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방식으로 듣기 : 스트리밍과 노이즈캔슬링 시대에

다른 방식으로 듣기 : 스트리밍과 노이즈캔슬링 시대에

$16.00
Description
이 책에서 말하는 ‘다른 방식으로 듣기’란 ‘소음을 듣는 것’이다. 식당에서 옆 테이블의 이야기에 귀를 빼앗기면 내 테이블의 이야기가 소음이 되듯, 자신에게 의미 있는 신호와 소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더 깨끗한 소리 신호를 뽑아내어 전달할 때 삭제된 풍경의 소리가 있음을 잊지 말자는 뜻이다.
저자

데이먼크루코프스키

갤럭시500의멤버였으며데이먼&나오미로활동중인음악가이자『새로운아날로그:디지털세계에서의청취와재연결』(TheNewAnalog:ListeningandReconnectinginaDigitalWorld)의저자이다.『아트포럼』과‘피치포크’에자주글을기고하며,하버드대학교에서글쓰기와소리(와소리에관한글쓰기)를가르쳐왔다.매사추세츠주케임브리지에산다.

목차

시간
공간
사랑

권력
신호와소음

팟캐스트용어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소음을제거하시겠습니까?

잡음없이자신이듣고싶은소리만을또렷이들려주는기술,노이즈캔슬링은오래전발명되어1970년대후반헤드폰에적용되기시작했다.하지만이기술이더욱빛을발하게된것은언제어디에서든,어느기기와도무선으로연동되는최근에이르러서다.사람들은대중교통에서,작업실에서,도서관에서블루투스노이즈캔슬링이어폰을착용하고자신이유의미한신호로선택한소리에만귀를내어준다.하지만본래귀는관점이없고소리를거르지않는다.기술이거를뿐이다.

미국에서호평받은팟캐스트가원작인『다른방식으로듣기』는디지털오디오시스템이보편화된이후사람들이무엇을어떻게듣고있는지살핀다.아니,무엇을어떻게듣지않고있는지살핀다는것이더정확하다.록밴드갤럭시500의멤버였던저자는자신의음악경험을바탕으로사회비평가,역사학자,레코드숍운영자,이과병원귀전문가등다양한분야의전문가를초대해지금의듣는방식을탐구한다.

실시간으로듣고있다는착각

유튜브로야구경기를시청하는사람들을한눈에볼수있는카메라가있다면,재미있는광경경을보게될것이다.야구장에서는4번타자가홈런을쳐관중석이환호성으로뒤덮였는데,유튜브시청자들은아주조금늦게,그리고각기다른시점에환호할것이기때문이다.디지털정보스트림을제각기받아서재생하는기기마다레이턴시가다르기에발생하는현상이다.(17쪽)디지털방송이등장하기전,라디오를통해서야구중계를듣던때에는볼수없었던장면이기도하다.야구장에서환호가울릴때,라디오를듣던사람들도차안에서,집안에서같은순간에환호할수있었다.“읽으면역사고,들으면뉴스다”라는라디오방송계의격언이유효했던때였다.(16쪽)

그러나지금은다르다.모두가즉각적으로연결돼있다고여겨지지만,사실시간적인순서가온통꼬여있다고저자는지적한다.소셜미디어의타임라인은어제의속보도오늘의것인양보여준다.그것이사용자들사이에서유통되기만한다면몇날며칠이고속보로돌아다닐것이다.

더불어디지털미디어는배속조절이가능하다.유튜브나팟캐스트진행자의목소리피치를바꾸지않고,발음에도아무런변화가없으면서도빠르게또는느리게들을수있다.(12쪽)이변형은단순히시간절약차원을넘어사람들의시간감각마저바꾸어놓고있는지모른다.

이어폰이라는벽

지하철에서눈을감고있는사람보다귀를막고있는사람이훨씬많다.마치그곳에없는사람처럼,투명한거품막에싸여있는것처럼말이다.뉴욕시의초젠트리피케이션현상을분석한『사라지는뉴욕』(VanishingNewYork)의저자제러마이아모스는“어떻게보면공적인것이사적인것에패배한셈입니다.그저서로를튕겨내기만하는이작은개인버블들이이겼습니다”(31쪽)라며소리를차단함으로써공간을사유화하는현상을설명한다.

이어폰은“벽없는오디토리엄”이다.(43쪽)잔향을용납하지않고무대의직접적인전기신호만을깨끗하게전달받길원하는관객들이찾는다는점에서이어폰과오디토리엄은유사한점이있다.하지만결정적으로다른점이있다고저자는말한다.바로소리를공유하지않는다는점이다.주변의소리를입체적으로들음으로써자신이있는공간을재구성하는능력은이제다른감각기관에자리를내어주어야할지도모른다.

