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 가난 : 그러나 일인분은 아닌 - 온(on) 시리즈 5

일인칭 가난 : 그러나 일인분은 아닌 - 온(on) 시리즈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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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안온

1997년생.20여년간기초생활수급자로살았다.
어렸을적꿈은하루빨리돈을버는사람이되는것이었다.사실은글을쓰는사람이되고싶었지만,돈이먼저였다.스무살이후에는언제나글쓰는시간보다돈버는시간이길었고,지금도그렇다.그가난하고지난한날에서지나간불온을기록하고자이책을썼다.

목차


프롤로그

멸균우유
진짜와가짜
주공의공주1:화명주공아파트에서
주공의공주2:금곡주공아파트에서
개천용
킬링필드
최소비용,최대효과
어렵게버는돈과쉽게버는돈
아르바이트들에대한단편적결산
H관호러
G힐셰어
석사(수료)에대한변
연기
기도문
호소하는이소호
해외여행이라는해프닝
세부의맛
우리를아는건우리뿐이야
흉터
피아노
가난하기때문에이것들을
가난의8할또는9할
아빠를/가떠나다
일가친척1:외할아버지와외삼촌
일가친척2:할아버지와고모
자살생존자
시간이라는자원
항상적과로
새고있다
먹는일
스시오마카세
내가선택한식구
고양이480

에필로그
부록:복지신청바로가기

출판사 서평

마티의온(on)시리즈5권
가난에대해생각하고쓰다

97년생의젊은가난

올해26살인저자는2019년까지20여년간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살아왔다.하지만자신이한국의가난을대표할수없다는것을안다.덜가난해서가아니라가난의양태가가지각색이기때문이다.생계급여를기준으로한다면,기준중위소득의30%미만인245만명과동일선상에있지만노동조건,건강상태,교육수준,가족구성원의특징,주거문제등소득수준이설명해주지못하는요소들이있다는것을저자는몸으로안다.이책은그래서철저히일인칭으로쓰였다.
그러나일인분짜리는아니다.그의가난은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EBS교재지원,방학중우유급식지원,민간장학회의활동등사회복지와얽혀있으며,경찰과주민센터직원,학교교사,또래관계속에서진동한다.가난이사적서사에갇혀선안된다고생각하는저자는소설과시,기사,논문,책을통해자신의가난에타인의가난을접속시키고중첩시킨다.

리얼의힘

저자는당사자만이정확히알수있는가난의세부를리얼하게그려낸다.아니,여기있었지만누구도주목하지않았던장면을창출해낸다.그럼으로써드라마가아닌현실에가난이실재함을생생히증명한다.
최소한의생계비에해당하는복지수당외소득이조금이라도생기면저자의엄마는학원비에쏟았다.(29쪽)수급자가정이의식주보다자녀의사교육에소득을투자했다는사실이낯설게다가올수있다.저자가바라는바다.우리가머릿속에그려왔던‘가난한사람’또는‘가난’의클리셰를깨뜨리는것.저자와화자가일치하는자전적에세이가‘리얼’을말할때얼마나큰힘을발휘하는지를이책이여실히보여준다.

가난이겪게하는것들

가난이유발한행위와선택,사건을중심으로전개되는이책에선감정의묘사를찾아보기어렵다.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지원으로미국여행을가게되었을때(「해외여행이라는해프닝」,76쪽),올이나가기십상인스타킹대신맨다리로겨울을날때(「연기」,64쪽),석사과정을수료단계에서멈추었을때(「석사(수료)에대한변」,58쪽)를저자는덤덤하게회고한다.그런데자신의가난을둘러싼주변사람들의감정은널을뛰었다.“가난하고어린사람을대하는어른들의태도와온도는이렇게요동치곤했다.취소했다가사과했다가,깔보았다가추어올렸다.사무적이었다가다정했다가,냉했다가끓어올랐다.”그러나“끓어오른자신에게도취되었을뿐,사실가난하고어린사람에겐관심이없었다”(88쪽)라는사실을저자는일찍이알아버렸다.
가난으로인해저자가겪은일들을지켜보며느끼게될슬픔,기쁨,안타까움,실망,연민,측은지심,응원등의감정은독자의몫으로남겨져있다.이러한감정이가난이라는‘스펙터클’앞에서쉬이촉발되었다가꺼지지않고사회의변화를추동하는원료로서작용하기를이책은바라고있다.

개인의가난은사회의가난

가난은개인적일수없다.실업,장애,기혼여성의경력단절부터복지를가족과기업에서해결하도록하는사회적분위기,선별적복지시스템,철저한복지신청주의,공고해진능력주의등과떼려야뗄수없기때문이다.
저자는가난을이야기할때가족을제일나중에언급한다고쓴다.알코올중독이었던시각장애인아빠와교통사고후유증으로일자리를구하기어려웠던엄마에대해말하면,가난의원인이‘가족’으로수렴되기때문이다.가난에서‘불행한가정사’를걷어내고나면상황은더욱명료해진다.저자는“내가난은교통사고,알코올중독,여성의경력단절과저임금,젠더폭력및가정폭력과세트였다”고말한다.(116쪽)
부록「복지신청바로가기」(147쪽)에서는한국의복지시스템이‘신청자’가없이는사실상작동하지않는다는사실을알수있다.대학교와대학원을다니는내내과외와학원,고깃집,빵집등에서쉴새없이아르바이트노동을하는와중에도저자는수시로장학금연장을확인하고,주거문제를해결하기위해공무원들과씨름했다.내일무엇을하고싶은지,몇년뒤에어떤직종에서일하고싶은지고민할시간자원이없는가난한청년들에게서잠잘시간마저빼앗는것이선별복지에서탈락하면안된다는절박함은아닌지이책은묻는다.

책이끝나도가난은끝나지않기에

33개의일화를땋은이책은분량이그리많지않다.책을완독하는데걸리는시간도그다지길지않을것이다.그러나저자는이날들을반복해서겪었고,겪고있다.이것이핵심이다.책이끝나도저자의가난은끝나지않으며,설령언젠가저자의가난이과거형이되더라도우리사회의가난은현재진행형이라는것.이책은가난에대한현재진행형의관심을촉구한다.
저자는자신이책임질수없는분석이나대안제시를하지않는다.자신이겪은가난의의미를애써찾으려고도하지않는다.있는그대로쓸뿐이다.이편린을맥락화하고귀히다루는것은이제사회의몫이다.