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서울둔촌주공아파트에서나고자랐다.?고향이자국내최대아파트단지인둔촌주공아파트가재건축으로사라지게되어2013년부터이를기록하고기리는‘안녕,둔촌주공아파트’?프로젝트를?진행했다.연세대학교에서생활디자인학과주거환경학을공부했고,졸업후10년간회사를다니다‘안녕,둔촌주공아파트’프로젝트를하며둔촌주공아파트에관해더깊이알고싶어서울시립대학교대학원건축학과에입학했다.석사학위논문?「둔촌주공아파트단지생애사연구」를썼다.?
1부둔촌주공아파트는어떻게만들어졌을까?1.거대한하나의세계2.‘서민주택’이라는허명주택상환사채가만든변화와갈등반공국민만들기와주공아파트올림픽을향한꿈과체육계의이동3.20세기모더니스트‘근린주구’라는이상향속도와효율:1일100호건설이상실현을위한노력2부둔촌주공아파트에서는어떻게살아갔을까?1.‘보통의삶’이라는착시비슷한사람들의비슷한삶자치와통치의모호한경계순수하면서도정치적인:단지새마을운동과둔촌축제대단지의영향력2.단지를바라보는시선의변화단지밖,새로운중산층오아시스의등장장소애착과재건축을향한꿈3부둔촌주공아파트는어떻게사라져갔을까?1.재건축을향한20년재건축사업의주체재건축사업의진행:안전진단,종상향,환경영향평가5930세대멸실그리고이주조합의내부갈등과교체공사중지라는초유의사태둔촌주공일병구하기2.숫자에밀려버린집집의서열화:조합원분양과일반분양의차등누구를위한집일까3“여러분,둔촌은강동이아닙니다!”도시를만드는서로다른축대단지의연합과‘부동산민심’
이보다유명한주공아파트는없다2022-23년부동산시장의주인공은누가뭐래도둔촌주공이다.시공사와재건축조합의갈등으로인해재건축공사가중단되는초유의사태를겪었고,레고랜드발PF리스크와맞물리며국가경제를좌우하는전국민의이슈가되었다.강동구의‘대장아파트’로승승장구를예고했던둔촌주공은‘대단지재건축사업’의혼란을실시간으로보여주며연일경제뉴스를장식했다.일개아파트단지재건축이이토록‘국가적’사안이될만큼둔촌주공은거대했다.둔촌1동이곧둔촌주공아파트단지였고,5930세대가살았으며(재건축이후에는1만2000여세대가살게될것이다),재건축에4조원이넘는비용이투입되었다.우리는이거대한존재를어떻게이해할수있을까.둔촌주공건설-거주-재건축의40년아파트단지의생애를다룬첫번째책‘단군이래최대’라는62만제곱미터의규모도그렇지만,하나의문화적현상이었다는점에서둔촌주공은굉장히특별하다.재건축조합이종상향이슈로들썩거리던2013년,철거전에둔촌주공의모습과거주민의기억을기록하는‘안녕,둔촌주공아파트’프로젝트가시작되었다.『둔촌주공아파트,대단지의생애』저자이인규가주도한이프로젝트는‘주공키드’의향수를불러일으키며큰화제를모았다.그후10여년동안저자는둔촌주공을꾸준히지켜보고공부했다.그결과물인이책은둔촌주공아파트의40년을건설-거주-재건축으로나누어살펴본다.1부‘둔촌주공아파트는어떻게만들졌을까?’에서는둔촌주공의부지선정,대한주택공사의역할과분양방식,설계에대해설명한다.2부‘둔촌주공아파트에서는어떻게살아갔을까?’는입주후거주이야기이다.1980년대단지새마을운동을펼치던모습,1990년대둔촌축제로상징되는끈끈한공동체의모습,재건축을향해가면서건물도관계도부식되어간시간이담겨있다.3부‘둔촌주공아파트는어떻게사라져갔을까’는재건축사업20년의역사다.재건축조합-시공단-정부및지자체,금융시장과부동산시장이엎치락뒤치락하는과정을꼼꼼하게추적하는3부는이책의백미다.둔촌주공재건축사업의문제가무엇이었는지AtoZ를알고싶다면반드시이책을읽어야한다.‘복지사회’와이상적인주택의건설1978년대한주택공사주도로둔촌지구개발이시작되었다.주택수요압박이상당했던시기여서1979년2월에시작된아파트건설은‘조기입주’를목표로속도를냈다.워낙대단지였기때문에공사를2단계로나누어진행되었다.1979년12월에1,2단지입주가시작되었고,1980년12월에는3,4단지까지준공을마쳤다.완만한구릉지형에임야와농경지가섞여있고,그사이사이로건물약70동이흩어져있던소규모자연촌락(52쪽)은1년10개월만에5930세대가거주하는동네로탈바꿈했다.대한주택공사가발행한홍보물을보면둔촌주공아파트단지의전경사진위로‘복지사회의건설’이라는표어가적혀있다.박정희정부와대한주택공사가‘집’을어떤이념으로접근했는지간접적으로알수있는대목이다.그러나한편으로는정권의입맛에맞는집단에게시혜적으로주택을분양했는데,둔춘주공에는중앙정보부직원을위한동(134가,134나)이설치되었다.