가이드2018년개정판은‘포괄적성교육’이란“섹슈얼리티에대한인지적,정서적,신체적,사회적인측면에대해배우는교육과정으로,아동과청소년으로하여금자신의건강과복지,존엄성에대한인식능력,존중에기반한사회적,성적관계형성능력,자신및타인의복지에미치는영향을고려한선택능력,자신의삶속권리에대한이해와보호능력을높일수있는지식,기술,태도,가치를갖추도록하는교육”이다.(153쪽)
저자는포괄적성교육이재생산권과함께부상한‘성적권리’개념(142-152쪽)과페미니즘에기반해있다고(159-165쪽)주장한다.이를‘다음’의성교육이나아가야할방향이라고상정하고,저자자신이실제성교육시간에성적자기결정권과성적동의,성별고정관념,성평등,역차별을어떻게가르치고있는지아주구체적이고생생한방법론을소개한다.국제가족계획연맹이배포한성적즐거움을가르칠때전하면좋을메시지와피해야할메시지목록(77-78쪽)과미국버몬트교육청에서무료로다운로드할수있는성소수자배타적/포용적표현리스트((133-135쪽)또한자세한교육방법이절실했던성교육종사자와양육자에게는작지않은도움이될것이다.
자녀성교육은
양육자자신을돌아보는것부터
책을저술하는동안저자가특히마음을쓴부분이양육자의걱정과고민을담은6장이다.양육자를대상으로숱하게교육을해온저자는자녀성교육의핵심은두가지로말한다.첫째,아이가양육자에게성과관련한궁금증과문제를말할수있는환경을차곡차곡만드는것,둘째,양육자자신이성과관련한기술,태도,지식부분에서무엇이부족한지정확히아는것.
아동및청소년을대상으로한온라인그루밍등의성착취범죄에서가해자는“부모에게말한다”라는협박을당연하게한다.놀랍게도이협박은주효하다.피해아동및청소년가운데양육자가이문제를해결하는데도움을줄것이라고생각하는경우가드물기때문이다.복합적인이유가있겠으나성에관해,그것이유쾌한농담이든개인이감당하기어려운사건이든양육자와대화해본경험이부족하기때문이다.자녀성교육은최소한아이들이이런어려움에부딪히지않도록장치를마련하는통로여야한다.
자녀성교육을해야겠다는마음은드는데성기명칭조차담담하게말해주기가버거운양육자들은자가진단을먼저해보라고저자는권한다.양육자스스로성적주체임을깨닫는것이먼저라는것이다.간단한자가진단리스트가214쪽에실려있다.그리고이책의「부록」에실린성교육,성평등,페미니즘도서및각종자료집과영상리스트가양육자의고민과걱정을조금이나마덜어줄것이다.
이책을알차게쓰는법
성교육종사자와관련공무원이라면정책과제도를다룬1장「비어있는부분들」부터순차적으로일독하길권한다.교사를포함한성교육에관심있는일반독자들은2장「성교육이즐겁지않은이유」부터시작하면좋겠다.생생한현장의이야기를통해성교육의현재를진단하고대안을고민해볼수있다.이후5장까지차례로읽고나서구조적인문제를다루는1장으로마무리한다면성교육정책과제도에대한관심으로나아갈수있을것이다.양육자는6장「또다른주인공,양육자」에서실용적인팁을얻고,2장부터순차적으로살펴본뒤1장으로마무리하면학교에서자녀들이어떤성교육을경험하는지,어떤변화가필요한지에대한그림을그려볼수있을것이다.
<추천사>
“이책은성에관한탐구와성찰이불경한것이기는커녕,나의몸에대한주체성을기르고타인을존중하는관계를맺기위한필수지식이자삶의태도라고말해준다.”―김지혜(『선량한차별주의자』저자)
“포괄적성교육이담지해야할원칙에대한고민과현장에서의경험을씨줄과날줄로촘촘하게엮은책!인간의섹스가다채롭듯성교육현장도차지게재미있다.”―이명화(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장)
“저자가온몸으로부딪쳐찾아낸성교육의새로운길들이보물섬을찾는지도처럼펼쳐진다.내마음속책표지에'강력추천'이란금박스티커를붙여본다.”―한채윤(성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