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방문가능,모든활동환영,무료
도서관만큼‘열려있다’라는동사가어울리는공간이있을까?여름의폭염을피해,하교후학원차량을기다리는사이에,미팅까지살짝뜬시간을때우러,정수기를이용하려고,지역뮤지션의공연을보려고,그리고책을빌리러사람들은무시로특별한이유없이도서관에드나든다.도서관은그야말로‘도시의거실’인셈이다.
저자는거실문을열어놓는사서였다.문헌정보학을전공하고미국에서사서로일하며그는수많은이용자를맞았고그들에게서삶을배웠다고말한다.고령자,노숙인,어린이,자폐스펙트럼이있는사람,마약중독자의보호자,유니콘을믿는사람…모두도서관을찾았고도서관은그들을환대했다.그러는사이도서관에푹빠져세계곳곳도서관을돌아다니는도서관여행자가되었다.움베르토에코의『장미의이름』배경이된멜크수도원도서관에서저소득층싱글맘공동주택1층에위치한도서관까지다니며그는멋진감상과예리한비평의글을써왔다.도서관을향한무한한애정이낳은이야기들이책에가득하다.
시끄러운데조용한도서관이가능한가요?
저자는도서관에서누구보다시끄러운사람은사서라면서웃는다.재잘거리는청소년이용자들에게정숙의눈짓을줄것같지만,실은이용자들의질문에대답하고서가를안내하고좋은책을추천하느라목소리가커지는것은사서라는말이다.몸으로도서관을즐기는어린이이용자와청력이약해진고령이용자에게도시끌시끌한도서관환경이훨씬편안하게느껴질테다.문제는조용한환경을원하는이용자다.저자는그런이용자에게귀마개를제안했던도서관관장의이야기를들려준다.독일의한도서관에귀마개자판기가설치돼있었다는여행후기와함께말이다.
귀마개라니!재치있고알맞은제안이아닐수없다.도서관은계속변화하고있다.낭독회,북토크,음악회등을열거나랩배틀이나레슬링경기등명랑운동회급의행사도연다.(77쪽)음악창작같은활동을할수있는미디어랩(medialab)도인기가많다.(151쪽)정숙실은도서관이품은여러공간중하나일뿐인것이다.도서관의소란이지역공동체에생기를불어넣는다고믿는저자의글을통해독자들은앞으로우리동네도서관이어떤소동을일으키며진화할지절로궁금해질것이다.
사생활을지켜드립니다
도서대출카드를경험한운좋은세대라고스스로를소개하면서도저자는과거의도서대출카드가사생활침해의소지가있었음을인정한다.실제로일본의한신문이무라카미하루키의도서대출목록을공개해사생활침해논란이일기도했다.(125쪽)
개방된도서관서가와책을대출하며사서와마주쳐야하는상황은사생활보호문제와직결되기도한다.특정종교,성적지향,2차성징등민감한주제의정보가필요한이용자에게도서관은너무나열린곳일수있다.민감한주제의도서를대출기록을남기지않고이용자가스스로대출·반납하도록하는등의세심한배려가필요한이유다.(126-127쪽)
『도서관은살아있다』속실화들은동시대의사회문제와연관된생각거리를잔뜩던져준다.도서관에서시민에게책을빌려주면해당책의판매가줄어들어작가에게돌아갈인세가감소함에따라도서관이작가에게손실보전을해주어야한다는‘공공대출권’도입문제(51쪽),연체료제도가취약계층의정보접근성에미치는문제(130쪽),다른언어권사서의고용문제(106쪽)등이그렇다.고풍스럽고화려한외관에주목하는화보집이나고대부터도서관의수천년역사를다루는책과는조금다른점이다.
사서의존재감
『도서관은살아있다』가들려주는사서들에관한이야기는특히흥미롭다.1989년지진으로샌프란시스코도서관은막대한피해를입었다.서가가무너지며책들이바닥에나뒹굴었고임시열람실은너무작아책을정리할수밖에없었다.도서관은그해대출이된책,지난2년간대출이있었던책,2년넘게대출되지않은책을그린카드,옐로카드,레드카드를끼워넣어분류했다.하지만이분류에따르면음악,예술분야책을대거폐기할수밖에없었고,사서들은몰래카드를바꿔폐기위기에처한책을구해냈다.‘게릴라사서’의첫등장이다.(45쪽)
글자속공간을칠하거나밑줄친흔적을지우고(38쪽),칸칸이막힌열람실에이용자가남아있지않은지숨바꼭질을하고(83쪽),오래도록모습을비추지않은고령이용자에게안부전화를거는(65쪽)사서들의일이야기는재미있고애틋하다.사서는자료를수집하고폐기하는업무뿐아니라이민자,노숙인,고령자의공동체생활을위해변화를꾀하는일을맡고있다.점차다변화하는도서관의역할은반갑지만사서의일이어디까지인지에대한고민을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