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일, 고양이의 일 (방배동 고양이 일가를 쫓다)

사람의 일, 고양이의 일 (방배동 고양이 일가를 쫓다)

$18.00
Description
『사람의 일, 고양이의 일』을 쓴 단단의 직업은 시각예술가이다. 그런데 단단에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물으면 ‘동네고양이 돌봄’이라고 대답한다. 그는 본래 동물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유기동물을 딱하게 여기고 동물 학대 뉴스엔 분노했지만 그 정도였다.
30년을 산 방배동에서 고양이 가족이 눈에 들어온 건 2015년 5월이었다. 그의 집 창문에서 1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공터에 고양이들이 나타났다. 그런데 정말 ‘나타난’ 걸까?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니 그곳에서 대를 이어가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야옹아” 하고 부르고 먹이를 준 이후 어미고양이는 새끼 둘을 데리고 공터로, 아니 단단의 창문 앞으로 찾아왔다.
책은 2015년의 이 마주침을 시작으로 저자가 동네를 떠나는 2017년까지 849일간 있었던 일들을 기록한 것이다. 등장하는 고양이 수만 총 29마리. 그들이 사람 또는 각자의 사정 때문에 겪는 일과 그것을 지켜보며 고민하는 사람의 일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이어진다. 드라마이자 르포이고, 동물행동 관찰기이기도 한 이 책은 사람이어서 하게 된 복잡한 일들의 총체라는 점에서 그 장르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 의미 있는 것은 오직 책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저자

단단

시각예술가.주로공공미술작업을한다.특정지역을연구하고지역주민들과미술을매개로소통하면서시민참여형미술프로그램을개발해왔다.30년을산방배동에서불현듯고양이가족이눈에들어온이후동네고양이를돌보기시작했다.밥자리를마련하는것에서그치지않고고양이들의행동과감정을이해하기위해관찰과기록에시간을쏟았다.이책은그결과물이다.방배동재개발로이사를한다음날부터일주일에세번씩경기도김포와서울방배동을오가며여전히고양이들을살피고있다.

목차

들어가며:사이에서

1일째고양이가족에게먹이를던져주다
145일째사라졌던어미고양이가새끼고양이들과돌아오다
170일째어미고양이의육아
193일째이름을지어주다.애미,점순,흰눈
199일째동네고양이들,세모녀에게텃세부리다
204일째고양이가족,공터에완전히자리잡다
217일째흰눈과점순,첫눈을밟다
226일째애미,두자매앞에죽은쥐를물어다놓다
250일째새를보고달뜬흰눈과점순
262일째잘생긴녀석,밥자리에끼어들다
307일째옆집부부,고양이밥그릇을뒤엎다
329일째애미와흰눈,밤마실나가다
351일째아랫집아저씨의돌멩이공격
355일째흰눈의첫출산
374일째점순과누렁의짝짓기
377일째구청게시판에민원을올리다
381일째공동육아체제에돌입한애미,점순,흰눈
385일째잘생긴녀석의밥자리를마련하다
397일째장군죽다
400일째흰눈과점순,물벼락을맞다
402일째노랭과누렁,흰눈을두고싸우다
467일째흰눈,변비로고생하다
494일째애미,잘생긴녀석을혼쭐내다
506일째방배동캣맘들과만나다
522일째헬멧과잘생긴녀석,흰눈과점순을공격하다
534일째고양이겨울집을만들다
547일째공터에쌓인2톤치쓰레기를치우다
549일째점순과잘생긴녀석의타협
608일째흰눈과누렁의이별,점순과노랭의탐색전
615일째애미,떠나다
618일째흰눈을12시간만에놓아주다
620일째점순,노랭과까망과짝짓기하다
686일째흰눈의세번째출산,점순의첫출산
734일째흰눈과점순,각자의방식으로자식을돌보다
740일째이사날짜가정해지다
748일째창문과공터를잇는다리를놓다
757일째점순,중성화수술을당하다
816일째흰눈,자식들을독립시키다
823일째아랫집모녀에게고양이를부탁하다
849일째방배동을떠나다

나오며:엔들링
방배동에서,849일

출판사 서평

무슨일하세요?
『사람의일,고양이의일』을쓴단단의직업은시각예술가이다.그런데단단에게하는일이무엇인지물으면‘동네고양이돌봄’이라고대답한다.그는본래동물에게크게관심이없는사람이었다.유기동물을딱하게여기고동물학대뉴스엔분노했지만그정도였다.
30년을산방배동에서고양이가족이눈에들어온건2015년5월이었다.그의집창문에서1미터밖에떨어져있지않은공터에고양이들이나타났다.그런데정말‘나타난’걸까?고양이는영역동물이니그곳에서대를이어가며살아왔는지도모른다.“야옹아”하고부르고먹이를준이후어미고양이는새끼둘을데리고공터로,아니단단의창문앞으로찾아왔다.
책은2015년의이마주침을시작으로저자가동네를떠나는2017년까지849일간있었던일들을기록한것이다.등장하는고양이수만총29마리.그들이사람또는각자의사정때문에겪는일과그것을지켜보며고민하는사람의일이교차하며이야기가이어진다.드라마이자르포이고,동물행동관찰기이기도한이책은사람이어서하게된복잡한일들의총체라는점에서그장르를따지는것이무의미하다.의미있는것은오직책안에서벌어지는일들이다.