(29-30쪽)박정희정권이내세웠던정치이데올로기를공고히하는수단으로아파트를활용했음을알수있는대목이다.세계에서가장많은주택을공급한회사로꼽히는대한주택공사는‘표준설계’를통해주택건설속도전을이끌기도했지만,현대적이론과설비를적용하는데에도힘썼다.‘잠실대단지건설’에서부터본격도입된클래런스페리의‘근린주구’개념이둔촌주공에도똑같이적용되어보행자중심,초등학교및각종편의시설의단지내배치등이이루어졌다.(45-51쪽)특히거주민의만족도가상당히높았다고평가되는‘단지환경계획과조경설계’는1970년대중반부터대한주택공사내부에조경전문직이채용되면서올린성과였다.다만,“거대한단지로묶인하나의슈퍼블록속에중간계급이상의주민들이입주”(51쪽)한둔촌주공은단지밖과‘구별’되는주택이자집단이될수밖에없었다.둔촌주공아파트담장안쪽,거주의풍경을그리고분석하다아파트담론에서흔히제외되는내용중하나가아파트에서실제로거주하는사람들의모습이다.아파트단지의사회적,정치적,문화적의미를멀리서조망하는책에서는보기힘들었던‘거주’부분을서술한것은이책의차별점이다.아파트를고향으로삼은아파트키드연구자만이쓸수있는부분이다.중산층핵가족중심의거주민들은‘더블초품아’였던둔촌주공에서꽤오래거주하는특징을보인다.신혼부부와학령기아이로이루어진핵가족이주류를이루며둔촌주공은‘아이키우는동네’로자리잡았다.특히남학교였던동북중·고등학교가단지에서가까워남학생가구가압도적으로많았다.(106쪽)자녀가독립할때까지,때때로자녀가결혼해다시둔촌주공으로돌아와서까지이어진인적네트워크는‘둔촌축제’와같은공동체활동의동력이기도했지만,뒤늦게이주해온주민들에게는끼어들기어려운‘부족적인’느낌을주었다.(105쪽)둔촌주공거주민들특유의소속감과애정을저자는지리학자이-푸투안의‘토포필리아’(topophilia)개념으로설명한다.(134쪽)둔촌주공이단지외부를향해영향력을행사한경우도있다.도시계획도로였던명일로를폐쇄하고단지내도로처럼사유화하게된것인데,저자는강동구청이이불법행위에강력하게대처하지못한것이대단지의정치적영향력때문이라고말한다.(122쪽)대단지의거주민은유권자이자부동산민심을움직이는집단으로서무시하기어려운존재다.재건축,혼란과번복의시계열을따라가다차곡차곡쌓아가던애정도재건축을향한열망앞에서그힘을잃었다.1980년대초에아주잠깐강동지역의발전을이끈‘대장아파트’로인식되던둔촌주공은송파구개발이완료되고1기신도시가건설된1991년무렵‘그래도살기는참좋은아파트’정도로변했다.그러다연식20년이넘어가면서둔촌주공의위상이떨어지던시점에2000년2월재건축을추진하기위한주민모임이결성되었다.이후재건축사업은혼란과번복의20년이었다.대한민국의정권이6번이나바뀐긴시간이었다.재건축조합의내홍과교체,시공단과의갈등,공사중석면논란,코로나19로인한자재비상승및공사비증액갈등,초유의공사중단사태,상가지분쪼개기,일반분양가책정과소형평형의설계문제등경제면과사회면을두루오갈만한사건들이연이어발생했다.이같은혼란이재건축사업현장에서비일비재하게발견된다.저자는재건축조합이결정권을가지고사업을주도하게끔되어있지만,현실적으로전문성과조직력의차이,사업비에관한정보의불균등으로인해시공단과협상에서실질적인힘을발휘하기가쉽지않다고말한다.이책은조합과시공단으로부터거리를유지하며객관적으로재건축사업의시계열을따라간다.주인공은비단조합과시공단만이아니다.부동산민심을잡기위해수시로재건축관련정책과법령을바꾼정부,분양가상한제나대출규제완화등굵직한사안마다목소리를낸재건축조합연합도비중이크다.아파트단지는단순히누군가의사유재산이아니라거대한도시조직이자사회의일부이고,따라서모든사회구성원이둔촌주공아파트재건축사업의관계자라고볼수있다.『둔촌주공아파트,대단지의생애』는모두의이야기이다.케이모던시리즈한국이만든‘현대성’을묻다마티가『둔촌주공아파트,대단지의생애』와함께‘케이모던’시리즈를시작한다.케이모던시리즈는한국이만든현대성(modernity)에주목한다.현대는주어진조건으로,또는서구나일본이한국에미친영향관계속에서이해되어왔으나이런시선으로온전히설명되지않는사태가많다.예를들어고층아파트의기원은분명서구에있지만,한국의아파트는1960년대이후한국만의정치-경제적상황이누적되어빚어진대단히독특한사태이다.이제우리가서구와일본에서무엇을참조했는지묻는데에서나아가그것을바탕으로무엇을만들었는지,그리고이것들이어떤한국인을만들었는지묻고자한다.‘케이모던’첫번째책『둔촌주공아파트,대단지의생애』는시리즈번호2번이다.1번은박철수선생의『마포주공파트:단지신화의시작』을위해남겨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