숨소리도소음일까요?

세계적인재즈가수프랭크시나트라는마이크를탁월하게사용하는것으로유명했다.노래의가사뿐아니라느낌을전달하기위해마이크와거리를세심하게따졌다.특히마이크가까이에서속삭이는듯노래함으로써듣는이의귀를간질였다.근접효과를제대로활용했던것이다.(53쪽)

저자는노래가사든일상대화든단어에앞서목소리로알아채는것이있다고말한다.음성은단어가없는언어인것이다.상대방의감정,상태가목소리에그대로드러난다.안타깝게도디지털기기를가로지르는목소리는아날로그기기만큼섬세하지않다.마이크성능이나빠서가아니다.휴대폰에아무리입을가까이가져가도근접효과같은것이일어나지않기때문이다.소리를압축한데이터는더쉽게,더멀리,더많은정보를전달하지만,압축하면서손실된무언가에는무관심하다.저자는말을전달하도록설계된휴대폰은우리목소리의본질적인부분을치워버린다고말한다.상대방이듣고있음을알려주는소리,그숨소리마저말이다.(63쪽)

음악을구매한것인지
음악듣는기술을구매한것인지

1898년,자동피아노가등장했다.악보출판사가당대의히트곡을좌지우지하던시대였다.음악업체들은변호사에게전화를걸었다.“이자동피아노롤이우리가의회도서관색인카드에등록해둔곡을연주하는데,저작권침해아닌가요?”소송까지가게된저작권다툼에서승리한것은자동피아노였다.악보출판사는종이에작곡한음악의복제권에대한소유권을갖기만음악자체를소유하는건아니라고봤기때문이다.(77,78쪽)그렇다면LP,CD,음원,스트리밍플랫폼이용권을구매하는것은어떤의미일까?우리는음악이아니라음악을담는기술에가격을지불하는것은아닐까?

알고리즘의추천은편리하다
하지만놀랍지않다

음악알고리즘추천은나날이발전해왔다.처음엔비슷한음향을추천했다.그러나하프시코드와디스토션을건기타의소리파형이비슷해서헤비메탈을몇곡들으면곧바흐의카논이추천되는신통치않은결과를낳았다.그래서음악리뷰에기반한데이터분석결과값을추천했다.일명문화적추천이다.자연히신인의음악은추천되지않았다.그렇기에최근에알고리즘은음향적,문화적,그리고사회적데이터를모두모아추천한다.(101,102쪽)

저자는그결과가편안하며해당디지털스트리밍플랫폼에오래머무는데에는충분한역할을하지만,놀랍지는않다고말한다.생전처음듣는음악이인생최고의음악일수있는기회는점차줄어들고있다.플랫폼서비스는사용자에게최적화되어있고사용자는점차스스로길을찾는방법을잊어버린다.레코드숍에서,서점에서,그공간의규칙에따라신보또는신간에관심을기울이거나운영자특유의큐레이션에적응하며길을찾는노력을덜하게된다.깜짝놀랄,자신의세계에는없었던음악과책을만나지못하게된다.

소음에귀를기울일것

결국저자가이책에서말하는‘다른방식으로듣기’란‘소음을듣는것’이다.식당에서옆테이블의이야기에귀를빼앗기면내테이블의이야기가소음이되듯,자신에게의미있는신호와소음을선택할수있다는사실을잊지말자는것이다.디지털기술이더깨끗한소리신호를뽑아내어전달할때삭제된풍경의소리가있음을잊지말자는뜻이다.

그렇다고저자가아날로그오디오기술이더뛰어났다거나그시절이좋았다고향수에젖어있는것은아니다.오히려아날로그기술과디지털기술을다방면으로겪어보았기에듣는방식의변화가우리인식에어떤영향을미치고있는지건드릴수있었다.그는「다른방식으로듣기」팟캐스트가얼마나역설적인지알고있었다.디지털미디어를사용하며잃어버린소리를디지털미디어를통해말하는것의역설을풀기위해이책을썼다고도볼수있다.이책을읽는독자는금세이어폰을찾을것이다.책에서언급하는음악을스트리밍으로듣기위해서.하지만책장을넘길수록이어폰을빼고싶을지도모른다.귀가마음껏받아들이는소리들이섞일때이책이어떤의미로다가올지느끼기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