인간적인감정과생각이해가되지않도록
고양이29마리각각을관찰하고익히다
단단은호기심과호의를품고고양이들에게매일밥을주기시작했다.공터에자리잡은고양이들에게이름을붙여주고얼굴을기억했다.밥을주는것은점점특별한일은아니게되었다.배가고프면사람도끼니를챙기듯,고양이가밥을찾아자신에게오는것은당연하다고생각했다.
언뜻선선하고평화로워보이는이장면뒤에우왕좌왕하고실수하고동동거리는단단이있다.포획해서중성화수술을시켜야할까?진물로고생하는새끼고양이를병원에데려가도될까?좁은공터가미어터지지않게교미를못하도록말려볼까?
고민에휩싸인단단은공부했다.생태학,동물행동학,동네고양이보호활동과사례를들여다봤다.하지만역시백문이불여일견이었다.공터를오고가는고양이들을관찰하고추적하면서단단은그들의습성과행동을익혔다.그것은고양이라는종에대한일반적인이해를위해서라기보다단단의집근처에사는고양이들,애미,흰눈,점순,잘생긴녀석,누렁…이책에등장하는29마리의고양이를잘알고싶어서였다.고양이를추적관찰하는‘일’이단단의일상에추가되었다.

고양이3대가족의로망스를그리다
생활을위해고양이가하는일
저자는고양이3대가족의탄생과죽음,짝짓기와이별,그리고영역다툼등을상세히기록했다.지극히‘의인화된’고양이들의드라마다.고양이의마음을실제로알수는없겠지만단단은인간적인감정으로고양이들을따라간다.흰눈이아이들을잃었을때,점순이자매인흰눈이와소원해져혼자놀때,공터를지켜내기위해애미가혼신의힘을다할때단단은흰눈에게서슬픔을,점순에게서서운함을,애미에게서기세를느낀다.그것이설령조금틀릴지라도온전히이입하는관찰에서그간자신이공부하며알았던고양이관련지식이절대적이아니라는사실을발견한다.이런발견은고양이가사는동네의거주민이라면누구에게나뜻밖의소중한정보가된다.
‘본능’이라며뭉뚱그려진고양이들의행동이나습성은단단이보기엔고도로학습되고전수되는생존전략이며,생활하려면매일(해야)하는‘일’이다.사람의호의나도시공간을이용하는것은동네고양이에겐필수적인일이고그일을고양이개체마다다르게풀어낸다.비인간동물이‘하는’무언가를일로서존중하는저자의태도는이책의가장큰의미이다.

처음엔고양이들사이에,
나중엔사람들사이로
고양이를‘자연스럽게’도시에적응하며살도록놔두는것이사람과고양이모두에게좋지않을까?저자는아니라고말한다.도시자체가고양이에게부자연스러운공간이고사람이고양이를대하는태도가천차만별이기때문이다.고양이를천대하고학대하는이웃이있었다.단단은처음에는눈치를보며고양이들의밥자리를여기저기로옮겼다.영역동물인고양이들이불안해했다.단단은고양이편에서기로결심하고고양이와사람사이에끼어든다.
맨처음에단단은그저고양이들과마주할뿐이었다.그러다고양이들의싸움이나교미를말려보려고고양이들사이에섰고,곧이어고양이와사람사이에서분투했다.고양이들이사는공터에불법으로쓰레기를매립하고텃밭을만들어사유화하는사람들과싸웠다.세간에서어떤프레임을씌우든자신을스스럼없이‘캣맘’이라고말하는단단은점점고양이들을따라방배동이라는동네를쏘다니는사람이되었다.그리고다른캣맘들을만났다.활동반경을넓히며고양이와사람을따라가던생활은재개발로인한동네공동화로곧위기를맞는다.

고양이들의방배동
끝낼수없는사람의일
방배동재개발이결정되고정해졌던이주날짜가다가왔다.30년간살아온동네가허물어지는것은사람에게도,고양이에게도버겁다.재개발로인해동네전체가비면사람이버린음식물쓰레기를먹으며생명을부지하거나자동차아래에서추위를견디던동네고양이들은살길이막막해진다.
단군이래최대아파트단지라던둔촌주공아파트재건축이결정된2017년이후,단지내고양이250여마리를입양하거나근거리및장거리이주를돕기위해구조하는활동이펼쳐져많은이의관심을모았다.‘둔촌냥이’프로젝트는2022년3월정재은영화감독의「고양이들의아파트」에생생하게기록되어다시한번알려졌다.하지만방배동재개발은그만한관심을끌지못한다.도시곳곳에서벌어지는크고작은건물철거와신축현장도고양이에겐삶터의변화이지만사람들은그것까지관심을두기엔삶이팍팍하다며외면한다.사람의일이고양이의생을흔들때,무엇을해야할까?사람의최선을거듭고민하는단단은하던일을계속한다.
고양이3대의핏줄인모찌에게이별을고하며단단은방배동을떠난다.책은여기에서끝나지만,그는이사한다음날부터일주일에3일씩,김포에서방배동까지왕복70킬로미터를오가며고양이를살피고있다.7년간5만킬로미터다.단단이,그리고우리가사람의일을멈추지않는다면,이책은결코끝나지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